갑민가(甲民歌)-작자 미상 어져어져 저기 가는 저 사람아 네 행색 보아하니 군사 도망(軍士逃亡) 네로고나 허리 위로 볼작시면 베적삼이 깃만 남고 허리 아래 굽어보니 헌 잠방이* 노닥노닥 곱장할미 앞에 가고 전태발이* 뒤에 간다 십 리 길을 하루 가니 몇 리 가서 엎쳐지리 내 고을의 양반(兩班) 사람 타도타관(他道他官) 옮겨 살면 천(賤)히 되기 예사거든 본토(本土)* 군정(軍丁) 싫다 하고 자네 또한 도망하면 한 나라의 한 인심에 근본 숨겨 살려 한들 어데 간들 면할손가 차라리 네 살던 곳에 아무렇게 뿌리박아 칠팔월에 삼을 캐고 구시월에 돈피(獤皮)* 잡아 공채(公債) 신역(身役)* 갚은 후에 그 나머지 두었다가 함흥 북청 홍원 장사 돌아들어 몰래 팔 때 후한 값 받고 팔아 내어 살기 좋은 넓은 곳에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