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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계(花王誡)

화왕계(花王誡)-薛聰(설총) 神文大王以仲夏之月(신문대왕이중하지월) : 신문대왕이 한여름에 處高明之室(처고명지실) : 높고 밝은 방에 있으면서 顧謂聰曰(고위총왈) : 설총을 돌아보아 말하기를 今日宿雨初歇(금일숙우초헐) : “오늘은 오래 내리던 비가 처음으로 개고 薰風微凉(훈풍미량) : 더운 바람이 조금 시원하니 雖有珍饌哀音(수유진찬애음) : 비록 맛있는 음식과 애절한 음악이 있다할지라도 不如高談善謔(부여고담선학) : 고상한 이야기와 재미있는 우스개로 以舒伊鬱(이서이울) : 울적한 마음을 푸는 것만 못하리라. 吾子必有異聞(오자필유이문) : 그대는 반드시 색다른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니 盍爲我陳之(합위아진지) : 어찌 나를 위하여 들려주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聰曰(총왈) : 설총이 말하기를 唯臣聞昔花王之始來..

말,글.모음 2022.11.23

조신몽(調信夢)

조신몽(調信夢)-불교설화 (조신지몽(調信之夢), 조신설화(調信說話)) 조신은 명주 태수 김흔(金昕, 803-849)의 딸을 보고 한눈에 반하여 낙산사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그 여인과 맺어지게 해주십사 하고 남몰래 기도하였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록 연분이 맺어지기는커녕 다른 남자와 혼사가 정해졌다는 소문이 들릴 뿐이었다. 조신은 밤중에 불당에서 관세음보살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다가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사모하던 낭자가 제 발로 절에 나타나 불당 문을 열고 조신을 찾아오지 않는가. 김씨 낭자 또한 부모가 정한 혼처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우연히 만난 조신에게 연정을 품고 과감히 집을 나온 것. 그리하여 두 사람은 그대로 도피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일구었다. 두 남녀는 40년..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작자·연대 미상 어젯밤에 불던 바람은 금성(金聲)이 완연하다. 모란봉 추운 바람이 단풍과 낙엽을 흩날려서 평양성중으로 불어 떨어뜨리는데, 사정없이 넘어가는 저녁빛에 홀로 서창을 의지하여, 바람 에 불려 떨어지는 낙엽을 맥없이 보며 앉아 있는 여인은 평양성 밖에 사는 김 진사 집 처녀 채봉이라. 김 진사는 평양에서도 조신하는 양반이라. 문벌과 재산이 남부럽지 않을 만하지만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어 항상 한탄하더니, 만년에 딸 하나를 낳아 이름을 채봉이라 하여 금옥같이 기르니, 채봉이 재주가 총명하여 침선여공(針線女工)과 시서문필(詩書文筆)이 일취월장하고, 화용월태(花容月態)가 미인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라, 김 진사 내외 극히 사랑하여 장차 그 와 같은 짝을 구하여 슬하의 낙을 보려..

말,글.모음 2022.11.20

주생전(周生傳)

주생전(周生傳)-권필 주생의 이름은 회이고, 자는 직경이며, 호는 매천이라 했다. 주생의 집안은 대대로 전당이 라는 곳에서 살았다. 그러나 부친이 촉주의 별가라는 벼슬살이를 하면서 촉에서 살게 되었다. 주생은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영민 했다. 시도 잘 지었다. 나이 열 여덟에 태학 생이 되었고, 동배들의 추앙을 받는 바가 되었다. 주생 자신도 재주와 학문이 남에게 뒤지지 낳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태학에 다닌 지도 수년이 흘렀다. 계속 과거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낙방을 했다. 이에 주생 은 탄식하며 말했다. "이 세상의 인생이란 마치 티끌이 연약한 풀잎에 깃들어 있는 것과도 같은데, 어찌 명예에 얽매여 더러운 속세에서 허덕이며 아까운 청춘을 보낼까 보냐" 이때부 터 주생은 과거에 대한 뜻을 포기하고 말았다...

말,글.모음 2022.11.19

임경업전(林慶業傳)

임경업전(林慶業傳)-작자,연대미상 화설, 대명 숭정(大明 崇禎) 말에 조선국 충청도 충주(忠州) 단월 땅에 한 사람이 있으니 성은 임(林)이요 이름은 경업(慶業)이라. 어려서부터 학업을 힘쓰더니, 일찍 부친을 여의자 자모를 지효로 섬기고 형제 우애하며, 농업을 힘쓰더니 종족 향당이 칭찬하더라. 경업의 위인이 관후하여 사람을 사랑하고 매양 이르되, “남자가 세상에 나매 마땅히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임금을 섬겨 이름을 죽백(竹帛)1)에 드리울지니. 어찌 속절없이 초목같이 썩으리오.”하더라. 이러구러 십여 세 되매, 밤이면 병서를 읽고 낮이면 무예와 말 달리기를 일삼더라. 무오년(戊午年)2)에 이르러 나이 십팔 세라. 과거 기별을 듣고 경사에 올라와 무과 장원하여 즉시 전옥주부 출륙하니, 어사하신 계화 청삼..

말,글.모음 2022.11.19

유충렬전(劉忠烈傳)

유충렬전(劉忠烈傳)-작자미상 권지하(券之上) 각설, 대명국 영종황제 즉위(卽位) 초(初)에 황실이 미약하고 법령(法令)이 불행(不幸)한 중에 남만(南蠻) 북적(北狄)과 서역(西域)이 강성하여 모반할 뜻을 둠에, 이런 고로 천자 남경에 있을 뜻이 없어 다른 데로 도읍을 옮기고저 하시더니, 이때 마침 창해국(蒼海國) 사신이 왔음에 성은 임이요 명은 경천이라 하는 사람이거늘, 천자 반겨 인견(引見)하시고 접대한 후에 도읍 옮김을 의논하시니 임경천이 주왈, 소신이 옥루(玉樓)에서 육대산천을 망기(望氣)하오니 금황지지(今皇之地)가 마땅하옵고 천하명산(天下名山)이 오악지중(五嶽之中)에 남악(南嶽) 형산(衡山)이 가장 신령한 산이요, 일국(一國) 주룡(主龍)이 되었고 창오산(蒼梧山) 구리봉은 변화하야 외청룡(外靑龍)..

말,글.모음 2022.11.19

옹고집전(雍固執傳)

옹고집전(雍固執傳)-작자,연대 미상 옹달 우물과 옹연못이 있는 옹진골에 한 사람이 살았으니, 성은 옹가요, 이름은 당촌 이었다.  성미가 매우 괴퍅하여 풍년이 드는 것을 싫어하고, 심술 또한 맹랑하여 매사를 고집으로 버티었다.  살림 형편을 살펴보건대, 석숭의 재물이나 도주공의 드날린 이름이나 위세를 부러워하지 않을 만하였다.  앞뜰에는 노적이 쌓여 있고 뒤뜰에는 담장이 높직한데, 울 밑으로는 석가산이 우뚝하다. 석가산 위에 아담한 초당을 지었는데, 네 귀에 풍경이 달렸으매 바람 따라 쟁그렁 맑은 소리 들려오며, 연못 속의 금붕어는 물결 따라 뛰놀았다. 동편 뜨락 모란꽃은 봉오리가 반만 벌어지고, 왜철쭉과 진달래는 활짝 피었더니 춘삼월 모진 바람에 모두 떨어졌으되, 서편 뜨락 앵두꽃은 담장 안에 곱게 피..

말,글.모음 2022.11.19

양반전(兩班傳)

양반전(兩班傳)-박지원(朴趾源) '양반'은 사족(士族)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정선 고을에 한 양반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어질면서도 글읽기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군수가 새로 부임할 때마다 반드시 그 집에 몸소 나아가서 경의를 표하였다. 그러나 그는 살림이 가난해서, 해마다 관가에서 환자를 타 먹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쌓이고 보니, 천 석이나 되었다. 관찰사가 여러 고들을 돌아다니다가 이곳에 이르러 관청 쌀의 출납을 검열하고는 매우 노하 였다. "어떤 놈의 양반이 군량을 이렇게 축냈단 말이냐?" 명령을 내려 그 양반을 가두게 하였다. 군수는 그 양반이 가난해서 갚을 길이 없는 것을 불쌍히 여겼다. 차마 가두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두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 양반은 밤낮으로 훌쩍거리며 울었..

말,글.모음 2022.11.19

숙향전(淑香傳)

숙향전(淑香傳)-작자·연대 미상 중국 송(宋)나라 때에 천하 제일의 명공(明公)이 있었으니, 성은 김(金)이요 이름은 전(佺)이라 하더라. 그의 집안은 대대로 명문거족(名門巨族)이라, 부친 운수선생(雲水先生)은 도덕이 높은 선비로서, 공명(功名)에 뜻이 없어 산중에 은거하여 세월을 보내었으니, 천자(天子)가 그 소문을 들으시고, 신하를 보내어 이부상서(吏部尙書)의 벼슬을 주며 불렀으나 종시 조정에 나오지 않고 산중에서 일생을 마치니, 집안이 처량하더라. 그의 아들 김 전이 또한 문장이 빼어나서 이태백(李太白)과 두보(杜甫)를 압도하고, 글씨는 왕희지(王羲之)와 조화보를 무색하게 할 정도라, 그에게 배우려는 선비들이 구름 모이듯이 따르더라. 하루는 동학에 사는 친구가 호주부(湖州府)로 벼슬 하여 부임하게 ..

말,글.모음 2022.11.19

배비장전(裵裨將傳)

배비장전(裵裨將傳)-작자 미상 천지간의 인생이란 남녀를 막론하고 사람의 씨는 같겠지만 그러나 사람마다 우열이 판이하여 남자에 현인․군자와 우부․천맹이 있고, 여자에 정부․열녀와 음녀․간희가 아주 없어지는 일이 없이 대를 이어오니, 예나 이제나 헤아려 알 수 없는 것은 형형색색의 사람의 성질이라 할 것이다. 사람의 성질이란 것은 살고 있는 고장의 산천이 지니는 풍치와 경치를 많이 닮게 되는 것이니,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의 사람은 성질이 순후하고 공손하고 부지런하며 악한 기질이별로 없고, 산천이 험준한 지방에서는 그대로 사람의 성질이 어리석고 둔하며 간사하고 교활하게 나는 법이다. 호남 좌도 제주군 한라산은 옛적 탐라국 주산이요, 남녘땅의 제일 명산이다. 그 험준하고 아름다운 정기가 서려서 기생 애랑이 생..

말,글.모음 202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