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모음

꽃샘바람 (妬花風)

Choi가이버 2022. 11. 30. 11:50

꽃샘바람 (妬花風)-이규보 

꽃 필 땐 미친바람도 많으니 花時多顚風 
사람들은 꽃샘바람이라 하네 人導是妬花 
조물주가 모든 꽃을 만들 때 天工放紅紫 
마치 한없는 비단을 가위질해 놓은 듯 如剪綺與羅 
이미 그토록 공력을 허비했으니 旣自費功力 
꽃 아끼는 마음 응당 적지 않으련만 愛惜固應多 
어찌 그 고운 것을 시기하여 豈反妬其 
도리어 미친바람 보냈겠는가 而遣顚風加 
바람이 만일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風若矯天令 
하늘이 어찌 죄주지 않으랴 天豈不罪耶 
이런 법이야 반드시 없을 것이니 此理必不爾 
나는 사람들 말이 잘못이라 한다네 我導人言訛 
바람의 직책은 만물을 고무하는 것 鼓舞風所職 
만물에 은택 입히니 사사로움 없으리라 被物無私阿 
만일 꽃 아껴 바람 불지 않는다면 惜花若停簸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 있으랴 其奈生長何
꽃 피는 것도 좋지만 花開雖可賞
꽃 지는 것 또한 슬퍼할 게 뭐랴 花落亦何嗟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인데 開落揔自然 
열매가 있으면 또 꽃을 낳는 것이야 有實必代華 
오묘한 우주의 이치 묻지 말고 莫問天機密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부르자 把杯且高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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