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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전(馬駔傳).광문자전(廣文者傳)

마장전(馬駔傳)-박지원(朴趾源) "말 거간꾼과 집 거간꾼 따위들이 손바닥을 치면서 옛날 관중, 소진을 흉내 내어 닭,개,말,소 등의 피를 마시며 맹세한다"더니 과연 그렇다. "이별이 다가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락지를 팽개치고 수건을 찢어 버리며, 등불을 등진 채 바람벽을 향하여 머리를 숙이고 슬픈 목소리를 머금는 여인이야말로 믿음직스러운 첩이었다. 또한 간을 도할 듯이 쓸개를 녹일 듯이, 손을 마주 잡고 마음을 내 보이는 자야말로 믿음직스러운 벗이었다. 그러나 콧마루에 부채를 가친 채 양쪽 눈을 깜박거리는 것이 장쾌(張 : 거간꾼)의 요술이다. 위험한 말로 움직여 보기도 하거니와 아름다운 말로 핥아 주기도 하고, 그가 꺼리는 것을 꼬집어 내기도 하며, 강한 놈에게는 위협으로, 약한 놈에게는 억압으로, ..

말,글.모음 2022.11.19

국순전(麴醇傳)

국순전(麴醇傳)-임춘(林椿) 국순(麴醇)의 자(字)는 자후(子厚)이다. 그 조상은 농서( 西) 사람이다. 90대조(九十代祖)인 모(牟)가 후직(后稷)을 도와 뭇 백성들을 먹여 공이 있었다. ‘시경(詩經)'에, “내게 밀과 보리를 주다." 한 것이 그것이다. 모(牟)가 처음 숨어살며 벼슬하지 않고 말하기를, “나는 반드시 밭을 갈아야 먹으리라." 하여, 밭에서 살았다. 임금이 그 자손이 있다는 말을 듣고 조서(詔書)를 내려 안거(安車)로 부를 때, 군(郡)과 현 (縣)에 명하여 곳마다 후하게 예물을 보내게 하였다. 신하를 시켜 친히 그 집에 나아가, 드디어 방아와 절구[杵臼] 사이에서 교분을 정하였다. 화광 동진(和光同塵)하게 되니, 훈훈하게 찌는 기운이 점점 스며들어서 온자한 맛이 있어 기뻐 말하기를, ..

말,글.모음 2022.11.19

구운몽(九雲夢)

구운몽(九雲夢)-김만중(金萬重) 양소유는 초나라 양치사의 아들이니 승명(僧名)은 성진이라. 팔선녀라. 정경패는 정사도의 딸이니 영양공주라. 이소화는 황제의 딸이니 난양공주라. 전채봉은 진어사의 딸이니 숙인(淑人)이라. 계섬월은 낙양사람이라. 가춘운은 유인(孺人)이라. 적경홍은 하북 사람이라. 심요연은 검객이니 양주 사람이라. 백능파는 동정용왕의 딸이라. 구운몽 상 천하에 명산이 다섯이 있으니 동쪽은 동악 태산이요, 서쪽은 서악 화산이요, 남쪽은 남악 형산이요, 북쪽은 북악 항산이요, 가운데는 중악 숭산이다. 오악 중에 오직 형산이 중국에서 가장 멀어 구의산이 그 남쪽에 있고, 동정강이 그 북쪽에 있고, 소상강 물이 그 삼면에 둘러 있으니, 제일 수려한 곳이다. 그 가운데 축용, 자개, 천주, 석름, 연화..

말,글.모음 2022.11.19

공방전(孔方傳)

공방전(孔方傳)-임 춘 공방의 자는 관지(貫之:꿴다는 뜻)니, 그의 조상은 일찍이 수양산의 굴 속에 살았었다. 그리하여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황제(黃帝) 때에 최초로 초빙되어 채용되었으나 성질이 강경하여 세상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 황제가 관상쟁이 신하로 하여금 그의 관상을 보게 하니, 그 신하가 한참 동안 그를 들여다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산과 들에 아무렇게나 자란 바탕이라 아무리 씻고 닦고 하여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폐하께서 조정의 신하들로 하여금 그를 풀무 속에 넣고 녹여서 변화시킨 뒤에 광채를 내게 한다면 본래의 자질이 드러날 것입니다. 임금은 신하를 임용하는 데 있어서 이와 같이 그 자질과 됨됨이를 따라 변화도 시키고 키우 기도 하는 것이니, 바라건대 폐하는 그를 무..

말,글.모음 2022.11.19

이화전(李華傳)

이화전(李華傳)-작자,연대미상 선조의 말에 시운이 불행하여 임진년에 왜적이 크게 일어나서, 모든 장수며 군사가 정예 하여 물을 건너와 백성을 마난즉 살해하니, 상과 문무백관이 날마다 근심하여 군신이 상의 왈, "장수를 뽑아 삼군을 익르어 적군을 막으라." 하시대, 장수 수명 발군하여 나아가 진치고 적을 기다리더니, 왜적이 날아들어 일합 충살 하여 조선군이 반이나 죽으매, 남은 군사 감히 저항하지 못하여 달아나거늘, 적병이 승승 장 구 하여 성에 들어가 여름농사 지으며 아국 사람과 혼인하여 사는지라. 상이 근심하사 통곡 왈, "아국이 불행하여 왜적에 함놀 한바 되었으되 일인도 가히 막을자 없으니 이를 어이 하 며, 수토 백성이 반년에 유리할줄 어지 알리오." 하시고 감창유체하시니, 백관이 오열고두청죄 왈,..

말,글.모음 2022.11.18

최척전(崔陟傳)

최척전(崔陟傳)-조위한(趙緯韓) 전라도 남원땅에 한 소년이 있었으니 이름은 최척이요, 자는 백승이라했다. 최척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서문 밖 만복사 동쪽에서 아버지와 외로이 살고 있었다. 최척은 나이가 어렸지만 생각이 깊고 마음은 한없이 착했으며, 벗과 사귀기를 좋아하였다. 소년의 아버지는 일찍부터 이런 충고를 했다. "네가 공부를 즐겨하지 않는다면 커서 무뢰한 밖에 더 되겠느냐. 도대체 너는 어떤 인물을 본받고자 하느냐. 지금 한창 난리가 일어나 고을마다 장정을 널리 뽑고 있다는걸 너도 들어 알게다. 그런데 너는 오직 놀기에만 힘쓰니 어지 이 늙은 애비를 기쁘게 할수 있겠느냐. 이 책을 마련해 줄 터인즉 선비를 찾아가 배우도록 하려므나. 비록 과거 급제하여 명성을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전쟁터에는 끌..

말,글.모음 2022.11.18

허생전(許生傳)

허생전(許生傳)-박지원 허생(許生)은 오늘도 아침부터 그 초라한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단정히 서안 앞에 앉아 일심으로 글을 읽고 있다. 어제 아침을 멀건 죽 한 보시기로 때우고, 점심은 늘 없어왔거니와 저녁과 오늘 아침을 끓이지 못하였으니, 하루낮 하룻밤이요 꼬박 세 끼를 굶은 참이었다. 그러니, 시장하긴들 좀 시장하련마는, 굶기에 단련이 되어 그런지 글에 정신이 쏠리어 그런지, 혹은 참으며 내색을 아니하여 그러는지, 아뭏든 허생은 별로 시장하여 하는 빛이 없고, 글 읽는 소리도 한결같이 낭랑하다. 서울 남산 밑 묵적골이라고 하면, 가난하고 명색 없는 양반 나부랑이와 궁하고 불우한 선비와 이런 사람들만 모여 살기로 예로부터 이름난 동네였다. 집이라는 것은 열이면 열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 초가 집이 몇해..

말,글.모음 2022.11.17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금오신화 성화(成化) 초년에 경주에 박생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유학에 뜻을 두고 언제나 자신을 격려하였다. 일찍부터 태학관(太學館) 에서 공부하였지만, 한번도 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언제나 불쾌한 감정을 품고 지냈다. 그는 뜻과 기상이 고매하여 세력을 보고도 굽히지 않았으므로, 남들은 그를 거만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남들과 만나거나 이야기할 때에는 온순하고 순박하였으므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찬하였다. 박생을 일찍부터 부도(浮圖:불교).무격.귀신 등의 이야기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였다. 그러다가『중용』과『주역』을 읽은 뒤부터는 자기의 생각에 대하여 자신을 가지고 더 이상의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성품..

말,글.모음 2022.11.17

운영전(雲英傳)

운영전(雲英傳)-작자미상 수성궁(壽聖宮)은 안평대군(安平大君)의 옛집으로 장안의 서쪽 즉 인왕산(仁王山) 아래 자리 잡고 있었는데, 수려한 산천이 감싸고 있었는데, 마치 용이 서리고 범이 웅크린 듯한 형상이었다. 사직(社稷)은 인왕산 남쪽으로 가까이 있고 경복궁(景福宮)은 동쪽에 위치를 정하였으며, 인왕산 줄기가 굽이져 내려오다 수성궁에 이르러 높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었다. 비록 험준하지는 않았으나 올라가 내려다보면 사통오달로 툭 터인 거리에 상점들과 성에 가득찬 집들은 바둑판이나 별들처럼 벌여 있어 역력히 가리킬 수 있고, 완연함은 베틀의 날줄이 나누어 갈라진 듯하였다. 동쪽을 바라보면 궁궐이 멀리 아득한데, 복도가 공중으로 비껴있고, 구름과 안개는 비취빛으로 쌓여 아침저녁으로 모습을 드러내니 진실로 ..

말,글.모음 2022.11.17

임진록(壬辰錄)

임진록(壬辰錄) - 작자미상 제1권 평수길(平秀吉)의 야망(野望) 각설, 동남해(東南海)에 한 나라가 있으니 국호는 일본(日本) 이라, 동서는 육십일 정이요 남북은 팔십이 정이요 팔도가 육 십일 주니 삼십오 군이 일 주 되었더라. 조선국 경상도 동래(東萊) 부산포(釜山浦)로부터 수로(水路) 로 일본을 가나니 대마도(對馬島) 상거(相距)가 삼백육십리요 집마도 상거는 사백구십 리요 일기도(壹岐島) 상거는 육백사십 리요 철마도 상거는 오백사십 리요 말유관 상거는 칠백오십 리 요 표화관 상거는 육백 팔십 리요 병교관 상거는 삼백리요 지 우관은 사백이십 리요 오산은 삼백오십 리요 오산은 곧 일본이 라, 합하여 사천육백육십 리러라. 혹 이르되 진시황(秦始皇) 시 절에 서불(西巿) 등이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데리고 ..

말,글.모음 20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