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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척전(崔陟傳)

최척전(崔陟傳)-조위한(趙緯韓) 전라도 남원땅에 한 소년이 있었으니 이름은 최척이요, 자는 백승이라했다. 최척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서문 밖 만복사 동쪽에서 아버지와 외로이 살고 있었다. 최척은 나이가 어렸지만 생각이 깊고 마음은 한없이 착했으며, 벗과 사귀기를 좋아하였다. 소년의 아버지는 일찍부터 이런 충고를 했다. "네가 공부를 즐겨하지 않는다면 커서 무뢰한 밖에 더 되겠느냐. 도대체 너는 어떤 인물을 본받고자 하느냐. 지금 한창 난리가 일어나 고을마다 장정을 널리 뽑고 있다는걸 너도 들어 알게다. 그런데 너는 오직 놀기에만 힘쓰니 어지 이 늙은 애비를 기쁘게 할수 있겠느냐. 이 책을 마련해 줄 터인즉 선비를 찾아가 배우도록 하려므나. 비록 과거 급제하여 명성을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전쟁터에는 끌..

말,글.모음 2022.11.18

허생전(許生傳)

허생전(許生傳)-박지원 허생(許生)은 오늘도 아침부터 그 초라한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단정히 서안 앞에 앉아 일심으로 글을 읽고 있다. 어제 아침을 멀건 죽 한 보시기로 때우고, 점심은 늘 없어왔거니와 저녁과 오늘 아침을 끓이지 못하였으니, 하루낮 하룻밤이요 꼬박 세 끼를 굶은 참이었다. 그러니, 시장하긴들 좀 시장하련마는, 굶기에 단련이 되어 그런지 글에 정신이 쏠리어 그런지, 혹은 참으며 내색을 아니하여 그러는지, 아뭏든 허생은 별로 시장하여 하는 빛이 없고, 글 읽는 소리도 한결같이 낭랑하다. 서울 남산 밑 묵적골이라고 하면, 가난하고 명색 없는 양반 나부랑이와 궁하고 불우한 선비와 이런 사람들만 모여 살기로 예로부터 이름난 동네였다. 집이라는 것은 열이면 열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 초가 집이 몇해..

말,글.모음 2022.11.17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금오신화 성화(成化) 초년에 경주에 박생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유학에 뜻을 두고 언제나 자신을 격려하였다. 일찍부터 태학관(太學館) 에서 공부하였지만, 한번도 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언제나 불쾌한 감정을 품고 지냈다. 그는 뜻과 기상이 고매하여 세력을 보고도 굽히지 않았으므로, 남들은 그를 거만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남들과 만나거나 이야기할 때에는 온순하고 순박하였으므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찬하였다. 박생을 일찍부터 부도(浮圖:불교).무격.귀신 등의 이야기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였다. 그러다가『중용』과『주역』을 읽은 뒤부터는 자기의 생각에 대하여 자신을 가지고 더 이상의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성품..

말,글.모음 2022.11.17

운영전(雲英傳)

운영전(雲英傳)-작자미상 수성궁(壽聖宮)은 안평대군(安平大君)의 옛집으로 장안의 서쪽 즉 인왕산(仁王山) 아래 자리 잡고 있었는데, 수려한 산천이 감싸고 있었는데, 마치 용이 서리고 범이 웅크린 듯한 형상이었다. 사직(社稷)은 인왕산 남쪽으로 가까이 있고 경복궁(景福宮)은 동쪽에 위치를 정하였으며, 인왕산 줄기가 굽이져 내려오다 수성궁에 이르러 높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었다. 비록 험준하지는 않았으나 올라가 내려다보면 사통오달로 툭 터인 거리에 상점들과 성에 가득찬 집들은 바둑판이나 별들처럼 벌여 있어 역력히 가리킬 수 있고, 완연함은 베틀의 날줄이 나누어 갈라진 듯하였다. 동쪽을 바라보면 궁궐이 멀리 아득한데, 복도가 공중으로 비껴있고, 구름과 안개는 비취빛으로 쌓여 아침저녁으로 모습을 드러내니 진실로 ..

말,글.모음 2022.11.17

임진록(壬辰錄)

임진록(壬辰錄) - 작자미상 제1권 평수길(平秀吉)의 야망(野望) 각설, 동남해(東南海)에 한 나라가 있으니 국호는 일본(日本) 이라, 동서는 육십일 정이요 남북은 팔십이 정이요 팔도가 육 십일 주니 삼십오 군이 일 주 되었더라. 조선국 경상도 동래(東萊) 부산포(釜山浦)로부터 수로(水路) 로 일본을 가나니 대마도(對馬島) 상거(相距)가 삼백육십리요 집마도 상거는 사백구십 리요 일기도(壹岐島) 상거는 육백사십 리요 철마도 상거는 오백사십 리요 말유관 상거는 칠백오십 리 요 표화관 상거는 육백 팔십 리요 병교관 상거는 삼백리요 지 우관은 사백이십 리요 오산은 삼백오십 리요 오산은 곧 일본이 라, 합하여 사천육백육십 리러라. 혹 이르되 진시황(秦始皇) 시 절에 서불(西巿) 등이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데리고 ..

말,글.모음 2022.11.17

토끼전

토끼전 천하에는 네 개의 큰 바다가 있으니 동해와 서해, 남해 그리고 북해다. 이 네 바다는 용왕이 다스리고 있는데 동해는 광연왕, 서해는 광덕왕, 남해는 광리왕, 그리고 북해는 광택왕 이라 불렀다. 남해 광리왕은 어느 해 봄에 영덕전을 새로이 짓고 다른 세 곳의 용왕을 청해서 크게 낙성식 을 베풀었다. 그러나 이게 탈이었다. 잔치가 끝난 후 광리왕은 먹은 것이 체했는지 자리에 눕고 말았다. 놀란 신하들이 바닷속에서 나는 온갖 약을 병구완을 했으나 효헙이없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용왕이 하루는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불쌍하구나. 짐이 죽은 다음에는 북망산의 깊은 곳에 묻혀 흰 뼈가 티끌로 변할테니 세상 의 영화와 부귀가 다 헛일이로다 . 그 옛날 전국 시대의 육국을 통일했던 ..

말,글.모음 2022.11.17

박씨전(朴氏傳)

박씨전(朴氏傳)-연대,작자미상. 조선조 인조 임금 때에 서울 안국동에 이름난 선비가 있었으니 성은 이요, 이름은 득춘, 자는 문초라 했다. 대대로 나라에 충성한 집안으로 이득춘은 일찍이 벼슬길에 올라 이조참 판, 홍문관(삼서의 하나로 경서에 관한 사무 담당)부제학(홍문관의 정삼품 벼슬)에 이르렀다. 사람이 충성과 효도를 겸하고 마음이 어질고 너그러워 이름을 온 나라에 떨쳤다. 그 부 인 강씨는 집금오(근위장관)강창문의 딸로 현숙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젊어서 결혼하여 부 부 사이가 다정했으나 나이 사십이 되도록 자녀가 없음이 늘 근심이었다 해서 이름난 산을 찾아가 기도를 드렸으나 끝내 자식이 없었다. 이에 이공이 부인을 보고 탄식했다. "우리 팔 자가 복이 없어 뒤를 이을 자식이 없으니 죽어서 무슨 면목..

말,글.모음 2022.11.17

공방전(孔方傳)

공방전(孔方傳)-임 춘 공방의 자는 관지(貫之:꿴다는 뜻)니, 그의 조상은 일찍이 수양산의 굴 속에 살았었다. 그리하여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황제(黃帝) 때에 최초로 초빙되어 채용되었으나 성질이 강경하여 세상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 황제가 관상쟁이 신하로 하여금 그의 관상을 보게 하니, 그 신하가 한참 동안 그를 들여다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산과 들에 아무렇게나 자란 바탕이라 아무리 씻고 닦고 하여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폐하께서 조정의 신하들로 하여금 그를 풀무 속에 넣고 녹여서 변화시킨 뒤에 광채를 내게 한다면 본래의 자질이 드러날 것입니다. 임금은 신하를 임용하는 데 있어서 이와 같이 그 자질과 됨됨이를 따라 변화도 시키고 키우 기도 하는 것이니, 바라건대 폐하는 그를 무..

말,글.모음 2022.11.17

조웅전(趙雄傳)

조웅전-작가미상 때는 중국 송나라 문제가 즉위한 지 이십 삼 년이 되는 해였다. 어진 황제를 모신 백성들은 농사짓기에 바빴고 거리에는 평화로운 노랫가락이 흘렀다. 이후 추구월 병인일에 문제께서는 갑자기 충렬묘에 납시었다. 충렬묘란 만고에 다시 없는 충신이었다. 좌승상 조정인이 잠들어 있는 묘였다. 조정인이 이부상서-조선시대의 이조 판서에 해당되는 벼슬-로 있을 때 남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이에 조정은 문제를 모시고 뇌성관까지 피했다가 사방으로 다니며 의병을 모집하여 석 달 만에 반란을 진압시켰다. 이 공로로 조정인은 좌승상으로 벼슬이 올랐고 정평왕이란 칭호까지 내렸다. 그러나 좌승상 조정인이 굳이 사양하므로 문제는 하는 수 없이 금자광록대부와 조상만을 제수하고 그의 부인 왕씨는 공렬부인에 봉하였던 것이..

말,글.모음 2022.11.16

까치전

까치전-작가미상 우족 3천 중에서 집이 이 같이 사치하기는 고금에 처음이라, 이러하므로 낙성연을 배설하고 고구친척(故舊親戚)을 다 청하여 즐길새 배반(盃盤)이 낭자(狼藉)하여 낙성주(落成酒) 취하게 먹고 온갖 비금(飛禽)들이 교음(嬌音)을 자아내니 오음육율(五音六律)에 관현곡(管絃曲)을 드리는 듯하니 만좌제객이 취흥이 몽롱하여 즐길새 춤 잘 추는 학두루미 백설 같은 옷을 입고 짧은 목을 길게 빼어 고개를 기울기울, 까마귀를 볼작시면 아청(鴉靑)같은 옷을 입고 두 날개를 너펄너펄, 유막의 꾀꼬리는 황금 갑옷 떨쳐입고 노래를 화창하며, 강남서 나온 제비는 글을 읊으되, 지지위지(支持謂知,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요,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가 시위지야(是謂知也, 이것이 아는 것..

말,글.모음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