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모음

토끼전

Choi가이버 2022. 11. 17. 09:07

토끼전

천하에는 네 개의 큰 바다가 있으니 동해와 서해, 남해 그리고 북해다.
이 네 바다는 용왕이 다스리고 있는데 동해는 광연왕, 서해는 광덕왕, 남해는 광리왕, 그리고 북해는 광택왕 이라 불렀다.
남해 광리왕은 어느 해 봄에 영덕전을 새로이 짓고 다른 세 곳의 용왕을 청해서 크게 낙성식 을 베풀었다. 그러나 이게 탈이었다.
잔치가 끝난 후 광리왕은 먹은 것이 체했는지 자리에 눕고 말았다.
놀란 신하들이 바닷속에서 나는 온갖 약을 병구완을 했으나 효헙이없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용왕이 하루는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불쌍하구나. 짐이 죽은 다음에는 북망산의 깊은 곳에 묻혀 흰 뼈가 티끌로 변할테니 세상 의 영화와 부귀가 다 헛일이로다 .
그 옛날 전국 시대의 육국을 통일했던 진시황도 삼신산에서 불로초를 구하려고 사람을 보냈 으나 소식이 없어 죽었고, 그 권세가 온 천하에 떨쳐졌던 한나라 무제는 백량대를 높이 쌓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슬을 받으려고 구리쟁반을 만들었지만 헛되이 죽었도다.
하물며 나 같은 미미한 왕이야 말해 무엇하겠느뇨. 그러나 대대로 내려오던 왕가의 가업을 놓아두고 죽을 일이 슬프도다. 마지막으로 이름 높은 의원이나 널리 청하여 자세히 진맥하고 약을 써보는 것이 좋겠도다." 이어 뭇신하들을 둘러보고 분부했다.
"짐의 병세가 이렇게 위중하니 경들은 충성을 다하여 훌륭한 의사를 널리 구하여 군신이 함 께 즐기도록 하라."
그러자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 여쭈었다.
"신이 듣자 하니 월나라의 범상국과 당나라의 장사군, 그리고 초나라의 육처사가 천하에 이름 높은 현인이라 하옵니다.
이 세 현인을 청해다 대왕의 병을 물어보시면 좋은 도리가 있을 듯하옵니다."
모두들 바라보니 대대로 충성심이 많은 수천 년 묵은 잉어였다.
용왕이 크게 기뻐하시어 곧 사신을 시켜 예물을 갖추어 세 사람을 청하여 오게 했다.
며칠 뒤에 세 사람이 용궁에 도착했다. 용왕이 수정궁으로 세 사람을 접견하실 때 기운이 없어 용상에 기댄 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여러 선생이 짐을 위하여 천리를 멀다 아니하시고 이처럼 누추한 곳에 와주시니 정말로 감사하오." 세 사람이 절하며 아뢰었다.
"저희들은 어지러운 인간 세상의 천한 몸으로 높은 벼슬과 영화를 마다하고 자연경치를 사랑하여 무정한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있었사옵니다.
그러다가 이처럼 뜻밖에 용왕님의 부르심을 받자옵고 용안을 뵈오니 황공하기 그지없사옵니 다." 용왕이 크게 기뻐하시어 극진히 대접하며 용건을 말씀하셨다.
"짐이 운수가 불길하여 뜻밖에 병을 얻은지가 벌써 여러 날이 되어 병이 골수에 스며들었오.
온갖 약을 써도 전혀효험이 없으니 살길이 아득하오. 청컨대 선생들께서 큰 덕을 베푸시어 다 죽게 된 목숨을 살려만 주시면 그 은혜는 기필코 갚으리라."
세 사람이 용왕의 말을 듣고 서로 얼굴을 돌아 보며 뜻을 통하더니 장사군이 입을 열었다.
"대체로 술이란 마음을 미치게 하는 나쁜 음식이옵고, 색은 사람의 목숨을 줄이는 근본이옵 니다.
이제 대왕께서 술과 여자를 너무 가까이 하시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입니다.
옛말에도 이르기를 <사람은 젊어서 주색에 빠져 마침내 중한 병에 들면 편작-춘추전국시대 의 명의-과 화타-삼국시대의 명의-도 다시 살아나기 어려우며, 금강초와 불사약이 산처럼 쌓였다 해도 특효가 없으며, 인삼과 녹용을 매일 먹을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라고 했사옵니다.
그러니 재물이 백만금이 있다 해도 고칠 수가 없으며, 힘이 천하장사라 할지라도 막아낼 길이 없는 것이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운수가 불행하고 대왕의 목숨이 다한 것이므로 병환은 다시 회복되 시기가 어렵겠나이다."
용왕이 이를 듣고 비오듯이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였다.
"그렇다면 마지막이 왔다는 말씀이구려? 슬프도다. 짐이 이제 이 세상을 하직하고 쓸쓸히 무덤 속에서 들어가면 언제 어느 때에 다시 올 수 있단 말인가.
춘삼월에 꽃피고, 사월이면 녹음 짙은 숲속, 팔구월에 노란 국화와 밝은 단풍, 동지섣달 눈속의 매화도 다시는 못 보겠구나.
삼천 궁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황천객이 된다니 이 이상 슬픈 일이 또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해서든지 여러 선생께서는 신통한 재주를 다해 비록 효험이 없더라도 약이름 이나 가르쳐 주오. 그러면 비록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겠오."
그러자 범상국이 빙그레 웃으며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너무 상심하지 마시옵소서." 용왕이 귀가 번쩍 뜨여 급히 물었다. "아, 그렇다면 살아날 수가 있단 말씀이오?"
"그렇사옵니다. 물론 지금의 대왕병환은 매우 위중한 상태이옵니다. 본래 병이란 증세에 따라 약 쓰는 방법이 다르옵니다. 한기가 침범한 병세는 시호탕이 좋고, 음기가 허한데에는 보음 익기전이 약이옵고, 열병에는 승마갈근탕이 좋고, 원기부족증에는 육미지황탕, 체증에는 양위탕, 다리의 통증에는 우슬탕, 안질에는 청간명목탕 그리고 풍증에는 방풍통성산이 좋습 니다."
청산 유수처럼 설명하는 데에는 용왕도 황홀해졌다. "선생은 과연 박학다식하오이다.
그래, 짐의 병에는 어떤 약이 좋소?"
"제가 열거한 이러한 약들은 대왕의 병환에는 하나도 알맞지 않습니다. 다만 오직 한 가지 약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토끼의 생간이옵니다."
"토끼의 생간?" "그러하옵니다.
토끼의 간을 얻어 김이 무럭무럭 날 대 잡수시오면 효험을 보실 것입니다." 용왕은 의아하여 물 었다.
"토끼의 간이 어찌하여 짐의 병에 좋다는 말이오?"
이번에는 육처사간이 절하며 아뢰었다.
"토끼라 하는 것은 천지가 생긴 다음에 음양 조화로 된 짐승이옵니다.
이 짐승은 월궁에 들어가서 계수나무 그늘 속에서 장생약을 찧을 적에 음양을 먹어 눈이 무척 밝습니다.
병은 오행의 상극으로도 고치고 상생으로도 고치는 법인데 산은 양이오, 물은 음이옵니다.
그리고 간이라 하는 것은 목기로 된 것이오니 만일 대왕께서 토끼의 생간을 잡수신다면 음양이 서로 화합하나이다.
그러므로 병이 쾌차 하실테니 토끼의 간을 구하소서." 용왕이 듣고 기뻐하자 세 사람은 작별 을 고했다.
"푸른 산에 사는 친구들과 무릉도원-신선이 사는 곳-으로 꽃놀이를 가기로 언약이 있어 저희 들은 이만 하직할까 하옵니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옥체를 부디 보증하옵소서."
이에 용왕이 좋은 선물을 하사하고 헤어짐을 섭섭해했다.
세 사람을 떠나보내고 용왕은 즉시 조정의 온 신하를 불러들였다.
그러자 신하들이 줄지어 들어와 동편에 문관이 서고 서편에는 무관이 서는데 좌승상 거북, 우승상 이어, 이부상서 노어, 효부상서 방어, 예부상서 문어, 병부상서 수어, 형부상서 준어, 공부상서 밀어, 한림학사 깔다구, 간의 대부 모치, 백의재상 궐어, 금자광록 금치, 은청광록 은어는 문관이요, 대원수 고래 대사마 곤어, 용양장군 이무기, 호위장군 사어, 표기장군 벌덕게, 유경장군 새우, 합장군 조개, 언참군 메기, 주부 자라는 무관이다. 그 밖에 청주자사 청어, 서주자사 서대, 연주자사 연어, 주천태수 승어, 청백리 자손 뱅어, 탐관오리 자손 오적어, 허리 긴 뱀장어, 수염 긴 대하, 구멍없는 전복, 배부른 올챙이 등이 주르르 들어와서 엎드렸다.
용왕이 뭇신하 들을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짐의 병이 위중하여 아무런 영약이 소용없었으나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 하니 그 누가 세상에 나가서 토끼를 사로잡아 오겠는고?"
그러자 공부상서 민어가 부복하고 아뢰었다.
"대왕마마, 대원수 고래에게 전병 사마천을 내주어 잡아오게 하소서."
대원수 고래가 이를 듣고 앞으로 나와 노한 어조로 외쳤다.
"우리 용궁과 토끼가 사는 육지는 서로 다른데 수중에 있는 군사가 어떻게 육전을 한단 말이오?
자신 있으면 공부상서 그대가 군사를 이끌고 가 보시오." 공부상서 민어는 대꾸할 말이 없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한림학사 깔다구가 나와 아뢰었다.
"토끼라 하는 것은 미물 중의 미물이라 대왕의 위덕으로 그까짓 것 구하는데 염려하실 것이 뭐 있습니까?
토끼 몇 마리 바치라고 산군에게 편지를 내면 즉시 잡아 올릴 것이옵니다."
용왕이 듣고 그럴 듯하여 하문하셨다.
"편지를 쓴다면 누가 산군에게 갖다 줄 것인가?" 간의대부 모치가 즉시 아뢰었다.
"표기장군 벌덕게가 의갑이 굳사옵고 열 발이 있어 자유롭습니다.
또한 제 고향이 육지오니 편지를 갖다 주라 하옵소서."
그러자 벌덕게가 분이 잔뜩 나서 입에 거품을 부글부글 머금으며 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수륙이 다른데 산군이 어찌 대왕마마의 말씀을 듣겠습니까?
문관들이란 그저 입으로만 떠들기를 좋아하고 궂은 일은 우리 무관에게만 시키려고 하니 억울하옵니다.
자신 있으면 한림학사 자신이 편지를 가지고 가라 하십시오."
용왕이 들어보니 불쌍한 무관들이 문관들에게 평생 눌리다가 이런 때에 화풀이를 하는 것 같기에 손을 들어 말렸다.
"경들은 더 이상 떠들지 말라." 용왕이 명령하니 벌덕게와 깔다구가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
이에 용왕은 눈길을 백의재상 궐어에게 돌리고 입을 열었다. "토끼의 간을 구하기가 시급한데 문무가 불화하여 쓸데없이 떠들기만 하는구료. 어느 신하를 보내면 좋을지 선생이 말해 보오."
궐어가 어찌하여 백의재상이 되었는가.
본래 벼슬하기가 번거롭다 하여 한가이 물러가서 좋은 경치와 벗삼고 문장을 닦기에 힘썼다.
해서 용궁의 군신들이 강호선생이라 존칭하여 나라에 일이 있으면 예관을 보내 청해다가 의견을 들었다.
그러므로 벼슬 없이 나라의 일을 보아 백의재상이라 부르는 것이다. 용왕이 묻자 백의재상 궐어는 궐하에 엎드려 아뢰었다.
"신하를 아는 것은 임금밖에 없다고 옛말에도 있사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 충성스런 신하를 지목하여 보내옵소서."
그러자 용왕은 그 말이 옳다 하여 말씀하셨다.
"합장군 조개는 전신에 갑주를 입었으니 보내면 어떠한고?" 궐어가 부당하다고 아뢰었다 "합장군 조개는 진정 대장부라 보내면 좋을 것이오나 두루미하고 원수지간이라 아니 되옵니다.
만약 서로 다투다가 낚시군에게 잡히면 큰일이 아니옵니까?"
용왕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한 신하를 지목하셨다.
"언참군 메기가 긴 수염이 점잖으니 보내면 어떨꼬?"
이부상서 노어가 적격이 아니라고 아뢰었다. "요사이 종피 가루를 돌 밑에다 풀어놓았으니 메기는 민물 근처에 가면 죽을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대대로 충성으로 이름이 높은 도미를 보내면 어떠한가?"
우승상 잉어가 즉각 반대했다.
"서울은 쑥갓이 한창이고 시골은 풋 고사리가 날 때이니 보내면 소위탕, 찜감으로 변할 것이 옵니다."
용왕은 답답하여 다시 한 신하를 지목했다."올챙이가 저토록 배부른 것을 보니 속에 경륜이 가득 찼으리라.
올챙이를 보내면 어떠할꼬?"
좌승상 거북이 느릿한 어조로 아뢰었다.
"올챙이는 보내면 한두 달 안에 못 돌아올 것이니 개구리가 되면 뱀에게 죽을 것이옵니다."
용왕이 듣고 탄식했다.
"용궁의 이 많은 신하들 중에서 충성스러운 신하가 하나도 없단 말인가? 정말 통탄스럽도다."
이 때 갑자기 한 대장이 앞으로 나와서 크게 외치었다.
"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뭍에 나아가 토끼를 사로잡아 오겠으니 보내 주옵소서."
모두들 눈을 돌려 바라보니 머리는 두루주머니 같고 꼬리는 여덟 갈래로 갈라진 수천 년 묵은 예부상서 문어였다.
용왕이 크게 기뻐하여 칭찬하셨다. "그대의 용맹은 짐이 잘 아는도다.
그대는 충성을 다하여 빨리 세상에 나아가 토끼를 사로잡아 오라. 성공하면 그 공을 잊지 않으리라." 하고는 즉시 문성 장군에 봉하려고 하셨다.
이 때 갑자기 한 신하가 뛰어나오며 큰 소리로 문어를 꾸짖었다.
"문어야, 네가 아무리 키가 크고 위풍이 좀 있다 해도 말주변이 없고 생각이 모자라니 무슨 공을 세우겠다는 것이냐? 또한 세상 사람들이 너를 보면 좋아라 하고 잡아다가 요리조리 오려내어 국화 송이 모양으로 만들어서 혼인 잔치와 환갑 잔치에 쓸 것이다.
그리고 여러 선비들과 기생들이 즐기는 술상이나 아이들의 군것질에 쓰일 것이 네 고기니 무섭고 두렵지 않느냐?
내가 세상에 나가면 맹획을 일곱 번 놓아주었다가 일곱 번 다시 잡던 제갈량같이 귀신도 모 르는 계교로 토끼를 사로잡아 오기를 손바닥 뒤엎듯이 할 것이다."
모두들 크게 놀라 바라보니 수천 년 묵은 자라로 벼슬은 주부였다.
문어는 자라의 이 같은 말을 듣자 크게 노한 나머지 두 눈을 부릅뜨고 다리를 쭉 벌리며 검붉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벽력같이 꾸짖었다. "요망한 자라야, 네 듣거라.
기저귀에 싸인 애가 감히 어른을 몰라보니 바로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로다.
네 죄를 논하자면 태산이 오히려 가볍고 바다가 얕을 것이다.
네 모양을 볼 것 같으면 참으로 이상야릇하니 어물전의 꼴뚜기도 웃을 판이구나.
사면이 그토록 넓적하니 나무 접시와 뭐가 다르냐?
저렇게 작은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겠느냐?
세상 사람들이 너를 보면 두 손으로 움켜다가 끓는 물에 솟구쳐 끓여내니 자라탕이 별미로다.
세도 있는 집의 젊은이들이 즐겨 먹으니 네가 무슨 수로 살아오겠느냐?"
자라가 듣고 또한 분노하여 마구 꾸짖었다.
"너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오직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오자서-춘추시대 오나라 충신-는 남보다 뛰어난 지혜와 용기를 지니고서도 왕이 내려준 칼로 자결했고, 초파왕-초나라의 항우-은 그 기운이 세상을 덮을만 했으나 해하성에서 패한 것을 모르느냐? 어리석은 네 용맹이 내 지혜를 당하지 못할 것이로다."
"흥, 네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떠드느냐?" "문어야, 내 재주를 들어보아라.
넓고 넓은 바다에서 푸른 하늘에 구름이 뜬것처럼, 거센 바람에 낙엽이 지듯이 두둥실 떠올라서 네다리를 바트게 끼고 긴 목을 움추리고 넙죽하게 엎드리면 둥글둥글한 것이 수박 같고 평평하고 넓적한 것이 솥뚜껑 같도다.
나무 베는 아이들과 고기 낚는 늙은이들이 보아도 무엇인지 모르니 오래 살기가 태산 같고 평안 하기가 반석과 같다.
남이 모르는 변화가 무궁하고 육지에 이르러서 토끼를 만나면 잡을 꾀가 신통하다.
한신-한나라의 유명한 장군-이 광무군 싸움에서 이좌거-한나라의 이름난 선비-의 꾀를 얻어 초패왕을 꾀어낸 수단으로 토끼를 잡아올 수 있는 자는 나뿐이다.
네가 어떻게 나의 지혜와 깊은 계교를 따를 것이냐?"
문어가 듣고 보니 옳은 말이라 대꾸할 건덕지가 없었다.
별 수 없이 뒤통수를 툭툭 치고 흔들흔들 물러나니 낭패스럽기 짝이 없었다.
용왕이 자라의 손을 잡고 술을 부어 주면서 칭찬을 하셨다.
"그대의 슬기와 말솜씨는 참으로 놀랍도다. 부디 충성을 다하여 공을 세우고 빨리 돌아오라.
공만 세우면 부귀영화를 대대로 누릴 것이로다." 자라가 황공하여 엎드려 절한 뒤 아뢰었다.
"소신은 용궁에만 있었고 토끼는 산 속에만 있으니 그 모습을 알 길이 없사옵니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화공을 부르시어 토끼의 모양을 그려 주옵소서."
용왕이 옳게 여겨 즉시 그림과 글씨를 관장하는 도화서에 분부하여 화공들을 불러오게 했다.
이에 여러 화공들이 모이는데 인물을 잘 그리는 모연수(한나라 화가), 산수도를 잘 그리는 오도자(당나라 화가), 용을 잘 그리던 이장군-당나라 화가-그밖에 여러 화가들이 토끼 화상을 그리려고 문방사우를 차려 놓았다.
이어 화공들이 둘러앉아 토끼화상을 그리는데 각기 한 가지씩 맡아서 그리었다.
천하에 이름난 산의 경치를 보던 눈을 그리고, 두견새와 앵무새가 지저귈 때 소리 듣던 귀를 그리고, 난초, 지초등 온갖 향기로운 풀과 꽃을 따먹던 입을 그리고, 동지섣달 찬바람에 바람막던 털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겹겹이 싸인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펄펄 뛰던 발을 그렸다.
그려놓고 보니 두 눈은 도리도리, 앞다리는 짤막, 뒷다리는 길쭉, 두 귀는 쫑긋한 것이 분명히 산토끼였다.
용왕이 보고 크게 기뻐하여 뭇화공들에게 황금과 비단을 내리시고 그림을 자라에게 주었다.
자라가 공손이 절하며 받자 용왕은 친히 술잔에 술을 가득히 부어 거듭 석 잔을 권한 다음 말 했다.
"짐이 이제 그대를 먼 곳에 보내게 되니 군신 사이에 그리운 정을 이길 수가 없도다.
짐이 이 감회를 한 수의 글로 나타내 그대를 전송하려 하니 받아 보도록 하라."
이어 한 폭의 비단에 붓으로 시를 써서 주었다.
자라가 받아보니,
<오늘 그대가 먼길을 가는 것은 오직 짐 때문이니, 흰 구름 흐르는 머나먼 길에 반드시 청산의 명약을 얻어오게나.>
자라가 두 손으로 비단을 받아 시를 읽더니 곧 한 수의 시를 지어 용왕께 올렸다.
<귀하신 글이 갈길을 재촉하니 눈물은 그릇에 다하고 새벽빛이 열리도다. 떠나가는 신하의 의로운 뜻은 영약을 못 얻으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용왕이 자라가 바친 글을 보고 크게 칭찬하셨다.
"그대의 붉은 충성이 글 속에 나타나 있으니 토끼를 잡아오는 것은 이제 걱정할 것이 없도다."
이어 자라의 글을 여러 신하들에게 읽어보라고 좌승상 거북에게 내리셨다.
뭇신하들이 읽어 보고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라가 용왕께 하직하고 토끼 화상을 이리 접고 저리 접어 등에다 지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물에 가라앉기 알맞았다.
한참동안 생각한 끝에 오므렸던 목을 길게 늘이고 한편에 접어 넣고 도로 움추리니 감쪽같았다.
주부가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소식을 듣고 집안 식구들, 친척들이 모두 다 모였다.
자라의 모친이 근엄한 어조로 훈계했다.
"너의 부친이 욕심 많아 낚싯밥을 물었다가 일찍 세상을 떠난 다음 오직 너 하나만 믿고 살았 느니라. 네가 지금 벼슬하여 대왕을 섬기다가 대왕께서 병환이 나셔서 약을 구하러 간다 하니 부디 충성을 다하여라. 지성으로 하다가 못 얻거든 거기서 죽으리다 결심해라.
대대로 충신 집에 불충한 신하가 나오면 살아서 무엇하겠느냐?"
자라가 절하며 공손히 아뢰었다. 그러자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물 밖의 세상은 위태로운 땅이니 부디 조심하셔서 큰 공을 세워 가지고 오십시오.
다시 기쁘게 만나기를 부디 바라옵니다." 자라가 엄숙하게 대꾸했다.
"목숨이 길고 짧음과, 행운이 있고 없음은 모두 하늘에 달렸으니 뜻대로 되지는 못할 것이 오. 다녀올 동안에 늙으신 어머님과 어린 자식들을 잘 보호하고 살피시오."
이어 친척들이 차례로 하직했다 .
"아저씨, 평안히 다녀오십시오."
"형님, 부디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조카, 잘 다녀오너라."
자라가 뭇친척들과 일일이 작별 인사를 나누고 행장을 마련하여 넓은 바다 깊은 물에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지향없이 흐르다가 뭍으로 기어 올라갔다.
때는 춘삼월 한창 좋은 시절이었다.
산천의 초목과 뭇생물들이 저마다 즐기는데 활짝 핀 두견화에서는 향기가 진동하고, 쌍쌍이 나는 봄나비는 즐거움을 못 이기어 날아들었다.
하늘하늘한 버들가지는 시냇가에 휘늘어지고, 금황색 꾀꼬리는 고운 소리로 노래하고, 뻐꾸기는 서로 부르는데 참으로 신선 세계와 같았다.
소상강의 기러기는 간다고 인사하고, 강남서 방금 온 제비는 왔다고 인사하느라 분주히 날아 들었다.
나무 위의 비죽새는 즐겁게 웃고 함박꽃에는 뒤웅벌이 모여들었다.
방울새는 떨렁, 물레새는 짝걱, 접동새는 접동, 뻐꾸기는 뻐꾹, 까마귀는 까욱, 비둘기는 꾹꾹 우니 그것 또한 좋은 경치였다.
모든 산봉우리와 골짜기에는 꽃들이 활짝 피었고 시냇물은 흰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고 푸른 대나무와 소나무는 오랫동안 지녀온 절개를 나타내고 있었다.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활짝 피었고, 이상야릇한 바위들은 사방에 겹겹이 싸였다.
절벽 사이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와당탕 퉁탕 소리를 내며 흘러가니 진정 선경이었다.
자라가 한참 이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당신은 어디서 오셨소?" 자라가 정신이 들어 바라보니 자기 모습과 비슷한 짐승이었다.
해서 반가운 김에 꾸벅 인사를 하고 말하였다. "나는 용궁에서 온 자라 이온데 댁은 뉘시오?"
그러자 그 짐승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내 신분을 말하자면 장황하나 그대의 생김새가 나하고 비슷하니 설명을 하리라.
우리집 선조께서 남해의 용궁에서 벼슬하여 대대로 충신을 지내더니 조부님이 본래 성질이 강직하여 용왕께 직간 하시다가 소인의 참소를 만나 용궁 밖으로 내쫓겼소.
그 이후고향에 못 가시고 산에서 지내시니 사람들이 보고 불쌍하다 하여 남생 선생이라 불렀소.
할머니도 수중에서 기다리다 못해 육지살림 차리니 자식들을 낳아 도토리를 주워 먹고 살고 있다오."
자라가 들어본즉 바로 친척이 아니겠는가. 해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참으로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구료. 우리 선조가 육형제이신데 지금 수중에는 다섯 갈래 밖에 없구료. 얘기를 듣고 보니 형씨가 바로 우리집 종손이구료." 남생이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가 여지껏 헤어져 있다가 이제야 만났으니 정말 반갑기 이를 데 없소이다.
그런데 종씨는 어찌하여 수궁에서 나와 이렇게 거닐고 있습니까?" 자라가 듣고 적당히 대답했다.
"우리 수궁에서 이번에 대궐을 다시 짓는데 지관이 없어 눈이 밝기로 이름난 토끼를 모셔다가 터를 잡으려고 했소이다.
그런데 토끼의 생긴 형용을 몰라 이렇게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남생이가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 토끼를 만나려고 오셨구료. 토끼라면 저쪽 산골자기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자라가 듣고 크게 기뻐했다.
"종씨, 고맙소이다. 왕명이 급하니 나는 이만 가 보겠소이다.""살펴 가십시오."
자라는 남생이와 헤어져 푸른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며 토끼를 찾았다.
산골짜기를 들어서니 온갖 짐승들이 내려오고 있는데 발발 떠는 다람쥐, 노루, 사슴, 이리, 승냥이, 곰, 멧돼지, 너구리, 고슴도치, 호랑이, 원숭이, 코끼리, 여우, 담비 등이었다.
자라가 목을 늘여 이리저리 살피었더니 뒤쪽에서 한 짐승이 내려오는데 그림과 비슷했다.
얼른 갑주 안에 감추었던 그림을 꺼내어 비교해 보니 틀림없는 토끼가 아닌가.
자라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즉시 부르려다가 그 짐승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고자 거동을 잠시 살펴보았다. 풀잎도 뒤적이며 사리순도 뜯어보고 높은 낭떠러지 사이를 이리저리 뛰며, 할금할금 강동강동 뛰노는데 영락없는 토끼였다.
자라는 음성을 가다듬고 점잖게 물었다.
"높은 산마루에 산수도 좋을시고. 저 양반, 혹시 토선생이 아니십니까?
나는 본래 물나라의 호걸인데 천하에서 좋은 벗을 만나고자 널리 찾아 다니다가 오늘에야 산중의 호걸을 만났소이다.
이 기쁜 마음 그지없어 토선생을 초청하니 선생은 꼭 허락해 주십시오."
토끼의 근본 성질이 무겁지 못하고 몸 또한 왜소하니 산중의 모든 짐승들이 멸시했다.
하다못해 쥐와 다람쥐까지도 토끼야, 토끼야 하고 아이 부르듯 하는데 누가 와서 선생이라 부르니 토끼는 기분이 너무 황홀하여 깡충깡충 뛰면서 점잖게 대꾸했다.
"그 누가 날 찾는가?
산이 좋고 골짜기가 깊어 경치가 좋은 이 강산에서 나를 찾는 이가 그 누구인가?
수양산의 백이와 숙제가 고사리를 캐자고 나를 찾는가, 소부와 허유가 귀를 씻자고서 나를 찾는가, 부춘산의 엄자릉이 밭을 갈자고 나를 찾는가, 먼 산의 불탄 잔디에서 개자추가 나를 찾는가, 한나라의 장자방이 퉁소를 불자고 나를 찾는가, 상산사호(상산에 산다는 네 명의 신선)가 바둑을 두자고 나를 찾는가, 굴원이 물에 빠져 건져 달라고 나를 찾는가, 시 잘 짓는 이태백이 시 짓자고 나를 찾는가, 유령이 술 마시자고 나를 찾는가?
석가여래 아미타불이 설법하자고 나를 찾는가, 적벽강의 소동파가 뱃놀이를 하자고 나를 찾는가, 취용정에서 구양수가 잔치하자고 나를 찾는가, 그 뉘시오?"
두 귀를 쫑긋거리고 네 발을 발발 놀려 가만히 와서 보니 둥글하고 넙적하며 검고 편편한 것이 매우 이상하게 생기어 머뭇거리기만 했다.
"토선생, 어서 이리 오시오." 자라가 자꾸 오라고 청했다. 토끼는 위험이 없다고 느끼어 가까이 가 서로 절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토선생의 이름을 들은 지 오래여서 한 번 보기를 원하였는데 오늘에서야 호걸을 만나니 참으로 감개무량하오이다."
그러자 토끼가 귀를 쫑긋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온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구경했지만 그대같이 못생긴 짐승은 처음 보는 바이오. 담구멍을 뚫다가 학지뼈가 빠졌는지 발은 어찌 그리 몽똥하며, 양반 보고 욕을 하다가 상투를 잡혔는지 목은 어찌 그리 기다랍니까? 사면으로 살펴보아야 나무 접시 모양 이구료. 그건 그렇고 댁은 도대체 뉘시오?"
자라가 듣고 보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토끼를 잘 꾀어 가려면 성질을 부려선 안되겠으므로 애써 분을 누르고 의젓하게 대답했다. "나는 남해 용궁에서 주부 벼슬을 하고 있는 자라이외다.
토선생이 나더러 못생겼다고 하였는데 그건 천만의 말씀이요, 등이 넓은 것은 물에 떠다녀도 가라앉지 않기 위함이요, 목이 긴 것은 먼 데를 살피기 위함이요, 몸이 둥근 것은 모든 처사를 둥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물 속의 영웅이요, 수중 생물의 어른이니 세상에서 문무 를 겸한 이는 오직 나뿐인가 생각되오."
토끼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오랜 세월을 두고 갖은 풍파를 다 겪었으나 그대와 같은 호걸은 처음 만나오."
자라가 목을 길게 늘이고 물었다.
"그대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오?"
토끼가 한 번 깡충 뛰고는 대답했다.
"내 나이를 알려면 육갑이 몇 번이나 지났는지 모를 지경이오. 소년 시절에 달나라에 가서 계수 나무 밑에서 양방아를 찧다가 유궁후예-옛날에 선경에서 불사약을 구한 사람-의 부인이 불로 초를 얻으러 왔기에 내가 얻어준 적이 있지요.
이것만 보아도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이 내게는 제자 뻘이요, 팽조-오래 살았다는 전설상의 인물-가 비록 오래 살았다고는 하나 내게 비하면 입에서 젖비린 내가 날 정도지요.
그러니 그대와 비교해서 내가 어른이 아니겠소?"
이를 듣고 자라가 뒤질세라 자기의 자랑을 늘어놓는다.
"토선생, 그대는 스스로 어른이라 칭하니 소가 다 웃겠소이다.
아무튼 내가 지내온 일을 대강 말할 것이니 들어보시오. 다 듣고나면놀라 자빠질 것이오.
반고-한나라 때의 역사가-의 생일날에 잔치상을 내가 마련해 주었으며 천황씨가 임금 자리에 오를 때 술안주로 어물 갖추기를 내가 했으며 지황씨, 인황씨가 온 세상을 마련하여 다스릴 때의 일을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으며, 유소 씨가 나무를 얽어 집을 지을 때와 수인 씨가 불을 만들어 음식을 익혀 먹을 때도 모두 나와 함께 의논했다오. 어디 그뿐인 줄 아시오?
복희씨가 만든 팔괘로 용마의 등에 하도수를 나와 하마께 풀어 내었고, 또 공공씨가 싸우다가 하늘이 무너져서 여와씨가 오색돌로 하늘을 기울 때에 석수장이 노릇을 내가 하였지요.
또한 신농씨가 장기를 만들고 온갖 풀을 맛보아서 의약을 마련할 때에 내가 역시 참견하였으며, 헌원씨가 배를 만들 때 목수 일을 내가 했으며 축록들에서 치우가 싸울 때에 내가 돌기를 추천해 서 잡게 하였으며, 금천씨의 봉조서와 전옥씨에게 제신하던 술법을 내가 가르쳐 주었소.
그것 뿐이 아니오. 고신 씨가 스스로 제 이름을 자랑하던 말을 내가 옆에서 들었다오.
요임금의 강구노래는 지금까지 흥겹고, 순임금의 남풍가는 어제인 듯 즐겁구려.
우임금이 구 년 홍수를 다스릴 때에 그 공덕을 내가 칭송하였으며, 탕임금이 상림들에서 비를 빌던 일과 주나라의 문왕, 무왕, 주공의 찬란하던 시절이 내 눈에 아직도 뚜렷하고, 서해 바다로 놀러갔다가 굴원이 벽라수에 빠져 죽을 때 미처 건져내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한이 된다오. 이런 일들로 헤아려 보면 나는 토선생보다 몇 천 갑절이나 웃어른이 아니겠소?"
토끼가 듣고 어이가 없어서 입만 딱 벌렸다.
그러자 자라는 의뭉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이런 재담은 그만 두고 세상의 재미나 서로 이야기 해 봅시다."
토끼가 귀를 벌룸벌룸 하며 대꾸했다.
"이 세상의 재미를 말하면 그대는 재미가 나서 오줌을 줄줄 쌀 것이오.
그러나 그렇게 둥글넙적한 몸이 오줌 속에 빠져서 뱃놀이하느라고 헤어나지 못할텐데 그래도 괜찮겠소?"
자라가 속에서 치밀었지만 꾹 참고 점잖게 대꾸했다.
"헛된 자랑만 하지 말고 어디 대강 말해 보시오."
토끼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다.
"형씨는 산경치가 어떤 줄 아시오? 산봉우리는 칼날같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데 산을 등지고 물을 마주 대하니 앞에서 봄비가 연못에 가득 차 있고 뒤에는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오. 좋은 장소에 집터를 잡고 초당 한 칸을 지으니 반 칸은 청북이 차지하고 나머지 반 칸 은 밝은 달이 차지하는구려. 흙섬돌에 대나무 사립문이 고요하고, 깨끗하기 그지없는 학은 춤을 추고 봉황은 날아 오른다오. 뒷산에서 약을 캐고 앞내에서 고기를 낚으니 이 아니 즐 겁ㅈ를 않겠소?
청산에 밝은 달이 고요한데 깊은 산 속에 홀로 문을 닫고 산다오 .한가로운 구름이 그림자를 희롱하니 이 어찌 신선이 사는 곳이 아니겠소? 이 몸이 구름과 같아서 세상의 시비가 없고 보니 내 자취를 그 누가 알겠습니까?
추위가 지나가고 더위가 돌아오면 철이 바뀌었음을 짐작하고 날이 가고 달이 오니 세월이 흘러가는 것도 모른다오. 물 맑고 산 푸른 깊은 곳에 온갖 화초는 우거지고 봉황새와 꾀꼬리가 아름답게 지저귀니 이 봉우리 저 봉우리가 풍악으로 가득 차오. 석양에 취한 흥을 반쯤 띄고 강산의 풍경을 구경하며 곤륜산 상상봉에 흰구름을 쓸어 밀치고 땅의 형세를 내려다보니 태산은 청룡이 되어 있고, 화산은 백호로 변해 있더이다. 상산은 현무가 되고 형산은 주작이 되었구려.
소상강과 팽려택 으로 연못을 삼고 황하와 양자강으로 띠를 삼아 적벽강의 아름다운 경치는 글을 지어 노래하고, 아미산의 달빛은 취중에 희롱하고, 삼신산의 불로초는 마음대로 뜯어 먹고, 동정호에서 목욕하다가 산속으로 돌아오면 바윗돌이 곧 집이 되지요.
한가롭게 누워 있으면 수풀 사이로 밝은 달이 나타나 은근한 친구와 같고,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는 은은한 거문고 소리라 할 만하지요. 돌베개를 높이 베고 취흥에 잠이 드니 어디선가 학의 울음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지요.
이윽고 일어나서 한산의 돌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이리저리 거니니 흰 구름은 천리만리 피어 있고, 밝은 달은 앞내와 뒷내에 골고루 비치고 있다오. 산이 첩첩하고 물이 잔잔하니 이 아니 좋으리오. 도도한 이 내 몸은 산과 물 사이에 있으니 무한한 이 경치를 어찌 정승 벼슬과 바꾸리오.
동편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부니 한가롭기 그지없고 앞에 있는 시냇물을 굽어보며 글을 지으니 이 아니 좋습니까?
오동밭의 밝은 달은 가슴에 비치고 버들가지의 맑은 바람은 얼굴에 불어오니 청풍 명월이 나의 친구가 아니겠소? 병 없는 이내 몸은 태평한 세상에 한가로운 백성이 되었으니 이는 참으로 땅 위의 신선이외다. 강산의 풍경을 마음대로 희롱한들 그 누가 시비하겠습니까?
배꽃과 복숭아꽃이 활짝 피고 푸른 버들이 드리운 곳에 동서남북의 미인들 와서 노니 그 풍경 한 번 근사하지요.
오월 단오날이면 녹음 방초 우거진 곳에 색동옷을 입은 미인들이 버들가지에 그네를 매고 짝을 지어 뛰는 모습은 광한루가 분명하지요. 풍류를 즐기는 호걸로 태어난 이내 몸은 이 세상 재미를 나 혼자 즐기고 있소이다."
말을 다 듣고 난 자라가 목을 이리저리 흔들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우습고 우습도다. 그대의 말은 모두 거짓이니 그 누가 곧이 들으리오.
내가 그대의 신세를 생각하건대 최소한 여덟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두 귀를 기울여 잘 들으시오. 동지 섣달 추운 겨울내 흰 눈은 휘날리고 깎아지른 절벽은 빙판이 되어 산골짜 기가 막혔으니 어디 가서 지낼 것인가? 이것이 바로 첫 번째의 어려움이오.
북풍이 사납게 부는데 돌구멍 찬 자리에서 먹을 것은 전혀 없어 콧구멍을 핥을 적에 이는 얼음같이 얼어 붙고 네 다리가 굳어져서 팔자타령 절로 나오니 이것이 둘째 어려움이오, 봄바람이 따뜻한데 꽃송이와 풀잎이나 뜯어 먹자고 산 속으로 얼마큼 들어가니 뜻밖에 저 독수리란 놈이 날개를 접고 살같이 달려들 때 두 눈에서 불이 나고 작은 몸이 오그라져서 바위틈으로 기어들어 넋을 잃으니 불쌍하구나. 이것이 셋째 어려움이요.
오뉴월 삼복 중에 산과 들에 불이 나고 시냇물이 끊어질 적에 살에서는 기름이 번지고 털에서는 누린내가 풍풍 풍겨 짧은 혀를 길게 빼고 급한 숨을 헐떡이며 샘가로 달려갈 때 그 꼴이 오죽 합니까? 이것이 네 번째의 어려움이오.
단풍이 붉어지고 국화꽃이 만발할 적에 과실이나 얻어먹자고 조용한 곳으로 찾아가니, 아뿔싸 매를 가진 사냥군이 봉우리에 높이 앉아 있고 근력 좋은 몰이군과 냄새 잘 맡는 사냥개가 뒤를 쫓으니 발톱이 뭉그러지고 진땀이 바짝 나서 천방지축 달아나는구나.
이것이 다섯째 어려움이오.
천행으로 멀리 도망하여 죽을 고비를 벗어나니까 총 잘 쏘는 포수가 총을 둘러메고 이 목과 저 목에 질러 앉아 탄환을 재어서 염통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기니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고 간장을 말리며 간신히 도망해 숨을 곳을 찾으니 여섯째 어려움이오.
모진 고생 끝에 간신히 숲속으로 달려드니, 얼숭덜숭한 큰 호랑이가 철사같이 모진 수염을 위엄있게 꼬고 버티고 있구나. 소리는 우레와 같고 대가리는 산덩이 만하며 허리는 반달 같고 터럭은 불빛인데 칼 같은 꼬리를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주홍같은 입을 크게 벌리고 써레 같은 이빨을 딱딱거리며 번개같이 날랜 몸을 사방으로 이리저리 번득이며 좌우를 충돌하여 이 골짜 기와 저 골짜기를 두루 다니니 어찌 무섭지가 않으리오. 공연히 돌도 툭툭 밟아보고 나무도 뚝뚝 꺾어보고 하니 그 위풍이 늠름하고 풍채가 또한 씩씩하여 당당한 산군이로다.
제 용맹을 버럭 써서 횃불같은 두 눈을 부릅뜨고 톱날 같은 발톱을 내놓고 숨을 한 번 씩 하고 쉬면 나무가 왔다갔다 하는구나.
소리를 한 번 우웡 하고 지르면 산악이 움직움직하니 천지가 캄캄하고 정신이 아득하여 죽을 맛이로다. 이것이 일곱째의 어려움이요.
죽을 것을 겨우 면하고 목숨을 보존하여 넓은 들판으로 달려드니 침이 말라 목구멍이 다 칼칼 하도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변인고. 나무를 베는 초동들과 소먹이는 아이들이 창과 몽둥이 를 둘러메고 잡으려고 달려드니 이것이 바로 여덟째 어려움이오.
그대가 이렇듯 어려울 때에 무슨 경황에 경치를 구경하며 어느 틈에 삼신산에 가서 불로초를 먹고 동정호에 가서 목욕할 것이오? 그 밖에 다른 고생도 부지기수이지만 그대가 듣기에 좋지 않은 듯하여 이만하겠소."
토끼가 듣고 샐쭉하여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소진-전국 시대의 웅변가-과 장의-전국시대의 웅변가-말씀도 잘 하시고 소강절의 추수인지 알기도 잘 아오. 그러나 남의 흠을 너무 말하지 마십시오. 듣는 이도 생각이 있소이다.
거룩하신 공자님도 진채에서 어려움을 당하셨고 천하제일의 장사였던 초패왕도 대택 속에 빠졌으니 화와 복은 하늘에 매여 있고 잘되고 못됨은 운수에 달린 것이오.
그건 그렇고 그대의 고향인 용궁의 재미는 어떤지 한번 말씀해 보구려."
자라가 목청을 가다듬고 점잖게 입을 열었다.
"우리 용궁의 얘기를 하면 토선생은 아마 놀라 자빠질 것이오.
오색 구름이 깊은 곳에 붉고 높은 궁궐이 하늘로 치솟았는데 백옥으로 층계를 만들고 호박으로 주춧돌을 하였으며 기둥은 산호요, 난간은 대모로다. 황금으로 기와를 잇고 유리창과 수정렴에 야광주로 초롱을 달고 칠보를 방마다 깔았으니 그 빛깔은 햇빛마저 가리고 서기가 공중에 서려 있소이다. 날마다 잔치가 베풀어지고 잔치마다 풍류가 귾이지를 않으니 정말 선경 이오. 연꽃 같은 미녀들이 쌍쌍이 춤을 추며 포도주와 벽동주와 천일주를 앵무배에 가득히 부어 놓고 호박반 유리상에 금강초 옥찬치 불사약을 소복히 담아다가 일일이 권하니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황홀해지지요.
아미산의 달빛과 적벽가의 좋은 경치, 방장산 봉래산 영주산을 낱낱이 구경하고 뱃놀이를 한 끝에 돌아올 적에 채석강, 소상강, 동정호, 팽려택을 뜻대로 오고가니 이 아니 좋은가.
이슬은 강에 빗겨 있고 물빛은 하늘을 접하였구나. 지는 노을은 따오기와 함께 날고 가을 물은 긴 하늘과 한빛일 때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남으로 터져 있고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떠 있지요.
모랫가에 기러기는 내려 앉고 흰 갈매기는 잠드는구나.
어디선가 구슬픈 퉁소 소리는 어부사를 화답하니 깊은 구렁에 잠긴 용은 춤을 추고 외로운 배에 있는 과부는 슬피 운다오. 달이 밝고 별은 드문드문한데 까마귀와 두 아내인 아황과 여영이 비파를 뜯어 울적함을 씻어주고 강 건너편에서 장사하는 아가씨가 부르는 노랫가락은 간장을 녹여내는구나. 밤중에 은은한 쇠북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가.
바람결에 뚜렷한 방망이 소리는 강촌에서 울리는 거로구나.
초강에서 고기잡는 어부들은 어기여차 노래하고 금못과 옥섬에서 연꽃을 따는 아가씨들은 상사곡 을 노래하니 정신이 다 황홀하구나.
아마도 신선 세계는 수궁 뿐인가 생각되오."
토기가 저으기 의심이 일어나 흥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
"그대는 참으로 복이 많은 분이구료. 나는 본래 팔자가 기박하여 산림처사로 산중에 매여 있으니 부질 없이 남의 호강을 부러워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자라가 점잖게 입을 열었다.
"나는 벗을 위하여 좋은 도리를 권하려고 한 것이니 그대는 조금도 달리 생각하지 마시오.
옛말에도 말하기를 위태한 곳에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 있지 말라고 했소이다.
그런데도 그대는 어찌하여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냥 살고 계시오? 이제 이렇게 나를 만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만약에 그대가 이 티끌 세상을 하직하고 나를 따라 수궁으로 들어간다면 선경에서놀면서 천도, 반도 복숭아와 불사약, 천일주, 홍감로를 날마다 취하도록 먹을 수 있을 것이외다.
또한 깊은 대궐 높은 집에서 무산의 선녀가 벗이 되어 순임금의 오현금과 왕대욱의 옥퉁소와 춘면곡, 양양가를 때때로 화답하며 악양루의 경치도 구경하고 등왕각에서 잔치하니 이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겠오? 그리고 황학루에서 글도 짓고 봉황대에서 술을 먹으니 태평한 세상의 부귀공명은 꿈 속에서 부쳐 두고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십시오."
자라가 그럴듯 하게 꾀자 토끼는 수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의 말은 비록 듣기에는 좋으나 매우 위태하오. 속담에 이르기를 팔자 도망은 독 안에 들어도 못한다고 했소이다. 나처럼 육지에 살던 몸이 무엇하러 물나라에 들어가겠소?
용궁의 고생이 육지의 고생보다 더 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 있소? 첫째로 숨을 쉴 수가 없을 것이니 세상 만물 중에서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어디 있겠으며, 둘째로 네 발은 멀쩡해도 헤엄을 칠 줄 모르는데 넓고 깊은 푸른 물을 무슨 수로 건너갈 것입니까?
팔자에 없는 남의 호강을 쓸데없이 욕심내어 이 세상을 하직하고 그대를 따라 수궁으로 들어갔다가는 반드시 일곱 구멍에 물이 들어가 필경 죽을 것이오. 내 목숨을 속절없이 고기 뱃속에 장사 지내면 임자 없는 내 넋이 푸른 바닷물 속에 외로운 넋이 되어서 굴원과 짝이 될 것이니 일가친척과 자손들이 어떻게 나를 찾을 수 있겠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십에 팔구는 위태합니다 그려."
자라가 웃으며 그럴 듯하게 대꾸했다.
"토선생은 어찌 그리도 답답합니까? 그대는 한 가지만 알고 두 가지는 모릅니다 그려.
옛말에도 긴 강을 한 개의 갈대로 건너간다라고 했소이다.
여선문-송나라의 상량문을 잘 짓는 인물-은 광묘궁에 들어가서 상량문을 지어주고, 천하에 글 잘 짓는 이태백은 고래를 타고 달을 건지러 들어갔고, 삼장법사는 수륙 삼천 리 를 건너가서 대장경을 구해왔고, 한나라 대 장건은 은하수에 올라가서 직녀의 지기석을 주워 오고, 서방세계의 아란 존자는 연잎에 거북을 타고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헤엄쳤으니 생물의 목숨이 하늘에 달려 있는데 공연히 죽을 것 같습니까?
대장부로 태어나서 이렇듯 연약하니 될 말이오? 자고로 군자는 사람을 몹쓸 곳에 추천하지 않는 법이니 내가 어찌 그대를 나쁜 곳에 권하겠습니까?" 토끼가 마음이 솔깃하여 물었다.
"나는 본디 산중에 깊이 살아 벗을 사귀지 못하였고 또한 평안이 살 곳을 찾고자 한 생각이 없지 않으니 그대가 빨리 가르쳐 주면 어떻겠습니까?"
자라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이놈이 드디어 내 계략에 말려드는구나.' 그러나 내색은 않고 사뭇 점잖은 투로 말했다.
"내가 그대의 얼굴을 보니 털빛이 누릇누릇, 해뜩해뜩하고 금빛을 띠었으나 염려할 필요가 없소이다. 목을 길게 타고났으니 고향을 바라보고 타향살이할 기항이요, 하관이 뾰족하니 위로 구하면 거슬리게 되어 무슨 일을 해도 어렵지만 아래로 구하면 순리대로 되어 온갖 일이 크게 좋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두 귀가 희고 잘 생겼으니 남의 말을 잘 들어 부귀를 누릴 것이요, 이마가 탁 틔었으니 용문에 올라 이름을 빛낼 것이요, 목소리가 부드러우니 사는 동안 험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토선생의 관상이 이처럼 좋으니 이 뒤에 영화와 부귀가 무궁하여 즐거움을 누리는데 끝이 없을 것 입니다.
당나라 명황의 양귀비와 한나라 무제의 승로반이요, 팔자로는 백자천손을 거느린 곽자의요, 부자라는 석승이요, 풍악으로는 요임금의 대황곡과 순임금의 봉조곡, 장자방의 옥퉁소가 저절로 따를 것입니다. 또한 사마상여의 거문고에 탁문군이 담을 넘어올 것입니다.
말솜씨는 전국시대를 휩쓸던 소진과 장의도 따라오지 못하고, 가슴에 품은 경륜은 팔진도로 지휘하던 제갈량이 저리 물러갈 것이오. 이러한 생김새와 너그러운 마음씨가 세상에 으뜸이 요, 천하를 주름잡을 만한 영웅호걸입니다.
그대가 마침 팔딱팔딱 뛰는 버릇이 있으므로 이 땅에서만 묵혀 있어서는 위에 말한 여러 가지 즐거움을 결코 한 가지도 누리지 못하고 도리어 그 전과같이 재앙만 있을 것입니다.
오직 이 땅을 떠나야만 온갖 일이 뜻대로, 될 것이니 심사숙고하시오."
토끼가 듣고 나더니 기분이 좋아 코를 벌름벌름하면서 말했다.
"내 얼굴도 뛰어나지만 그대의 관상보는 재주도 신통하구료. 내가 그대를 보니 보통 인물은 아닙니다.
마음이 너그럽고 착한 것이 평생에 남을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나같이 보잘 것 없는 떠돌이꾼을 좋은 곳에 추천하니 고맙기가 그지없소이다.
그건 그렇고 수궁에 들어가면 벼슬하기는 쉬운지요?" 자라가 듣고 속으로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네가 드디어 내 꾀에 말려 들었구나.' 해서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토선생은 아직 모르고 계시는군요. 역산에서 밭을 갈던 순임금은 당요로부터 임금자리를
물려 받았고, 위수에서 고기를 낚던 강태공은 주나라 문왕의 스승이 되었고, 신야에서 밭을 갈던 이윤은 탕임금의 재상이 되었고, 부암에서 담을 쌓던 부열은 은나라 고종의 어진 재상이 되었고, 소를 먹이던 백리해는 진나라 목공의 정승이 되었고, 빨래하는 여자에게서 밥을 빌어먹던 한신은 한나라의 명장이 되었으니, 이 세상이나 우리 수국이나 뽑히기는 일반이오.
어진 임금은 신하를 가려 쓰고, 밝은 신하는 임금을 가리는 법이니 우리 용왕께서는 문무를 다 갖추시어 어진 선비를 널리 구하는 중이올시다. 그래서 한 가지 능력과 한 가지 재주만 있는 자라도 모두 높은 벼슬에 올려 쓰십니다.
나같이 재주없는 인물도 벼슬이 외람되게 주부에 이르렀으니 더구나 토선생처럼 훌륭한 바탕과 뛰어난 문필을 지닌 인물이야 가기만 하며 부귀가 저절로 굴러 들어올 것입니다.
지금 용궁에는 역사책을 꾸미지 못해 태사관-역사를 기록하는 관리-이 될 인물을 널리 구하고 있지만 적당한 사람이 없어서 근심한 지가 오래입니다.
보아하니 토선생의 글재주가 이 소임에 꼭 알맞을 듯합니다. 만약 그대가 중서군의 옛붓대를 잡아 동호의 의리를 밝혀 준다면 우리 수국의 다행이겠고 그대의 높은 이름이 온 세상에 떨쳐질 것입니다. 내가 토선생과 함께 용궁으로 들어가면 즉시 우리 용왕께 곧장 추천할 것입니다."
토끼가 듣고 마음이 솔깃했지만 아직도 의심이 있어 주저했다.
"그대의 말이 그럴 듯하지만 어젯밤의 내 꿈이 불길하니 마음에 저으기 꺼림칙합니다."
자라가 듣고 점잖게 말했다.
"내가 젊어서 조금 해몽하는 법을 배웠으니 그대의 꿈 얘기를 한 번 듣고 싶소이다."
토끼가 눈을 껌벅껌벅하면서 대꾸했다.
"꿈에 칼을 빼어 배에 대고 몸에 피를 칠해 보이니 아마도 좋지 못한 일을 당할까 염려됩니다."
자라가 잠시 생각하다가 능청스럽게 말을 받았다.
"너무 좋은 꿈을 가지고 공연히 걱정하십니다. 그려. 배에 칼을 대었으나 칼은 곧 금이므로 금띠를 띌 것이요, 몸에 피칠을 하였으니 붉은 관복을 입을 징조입니다. 이름을 온 세상에 떨칠 것이니 이 어찌 부귀할 꿈이 아니겠오? 공자가 주공을 본 것은 성인의 꿈이요, 장자가 나비로 된 꿈은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꿈이요, 제갈공명이 초당에서 꾼 꿈은 먼저 깨달았다 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대의 꿈은 수국으로 들어가면 모든 사람 위에 오를 것을 의미하니 이 얼마나 좋은 꿈입니까?"
토끼가 듣고 정신이 황홀해지고 지금 당장이라도 높은 벼슬길에 오를 것만 같았다. 해서 기쁜 얼굴로 자라를 보며 말했다.
"그대의 해몽 실력은 참으로 귀신같소이다. 소강절-송나라 의 학자-과 이순풍이 다시 살아온다 해도 그대보다 잘 풀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꿈이 이미 나타났으니 내 부귀는 손 안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오.
그러나 넓고 깊은 바닷속을 어찌 들어가겠습니까?" 자라가 크게 기뻐하며 대답했다.
"토선생은 조금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내 등에만 오르면 어떤 풍랑이라도 파선할 염려가 없고 무사히 용궁에 당도할 것이니 무엇을 걱정하겠소?"
토끼가 제법 점잖은 체하며 사례했다. "그대가 벗을 위하여 이렇게 수고를 아끼지 않으려 하니 정말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대의 등에 올라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니 마음이 불안하구려." 자라가 웃으며 말했다.
"토선생은 참으로 고지식합니다. 그려. 위수에서 고기를 낚던 강태공은 주나라 문항과 함께 수레를 함께 탔고, 이문에서 문을 지키던 투영이는 신릉군의 웃자리에 앉았으며 부추산에서 밭을 갈던 엄자릉은 한나라 광무제와 한 베개를 베고 누웠습니다. 그러니 친구를 위한 자리에 높고 낮음이나 귀하고 천한 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이제 함께 들어가면 한평생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나눌 것이니 무엇이 미안할 것이 있습니까?"
토끼가 크게 기뻐하여 고개를 숙여 절하며 입을 열었다.
"그대의 높은 은혜는 참으로 뼈에 사무치도록 잊을 수가 없소이다.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못당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중에서도 저 몹쓸 사람들이 총을 둘러 메고 암상스럽게 보챌 때는 송편으로 멱을 따고 접시 물에 빠져 죽고 싶은 때가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맏아들 놈은 나무하는 아이에게 죄없이 잡혀가서 구멍밥을 먹어가며 갇힌 지가 어느덧 칠판 년인데 놓여 나올 가망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 아들놈은 사냥개에게 물려가서 까막까치의 밥이 되었는지 지금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이런 일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고 속이 상해서 어찌하면 이 원수 같은 세상을 하직할까 생각하며 밤낮으로 궁리하던 차에 천만 뜻밖에도 그대 같은 군자를 만나 밝은 세상을 보게 되니 이것은 하늘이 지시하고 귀신이 도우신 것으로 압니다.
성인이라야 능히 성인을 안다고 하더니 나와 같은 영웅이 아니면 그 누가 능히 알 것입니까?
하늘에서 내리신 영웅이 그대가 아니었더라면 헛되이 산중에서 늙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니면 수국의 백성들이 어진 벼슬아치를 만나지 못할 뻔했습니다."
토끼는 의기양양하여
자라와 함께 바다로 떠나려고 했다. 이때 바위 뒤에서 한 짐승이 달려나오며 크게 소리쳤다.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의 수작을 처음부터 대강 들었도다. 이 어리석은 토끼야, 내 말을 자 세히 들어보아라. 대개 부귀 공명이란 뜬구름과 같은 것이요, 또 차례가 있는 법인데 네가 이제 허무맹랑한 자라의 말을 듣고 죽을 땅에 가려고 하니 그 아니 불쌍하냐? 그리고 속담 에도 이르기를 고향을 떠나면 천해진다고 했으니 네가 만약 용궁으로 들어간들 무슨 부귀를 갑자기 얻을 것이냐? 너는 헛된 욕심을 내지 말고 나의 충고를 듣거라." 토끼가 이 말을 듣 고 두 귀를 쫑긋거리며 발을 멈추는 것이 머뭇거리는 빛이 완연했다.
자라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너구리였으므로 크게 노하여 속으로 욕을 했다.
'내가 지금 토끼를 온갖 꾀로 달래어서 거의 뜻을 이루었는데 저 원수 같은 너구리놈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방해하는 것인가?
하지만 내가 만약 어색한 빛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간사한 토끼 놈이 의심할 것이니 내가 먼저 너구리 놈의 말을 타박하여 토끼가 스스로 깨닫게 하리라.' 해서 껄껄 웃으며 너구리 를 향해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어찌 그리 무식하오? 조주땅 선비인 여선문은 일개 가난한 문사였으나 우리 수궁에 들어와서 영덕전의 사량문을 지었으므로 우리 용왕께서 야광주 열 개와 통천서각 한 상을 내리셨오.
이 소문이 천하에 알려져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거늘 그대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구료.
더구나 태사관은 나라의 귀중한 벼슬이므로 내가 토선생의 문장과 필법을 아끼어 함께 가자고 한 것인데 그대가 공연히 남을 의심하여 마치 천한 벗을 죽을 땅으로 인도하는 것 같이 말씀하니 이 무슨 논리입니까?
나는 남의 의심을 받아가며 토선생과 함께 가지는 못하겠오." 준절히 꾸짖고는 토끼를 보고 정중히 말했다.
"내가 토선생과 지난날에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어찌 그대에게 조금이라도 해로운 일을 권 하겠습니까? 그대는 나와 불과 하루의 사귐이 있을 뿐이니 어찌 옛친구의 충고를 저버릴 수 있겠소.
나는 본래 우리 용왕의 분부를 받들고 동해로 사신차 갔다가 오는 길이므로 오래 머무르지 못하겠으니 이제 떠나렵니다. 토선생은 부디 편히 지내시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아서서 가려고 하니 너구리는 무안하여 한편으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러자 토끼의 마음이 급해져 너구리를 향해 매섭게 꾸짖었다.
"네가 무슨 일로 남의 앞길을 방해하느냐?"
하고는 급히 자라를 쫓아가며 크게 소리쳤다. "주부어른, 그대는 거기 잠깐 머물러 나의 말 을 들으시오."
자라는 속으로 크게 기뻤으나 일부러 두어 걸음 더 가다가 뒤로 돌아섰다.
"토선생은 무슨 일로 나를 쫓아 옵니까?" 토끼는 점잖게 한 마디 했다.
"그대는 왜 이다지도 마음이 넓지 못합니까?
내가 아무리 어리석으나 어찌 무식한 자의 부질없는 말을 곧이 들으려고 합니까.
내가 어찌 그대가 나를 생각해 주는 점을 모르겠습니까?
내가 잠깐 망설인 것을 탓하지 말고 어서 떠납시다." 자라가 크게 기뻐하여 서둘러 토끼와 함께 해변으로 내려갔다.
망망한 대해는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산에서만 살던 토끼 어찌 놀라지 않으랴.
"아니, 저게 모두 물이요?" "그렇지요." "수국의 사람은 모두 저 속에서 산단 말씀이요?"
"물론이지요." "콧구멍에 물이 들어갈 테니 숨을 쉴 수 있겠오?"
"그렇기에 내 콧구멍은 조금만 뚫렸지요." "내 코는 구멍이 크니 어찌하란 말씀이요?"
"쑥 잎을 뜯어 막으시오." "얼마나 깊으오?" "한 번 빠지면 한 달을 내려가도 발이 땅에 닿지 않으오."수작하며 토끼를 등에 업고 푸른 물결에 뛰어들어 남해 용궁으로 향했다.
토끼는 자라의 등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니 소상한 깊은 물은 눈앞에 고요하고 동정호 넓은 호숫물은 그 크기를 짐작하지 못 하겠구나. 토끼는 마음이 흐뭇하여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하늘의 도움으로 자라를 만나 세상의 티끌과 산중의 고생을 다 내던지고 수국으로 들어가사 부귀를 누릴 것이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해서 자기도 모르게 의기양양해서 한 곡조의 노래를 불렀다.
<세상을 하직하고 길을 떠나니 물나라가 푸른 산보다 크구나. 자라 등에 높이 앉아 한없 이 가고 또 가니, 흰 구름이 오고 가며 웃는도다. 내가 장차 사기의 붓대를 잡으면 수국의 백성들이 모두 무릎을 꿇을 것이로다. 부귀와 영화에 맑고 한가함을 겸하였으니 평생의 편 안함을 기약하는도다.>
토끼는 노래를 마치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자라가 듣고 속으로 코 웃음을 쳤다. '이 토끼란 놈이 정말 교만하구나.'
그러나 내색은 않고 노래로 화답했다.
<한 조각 붉은 마음을 품고 바쁘게 청산을 오고가는구나. 이 몸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푸른 물 결을 박차고 갔다 오는구나. 간사한 토끼를 얻어 공을 세우니 대왕의 기쁜 안색을 뵈오리라.
우리 대왕의 병환이 쾌차하시고 나라의 평안함을 기뻐하리라.> 토끼가 듣고 마음 속에 의심이 크게 일어 물었다.
"그대의 노래 속에 뭔가 깊은 뜻이 있는 것 같구려. 무슨 까닭이요?"
자라는 속으로 움찔했으나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내가 흥이 나서 그냥 부른 것인데 거기 에 무슨 뜻이 있겠오?"
토끼는 그래도 의심이 안 가셔져 다시 물었다.
"간사한 토끼를 얻어 공을 세웠다고 한 것과 우리 대왕의 병환이 나으셨다는 말은 무슨 뜻이오?"
자라가 토끼의 말을 듣고 속으로 비웃었다.
'네가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나를 의심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이에 대꾸하지 않고 바삐 헤엄쳐 눈깜짝할 사이에 남해 수궁에 이르러 토끼를 내려놓았다.
"그대는 부질없이 나를 의심하지 말고 빨리 숙소로 갑시다."
자라의 말에 토끼가 눈을 들어 살펴보니 천지가 넓고 해와 달이 밝은데 눈부신 대궐이 하늘에 솟아 있고 문과 창에는 서기가 어려 있었다.
토끼는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의심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 자라를 따라 숙소에 이르렀다.
"토선생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내가 바로 용궁에 들어가서 우리 대왕께 그대와 같이 온 것을 여쭈고 오리다."
자라가 말하고 바삐 나가므로 토끼는 마음속에 다시 의심이 일었다.
'내가 이처럼 멀리 왔는데 술 한 잔도 대접하지 않고 바삐 궁중으로 들어 가니 이 어찌된 일인가?'
그러나 곧 머리를 흔들어 의심을 떨어냈다.
'아마 나의 높은 이름을 수국의 임금과 신하들에게 먼저 들어가서 아뢰려는 거로구나.
임금은 급히 통문관 대제학 벼슬을 주시어 며칠 안으로 여러 해 그냥 두었던 사기를 쓰라고 하기에 정신이 없어 사소한 접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겠지.' 해서 할 일 없이 혼자 앉아 있었다.
이때 자라가 급히 궁중으로 들어가니 모여있던 신하들이 모두 반기며 즉시 용왕께 아뢰었다.
용왕은 자라를 불러들여 용상 아래 가까이 앉으라 하며 무사히 다녀온 것을 치하하는 한편 토끼의 소식을 물었다. 자라가 머리를 거듭 조아리며 아뢰었다.
"신이 왕명을 받자와 거친 풍랑을 헤치고 무사히 동해가에 이르렀나이다. 하여 그곳 깊은 산으로 들어가 토끼 하나를 만나 백가지로 꾀고 천 가지로 달래어 간신히 데리고 지금에야 돌아와 토끼를 여관에 머물러 있게 하고 급히들어왔나이다.
그 동안 귀하신 몸의 병환은 어떠하신지 염려가 되옵니다."
이어 토끼를 꾀던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용왕이 듣고 나서 무릎을 치며 기뻐하셨다.
"그대의 충성심과 말재주는 가히 남해 용궁에서 으뜸이라 할 만 하도다. 하늘이 도우셔서 그대 같은 신하를 내게 내린 것이로다." 용왕은 즉시 온 조정의 신하들에게 분부하셨다.
"짐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자 옵고 수국의 어른이 되어 지금까지 다스렸지만 덕이 부족하여 늘 두려운 생각이 들었도다.
그러다가 갑자기 병을 얻어 치료할 방법이 아득하던 중에 별주부의 지극한 충성으로 인간 세상에 나아가 토끼를 얻어왔으니 이제 그 간을 시험하면 짐의 병이 깨끗이 나을 것이로다.
이는 온 나라의 큰 경사이므로 모든 신하들은 영덕전으로 모여라. 별주부는 특별히 벼슬을 높여 자헌대부-정이품의 문관벼슬,-약방제조-궁중의원의 우두머리-겸 충훈부당상을 제수하 노라." 자라가 듣고 황공하여 엎드려 절했다. "항공무지로소이다."
모든 신하들이 이 분부를 듣고 즐거워하며 일제히 영덕전으로 모였다.
이윽고 하례가 끝난 다음 용왕이 분부했다 ."어서 토끼를 잡아 들여라."
그러자 금부도사 명태가 나졸들을 이끌고 여관으로 풍우같이 달려갔다.
한편 토끼는 여관방에 앉아서 자라가 돌아오기만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그런데 자라는 오지 않고 대신 금부도사가 이르러 어명을 전하며 나졸들을 시켜 꽁꽁 묶은 다음 바람처럼 몰아다가 영덕전 아래에 꿇어앉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토끼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용상을 우러러보니 용왕이 머리에 황금관을 쓰고 몸에 용포를 입고 손에 백옥홀을 쥐었는데 뭇신하들이 좌우에 시립하고 있는 것이 매우 엄숙하고 위세가 놀라웠다.
용왕이 선전관 전어를 시켜 토끼에게 분부하셨다. "짐은 수국의 왕이요, 너는 산중의 조그만 짐승이로다. 짐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남해를 다스리다가 갑자기 병을 얻어 자리에 누운지 오래인데 오직 너의 간만이 약이 된다고 하는도다.
해서 특별히 별주부를 보내어 너를 데려왔으니 너는 죽음을 한탄하지 말라. 네가 죽은 뒤에는 네 몸을 비단으로 싸고 백옥과 호박으로 관을 만들어 명당자리에 장사지내 줄 것이다.
만약에 짐의 병이 낫기만 하면 마땅이 사당을 세워 너의 공을 잊지 않을 것이로다.
네가 산중에 있다가 호랑이와 늑대의 밥이 되거나 사냥군에게 잡히어 죽는 것보다 어찌 영광 스럽지 않겠느냐? 짐이 결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죽은 넋이라도 짐을 원망하지 말라."
이어 신하에게 명하여 빨리 토끼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내 오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군사들이 한꺼번에 우- 몰려들었다.
토끼는 공연히 헛된 욕심을 내어 자라를 따라 왔다가 물 속에서 원통하게 죽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 스스로 취한 화인지라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할 것인가?
세상에 턱없이 명예와 이익을 탐내는 자는 능히 이것을 보아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토끼는 용왕의 분부를 듣자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머리를 깨뜨리는 듯하고 정신이 아찔했다.
'내가 부질없이 부귀와 영화를 탐내어 고향을 버리고 왔으니 어찌 뜻밖의 변이 없겠는가?
이제 날개 있다 해도 날아가지 못할 것이요, 땅을 좁히는 술법이 있다 해도 날아가지 못할 것이요,
땅을 좁히는 술법이 있다 해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테니 꼼짝없이 원통한 귀신이 되는 구나.'
토끼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 속으로 자신을 호되게 꾸짖었다.
'옛말에 이르기를 죽을 곳에 빠진 뒤에 살아난다 하였으니 어찌 죽기만을 생각하고 살아날 방도를 헤아리지 않겠는가.'
토끼는 갑자기 한 꾀가 떠올라 짐짓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용왕이 보고 토끼가 죄 없이 죽는 것이 원통해서 우는 줄 알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말하였다.
"너무 서러워하지 말라. 네가 우니 짐의 마음도 아프구나."
토끼가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대왕께 아뢰오. 소인 토기는 서러워 우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대왕은 수국의 어른이시고 소인 토끼는 산중의 조그마한 짐승이오니 만일에 소토의 간으로 대왕의 병환이 나으신다면 어찌 감히 사양하겠습니까?
또 소토가 죽은 뒤에 후하게 장사지내며 심지어 사당까지 세워 주신다고 하시니 이 은혜는 하늘같이 커 소토는 죽어도 여한이 없나이다.
다만 소토가 비록 작은 짐승이오나 보통 짐승과 달라 본래 방성의 정기를 타소 세상에 내려와 날마다 아침이면 옥 같은 이슬을 받아 마시며 밤낮으로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풀을 뜯어 먹으므로 그 간이 참으로 신령스러운 약이 되옵니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이를 알고 항상 소토를 만나면 간을 달라고 보채옵니다. 이에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몸에서 꺼내어 푸른 산 맑은 물에 여러 번 씻어 높고 험한 산봉우리 깊은 곳에 감추어 두고 다니다가 뜻밖에 자라를 만나게 되었나이다. 만약에 대왕의 병환이 이렇게 중한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찌 가져오지 않았겠나이까?" 용왕이 들으시고 크게 성내어 꾸짖었다. "네가 참으로 간사한 놈이로다. 천지간의 온갖 짐승이 어찌 간을 넣었다 꺼냈다 할 수가 있겠느냐? 네가 얕은꾀로 짐을 속여 살기를 꾀하나 짐이 어찌 이치에 맞지 않는 말에 속겠느냐?
네가 짐을 속인 죄는 더욱 크니 빨리 너의 간을 꺼내어 짐의 병을 고치는 한편 짐을 속인 죄를 다스릴 것이로다." 토끼가 듣고 정신이 아찔하고 가슴이 막히어 속으로 부르짖었다.
'내가 속절없이 죽는구나!' 그러나 애써 용기를 가다듬어 다시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소토가 아뢰는 말을 자세히 들으시고 굽어살피옵소서. 만약 소토의 배를 갈라 간이 없으면 대왕의 병환도 고치지 못하고 소토만 부질없이 죽을 뿐이니 다시 그 누구에게 간을 구하시려고 하시나이까?
그때에는 뉘우쳐도 소용없으니 대왕께서는 세 번 생각 하시옵소서."
용왕이 토끼의 말을 듣고 또 그 기색이 태연함을 보고 약간 믿는 눈치였다.
"네 말과 같다면 간을 넣었다 꺼냈다 하는 표적이 있을 것이로다."
토끼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크게기뻐했다. '이제는 내게 살아날 길이 있구나.' 해서 엎드려 공손히 아뢰었다.
"세상의 날짐승과 들짐승 가운데 소토만이 홀로 아랫몸에 구멍이 셋 있나이다." "셋이라고?"
"그렇사옵니다. 하나는 대변을 볼 때 쓰옵고, 또 하나는 소변하는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간이 출입하는 곳이옵니다." 용왕이 듣고 크게 꾸짖었다. "네 말이 어찌 그리 간사스러우냐?
날짐승과 들짐승을 막론하여 어찌 아랫몸에 구멍이 셋 있는 것이 있겠느냐?"
토끼가 다시 여쭈었다.
"소토의 구멍이 셋이 있는 내력을 아뢰겠나이다.
대개 하늘이 자시-밤 열 한 시에서 한 시사이-에 열려 하늘이 되옵고, 땅이 축시-밤 한 시부터 세 시까지-에 열려 땅이 되옵고, 사람이 인시-밤 세 시부터 다섯 시까지 -에 생겨 사람이 되옵고, 만물이 묘시-아침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에 나와 짐승이 되었나이다.
여기서 묘라는 글자는 곧 토끼의 다른 이름이니 날짐승과 들짐승의 근본을 살피자면 소토는 곧 짐승의 으뜸이라 할 수 있나이다.
산의 풀을 밟지 않는 저 기린도 소토의 아래이옵고 굶주리되 좁쌀을 먹지 않는 저 봉황새로 소토 만 못하옵기에 특별히 해와 달과 별의 세 빛을 따라 아랫 몸에 세 구멍이 있나이다.
대왕께
서 소토의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소토의 아랫몸을 한번 조사해 보시옵소서."
용왕이 듣고 이상하게 생각되시어 나졸을 시켜 자세히 살피게 했다.
그러자 과연 토끼의 아랫 몸에 세 구멍이 있지를 않은가. 용왕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 말을 간이 구멍으로 꺼낼 수 있다고 하니 도로 넣을 때는 그리로 넣는가?" 토끼가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는 내 꾀가 거의 맞아 들어가는구나.' 그러나 내색은 않고 엄숙히 대답했다.
"소토는 다른 짐승과 같지 않은 점이 많사옵니다.
만약에 새끼를 배려면 보름달을 바라보아 배옵고 새끼를 낳을 때는 입으로 낳사옵니다.
옛글을 보아도 능히 알 것입니다. 그러므로 간을 넣을 때에도 입으로 넣사옵니다."
용왕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간을 자유롭게 출입시킨다 하니 혹시 깜빡 잊고 간이 몸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어서 꺼내어 짐의 병을 고치도록 하라." 토끼가 다시 아뢰었다.
"소토가 비록 간을 능히 넣고 빼고 하오나 또한 정한 때가 있사옵니다.
달마다 초하루부터 십오 일까지는 뱃속에 넣어 해와 달의 정기를 빨아들여 음양의 기운을 받사옵니다.
그리고 십 육일부터 달 말까지는 몸에서 꺼내어 맑은 시냇물에 깨끗이 씻어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바위틈에 아무도 알지 못하게 감추어 두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영약이라 하옵나이다.
오늘은 마침 오월 하순이니 만약 자라가 대왕의 병세가 이렇듯 중하심을 말하였다면 며칠 더 있다가 가져 왔을 터인데 아깝나이다."
그러자 자라가 엎드려 용왕께 아뢰었다. "토끼의 간이 출입한다는 말은 사기에도 없사옵고 이치에도 부당하니 먼저 배를 가르게 하옵소서. 그래서 간이 없으면 신이 다시 땅으로 나가 다른 토끼를 잡아 오겠나이다." 토끼가 듣고 큰일이다 싶어 호되게 꾸짖었다.
"자라야, 네 하는 수작이 갈수록 방정맞구나. 처음에 나를 만났을 때 모든 것을 얘기했다면 약이 많이 든 간을 여러 개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네 속이 응큼하여 벼슬하러 수궁으로 가자고 나를 꾀기만 했으니 이것이 첫 번 허물 이로다. 그리고 대왕의 병세가 시급하니 어서 간을 가져와야 치료할 수 있을 텐데 무조건 나만 죽이라고 하니 한심하구나. 네놈의 생긴 형용이 음침하고 고약하니 함께 안락함을 맛볼 수가 없도다. 나를 죽여 간이 없으면 어떤 토끼가 다시 오겠느냐? 내가 수궁 벼슬하러 너를 따라갔다는 말이 온 산중에 퍼졌을 테니 만약에 내가 다시 안 나가고 너 혼자 또 나가면 산중 벗들이 나를 어떻게 했느냐고 물을 것이로다. 그렇게 되면 다른 토끼를 잡기는커녕 네 목숨조차도 보전키 어려울 것이다.
너 죽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대왕의 병환은 어떻게 고치겠느냐?
너처럼 앞일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을 하니 가엾구나.
정말 나라 망칠 역신이로다. 내 목숨 죽는 것은 조금도 한이 없다.
독수리, 사냥개에게 구차스럽게 죽지 않고 수정궁 용왕 앞에서 칼로 이 배를 가르면 그런 영화 어디 있겠느냐? 자, 어서 내 배를 갈라라."
토끼가 배극 왈칵왈칵 내미니 자라는 대꾸할 말이 없어 눈만 꿈뻑꿈뻑 했다.
용왕이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에 배를 갈라 간이 없다면 토끼만 죽을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어디 가서 다시 토끼를 잡아온단 말인가? 차라리 잘 달래어 간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 좋겠다.' 이에 신하에게 명하여 토끼를 묶은 것을 끌러주고 용상 가까이 불러 올리니 토끼가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였다.
용왕은 옥으로 만든 잔에다 천일주를 가득 부어 토끼에게 주며 놀란 마음을 진정하라고 위로 하였다 ."토선생은 짐이 실례한 것을 용서하라." "황공무지로소이다."
토끼가 공손이 받들어 마신 다음 아뢰는데 갑자기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여쭈었다.
"신이 듣자하니 토끼는 본래 간사한 짐승이라 하옵나이다.
또 옛말에도 군자는 이치를 따져 속인다고 하였사오니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토끼의 말을 곧이 듣지 마시고 어서 간을 꺼내어 귀하신 몸을 고치시옵소서."
모두가 바라보니 바른 말 잘하기로 이름난 대사간 자가사리였다.
토끼가 듣고 가슴이 떨려 얼른 엎드려 죄를 청했다.
"대왕께서 소토가 거짓말을 아뢰었다고 믿으신다면 서슴치 마시고 소토의 배를 가르시옵소서."
용왕이 웃으며 말했다.
"토선생은 산중의 선비인데 어찌 거짓말로 짐을 속이겠는가. 대사간은 물러가 있으라."
이어 토끼를 위해 잔치를 베풀라 명하였다.
토끼가 대접을 받는데 금강초, 불로초는 옥으로 된 쟁반에 가득 담겨 있고, 향기롭고 맑은 술은 잔마다 가득히 차고 풍악이 꽝꽝 울리었다.
또 미녀 수십 명이 나와 춤추며 노래하니 토끼는 절로 흥이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간을 내어주고도 죽지 않을 것 같으면 이곳에서 살고 싶구나.' 이때 용왕이 토끼의 기분 좋음을 보고 은근히 위로했다.
"짐은 수국에 있고 그대는 산중에 있어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서로 만난 것은 좀체로 보기 힘든 기이한 인연이로구나.
그대가 짐을 위하여 간을 가져오면 짐이 어찌 그대의 두터운 은혜를 저버리겠는가. 후한 상을 내릴 뿐만 아니라 부귀를 같이 누릴 것이니 그대는 깊이 생각하여 실행하라."
토끼가 엎드려 공손이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너무 염려하지 마소서. 소토가 분수에 넘치게 대왕의 너그러우신 덕을 입고 목숨 을 살렸으니 그 은혜를 어찌 잊을 수가 있겠나이까?
하물며 소토는 간이 없을지라도 살 수 있으니 어찌 이를 아끼겠나이까?"
용왕이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토선생의 뜻은 참으로 크도다." 잔치가 끝나나 뒤에 용왕은 신하에게 명하여 토끼를 인도하여 딴 궁궐에 가서 쉬게했다.
토끼가 신하를 따라 갔더니 너무나 화려한 것이 눈이 으리으리했다. 운모병풍과 진주발이 사방으로 드리워져 있으며, 저녁밥을 올린 것을 살펴보니 맛있는 음식들이 여지껏 듣도 보도 못할 것들이었다.
그러나 토끼는 자신의 처지가 바늘방석에 앉은 듯하여 속으로 궁리했다. '내가 비록 한때의 속임수로 용왕을 속였으나 이곳에서 어영부영하고 있다가는 큰일 날 것이다.'
해서 밤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튿날 다시 용왕을 뵙고 여쭈었다.
"대왕의 병세가 날로 악화되어 가므로 소토는 빨리 산중으로 가서 간을 가져올까 하옵니다.
부디 소토의 작은 정성을 살피옵소서." 용왕이 크게 기뻐하시며 자라를 불러 분부하셨다.
"그대는 수고를 아끼지 말고 토선생을 따라 인간 세상에 나가 간을 구해 오라."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자라가 머리를 조아리며 분부를 받들었다.
용왕이 다시 토끼에게 말했다. "토선생은 빨리 돌아오라."
하고는 진주 이백 개를 선물로 내리셨다.
"이것은 비록 적은 것이지만 우선 짐이 정으로 선사하노라." "황송하나이다." msh53 토끼가 공손히 받은 후에 용왕께 하직하고 용궁을 벗어났다.
그러자 모든 신하들이 모두 나와 전송하며 빨리 간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부탁하는데 대사간 자가사리만은 보이지가 않았다.
이 때 토끼가 자라의 등에 다시 올라타고 넓고 푸른 바다를 건너 바닷가에 이르렀다.
토끼는 자라의 등에서 내려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속으로 외쳤다.
'이는 참으로 그물을 벗어난 새요, 함정에서 벗어난 호랑이로다.
만약 나의 지혜가 아니었다면 어찌 고향 산천을 다시 볼 수 있겠는가.'
해서 이리저리 깡충깡충 뛰어 놀았다. 자라가 이를 보고 재촉했다.
"우리의 길이 바쁘니 어서 빨리 간이 있는 곳으로 가십시다."
토끼가 듣고 눈을 부릅뜨며 꾸짖었다.
"네 이놈 자라야, 네 죄를 논하자면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겠도다. 대체 오장육부에 붙은 간 을 어떻게 넣고 빼겠느냐? 이것은 내 기특한 꾀로 너의 왕과 신하들을 속인 것이다.
그리고 너의 용왕의 병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
그야말로 바람난 말과 소는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옛말과 같은 것이다.
또 네가 공연히 산중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나를 갖은 감언이설로 꾀러 내어 네 공을 나타내려고 하였으니 내가 용궁에 들어서 놀란 것을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네가 한 짓을 생각하면 산중으로 잡아다가 우리 산중 짐승을 다 모아서 잔치를 베풀어 너를 푹 삶아서 백소주 안주감으로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네놈이 왕께 충성하느라고 한 짓이고, 또 네가 나를 업고 푸른 바다를 왔다 갔다 한 수고를 생각하여 목숨만은 살려 보내겠다.
그리 알고 돌아가되 좋은 약을 보내기로 왕에게 약속했으니 점잖은 내 체면에 어찌 거짓말을 하겠느냐?
나의 똥이 무척 좋아 열을 식힌다 하고 사람들이 주워다가 병든 아이들에게 먹이나니 네 왕의 두 눈이 열에 들떠 있더라. 갖다가 복용하면 병이 곧 나으리라."
이어 철환똥을 많이 누어 칡잎에 단단히 싸서 자라등에 올려놓고 칡으로 감아주니 자라가 짊어지고 무수히 감사하며 용궁으로 돌아갔다.
하마터면 죽을 뻔하다가 살아 났으니 토끼가 오죽 좋겠는가.
깡충깡충 뛰어가면서 크게 소리치기를, "천하장사 항우는 병사 팔천을 거느리고 한태조와 천하를 다투다가 오강을 도로 건너가지 못했고, 형가는 만고 협객으로 함 척 검 빼어들고 진시황을 찌르려다가 역수를 도로 건너지 못하였도다.
신통한 나의 재주 죽음에서 교묘한 언변으로 용왕을 속이고 이 물을 도로 건넜구나.
반갑도다, 반갑도다. 우리 고향 반갑도다.
청산록수는 이전에 볼 때와 다름이 없고 푸른 산봉우리 흰구름은 내가 앉아 졸던 곳이로다.
저 과실나무 열매는 내가 주워 먹던 것이로다.
너구리 아저씨 평안하오. 오소리 형님 잘 있는가.
부귀공명 생각일랑 부디 하지 말고 고향 떠날 생각 부디 하지 마소.
벼슬하던 몸 괴롭고 타향에 가면 천대받네.
몸에 익은 푸른 산, 밝은 달, 낯익은 우리 친구 주야로 만나서 즐겨 노세."
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산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에 자라는 용궁으로 들어가서 가지고 간 토끼의 똥을 바치니 용왕이 먹고서 병이 나아 만고충신이 되었다.
토끼는 신선을 따라 월궁으로 올라가서 여태까지 약을 빻고 있구나.
자라와 토끼가 본래 미물로서 장한 충성, 교묘한 꾀가 사람과 같은 고로 얘기로 길이 전해진다.
사람이라 스스로 뽐내다가 자라나 토끼만도 못하면 그 아니 부끄러운가. 부디부디 조심하소.
천하에는 네 개의 큰 바다가 있으니 동해와 서해, 남해 그리고 북해다.

'말,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영전(雲英傳)  (1) 2022.11.17
임진록(壬辰錄)  (3) 2022.11.17
박씨전(朴氏傳)  (1) 2022.11.17
공방전(孔方傳)  (0) 2022.11.17
조웅전(趙雄傳)  (1)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