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다니엘과 그의 동료들이 왕궁에 들어가다
1 유다 임금 여호야킴의 통치 제삼년에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쳐들어와서 예루살렘을 포위하였다.
2 주님께서는 유다 임금 여호야킴과 하느님의 집 기물 가운데 일부를 그의 손에 넘기셨다.
네부카드네자르는 그들을 신아르 땅, 자기 신의 집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기물들은 자기 신의 보물 창고에 넣었다.
3 그러고 나서 임금은 내시장 아스프나즈에게 분부하여,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왕족과 귀족 몇 사람을 데려오게 하였다.
4 그들은 아무런 흠도 없이 잘생기고, 온갖 지혜를 갖추고 지식을 쌓아 이해력을 지녔을뿐더러 왕궁에서 임금을 모실 능력이 있으며, 칼데아 문학과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5 임금은 그들이 날마다 먹을 궁중 음식과 술을 정해 주었다. 그렇게 세 해 동안 교육을 받은 뒤에 임금을 섬기게 하였다.
6 그들 가운데 유다의 자손으로는 다니엘,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가 있었다.
7 내시장은 그들에게 다른 이름을 지어 주었다. 곧 다니엘은 벨트사차르, 하난야는 사드락, 미사엘은 메삭, 아자르야는 아벳 느고라고 지어 주었다.
8 다니엘은 궁중 음식과 술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자기가 더럽혀지지 않게 해 달라고 내시장에게 간청하였다.
9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 내시장에게 호의와 동정을 받도록 해 주셨다.
10 내시장이 다니엘에게 말하였다. “나는 내 주군이신 임금님이 두렵다. 그분께서 너희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정하셨는데, 너희 얼굴이 너희 또래의 젊은이들보다 못한 것을 보시게 되면, 너희 때문에 임금님 앞에서 내 머리가 위태로워진다.”
11 그래서 다니엘이 감독관에게 청하였다. 그는 내시장이 다니엘과 하난야와 미사엘과 아자르야를 맡긴 사람이었다.
12 “부디 이 종들을 열흘 동안만 시험해 보십시오. 저희에게 채소를 주어 먹게 하시고 또 물만 마시게 해 주십시오.
13 그런 뒤에 궁중 음식을 먹는 젊은이들과 저희의 용모를 비교해 보시고, 이 종들을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14 감독관은 그 말대로 열흘 동안 그들을 시험해 보았다.
15 열흘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들이 궁중 음식을 먹는 어느 젊은이보다 용모가 더 좋고 살도 더 올라 있었다.
16 그래서 감독관은 그들이 먹어야 하는 음식과 술을 치우고 줄곧 채소만 주었다.
17 이 네 젊은이에게 하느님께서는 이해력을 주시고 모든 문학과 지혜에 능통하게 해 주셨다. 다니엘은 모든 환시와 꿈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18 젊은이들을 데려오도록 임금이 정한 때가 되자, 내시장은 그들을 네부카드네자르 앞으로 데려갔다.
19 임금이 그들과 이야기를 하여 보니, 그 모든 젊은이 가운데에서 다니엘,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만 한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임금을 모시게 되었다.
20 그들에게 지혜나 예지에 관하여 어떠한 것을 물어보아도, 그들이 온 나라의 어느 요술사나 주술사보다 열 배나 더 낫다는 것을 임금은 알게 되었다.
21 다니엘은 키루스 임금 제일년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제2장 네부카드네자르가 꿈을 꾸다
1 네부카드네자르 통치 제이년에, 네부카드네자르는 꿈을 꾸고 마음이 불안해져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2 임금은 자기 꿈을 풀이해 줄 요술사, 주술사, 마술사, 점성가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그들이 와서 임금 앞에 서자,
3 임금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꿈을 꾸었는데 무슨 꿈인지 몰라 마음이 불안하다.”
4 그러자 점성가들이 아람 말로 임금에게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만수무강하시기를 빕니다. 이 종들에게 꿈을 말씀하여 주시면 저희가 그 뜻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5 그러나 임금은 점성가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의 뜻은 확고하다. 너희가 내 꿈과 그 뜻을 나에게 설명해 주지 못하면, 너희 사지는 찢겨 나가고 너희 집들은 쓰레기 더미가 될 것이다.
6 그러나 너희가 꿈과 그 뜻을 밝혀 주면, 내가 선물과 상을 내리고 큰 명예를 누리게 해 주겠다. 그러니 그 꿈과 그 뜻을 밝혀 보아라.”
7 점성가들이 다시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이 종들에게 꿈을 말씀해 주시면, 그 뜻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8 그러자 임금이 대답하였다. “너희가 나의 뜻이 확고함을 보고서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것을 이제 내가 분명히 알았다.
9 너희가 꿈을 설명해 주지 못하면 너희가 받을 판결은 하나밖에 없다. 너희는 사정이 바뀔 때까지 내 앞에서 거짓되고 그릇된 말을 하기로 모의하였다. 그 꿈을 나에게 말해 보아라. 그래야 너희가 그 뜻을 밝힐 수 있는지 내가 알 수 있을 것이다.”
10 점성가들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 요구하시는 대로 그것들을 밝힐 수 있는 이는 세상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실 아무리 위대하고 강력한 임금이라 할지라도, 이와 같은 일을 어떠한 요술사나 주술사나 점성가에게 물은 적이 없습니다.
11 임금님께서 물으신 것은 너무 어려워, 인간과 멀리 떨어져 사는 신들 말고는 그것을 임금님께 밝혀 드릴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12 이 일 때문에 임금은 분노하고 격분하여, 바빌론의 현인들을 모두 죽이라고 분부하였다.
13 그렇게 어명이 내려, 이제 현인들은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니엘과 그 동료들도 처형하려고 찾아 나섰다.
하느님께서 다니엘에게 꿈을 일러 주시다
14 그러자 다니엘은 바빌론의 현인들을 처형하려고 나온, 임금의 친위대장 아르욕에게 현명하고 신중하게 말을 걸었다.
15 그가 임금의 무관 아르욕에게 이렇게 물었다. “임금님께서 내리신 어명이 어찌 이토록 가혹합니까?” 그러자 아르욕이 다니엘에게 사정을 알려 주었다.
16 그리하여 다니엘은 궁궐로 들어가서, 꿈의 뜻을 밝혀 줄 터이니 시간을 달라고 청하였다.
17 그런 다음에 다니엘은 집으로 가서, 자기의 동료 하난야와 미사엘과 아자르야에게 사정을 알렸다.
18 또 자기와 동료들이 바빌론의 나머지 현인들과 함께 죽지 않도록, 그 신비와 관련하여 하늘의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자고 하였다.
19 그러자 다니엘에게 그 신비가 밤의 환시 중에 드러났다. 다니엘은 하늘의 하느님을 찬미하며
20 이렇게 말하였다. “지혜와 힘이 하느님의 것이니 하느님의 이름은 영원에서 영원까지 찬미받으소서.
21 그분은 시간과 절기를 바꾸시는 분, 임금들을 내치기도 하시고 임금들을 세우기도 하시며 현인들에게 지혜를 주시고 예지를 아는 이들에게 지식을 주시는 분이시다.
22 그분은 심오한 것과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시고 어둠 속에 있는 것을 알고 계시며 빛이 함께 머무르는 분이시다.
23 저의 조상들의 하느님 제가 당신께 감사드리며 당신을 찬양합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지혜와 힘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희가 당신께 청한 것을 저에게 알려 주셨습니다. 임금이 원하는 것을 저희에게 알려 주셨습니다.”
다니엘이 꿈과 그 뜻을 밝히다
24 그리하여 다니엘은 바빌론의 현인들을 죽이라고 임금이 임명한 아르욕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빌론의 현인들을 죽이지 마십시오. 저를 임금님 앞으로 데려다 주십시오. 그러면 임금님께 꿈의 뜻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25 그러자 아르욕은 다니엘을 임금 앞으로 급히 데리고 가서 이렇게 아뢰었다. “유다에서 온 유배자들 가운데에서 임금님께 꿈의 뜻을 알려 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26 임금이 벨트사차르라는 이름을 가진 다니엘에게, “내가 본 꿈과 그 뜻을 네가 나에게 알려 줄 수 있다는 말이냐?” 하고 묻자,
27 다니엘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 물으신 신비는 어떠한 현인도 주술사도 요술사도 점술사도 임금님께 밝혀 드릴 수 없는 것입니다.
28 그러나 하늘에는 신비를 드러내시는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그분께서 뒷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님께 알려 주셨습니다. 임금님께서 침상에 누워 계실 때에 머릿속에 나타난 꿈과 환시는 이렇습니다.
29 임금님, 임금님께서 침상에 드시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여러 생각이 오갔습니다. 그때에 신비를 드러내시는 분께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임금님께 알려 주신 것입니다.
30 저에게 이 신비가 드러난 것은 제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임금님께 꿈의 뜻을 알려 드려서 임금님께서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시게 하려는 것입니다.
31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무엇인가를 보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큰 상이었습니다. 그 거대하고 더없이 번쩍이는 상이 임금님 앞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시무시하였습니다.
32 그 상의 머리는 순금이고 가슴과 팔은 은이고 배와 넓적다리는 청동이며,
33 아랫다리는 쇠이고, 발은 일부는 쇠로, 일부는 진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34 임금님께서 그것을 보고 계실 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떨어져 나와, 쇠와 진흙으로 된 그 상의 발을 쳐서 부수어 버렸습니다.
35 그러자 쇠, 진흙, 청동, 은, 금이 다 부서져서, 여름 타작마당의 겨처럼 되어 바람에 날려가 버리니,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을 친 돌은 거대한 산이 되어 온 세상을 채웠습니다.
36 이것이 그 꿈입니다. 이제 그 뜻을 저희가 임금님께 아뢰겠습니다.
37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임금들의 임금이십니다. 하늘의 하느님께서 임금님께 나라와 권능과 권세와 영화를 주셨습니다.
38 또 사람과 들의 짐승과 하늘의 새를, 그들이 어디에서 살든 다 임금님 손에 넘기시어, 그들을 모두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임금님께서 바로 그 금으로 된 머리이십니다.
39 임금님 다음에는 임금님보다 못한 다른 나라가 일어나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청동으로 된 셋째 나라가 온 세상을 다스리게 됩니다.
40 그러고 나서 쇠처럼 강건한 넷째 나라가 생겨날 것입니다. 쇠가 모든 것을 부수고 깨뜨리듯이, 그렇게 으깨 버리는 쇠처럼 그 나라는 앞의 모든 나라를 부수고 깨뜨릴 것입니다.
41 그런데 일부는 옹기장이의 진흙으로, 일부는 쇠로 된 발과 발가락들을 임금님께서 보셨듯이, 그것은 둘로 갈라진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쇠와 옹기 진흙이 섞여 있는 것을 보셨듯이, 쇠의 강한 면은 남아 있겠습니다.
42 그 발가락들이 일부는 쇠로, 일부는 진흙으로 된 것처럼, 그 나라도 한쪽은 강하고 다른 쪽은 깨지기가 쉬울 것입니다.
43 임금님께서 쇠와 옹기 진흙이 섞여 있는 것을 보셨듯이 그들은 혼인으로 맺어지기는 하지만, 쇠가 진흙과 섞여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서로 결합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44 이 임금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그 왕권이 다른 민족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나라는 앞의 모든 나라를 부수어 멸망시키고 영원히 서 있을 것입니다.
45 이는 아무도 돌을 떠내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산에서 떨어져 나와, 쇠와 청동과 진흙과 은과 금을 부수는 것을 임금님께서 보신 것과 같습니다. 위대하신 하느님께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임금님께 알려 주신 것입니다. 꿈은 확실하고 그 뜻은 틀림없습니다.”
임금이 다니엘을 중용하다
46 그러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엎드려 다니엘에게 절하고 나서, 예물과 분향을 그에게 올리라고 분부하였다.
47 그리고 임금은 다니엘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그대들의 하느님이야말로 신들의 신이시고 임금들의 주군이시며 신비를 드러내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그대가 이 신비를 드러낼 수 있었다.”
48 그러고 나서 임금은 다니엘의 지위를 높이고 큰 선물을 많이 주었으며, 그를 바빌론 지방 전체를 다스리는 통치자이며 바빌론의 모든 현인을 거느리는 총감독관으로 삼았다.
49 다니엘은 임금에게 청하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바빌론 지방의 일을 맡도록 임명하고, 자기는 대궐 문간에서 머물렀다.
제3장 네부카드네자르가 금 상에 경배하라고 명령하다
1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높이가 예순 암마, 너비가 여섯 암마 되는 금 상을 만들어, 바빌론 지방의 두라 평야에 세웠다.
2 그러고 나서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사람들을 보내어, 총독들, 태수들, 지방관들, 고문관들, 재무관들, 재판관들, 행정관들, 그리고 지방의 모든 관리를 모아서, 자기가 세운 상의 봉헌식에 참석하게 하였다.
3 그리하여 총독들, 태수들, 지방관들, 고문관들, 재무관들, 재판관들, 행정관들, 그리고 지방의 모든 관리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세운 상의 봉헌식에 모여들었다. 네부카드네자르가 세운 상 앞에 그들이 서자,
4 전령이 큰 소리로 외쳤다.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여, 그대들에게 내리는 명령이오.
5 뿔 나팔, 피리, 비파, 삼각금, 수금, 풍적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나거든 엎드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님께서 세우신 금 상에 절하시오.
6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않으면, 곧바로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져질 것이오.”
7 그리하여 뿔 나팔, 피리, 비파, 삼각금, 수금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나자마자,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세운 금 상에 절하였다.
다니엘의 세 동료가 고발되다
8 그때에 어떤 칼데아인들이 나서서 악의로 유다인들을 고발하였다.
9 그들이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게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만수무강하시기를 빕니다.
10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칙령을 내리시어, 뿔 나팔, 피리, 비파, 삼각금, 수금, 풍적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나면, 누구나 엎드려 금 상에 절하라고 하셨고,
11 또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않으면,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져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12 그런데 임금님께서 바빌론 지방의 일을 맡도록 임명하신 유다 사람들이 있습니다. 곧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입니다. 임금님, 이 사람들은 임금님께 경의를 표하지도 않고 임금님의 신들을 섬기지도 않으며, 임금님께서 세우신 금 상에 절을 하지도 않습니다.”
13 그러자 네부카드네자르는 몹시 화가 나서,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끌어 오라고 분부하였다. 이 사람들이 임금 앞으로 끌려오자,
14 네부카드네자르가 그들에게 물었다.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 너희가 나의 신들을 섬기지도 않고 또 내가 세운 금 상에 절하지도 않는다니, 그것이 사실이냐?
15 이제라도 뿔 나팔, 피리, 비파, 삼각금, 수금, 풍적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날 때에 너희가 엎드려, 내가 만든 상에 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져질 것이다. 그러면 어느 신이 너희를 내 손에서 구해 낼 수 있겠느냐?”
16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이 일을 두고 저희는 임금님께 응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17 임금님, 저희가 섬기는 하느님께서 저희를 구해 내실 수 있다면, 그분께서는 타오르는 불가마와 임금님의 손에서 저희를 구해 내실 것입니다.
18 임금님,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저희는 임금님의 신들을 섬기지도 않고, 임금님께서 세우신 금 상에 절하지도 않을 터이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다니엘의 세 동료가 불가마에 던져지다
19 그러자 네부카드네자르는 노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보며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가마를 여느 때에 달구는 것보다 일곱 배나 더 달구라고 분부하였다.
20 또 군사들 가운데에서 힘센 장정 몇 사람에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묶어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지라고 분부하였다.
21 그리하여 그 세 사람은 겉옷과 바지와 쓰개와 그 밖의 옷을 입은 채로 묶여서,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져졌다.
22 그런데 임금의 명령이 급박한 데다가 가마가 매우 뜨거웠으므로,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들어 올렸던 사람들이 불꽃에 타 죽고 말았다.
23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 세 사람은 묶인 채로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떨어졌다.
아자르야의 노래
24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을 찬송하고 주님을 찬미하며 불길 한가운데를 거닐었다.
25 그리고 아자르야는 불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입을 열어 이렇게 기도하였다.
26 “주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칭송받으소서.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영광 받으소서.
27 저희에게 하신 모든 일마다 당신께서는 의로우시고 당신께서 하신 일은 모두 진실하며 당신의 길은 다 올바릅니다. 당신의 판결은 모두 진실입니다.
28 그 모든 것을 저희에게, 저희 조상들의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 내리실 적에 당신께서는 진실하게 판정하셨습니다. 저희의 죄를 보시고 당신께서는 진실히 판결하시어 그 모든 것을 내리셨습니다.
29 저희는 당신에게서 멀어져 죄를 짓고 법을 어겼습니다. 정녕 저희는 모든 일에서 큰 죄를 지었고 당신의 계명들에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30 저희는 그것들을 따르지도 않고 잘되라고 저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31 그러므로 저희에게 내리신 그 모든 것, 저희에게 하신 그 모든 것을 당신께서는 진실한 판결에 따라 행하셨습니다.
32 당신께서는 저희를 무도한 원수들, 가장 가증스러운 반역자들, 불의한 임금, 온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임금에게 넘기셨습니다.
33 이제 저희는 입을 열 수도 없습니다. 당신의 종들과 당신을 경배하는 이들에게는 수치와 치욕뿐입니다.
34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시어 저희를 끝까지 저버리지 마시고 당신의 계약을 폐기하지 마소서.
35 당신의 벗 아브라함 당신의 종 이사악 당신의 거룩한 사람 이스라엘을 보시어 저희에게서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마소서.
36 당신께서는 그들의 자손들을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37 주님, 저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저희의 죄 때문에 저희는 오늘 온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백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38 지금 저희에게는 제후도 예언자도 지도자도 없고 번제물도 희생 제물도 예물도 분향도 없으며 당신께 제물을 바쳐 자비를 얻을 곳도 없습니다.
39 그렇지만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어 저희를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 주소서.
40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소서. 정녕 당신을 신뢰하는 이들은 수치를 당하지 않습니다.
41 이제 저희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을 경외하고 당신의 얼굴을 찾으렵니다. 저희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 주소서.
42 당신의 호의에 따라,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희를 대해 주소서.
43 당신의 놀라운 업적에 따라 저희를 구하시어 주님,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44 당신의 종들에게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부끄러운 일을 당하고 모든 권세와 세력을 빼앗긴 채, 권력이 꺾인 채 수치를 당하게 하소서.
45 그리하여 당신께서 주님이심을, 하나뿐인 하느님이심을, 온 세상에서 영광스러운 분이심을 그들이 알게 하소서.”
주님의 천사가 불가마에 내려오다
46 세 젊은이를 가마 속으로 던진 임금의 종들은, 석뇌유와 송진과 삼 부스러기와 나뭇가지로 끊임없이 가마에 불을 때었다.
47 그래서 불길이 가마 위로 마흔아홉 암마나 치솟아 오르고,
48 또 옆으로도 퍼져 나와 가마 둘레에 있던 칼데아인들을 태워 버렸다.
49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가마 속 아자르야와 그의 동료들 곁으로 내려와서, 불길을 가마 밖으로 내몰고,
50 가마 복판을 이슬 머금은 바람이 부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불에 닿지도 않고 아프거나 괴롭지도 않았다.
세 젊은이의 노래
51 그러자 세 젊은이가 가마 속에서 한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송하고 영광을 드리며 찬미하였다.
52 “주님,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당신은 칭송과 드높은 찬양을 영원히 받으실 분이십니다. 당신의 영광스럽고 거룩하신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당신의 이름은 드높은 칭송과 드높은 찬양을 영원히 받으실 이름입니다.
53 당신의 거룩한 영광의 성전에서 찬미받으소서. 당신은 드높은 찬송과 드높은 영광을 영원히 받으실 분이십니다.
54 당신의 왕좌에서 찬미받으소서. 당신은 드높은 찬송과 드높은 찬양을 영원히 받으실 분이십니다.
55 커룹들 위에 좌정하시어 깊은 곳을 내려다보시는 당신께서는 찬미받으소서. 당신은 칭송과 드높은 찬양을 영원히 받으실 분이십니다.
56 하늘의 궁창에서 찬미받으소서. 당신은 찬송과 영광을 영원히 받으실 분이십니다.
57 주님의 업적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58 주님의 천사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59 하늘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0 하늘 위 물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1 주님의 군대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2 해와 달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3 하늘의 별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4 비와 이슬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5 바람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6 불과 열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7 추위와 더위야,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8 이슬과 소나기야,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69 서리와 추위야,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0 얼음과 눈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1 밤과 낮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2 빛과 어둠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3 번개와 구름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4 땅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5 산과 언덕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6 땅에서 싹트는 것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7 샘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8 바다와 강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79 용들과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0 하늘의 새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1 들짐승과 집짐승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2 사람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3 이스라엘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4 주님의 사제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5 주님의 종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6 의인들의 정신과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7 거룩한 이들과 마음이 겸손한 이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88 하난야와 아자르야와 미사엘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우리를 저승에서 구해 주시고 죽음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셨으며 불길이 타오르는 가마에서 건져 내시고 불 속에서 건져 내셨다.
89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분께서는 선하시고 그 자비는 영원하시다.
90 주님을 경배하는 이들아, 모두 신들의 신을 찬미하여라. 그분을 찬송하고 그분께 감사하여라. 그분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네부카드네자르가 기적을 보고 하느님을 찬미하다
91 (24) 그때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깜짝 놀라 급히 일어서서 자문관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묶어서 불 속으로 던진 사람은 세 명이 아니더냐?” 그들이 “그렇습니다, 임금님.” 하고 대답하자,
92 (25) 임금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네 사람이 결박이 풀렸을 뿐만 아니라, 다친 곳 하나 없이 불 속을 거닐고 있다. 그리고 넷째 사람의 모습은 신의 아들 같구나.”
93 (26) 그러고 나서 네부카드네자르는 타오르는 불가마 어귀로 다가가서 말하였다. “가장 높으신 하느님의 종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야, 이리 나와라.” 그러자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가 불 속에서 나왔다.
94 (27) 총독들과 태수들과 지방관들과 임금의 자문관들이 모여 와서는, 불도 그 사람들의 몸을 어찌하지 못하여, 머리카락 하나 그을리지 않고 겉옷도 아무렇지 않을뿐더러, 불길에 닿은 냄새조차 나지 않음을 보았다.
95 (28) 네부카드네자르가 말하였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자기들의 하느님을 신뢰하여 몸을 바치면서까지 임금의 명령을 어기고, 자기들의 하느님 말고는 다른 어떠한 신도 섬기거나 절하지 않은 당신의 종들을 구해 내셨다.
96 (29) 이제 나는 칙령을 내린다. 어떠한 민족이나 나라나 언어권에서든,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의 하느님께 욕되는 말을 하는 자는 사지가 찢겨 나가고 그의 집은 쓰레기 더미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구원을 베푸실 수 있는 신은 다시 없다.”
97 (30) 그러고 나서 임금은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에게 바빌론 지방에서 높은 벼슬을 내렸다.
네부카드네자르가 다시 꿈을 꾸다
98 (31)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온 세상에 사는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이 큰 평화를 누리기 바란다.
99 (32) 가장 높으신 하느님께서 나를 위하여 베푸신 표징들과 기적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
100 (33) 그분의 표징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그분의 기적들은 얼마나 강력한가! 그분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고 그분의 통치는 대대로 이어지리라.
제4장
1 나 네부카드네자르는 집에서 편히 지내며 궁궐에서 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2 그러다가 꿈을 꾸었는데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하였다. 침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상과 머릿속의 환시들이 나를 놀라게 하였다.
3 그래서 나는 칙령을 내려, 바빌론의 현인들을 모두 데려다가 나에게 꿈의 뜻을 설명하라고 하였다.
4 요술사, 주술사, 점성가, 점술사들이 오자, 내가 그들에게 꿈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그들은 나에게 그 뜻을 설명하지 못하였다.
5 마침내 다니엘이 나에게 왔다. 내 신의 이름을 따라 벨트사차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거룩한 신들의 영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꿈을 이야기해 주었다.
6 “요술사들의 우두머리 벨트사차르야, 너는 거룩한 신들의 영을 지녔으며 어떠한 신비도 너에게는 어렵지 않음을 나는 안다. 내가 본 꿈은 이러하니 그 뜻을 말해 보아라.
7 침상에 누워 있을 때에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시를 보았다. 나무가 한 그루 보였다. 세상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높이가 엄청난 나무였다.
8 그 나무가 더욱 크고 튼튼하게 자라서 높이가 하늘까지 닿으니 세상 끝 어디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었다.
9 잎은 아름답고 열매는 풍성하여 모든 사람의 양식이 될 수 있었다. 그 그늘 밑으로는 들짐승들이 찾아들고 그 가지에는 하늘의 새들이 깃들이며 모든 생물이 그 나무에서 양식을 얻었다.
10 침상에 누운 나는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시를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늘에서 거룩한 감시자가 내려와
11 큰 소리로 외쳤다. 그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 나무를 베어라. 가지는 잘라 내고 잎은 떨어 버리고 열매는 흩어 버려라. 짐승들을 그 밑에서, 새들을 그 가지에서 쫓아내어라.
12 그러나 뿌리등걸은 땅에 남겨 두어라. 쇠사슬과 청동 사슬로 묶어 들풀 사이에 남겨 두어라.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에 젖은 채 땅의 잡초들 사이에서 짐승들과 운명을 함께하게 하여라.
13 그 마음이 바뀌어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짐승의 마음을 지니고 일곱 해를 지내게 하여라.
14 이는 감시자들의 결정에 따른 명령이며 거룩한 이들의 지시에 따른 판결로서 가장 높으신 분께서 인간들의 나라를 지배하심 을 살아 있는 자들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원하시는 이에게 그 나라를 주시고 가장 낮은 사람을 그 나라 위에 세우신다.’
15 이것이 나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본 꿈이다. 벨트사차르야, 이제 네가 그 뜻을 말해 보아라. 내 나라의 현인들은 아무도 그 뜻을 나에게 설명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너는 거룩한 신들의 영을 지녔으니 할 수 있지 않느냐?”
다니엘이 꿈의 뜻을 밝히다
16 벨트사차르라는 이름을 가진 다니엘은 잠시 당황하였다. 임금의 생각들이 그를 놀라게 한 것이다. 그러자 임금이 말하였다. “벨트사차르야, 내 꿈과 그 뜻이 너를 놀라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제야 벨트사차르가 대답하였다. “임금님, 그 꿈이 임금님의 원수들에게, 그 뜻이 임금님의 적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17 임금님께서 보신 그 나무는 크고 튼튼하게 자라서 높이가 하늘까지 닿아, 세상 어디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18 잎은 아름답고 열매는 풍성하여 모든 사람의 양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그늘 밑에는 들짐승들이 깃들이고, 그 가지에는 하늘의 새들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19 임금님, 그 나무는 바로 임금님이십니다. 임금님께서는 크고 튼튼하게 자라셨습니다. 임금님의 위력은 더욱 커져 하늘까지 닿고, 임금님의 통치는 땅 끝까지 이르렀습니다.
20 그런데 임금님께서는 하늘에서 거룩한 감시자가 내려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또 보셨습니다. ‘저 나무를 베어 없애 버려라. 그러나 뿌리등걸은 땅에 남겨 두어라. 쇠사슬과 청동 사슬로 묶어 들풀 사이에 남겨 두어라.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에 젖은 채, 들짐승들과 운명을 함께하게 하여라. 일곱 해를 지낼 때까지 그렇게 하여라.’
21 임금님, 꿈의 뜻은 이러합니다. 그것은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 내리신 가장 높으신 분의 결정입니다.
22 임금님께서는 사람들에게서 쫓겨나 들짐승들과 함께 사시겠습니다. 그래서 소처럼 풀을 드시고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에 젖으실 것입니다. 그렇게 일곱 해를 지내시고 나서야, 임금님께서는 비로소 가장 높으신 분께서 인간들의 나라를 다스리시고, 그분께서 원하시는 이에게 그 나라를 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시겠습니다.
23 또 그 나무의 뿌리등걸을 남겨 두라고 한 것은, 하늘이 세상을 다스림을 임금님께서 깨달으신 다음에야, 임금님의 나라가 임금님께 되돌려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24 그러니 임금님, 저의 조언이 임금님께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의로운 일을 하시어 죄를 벗으시고, 가난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불의를 벗으십시오. 그리하시면 임금님의 번영이 지속될지도 모릅니다.”
꿈이 그대로 이루어지다
25 이 모든 것이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게 그대로 일어났다.
26 열두 달이 지난 뒤, 임금은 바빌론에 있는 왕궁 옥상을 거닐면서
27 혼자 말하였다. “이것이 대바빌론이 아니냐? 내가 영광과 영화를 떨치려고 나의 강력한 권세를 행사하여 왕도로 세운 것이다.”
28 이 말이 임금의 입에서 채 떨어지기도 전에 하늘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아, 너에게 내리는 판결이다. 왕권이 너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29 너는 사람들에게서 쫓겨나 들짐승들과 함께 살 것이다. 그래서 너는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다. 그렇게 일곱 해를 지내고 나서야, 너는 비로소 가장 높으신 분께서 인간들의 나라를 다스리시고,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에게 그 나라를 주신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30 이 말이 곧바로 네부카드네자르에게 이루어졌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쫓겨나 소처럼 풀을 먹고, 몸은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에 젖었으며, 머리카락은 독수리처럼, 손발톱은 새처럼 자라기까지 하였다.
31 기한이 찼을 때에 나 네부카드네자르는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에 나는 정신을 되찾아, 가장 높으신 분께 영광을 드리고 영원히 살아 계신 분을 찬양하고 찬송하였다. 그분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이고 그분의 나라는 대대로 이어지리라.
32 세상의 모든 주민은 그분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분께서 하늘의 군대와 세상 주민들에게 당신 뜻대로 하시지만 그분의 손을 막고 “왜 그리하십니까?” 하고 말할 자 아무도 없다.
33 바로 그때에 나는 정신을 되찾았다. 그리고 내 나라의 영광을 드높이는 영화와 영예도 되찾았다. 나의 자문관들과 대신들이 나를 찾아왔으며, 나는 내 왕권을 회복하고 더욱더 큰 위력을 얻었다.
34 이제 나 네부카드네자르는 하늘의 임금님을 찬양하고 숭상하며 찬송한다. 그분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 진실하고 그 길은 다 공정하니 그분께서는 교만 속에 걷는 자들을 낮추실 수 있는 분이시다.
제5장 왕궁 벽에 글자가 저절로 쓰여지다
1 벨사차르 임금이 천 명에 이르는 자기 대신들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벌이고, 그 천 명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2 술기운이 퍼지자 벨사차르는 자기 아버지 네부카드네자르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온 금은 기물들을 내오라고 분부하였다. 임금은 대신들과 왕비와 후궁들과 함께 그것으로 술을 마시려는 것이었다.
3 예루살렘에 있던 성전 곧 하느님의 집에서 가져온 금 기물들을 내오자, 임금은 대신들과 왕비와 후궁들과 함께 그것으로 술을 마셨다.
4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금과 은, 청동과 쇠, 나무와 돌로 된 신들을 찬양하였다.
5 그런데 갑자기 사람 손가락이 나타나더니, 촛대 앞 왕궁 석고 벽에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임금은 글자를 쓰는 손을 보고 있었다.
6 그러다가 임금은 얼굴빛이 달라졌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그를 놀라게 한 것이다. 허리의 뼈마디들이 풀리고 무릎이 서로 부딪쳤다.
7 임금은 큰 소리로 주술사들과 점성가들과 점술사들을 데려오라고 외쳤다. 임금은 또 바빌론의 현인들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저 글자를 읽고 그 뜻을 밝혀 주는 사람은,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고 이 나라에서 셋째 가는 통치자로 삼겠다.”
8 그리하여 임금의 현인들이 모두 들어왔지만, 그 글자를 읽지도 못하고 임금에게 그 뜻을 설명하지도 못하였다.
9 벨사차르 임금은 크게 놀라며 얼굴빛이 달라지고 대신들은 혼란에 빠졌다.
10 그때에 왕후가 임금과 대신들이 하는 말을 전해 듣고 연회장으로 가서 말하였다. “임금님, 만수무강하시기를 빕니다. 임금님께서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놀라시거나 얼굴빛이 달라지실 까닭이 없습니다.
11 임금님의 나라에는 거룩하신 신들의 영을 지닌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임금님의 아버지 시대에 그는 형안과 통찰력과 신들의 지혜 같은 지혜를 지닌 사람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하여 임금님의 아버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님께서는 그 사람을 요술사들과 주술사들과 점성가들과 점술사들의 우두머리 로 세우셨습니다. 임금님의 아버지께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12 네부카드네자르 임금님께서 벨트사차르라는 이름을 지어 주신 그 다니엘이, 빼어난 정신과 지식과 통찰력을 지녀, 꿈을 해석 하고 수수께끼를 풀며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사람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니엘을 부르십시오. 그가 저 글자의 뜻을 밝혀 줄 것입니다.”
다니엘이 글자를 해독하다
13 이렇게 하여 다니엘이 임금 앞으로 불려 왔다. 임금이 다니엘에게 물었다. “그대가 바로 나의 부왕께서 유다에서 데려온 유배자들 가운데 하나인 다니엘인가?
14 나는 그대가 신들의 영을 지녔을뿐더러, 형안과 통찰력과 빼어난 지혜를 지닌 사람으로 드러났다는 말을 들었다.
15 저 글자를 읽고 그 뜻을 나에게 설명하도록 현인들과 주술사들이 내 앞으로 불려 왔지만, 그 뜻을 밝히지 못하였다.
16 또 나는 그대가 뜻풀이를 잘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그대가 저 글자를 읽고 그 뜻을 나에 게 설명해 줄 수 있다면, 그대에게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고 이 나라에서 셋째 가는 통치자로 삼겠다.”
17 그러자 다니엘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의 선물을 거두시고 임금님의 상도 다른 이에게나 내리십시오. 그래도 저는 저 글자를 임금님께 읽어 드리고 그 뜻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8 임금님, 가장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임금님의 아버지 네부카드네자르 님께 왕권과 위력과 영광과 영화를 베푸셨습니다.
19 하느님께서 그분께 베푸신 그 위력 때문에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분 앞에서 떨며 무서워하였습니다. 네부카드네자르 님께서는 원하시는 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시고 원하시는 대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셨으며, 원하시는 대로 사람을 높이기도 하시고 원하시는 대로 사람을 낮추기도 하셨습니다.
20 그러나 마음이 우쭐해지고 정신이 완고해져 오만하게 행동하시다가, 왕좌에서 내몰리시고 영광도 빼앗기셨습니다.
21 사람들에게서 쫓겨나시어 마음이 짐승처럼 되셨고, 들나귀들과 함께 사시면서 소처럼 풀을 드셨으며, 몸은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에 젖으셨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가장 높으신 하느님께서 인간들의 나라를 다스리시고,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를 그 나라 위에 세우신다는 것을 깨달으셨습니다.
22 그런데 이제 그분의 아드님이신 벨사차르 님, 임금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다 아시면서도 마음을 겸손하게 낮추지 않으셨습 니다.
23 오히려 하늘의 주님을 거슬러 자신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주님의 집에 있던 기물들을 임금님 앞으로 가져오게 하시어, 대신들과 왕비와 후궁들과 함께 그것으로 술을 드셨습니다. 그리고 은과 금, 청동과 쇠, 나무와 돌로 된 신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며 알지도 못하는 신들을 찬양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임금님의 목숨을 손에 잡고 계시며 임금님의 모든 길을 쥐고 계신 하느님을 찬송하지 않으셨습니다.
24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손을 보내셔서 저 글자를 쓰게 하신 것입니다.
25 그렇게 쓰여진 글자는 ‘므네 므네 트켈’, 그리고 ‘파르신’입니다.
26 그 뜻은 이렇습니다. ‘므네’는 하느님께서 임금님 나라의 날수를 헤아리시어 이 나라를 끝내셨다는 뜻입니다.
27 ‘트켈’은 임금님을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뜻입니다.
28 ‘프레스’는 임금님의 나라가 둘로 갈라져서, 메디아인들과 페르시아인들에게 주어졌다는 뜻입니다.”
29 그러자 벨사차르는 분부를 내려, 다니엘에게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고 그가 나라에서 셋째 가는 통치자가 된다고 선포하게 하였다.
30 바로 그날 밤에 칼데아 임금 벨사차르가 살해되었다.
제6장
1 그리고 메디아 사람 다리우스가 그 나라를 이어받았다. 그의 나이 예순두 살이었다. 다니엘이 모함을 받다
2 다리우스는 자기의 뜻대로 나라에 총독 백스무 명을 세워, 온 나라에 두루 주재하게 하고,
3 그들 위로 다시 재상 세 사람을 임명하였는데, 다니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임금에게 손실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총독들은 이 재상들에게 업무를 보고하게 되어 있었다.
4 다니엘은 빼어난 정신을 지녀 다른 재상들이나 총독들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임금은 다니엘을 온 나라 위에 세우려고 생각하였다.
5 그러자 다른 재상들과 총독들은 다니엘에게서 나라와 관련된 죄과를 찾아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들은 어떠한 죄과나 과실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다니엘이 충실한 사람이어서 아무런 태만이나 과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6 그래서 그들은 서로 “저 다니엘이 믿는 하느님의 법과 관련하여 무엇을 찾아내기 전에는, 그에게서 아무런 죄과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7 그리하여 그 재상들과 총독들은 임금에게 몰려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다리우스 임금님, 만수무강하시기를 빕니다.
8 나라의 모든 재상, 그리고 태수들과 총독들과 자문관들과 지방관들은, 임금님께서 법령을 세우시고 금령을 엄하게 만드셔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임금님, 앞으로 서른 날 동안 임금님 말고 다른 어떤 신이나 사람에게 기도를 올리는 자는 누구든지 사자 굴에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9 이제 임금님, 금령을 세우시고 그 문서에 서명하시어, 철회할 수 없는 메디아와 페르시아의 법에 따라 그것을 바꾸지 못하게 하십시오.”
10 그리하여 다리우스 임금은 그 금령 문서에 서명하였다.
다니엘이 사자 굴에서 살아 나오다
11 다니엘은 임금이 그 문서에 서명하였다는 것을 알고 자기 집으로 갔다. 그의 집 옥상 방 창문은 예루살렘 쪽으로 나 있었다. 그는 이전에도 늘 그러하였듯이, 하루에 세 번 무릎을 꿇고 자기의 하느님께 기도하고 감사를 드렸다.
12 그때에 그 사람들이 몰려와서, 다니엘이 그의 하느님께 기도와 간청을 올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13 그래서 그들은 임금에게 다가가서 금령과 관련하여 말하였다. “임금님, 앞으로 서른 날 동안 임금님 말고 다른 어떤 신이나 사람에게 기도를 올리는 사람은 누구든지 사자 굴에 던진다는 금령에 서명하지 않으셨습니까?” 임금이 “그것은 철회할 수 없는 메디아와 페르시아의 법에 따라 확실하오.” 하고 대답하자,
14 그들이 다시 임금에게 말하였다. “임금님, 유다에서 온 유배자들 가운데 하나인 다니엘이 임금님께 경의를 표하지도 않고, 임금님께서 서명하신 금령에도 경의를 표하지 않은 채, 하루에 세 번씩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15 임금은 이 말을 듣고 몹시 괴로웠다. 그는 다니엘을 살려 내기로 결심하고 해가 질 때까지 그를 구하려고 노력하였다.
16 그러자 그 사람들이 임금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임금님, 임금이 세운 금령과 법령은 무엇이든 바꿀 수 없다는 것이 메디아와 페르시아의 법임을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17 그리하여 임금이 분부를 내리자 사람들이 다니엘을 끌고 가서 사자 굴에 던졌다. 그때에 임금이 다니엘에게, “네가 성실히 섬기는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구해 내시기를 빈다.” 하고 말하였다.
18 사람들이 돌 하나를 굴려다가 굴 어귀를 막아 놓자, 임금은 자기의 인장 반지와 대신들의 인장 반지로 그곳을 봉인한 다음, 다니엘에게 내린 어떠한 조치도 바꾸지 못하게 하였다.
19 그러고 나서 임금은 궁궐로 돌아가 단식하며 밤을 지냈다. 여자들도 자기 앞으로 들이지 못하게 하였다.그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20 새벽에 날이 밝자마자 임금은 일어나 서둘러 사자 굴로 갔다.
21 다니엘이 있는 굴에 가까이 이르러, 그는 슬픈 목소리로 다니엘에게 외쳤다. “살아 계신 하느님의 종 다니엘아, 네가 성실히 섬기는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사자들에게서 구해 내실 수 있었느냐?”
22 그러자 다니엘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 만수무강하시기를 빕니다.
23 저의 하느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사자들의 입을 막으셨으므로, 사자들이 저를 해치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그분 앞에서 무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금님, 저는 임금님께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24 임금은 몹시 기뻐하며 다니엘을 굴에서 끌어 올리라고 분부하니, 사람들이 그를 굴에서 끌어 올렸다. 다니엘에게는 아무런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자기의 하느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25 임금은 분부를 내려, 악의로 다니엘을 고발한 그 사람들을 끌어다가, 자식들과 아내들과 함께 사자 굴 속으로 던지게 하였다. 그들이 굴 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사자들이 달려들어 그들의 뼈를 모조리 부수어 버렸다.
26 그때에 다리우스 임금은 온 세상에 사는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조서를 내렸다. “그대들이 큰 평화를 누리기 바란다.
27 나는 칙령을 내린다. 내 나라의 통치가 미치는 모든 곳에서는 누구나 다니엘의 하느님 앞에서 떨며 두려워해야 한다. 그분은 살아 계신 하느님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의 나라는 불멸의 나라 그분의 통치는 끝까지 이어진다.
28 그분은 구해 내시고 구원하시는 분 하늘과 땅에서 표징과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 다니엘을 사자들의 손에서 구해 내셨다.”
29 다니엘은 다리우스의 통치 때와 페르시아의 키루스 통치 때에 이렇게 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제7장 다니엘이 네 마리 짐승의 환시를 보다
1 바빌론 임금 벨사차르 제일년, 다니엘은 침상에 누워 있을 때 꿈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시를 보았다. 그는 그 꿈을 적어 두었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2 다니엘이 말하였다. “내가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불어오는 네 바람이 큰 바다를 휘저었다.
3 그러자 서로 모양이 다른 거대한 짐승 네 마리가 바다에서 올라왔다.
4 첫 번째 것은 사자 같은데 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그것은 날개가 뽑히더니 땅에서 들어 올려져 사람처럼 두 발로 일으켜 세워진 다음, 그것에게 사람의 마음이 주어졌다.
5 그리고 다른 두 번째 짐승은 곰처럼 생겼다. 한쪽으로만 일으켜져 있던 이 짐승은 입속 이빨 사이에 갈비 세 개를 물고 있었는데, 그것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하였다. ‘일어나 고기를 많이 먹어라.’
6 그 뒤에 내가 다시 보니 표범처럼 생긴 또 다른 짐승이 나왔다. 그 짐승은 등에 새의 날개가 네 개 달려 있고 머리도 네 개였는데, 그것에게 통치권이 주어졌다.
7 그 뒤에 내가 계속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었는데,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이 나왔다. 커다란 쇠 이빨을 가진 그 짐승은 먹이를 먹고 으스러뜨리며 남은 것은 발로 짓밟았다. 그것은 또 앞의 모든 짐승과 다르게 생겼으며 뿔을 열 개나 달고 있었다.
8 내가 그 뿔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것들 사이에서 또 다른 자그마한 뿔이 올라왔다. 그리고 먼저 나온 뿔 가운데에서 세 개가 그것 앞에서 뽑혀 나갔다. 그 자그마한 뿔은 사람의 눈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입도 있어서 거만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연로하신 분과 사람의 아들에 관한 환시를 보다
9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다. 그분의 옥좌는 불꽃 같고 옥좌의 바퀴들은 타오르는 불 같았다.
10 불길이 강물처럼 뿜어 나왔다. 그분 앞에서 터져 나왔다. 그분을 시중드는 이가 백만이요 그분을 모시고 선 이가 억만이었다. 법정이 열리고 책들이 펴졌다.
11 그 뒤에 그 뿔이 떠들어 대는 거만한 말소리 때문에 나는 그쪽을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그 짐승이 살해되고 몸은 부서져 타는 불에 던져졌다.
12 그리고 나머지 짐승들은 통치권을 빼앗겼으나 생명은 얼마 동안 연장되었다.
13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14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천사가 환시의 뜻을 풀이해 주다
15 “나 다니엘은 정신이 산란해졌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 환시들이 나를 놀라게 하였다.
16 그래서 나는 그곳에 서 있는 이들 가운데 하나에게 다가가서, 이 모든 일에 관한 진실을 물었다. 그러자 그가 그 뜻을 나에게 알려 주겠다고 말하였다.
17 ‘그 거대한 네 마리 짐승은 이 세상에 일어날 네 임금이다.
18 그러나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이 그 나라를 이어받아 영원히, 영원무궁히 차지할 것이다.’
19 나는 다른 모든 짐승과 달리 몹시 끔찍하게 생겼고, 쇠 이빨과 청동 발톱을 가졌으며, 먹이를 먹고 으스러뜨리며 남은 것은 발로 짓밟는 네 번째 짐승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었다.
20 그리고 그 짐승의 머리에 있던 열 개의 뿔과 나중에 올라온 또 다른 뿔에 관한 진실도 알고 싶었다. 그 다른 뿔 앞에서 뿔 세 개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다른 뿔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입도 있어서 거만하게 떠들어 대고 있었으며, 다른 것들보다 더 커 보였다.
21 내가 보니 그 뿔은 거룩한 백성과 전쟁을 벌여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22 마침내 연로하신 분께서 오셨다. 그리하여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에게 권리가 되돌려졌다. 이 거룩한 백성이 나라를 차지할 때가 된 것이다.
23 그 천사가 이렇게 말하였다. ‘네 번째 짐승은 이 세상에 생겨날 네 번째 나라이다. 그 어느 나라와도 다른 이 나라는 온 세상을 집어삼키고 짓밟으며 으스러뜨리리라.
24 뿔 열 개는 이 나라에서 일어날 열 임금이다. 그들 다음으로 또 다른 임금이 일어날 터인데 앞의 임금들과 다른 이 임금은 그 가운데에서 세 임금을 쓰러뜨리리라.
25 그는 가장 높으신 분을 거슬러 떠들어 대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을 괴롭히며 축제일과 법마저 바꾸려고 하리라. 그들은 일 년, 이 년, 반년 동안 그의 손에 넘겨지리라.
26 그러나 법정이 열리고 그는 통치권을 빼앗겨 완전히 패망하고 멸망하리라.
27 나라와 통치권과 온 천하 나라들의 위력이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에게 주어지리라. 그들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가 되고 모든 통치자가 그들을 섬기고 복종하리라.’
28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나 다니엘은 떠오르는 생각들로 몹시 놀라 얼굴빛마저 달라졌지만, 이 일을 마음에 간직하였다.”
제8장 다니엘이 숫양과 숫염소의 환시를 보다
1 벨사차르 임금의 통치 제삼년, 나 다니엘은 처음 본 것에 이어서 또 다른 환시를 보게 되었다.
2 나는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는데, 내가 엘람 지방의 수사 성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울라이 강 가에 있었다.
3 내가 눈을 들어 보니, 뿔이 두 개 달린 숫양 한 마리가 강 옆에 서 있었다. 그 두 뿔이 다 길었는데 하나가 다른 것보다 더 길었다. 더 긴 뿔이 나중에 올라온 것이었다.
4 내가 보니 그 숫양이 서쪽으로, 북쪽으로, 또 남쪽으로 들이받는데, 어떤 짐승도 그 숫양을 당해 내지 못하고 그 손에서 아무것도 빼내지 못하였다. 그 숫양은 제멋대로 행동하며 더욱 강력해졌다.
5 나는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에 숫염소 한 마리가 서쪽에서 오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만큼 재빠르게 온 세상을 가로지르며 오는 것이었다. 그 숫염소의 두 눈 사이에는 당당한 뿔 하나가 나 있었다.
6 그 숫염소는, 강가에 서 있는 것을 내가 보았던 그 두 뿔 달린 숫양에게 다가가서,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7 내가 보니 그 숫염소가 숫양 곁으로 가서는 분노를 터뜨리며 숫양을 쳐서 두 뿔을 부수어 버렸다. 숫양은 숫염소를 당해 낼 힘이 없었다. 또 숫염소가 숫양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짓밟아도, 그 손에서 숫양을 빼낼 자가 하나도 없었다.
8 그리하여 그 숫염소는 매우 강력해졌다. 그러나 한창 힘이 셀 때에 그 큰 뿔이 부서지고, 그 자리에 당당한 뿔 네 개가 사방 하늘로 올라갔다.
9 그 뿔들 가운데 하나에서 작은 뿔 하나가 나와, 남쪽으로, 동쪽으로, 그리고 영화로운 땅 쪽으로 몹시 커져 갔다.
10 그것은 하늘의 군대에 미칠 만큼 커지더니, 그 군대와 별들 가운데에서 일부를 땅에 떨어뜨려 짓밟았다.
11 또 그 군대의 장수에게까지 오만하게 행동하더니, 그분께 바치는 일일 번제를 없애고 그분 성소의 토대를 뒤엎어 버렸다.
12 그 군대는 죄악으로 바뀌어 버린 일일 번제와 함께 그 뿔에게 넘겨졌다. 그 뿔은 진리를 땅에 내동댕이치면서도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었다.
13 그런데 내가 들으니, 어떤 거룩한 이가 말을 하고 또 다른 거룩한 이가 먼저 말한 거룩한 이에게 묻는 것이었다. “일일 번제, 파멸을 가져오는 저 죄악, 성소가 넘겨지고 군대가 짓밟히는 일, 환시에 나타난 이 일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겠습니까?”
14 먼저 말한 거룩한 이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저녁과 아침이 이천삼백 번 바뀔 때까지입니다. 그제야 성소가 복구될 것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환시를 설명하다
15 나 다니엘이 이러한 환시를 보고서 그 뜻을 깨달아 보려고 하는데, 장정처럼 보이는 이가 내 앞에 서 있었다.
16 그때에 나는 울라이 강 위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부르며 말하는 것이었다. “가브리엘아, 저 사람이 환시를 깨닫게 해 주어라.”
17 그러자 가브리엘이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본 나는 깜짝 놀라 엎드렸다. 그가 나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아들아, 깨달아라. 환시는 종말의 때에 관한 것이다.”
18 그가 나에게 말할 때에 나는 얼굴을 땅에 대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나를 잡아 일으켜 세우고서
19 말하였다. “자, 진노의 심판 끝에 무엇이 일어날지 너에게 알려 주겠다. 이는 정해진 종말의 때에 관한 것이다.
20 뿔이 두 개 달린 숫양을 네가 보았는데, 그것들은 메디아와 페르시아의 임금들이다.
21 숫염소는 그리스 임금이고, 두 눈 사이에 있던 큰 뿔은 그 첫 임금이다.
22 그 뿔이 부서지고 그 자리에 생긴 네 뿔은 한 왕국에서 생겨날 네 나라인데, 그것들이 그 왕국의 힘은 이어받지 못할 것이다.
23 그들의 통치 끝에 죄악이 가득 차면 얼굴이 뻔뻔하고 술수에 능란한 임금이 일어나리라.
24 그는 힘이 점점 세어질 터인데 제힘으로 그리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끔찍스러운 파괴를 자행하면서도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리라. 또 힘센 이들과 거룩한 백성을 파멸시키리라.
25 그는 재간이 좋아 제 손으로 속임수도 성공을 거두게 하니 마음속으로 오만해져 불시에 많은 사람들을 파멸시키리라. 그러나 제후들의 제후에게까지 맞서다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부서지리라.
26 내가 설명한 저녁과 아침의 환상은 진실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으니 너는 이 환시를 봉인해 두어라.”
27 나 다니엘은 기운이 빠져서 여러 날 동안 아팠다. 그런 다음에 일어나 임금의 일을 거들었지만, 그 환상 때문에 당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뜻도 깨닫지 못하였다.
제9장 다니엘이 예레미야의 예언을 깊이 생각하다
1 메디아족 출신으로 칼데아 나라 임금이 된, 크세르크세스의 아들 다리우스 제일년이었다.
2 그의 통치 제일년에 나 다니엘은 성경을 펴 놓고, 예레미야 예언자에게 내린 주님의 말씀대로, 예루살렘이 폐허가 된 채 채워야 하는 햇수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일흔 해였다.
3 그리하여 나는 단식하고 자루옷을 두르고 재를 쓴 채, 기도와 간청으로 탄원하려고 주 하느님께 얼굴을 돌렸다.
다니엘이 동포들을 위하여 기도하다
4 나는 주 나의 하느님께 기도하고 죄를 고백하며 아뢰었다. “아, 주님! 위대하시고 경외로우신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 계약과 자애를 지키시는 분!
5 저희는 죄를 짓고 불의를 저질렀으며 악을 행하고 당신께 거역하였습니다. 당신의 계명과 법규에서 벗어났습니다.
6 저희는 저희의 임금들과 고관들과 조상들과 나라의 모든 백성들에게 당신의 이름으로 말하는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7 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오늘 이처럼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유다 사람, 예루살렘 주민들, 그리고 가까이 살든 멀리 살든, 당신께 저지른 배신 때문에 당신께서 내쫓으신 그 모든 나라에 사는 이스라엘인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8 주님, 저희의 임금들과 고관들과 조상들을 비롯하여 저희는 모두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9 주 저희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용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주님께 거역하였습니다.
10 주 저희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당신의 종 예언자들을 통하여 저희 앞에 내놓으신 법에 따라 걷지 않았습니다.
11 온 이스라엘은 당신의 말씀을 듣지 않고, 당신의 율법을 어기고 그것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종 모세의 율법에 쓰인 저주와 맹세가 저희에게 쏟아졌습니다. 저희가 주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12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큰 불행을 내리시어, 저희와 저희를 다스린 통치자들을 두고 하신 말씀을 이루셨습니다. 예루살렘에 일어난 것과 같이 그렇게 큰 불행은 온 천하 어디에서도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13 모세의 율법에 쓰인 대로 이 모든 불행이 저희에게 닥쳤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저희의 죄악에서 돌아서지도 않고 당신의 성실하심을 깨닫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주 저희 하느님께 호의를 간청하지 않았습니다.
14 주님께서는 그 불행을 간수하셨다가 저희에게 내리셨습니다. 정녕 주 저희 하느님께서는 하시는 일마다 의로우십니다. 그런데 저희는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15 이제, 주 저희 하느님! 당신께서는 강한 손으로 당신의 백성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시어, 오늘날까지도 명성을 떨치셨습 니다. 그러나 저희는 죄를 짓고 악을 저질렀습니다.
16 주님, 당신의 그 모든 의로운 업적을 보시어, 당신의 도성 예루살렘에서,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당신의 분노와 진노를 거두어 주십시오. 저희의 죄와 저희 조상들의 죄악 때문에, 예루살렘과 당신의 백성이 주위에 있는 모든 민족들에게 수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17 그러니 이제 저희의 하느님, 당신 종의 기도와 간청을 들어 주십시오. 주님, 당신 자신을 생각하시어 황폐한 당신의 성소에 당신 얼굴의 빛을 비추십시오.
18 저의 하느님, 귀를 기울여 들어 주십시오. 눈을 뜨시어 저희의 폐허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도성을 보십시오. 저희가 당신 앞에 간청을 올리는 것은 저희의 어떤 의로운 업적이 아니라, 당신의 크신 자비 때문입니다.
19 주님, 들어 주십시오. 주님,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 귀여겨들으시고 행동해 주십시오. 지체하지 마십시오. 저의 하느님, 당신 자신을 생각하시어 그리하여 주십시오. 당신의 도성과 당신의 백성이 당신의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입니다.”
가브리엘이 예언의 뜻을 설명하다
20 내가 이렇게 말하면서 기도하고 나의 죄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고백하며, 내 하느님의 거룩한 산을 위하여 주 나의 하느님 앞에 간청을 올리고 있었다.
21 내가 이렇게 기도하며 아뢰고 있는데, 지난번 환시에서 본 가브리엘이라는 이가 저녁 예물을 바칠 때에 빨리 날아서 나에게 다가왔다.
22 그렇게 와서 나에게 말하였다. “다니엘아, 내가 너를 깨닫게 해 주려고 이렇게 나왔다.
23 네가 간청하기 시작할 때에 이미 말씀이 내렸는데, 그것을 일러 주려고 내가 왔다. 네가 총애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말씀에 주의를 기울여서 환상의 뜻을 깨닫도록 하여라.
24 너의 백성과 너의 거룩한 도성에 정해진 일흔 주간이 지나야 악행이 그치고 죄가 끝나며 속죄가 이루어지리라. 또한 영원한 정의가 펼쳐지고 환시와 예언이 확증되며 가장 거룩한 곳에 기름이 부어지리라.
25 그러니 너는 이것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예루살렘을 복구하고 재건하라는 말씀이 내린 때부터 기름부음 받은 영도자가 나올 때까지 일곱 주간이 흐르리라. 또 예순두 주간이 흐르는 동안 예루살렘이 복구되고 재건되어 광장과 외호까지 갖추겠지만 그 기간은 어려운 때가 되리라.
26 이렇게 예순두 주간이 흐른 다음 기름부음받은이가 잘려 나가 그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 그리고 도성과 성소는 앞으로 일어날 군주의 군대가 허물어 버리리라. 그 종말은 홍수처럼 들이닥치리라. 전쟁이 끝날 때까지 황폐하게 남도록 결정되었다.
27 그 군주는 한 주간 동안 많은 이와 강력한 동맹을 맺고 반 주간 동안은 희생 제물과 곡식 제물을 바치지 못하게 하리라. 성전 날개에는 황폐를 부르는 혐오스러운 것이 세워져 황폐하게 만드는 그자에게 이미 결정된 멸망이 쏟아질 때까지 서 있으리라.”
제10장 다니엘이 키그리스 강 가에서 환시를 보다
1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 제삼년에 벨트사차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다니엘에게 말씀이 계시되었다. 그 말씀은 진실이며 큰 싸움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그 말씀을 깨달았다. 환상 중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2 그때에 나 다니엘은 세 주 동안 고행을 하고 있었다.
3 나는 세 주간을 다 채울 때까지,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고기와 술을 입에 대지 않았으며 향유를 바르지도 않았다.
4 첫째 달 스무나흗날에 나는 큰 강 곧 티그리스 강 가에 있었다.
5 그때에 내가 눈을 들어 보니, 아마포 옷을 입고 허리에는 우파즈 금으로 만든 띠를 두른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6 그의 몸은 녹주석 같고 얼굴은 번개의 모습 같았으며, 눈은 횃불 같고 팔과 다리는 광을 낸 청동 같았으며, 그가 말하는 소리는 군중의 아우성 같았다.
7 나 다니엘만 그 환상을 보았다. 나와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 환상을 보지는 못하고, 다만 커다란 공포가 그들을 덮치는 바람에 달아나서 몸을 숨겼다.
8 나 혼자 남아서 그 큰 환상을 보았다. 나는 힘이 빠지고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9 그때에 나는 그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나는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얼굴을 땅에 대고 쓰러졌다.
10 그러자 어떤 손이 나를 흔들어 무릎과 손으로 일어나게 하였다.
11 그러고 나서 그가 나에게 말하였다. “총애를 받는 사람 다니엘아, 내가 너에게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라. 일어서라. 나는 파견되어 너에게 온 것이다.” 그가 나에게 이 말을 할 때에 나는 떨면서 일어섰다.
12 그가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다니엘아,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깨달음을 얻고 너의 하느님 앞에서 극기하기로 결심한 첫날 부터, 하느님께서는 너의 말을 들으셨다. 너의 그 말 때문에 내가 이렇게 온 것이다.
13 그런데 페르시아 나라의 제후 천사가 스무하루 동안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래서 일품 제후 천사들 가운데 하나인 미카엘이 나를 도우러 오자, 나는 그를 그곳 페르시아 임금들 곁에 남겨 두었다.
14 그리고 나는 뒷날 네 백성에게 일어날 일을 네가 깨닫게 해 주려고 왔다. 이 환시는 그때와 관련된 것이다.”
15 그가 이러한 말을 나에게 할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굴을 땅에 대고 있었다.
16 그때에 사람 형상을 한 이가 내 입술에 손을 대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열고 내 앞에 서 있는 이에게 말하였다. “나리, 환상 때문에 고통이 들이닥쳐 저는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17 나리의 이 종이 어떻게 나리와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저는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숨조차 쉴 수가 없습니다.”
18 사람 모습을 한 이가 다시 나에게 손을 대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19 그가 이렇게 말하였다. “총애받는 사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 힘을 내어라. 힘을 내어라.” 그가 이러한 말을 할 때에 나에게 힘이 솟았다. 그래서 내가 말하였다. “나리께서 저에게 힘을 주셨으니 이제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20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너는 내가 왜 너에게 왔는지 아느냐? 나는 이제 돌아가서 페르시아의 제후 천사와 싸워야 한다. 내가 그 일을 마치면 그리스의 제후 천사가 올 것이다.
21 이제 나는 진리의 책에 적힌 것을 너에게 일러 주려고 한다. 너희의 제후 천사 미카엘 말고는 나를 도와 그들을 대적할 이가 없다.
제11장
1 나는 이미 메디아 사람 다리우스 제일년에 미카엘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그를 뒷받침해 주려고 나선 적이 있다.” 천사가 이집트와 시리아에 관하여 설명하다
2 “이제 나는 너에게 진실을 일러 주겠다. 페르시아에는 앞으로 세 임금이 더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넷째가 나와 앞의 어느 임금보다도 큰 재물을 모을 터인데, 그렇게 재물을 모아 강력해지면, 그는 그리스 왕국을 치려고 온 나라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3 그러나 용맹한 임금이 일어나 막강한 통치력을 행사하며 제멋대로 행동할 것이다.
4 그렇지만 그가 일어서자마자 그의 나라는 부서져 천하 사방으로 나뉘는데, 그의 자손들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고, 통치력도 그의 때와 같지 않을 것이다. 그의 나라가 뿌리째 뽑혀 그들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5 남쪽 임금이 강력해지겠지만, 그의 장수들 가운데 하나가 그보다 더 강력해져서 그의 영토보다 더 큰 영토를 통치할 것이다.
6 몇 해 뒤에 그들은 동맹을 맺고, 협약을 비준하는 뜻으로 남쪽 임금의 딸이 북쪽 임금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러나 그 여자는 세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 아들도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여자와 또 그 여자를 그리로 데려간 자들, 그 여자의 자식과 지지자가 적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그때에
7 그 여자와 같은 뿌리에서 난 가지가 그 뒤를 이어 일어나, 북쪽 임금의 군대를 공격하고 성채로 들어가 그들을 쳐 이길 것이다.
8 또한 그들의 신들과 주조 신상들, 은과 금으로 된 값진 기물들을 전리품으로 이집트에 가져가고 나서, 몇 해 동안 북쪽 임금을 내버려 둘 것이다.
9 그 뒤에 북쪽 임금이 남쪽 임금의 나라로 쳐들어가기는 하겠지만, 곧 자기 땅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10 그러나 북쪽 임금의 아들들이 전쟁을 벌이면서 수많은 군대를 모은 다음, 그들 가운데 하나가 마침내 쳐들어가는데, 물밀듯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남쪽 임금의 성채에 이르기까지 다시 싸움을 벌일 것이다.
11 남쪽 임금도 분노를 터뜨리며 나가서 북쪽 임금과 싸울 것이다. 그러면 북쪽 임금이 수많은 군사를 일으키겠지만, 그 군사들은 남쪽 임금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12 그 군사들이 제거되면 남쪽 임금은 마음이 우쭐해져 수만 명을 쓰러뜨리겠지만, 우위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13 북쪽 임금은 처음보다 더 많은 군사를 다시 일으켜, 몇 해 뒤에 많은 물자와 함께 큰 군대를 거느리고 쳐들어갈 것이다.
14 그때에 많은 사람이 남쪽 임금을 거슬러 일어날 것이다. 네 백성 가운데에서도 난폭한 자들이 환시를 실현시키겠다고 봉기하겠지만 실패할 것이다.
15 북쪽 임금이 내려가서 공격 축대를 쌓고 요새 성읍을 함락하는데, 남쪽의 병력은 정예 부대까지도 그들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당해 낼 힘이 없기 때문이다.
16 남쪽 임금을 공격하는 자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데도, 그들을 아무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북쪽 임금이 영화로운 땅에 자리 잡으면, 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 들어가고 말 것이다.
17 그는 남쪽 임금의 온 나라를 자기의 세력 아래로 끌어들이겠다고 결심하고서는, 그와 화친을 맺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나라를 멸망시키려고 남쪽 임금에게 여자를 하나 주지만, 그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고 그에게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18 그는 섬과 해안 지방으로 얼굴을 돌려 많은 곳을 점령할 것이다. 그러나 장군 하나가 그러한 그의 행패를 끝장내는데, 그는 자기가 당한 행패를 그 장군에게 되갚지도 못할 것이다.
19 그 뒤에 그는 자기 땅의 성채들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만, 비틀거리다 넘어져 사라져 버릴 것이다.
20 그의 뒤를 이어 다른 임금이 일어나 나라의 영광스러운 곳으로 조공 징수관을 보내기도 하지만, 다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그 임금은 얼마 되지 않아 살해될 것이다.”
시리아의 사악한 임금에 관하여 설명하다
21 “그의 뒤를 이어 멸시받아 마땅한 자가 일어나는데, 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불시에 나서서 모략으로 왕권을 잡을 것이다.
22 그 임금 앞에서 적군들이 완전히 쓸려 나가고 부서지는데, 계약의 영도자까지 그렇게 될 것이다.
23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고 나서부터는 속임수를 쓰는데, 얼마 되지 않는 백성을 거느리면서도 위치가 올라가고 더욱 강해질 것이다.
24 그는 불시에 그 지방의 비옥한 곳으로 쳐들어가, 자기 부하들에게 전리품과 노략물과 그 밖의 물자를 뿌리며, 자기 조상들 가운데 아무도 하지 않은 짓을 할 것이다. 그리고 요새들을 칠 계략을 꾸미지만 한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5 그는 힘과 용기를 내어 큰 군대를 거느리고 남쪽 임금을 치려고 할 터인데, 남쪽 임금은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한 군대를 거느리고 전쟁을 벌이면서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남쪽 임금을 칠 계략을 꾸밀 것이기 때문이다.
26 그와 함께 음식을 먹는 자들이 그를 파멸시키고, 그의 군대는 휩쓸려 가며 많은 사람이 살해되어 쓰러질 것이다.
27 그 두 임금이 마음속으로는 악을 품고서도 한 식탁에 마주 앉아 거짓말을 주고받겠지만, 아무도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정해진 때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8 북쪽 임금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다가, 거룩한 계약을 해칠 마음을 품고 그 계획을 이룬 다음에야 자기 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29 정해진 때가 되면 그가 다시 남쪽으로 쳐들어가겠지만, 그때는 먼젓번과 같지 않을 것이다.
30 키팀의 배들이 그를 치러 오는 바람에 그는 겁을 내고 말 것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거룩한 계약에 분풀이를 할 것이다. 그는 다시 돌아가서 거룩한 계약을 저버린 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31 그리고 그가 보낸 병력이 자리를 잡고서는, 성소와 성채를 더럽히고 일일 번제를 폐지하며, 황폐를 부르는 혐오스러운 것을 세울 것이다.
32 그는 계약을 깨뜨리는 자들을 달콤한 말로 배교하게 만들겠지만, 저희 하느님께 충성스러운 백성은 굳건히 서서 행동할 것이다.
33 또 백성 가운데에서 현명한 이들은 많은 사람을 깨우쳐 줄 것이다. 그러나 얼마 동안 그들은 칼과 화염에 쓰러지고 유배와 약탈을 당할 것이다.
34 그들은 쓰러질 때에 도움을 조금밖에 받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그들과 합류하겠지만 거짓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35 현명한 이들 가운데 일부가 이렇게 쓰러지면서, 마지막 때가 되기까지 다른 이들이 단련되고 정화되고 순화되게 할 것이다. 아직 정해진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6 임금은 제멋대로 행동하고 교만스레 자신을 들어 높이며 자기가 모든 신보다 위대하다고 여길뿐더러, 신들의 하느님을 두고 끔찍한 말까지 해 댈 것이다. 이렇게 그는 진노의 때가 다하기까지 성공을 거두리니, 결정된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37 그는 자기 조상들의 신들을 비롯하여, 여자들이 아끼는 신이며 그 밖의 모든 신을 무시할 것이다. 자기가 그 모든 신보다 위대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38 그리고 그들 대신에 성채의 신을, 제 조상들은 알지도 못하던 신을, 금과 은과 보석과 그 밖의 보물들을 바쳐 가며 공경할 것이다.
39 그는 그 낯선 신을 모시고 가장 견고한 요새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신을 인정하는 자들에게 영광을 더해 주고 많은 사람을 다스리게 하며, 보수로 토지도 나누어 줄 것이다.
40 마지막 때에 남쪽 임금이 그를 공격할 것이다. 그러면 북쪽 임금은 병거와 기병과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그에게 돌진해 갈 것이다. 여러 나라를 쳐들어가며 물밀듯이 휩쓸고 지나갈 것이다.
41 북쪽 임금은 영화로운 땅으로도 쳐들어가 수만 명을 쓰러뜨리지만, 에돔과 모압과 대부분의 암몬인들, 바로 그들은 그의 손을 피할 것이다.
42 그가 이렇게 여러 나라에 손을 뻗으면 이집트 땅도 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43 그리하여 그는 이집트의 금과 은을 비롯한 보화, 그리고 다른 모든 보물의 주인이 되고, 리비아인들과 에티오피아인들도 그의 발아래 놓일 것이다.
44 그러다가 동쪽과 북쪽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이 그를 놀라게 할 터인데, 그는 크게 화를 내며 나가서 많은 이를 죽이고 멸망 시킬 것이다.
45 그는 바다와 영화롭고 거룩한 산 사이에 임금이 머물 천막들을 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를 도와주는 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제12장 마지막 때에 관하여 설명하다
1 “그때에 네 백성의 보호자 미카엘 대제후 천사가 나서리라. 또한 나라가 생긴 이래 일찍이 없었던 재앙의 때가 오리라. 그때에 네 백성은, 책에 쓰인 이들은 모두 구원을 받으리라.
2 또 땅 먼지 속에 잠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많은 이가 깨어나 어떤 이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어떤 이들은 수치를, 영원한 치욕 을 받으리라.
3 그러나 현명한 이들은 창공의 광채처럼 많은 사람을 정의로 이끈 이들은 별처럼 영원무궁히 빛나리라.
4 다니엘아, 너는 마지막 때까지 이 말씀을 비밀에 부치고 이 책을 봉인해 두어라. 많은 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5 그때에 나 다니엘이 바라보니 다른 두 사람이 서 있는데, 한 사람은 이쪽 강가에, 다른 한 사람은 저쪽 강가에 있었다.
6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아마포 옷을 입고 강물 위쪽에 있는 분에게 물었다. “이 놀라운 일들은 언제 끝이 납니까?”
7 아마포 옷을 입고 강물 위쪽에 있는 사람이 오른손과 왼손을 하늘로 쳐들고서는, 영원히 살아 계신 분을 두고 이렇게 맹세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일 년과 이 년과 반년이 지나야 합니다. 거룩한 백성의 세력이 산산이 부서져야 이 모든 일이 끝날 것입니다.”
8 나는 이 말을 듣고 그 뜻을 깨닫지 못하여, “나리, 이 일들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9 그가 대답하였다. “가거라, 다니엘아! 이 말씀은 마지막 때까지 비밀에 부쳐지고 봉인되어 있어야 한다.
10 그동안에 많은 이가 정화되고 순화되고 단련되지만, 악인들은 줄곧 악을 저지를 것이다. 그리고 악인들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지만, 현명한 이들은 깨달을 것이다.
11 일일 번제가 폐지되고 황폐를 부르는 혐오스러운 것이 세워질 때부터, 천이백구십 일이 흐를 것이다.
12 행복하여라, 천삼백삼십오 일이 될 때까지 견디어 내는 이들!
13 그러니 너는 끝까지 가거라. 너는 잠들어 쉬겠지만 끝 날에 일어나 네 몫을 받을 것이다.”
제13장 다니엘이 수산나를 구하다
1 바빌론에 요야킴이라고 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2 그는 수산나라고 하는 힐키야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수산나는 매우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주님을 경외하는 여인이었다.
3 수산나의 부모는 의로운 이들로서 그 딸을 모세의 율법에 따라 교육시켰다.
4 한편 요야킴은 아주 부유한 사람으로서 넓은 정원이 그의 집에 맞붙어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큰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유다인들이 늘 그를 찾아오곤 하였다.
5 그런데 그해에 어떤 두 원로가 백성 가운데에서 재판관으로 임명되었다. 바로 그들을 두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바빌론에서, 백성의 지도자로 여겨지는 재판관인 원로들에게서 죄악이 나왔다.”
6 그들이 줄곧 요야킴의 집에 있었으므로, 소송 거리가 있는 이들은 모두 그리로 그들을 찾아갔다.
7 한낮에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수산나는 남편의 정원에 들어가 거닐곤 하였다.
8 그렇게 그곳에 들어가 거니는 수산나를 매일 눈여겨본 그 두 원로는 수산나에게 음욕을 품게 되었다.
9 그들은 양심을 억누르고 하늘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돌린 채, 의로운 판결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10 둘 다 수산나 때문에 마음이 괴로웠지만 서로 고민을 말하지 않았다.
11 수산나와 정을 통하고 싶다는 자기들의 음욕을 밝히기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12 그러면서도 그 여인을 보려고 매일 부지런히 기회를 엿보았다.
13 어느 날 그들은 “점심때가 되었으니 집으로 가세.” 하고 서로 말하고서는, 그곳을 나와 헤어졌다.
14 그러나 그들은 되돌아오다가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 까닭을 캐묻다가 마침내 자기들의 음욕을 실토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혼자 있는 수산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찾아보기로 약속하였다.
15 그들이 알맞은 날을 엿보고 있을 때, 수산나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녀 둘만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날이 무더웠으므로 그곳에서 목욕을 하려고 하였다.
16 거기에는 숨어서 수산나를 엿보는 그 두 원로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17 수산나는 하녀들에게, “내가 목욕을 하게 올리브 기름과 물분을 가져오고 정원 문들을 닫아걸어라.” 하고 말하였다.
18 하녀들은 수산나가 말한 대로 하였다. 곧 정원 문들을 닫아걸고서는 분부받은 것들을 가져오려고 옆문으로 나갔다. 원로들이 숨어 있었기 때문에 하녀들은 그들을 보지 못하였다.
19 하녀들이 나가자마자 두 원로는 일어나서 수산나에게 달려가
20 말하였다. “자, 정원 문들은 잠겼고 우리를 보는 이는 아무도 없소. 우리는 당신을 간절히 원하오. 그러니 우리 뜻을 받아들여 우리와 함께 잡시다.
21 그러지 않으면, 어떤 젊은이가 당신과 함께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당신이 하녀들을 내보냈다고 증언하겠소.”
22 수산나는 탄식하며 말하였다. “나는 꼼짝 못할 곤경에 빠졌소. 그렇게 하면 그것은 나에게 죽음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여도 당신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을 것이오.
23 주님 앞에 죄를 짓느니, 차라리 그렇게 하지 않고 당신들의 손아귀에 걸려드는 편이 더 낫소.”
24 그러고 나서 수산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두 원로도 수산나를 향하여 소리를 지르더니,
25 그 가운데 하나가 달려가서 정원 문들을 열어젖혔다.
26 집에 있던 사람들이 정원에서 나는 고함 소리를 듣고, 옆문으로 뛰어들어 가 수산나에게 일어난 일을 보았다.
27 원로들이 저희 쪽의 이야기를 하자 하인들은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였다. 수산나를 두고 누가 그와 같은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28 다음 날, 수산나의 남편 요야킴의 집으로 백성이 모여들 때, 그 두 원로는 수산나를 죽이겠다는 악한 생각을 가득 품고서 그리로 갔다.
29 그들이 백성 앞에서 말하였다. “사람을 보내어 요야킴의 아내, 힐키야의 딸 수산나를 데려오게 하시오.” 그러자 백성이 사람을 보냈다.
30 수산나는 부모와 자녀들과 모든 친척과 함께 나왔다.
31 수산나는 매우 우아하고 모습이 아름다웠다.
32 그는 베일을 쓰고 있었는데, 그 악인들은 수산나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려는 속셈으로 베일을 벗기라고 명령하였다.
33 그러자 수산나 곁에 있던 이들과 그를 보는 이들이 모두 울었다.
34 그 두 원로는 일어나 백성 한가운데에서 수산나의 머리에 자기들의 손을 얹었다.
35 수산나는 눈물이 가득한 채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마음으로 주님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6 그 두 원로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가 단둘이서 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 이 여자가 여종 둘을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가더니, 정원 문들을 닫아걸고서는 여종들을 내보냈소.
37 그때에 숨어 있던 젊은이 하나가 이 여자에게 가더니 함께 누웠소.
38 정원 구석에 있던 우리는 그 죄악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서 그들에게 달려갔소.
39 그리고 둘이서 정을 통하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그자가 우리보다 힘이 세어 붙잡을 수는 없었소. 그래서 그자는 문을 열고 달아나 버렸소.
40 그 대신 이 여자를 붙들고 그 젊은이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41 이 여자는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려고 하지 않았소. 이것이 우리의 증언이오.” 그들이 백성의 원로이며 재판관이었기 때문에, 회중은 그들을 믿고 수산나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42 그때에 수산나가 크게 소리 지르며 말하였다. “아,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 아십니다.
43 또한 당신께서는 이자들이 저에 관하여 거짓된 증언을 하였음도 알고 계십니다. 이자들이 저를 해치려고 악의로 꾸며 낸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44 주님께서 수산나의 목소리를 들으셨다.
45 그리하여 사람들이 수산나를 처형하려고 끌고 갈 때,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라고 하는 아주 젊은 사람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셨다.
46 그러자 다니엘이 “나는 이 여인의 죽음에 책임이 없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47 온 백성이 그에게 돌아서서, “그대가 한 말은 무슨 소리요?” 하고 물었다.
48 다니엘은 그들 한가운데에 서서 말하였다. “이스라엘 자손 여러분, 여러분은 어찌 그토록 어리석습니까? 신문을 해 보지도 않고 사실을 알아보지도 않고, 어찌 이스라엘의 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수가 있습니까?
49 법정으로 돌아가십시오. 이자들은 수산나에 관하여 거짓 증언을 하였습니다.”
50 온 백성은 서둘러 돌아갔다. 그러자 다른 원로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자,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원로 지위를 주셨으니 우리 가운데에 앉아서 설명해 보게.”
51 다니엘이 “저들을 서로 멀리 떼어 놓으십시오. 제가 신문을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52 사람들이 그들을 따로 떼어 놓자, 다니엘이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악한 세월 속에 나이만 먹은 당신, 이제 지난날에 저지른 당신의 죄들이 드러났소.
53 주님께서 ‘죄 없는 이와 의로운 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도, 당신은 죄 없는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죄 있는 자들을 놓아 주어 불의한 재판을 하였소.
54 자, 당신이 참으로 이 여인을 보았다면, 그 둘이 어느 나무 아래에서 관계하는 것을 보았는지 말해 보시오. 그자가 “유향나무 아래요.” 하고 대답하였다.
55 그러자 다니엘이 말하였다. “진정 당신은 자기 머리를 내놓고 거짓말을 하였소. 하느님의 천사가 이미 하느님에게서 판결을 받아 왔소. 그리고 이제 당신을 둘로 베어 버릴 것이오.”
56 다니엘은 그 사람을 물러가게 하고 나서 다른 사람을 데려오라고 분부하였다. 그리고 그자에게 말하였다. “유다가 아니라 가나안의 후손인 당신, 아름다움이 당신을 호리고 음욕이 당신 마음을 비뚤어지게 하였소.
57 당신들은 이스라엘의 딸들을 그런 식으로 다루어 왔소. 그 여자들은 겁에 질려 당신들과 관계한 것이오. 그러나 이 유다의 딸은 당신들의 죄악을 허용하지 않았소.
58 자 그러면, 관계하는 그들을 어느 나무 아래에서 붙잡았는지 나에게 말해 보시오. 그자가 “떡갈나무 아래요.” 하고 대답하였다.
59 그러자 다니엘이 말하였다. “진정 당신도 자기 머리를 내놓고 거짓말을 하였소. 하느님의 천사가 이미 당신을 둘로 잘라 버리려고 칼을 든 채 기다리고 있소. 그렇게 해서 당신들을 파멸시키려는 것이오.”
60 그러자 온 회중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당신께 희망을 두는 이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61 다니엘이 그 두 원로에게, 자기들이 거짓 증언을 하였다는 사실을 저희 입으로 입증하게 하였으므로, 온 회중은 그들에게 들고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이 이웃을 해치려고 악의로 꾸며 낸 그 방식대로 그들을 처리하였다.
62 모세의 율법에 따라 그들을 사형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 날에 무죄한 이가 피를 흘리지 않게 되었다.
63 수산나가 수치스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힐키야와 그의 아내는 수산나의 남편 요야킴과 모든 친척과 함께, 자기들의 딸 수산나를 두고 하느님을 칭송하였다.
64 그리고 그날 이후로 다니엘은 백성 앞에서 큰사람이 되었다.
제14장 다니엘이 벨 신상을 부수다
1 아스티아게스 임금이 조상들 곁으로 가자, 페르시아인 키루스가 그의 나라를 이어받았다.
2 다니엘은 임금의 벗으로서 임금의 어떤 친구보다도 존경을 받았다.
3 한편 바빌론인들에게는 벨이라고 하는 우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날마다 고운 밀가루 열두 아르타바와 양 마흔 마리와 포도주 여섯 메트레테스를 바쳤다.
4 임금도 그 우상을 숭배하여 날마다 그 앞으로 나아가 경배하였다. 그러나 다니엘은 자기의 하느님만 경배하였다.
5 그래서 임금이 다니엘에게, “너는 어찌하여 벨께 경배하지 않느냐?” 하고 묻자, 다니엘이 대답하였다. “저는 손으로 만든 우상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모든 생물을 지배하시는 살아 계신 하느님을 숭배합니다.”
6 임금이 다시, “너는 벨께서 살아 계신 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 벨께서 날마다 얼마나 많이 마시고 드시는지 보고 있지 않느냐?” 하고 물었다.
7 다니엘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임금님, 속지 마십시오. 그것은 속은 진흙이고 겉은 청동으로서 무엇을 먹거나 마신 적이 전혀 없습니다.”
8 그러자 임금이 화를 내며 벨의 사제들을 불러 놓고 말하였다. “이 양식을 누가 먹는지 나에게 말하지 않으면 너희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그것을 벨께서 드신다는 것을 밝히면 다니엘이 죽을 것이다. 그가 벨을 모독하였기 때문이다.”
9 다니엘은 “임금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임금에게 말하였다. 벨의 사제들은 일흔 명이나 되었고 그 밖에도 그들의 아내들과 자녀들이 있었다.
10 임금은 다니엘과 함께 벨의 신전으로 갔다.
11 그러자 벨의 사제들이 말하였다. “자, 저희는 나갑니다.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음식을 올려놓으시고 포도주를 차려 놓으신 다음, 문을 잠그시고 임금님의 옥새로 봉인하십시오. 내일 아침에 와 보시고, 벨께서 그것들을 모두 드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저희가 죽을 것입니다. 아니라면 저희에 관하여 거짓말을 하는 다니엘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12 그러면서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제사상 밑으로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고, 늘 그 통로로 들어가서 음식을 먹곤 하였던 것이다.
13 그들이 나간 다음에 임금은 벨에게 음식을 올려놓았다.
14 그러자 다니엘은 자기 종들에게 분부하여 재를 가져오게 하고, 임금이 혼자 있는 앞에서 온 신전에 그 재를 뿌려 놓았다. 그런 다음, 그들은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 임금의 옥새로 봉인하고 나서 떠나갔다.
15 그날 밤에도 사제들은 늘 하던 대로 아내들과 자녀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먹고 마셨다.
16 다음 날 아침에 임금은 일찍 일어났다. 다니엘도 그와 함께 있었다.
17 임금이 “다니엘아, 봉인이 그대로 있느냐?” 하고 묻자, 다니엘이 “임금님, 그대로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8 문들이 열리자마자 임금은 제사상 위를 살펴보고서는 큰 소리로 외쳤다. “벨이시여, 당신께서는 위대하십니다. 그리고 당신께는 거짓이 하나도 없습니다.”
19 다니엘은 웃으면서 임금이 안으로 들지 못하게 하고서는, “바닥을 보십시오. 그리고 저것들이 누구 발자국인지 알아맞혀 보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0 임금은 “남자들과 여자들과 아이들의 발자국이 보이는구나.” 하고 말하더니,
21 분노를 터뜨리며 사제들과 그들의 아내들과 자녀들을 체포하게 하였다. 사제들은 자기들이 들어와서 제사상의 제물을 먹곤 하던 비밀 문들을 임금에게 보여 주었다.
22 임금은 그들을 사형에 처하고 벨은 다니엘에게 넘겨주었다. 다니엘은 벨과 그 신전을 부수어 버렸다.
다니엘이 큰 뱀을 죽이다
23 그곳에 큰 뱀이 하나 있었는데 바빌론인들은 그것을 숭배하였다.
24 임금이 다니엘에게 “너는 이분께서 살아 계신 신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분께 경배하여라.” 하고 말하자,
25 다니엘이 대답하였다. “저는 주 저의 하느님께만 경배합니다. 그분께서 살아 계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임금님, 저에게 허락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서 저 뱀을 죽이겠습니다.”
26 임금은 “너에게 허락을 내린다.” 하고 말하였다.
27 다니엘은 역청과 굳기름과 머리털을 가져다가 한데 끓여 여러 덩어리로 만들고 나서, 그것들을 뱀의 입 쪽으로 던졌다. 뱀은 그것들을 먹더니 터져 죽었다. 그러자 다니엘이 말하였다. “보십시오, 여러분이 숭배하던 것을!”
28 바빌론인들은 그 소식을 듣고 몹시 화가 나서 임금을 모반하여 말하였다. “임금은 유다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벨을 부수고 뱀을 죽이고 사제들을 살해한 것이다.”
29 그들은 임금에게 가서, “다니엘을 우리에게 넘겨주시오. 그러지 않으면 당신과 당신 가족을 죽여 버리겠소.” 하고 말하였다.
30 임금은 그들이 자기를 세차게 다그치는 것을 보고, 다니엘을 그들에게 넘겨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니엘이 사자 굴에서 살아 나오다
31 사람들은 다니엘을 사자 굴에 던져 버렸다. 다니엘은 그곳에서 엿새 동안 지냈다.
32 그 굴에는 사자가 일곱 마리 있었는데, 날마다 사람 몸뚱이 두 개와 양 두 마리를 먹이로 주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사자들이 다니엘을 잡아먹게 하려고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33 한편 유다에는 하바쿡 예언자가 있었다. 그는 국을 끓이고 빵을 부수어 사발에 담아서 들에 있는 추수꾼들에게 가져가는 길이었다.
34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하바쿡에게 말하였다.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음식을 바빌론으로 가지고 가서 사자 굴에 있는 다니엘에게 주어라.”
35 하바쿡은 “주님, 저는 바빌론을 본 적도 없고 그 굴은 알지도 못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6 그러자 주님의 천사가 하바쿡의 정수리를 붙들더니, 머리채를 잡고 자기 영의 위력으로 바빌론에 있는 그 굴 위에 데려다 놓는 것이었다.
37 하바쿡은 “다니엘, 다니엘!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보내신 음식을 받으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38 다니엘은 “하느님, 당신께서 저를 기억해 주셨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9 그러고 나서 다니엘은 일어나 음식을 먹었다. 하느님의 천사는 곧바로 하바쿡을 그의 고장으로 데려다 놓았다.
40 이렛날에 임금은 다니엘의 죽음을 애도하려고 그곳으로 갔다. 굴에 다다른 임금이 안을 들여다보니 다니엘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41 임금이 큰 소리로 외쳤다. “주 다니엘의 하느님, 당신께서는 위대하십니다. 당신 말고 다른 분은 계시지 않습니다.”
42 그러고 나서 임금은 다니엘을 끌어 올리고, 그의 파멸을 꾀한 책임자들을 굴속으로 던지게 하였다. 그들은 임금이 보는 앞에서 곧바로 사자들에게 먹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