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제34~39권 우전국삼장(于國三藏) 실차난타(實叉難陀)한역 이운허 번역 옮김
26. 십지품(十地品)[1]
1) 환희지(歡喜地)
이 때 세존은 타화자재천왕궁(他化自在天王宮)의 마니보장전(摩尼寶藏殿)에서 큰 보살 대중과 함께 계시었다.
그 보살들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서 물러가지 않는 이들이니, 각기 다른 세계로부터 왔으며, 모든 보살의 지혜로 머무는 경계에 머무르고, 모든 여래의 지혜로 들어간 곳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수행하여 쉬지 아니하며, 가지가지 신통을 잘 나타내며, 하는 일은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때를 놓치지 아니하며, 보살의 모든 원을 성취하기 위하여 모든 세간과 모든 겁과 모든 세계에서 모든 행을 부지런히 닦아서 쉬지 아니하였다.
보살의 복과 지혜와 도를 돕는 일[助道]을 구족하여 중생을 이익하되 다하지 아니하며, 일체 보살의 지혜 방편과 필경의 저 언덕[彼岸]에 이르렀으며, 일부러 생사와 열반에 들어감을 보이지만 보살행 닦기를 그만두지 아니하며, 일체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와 삼마발저(三摩鉢底)에 잘 들어가서 신통과 밝음과 지혜로 하는 모든 일이 자재하며, 일체 보살의 자재한 신력을 얻어, 잠깐 동안도 흔들리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나아가서 대중의 우두머리가 되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륜을 보호하여 유지하고, 광대한 마음으로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섬기며, 일체 보살의 행하는 사업을 부지런히 닦는 이들이었다.
그 몸은 일체 세간에 두루 나타나고, 그 음성은 시방 법계에 고루 미치고, 마음과 지혜는 걸림이 없어 삼세의 모든 보살이 가지는 공덕을 모두 보고, 수행하여 원만하게 되어, 말할 수 없는 겁 동안에 말하여도 다할 수 없었다.
그 이름은 금강장(金剛藏)보살·보장(寶藏)보살·연화장(蓮華藏)보살·덕장(德藏)보살·연화덕장(蓮華德藏)보살·일장(日藏)보살·소리야장(蘇利耶藏)보살·무구월장(無垢月藏)보살·어일체국토보현장엄장(於一切國土普現莊嚴藏)보살·비로자나지장(毘盧遮那智藏)보살·묘덕장(妙德藏)보살·전단덕장(栴檀德藏)보살·화덕장(華德藏)보살·구소마덕장(俱蘇摩德藏)보살·우발라덕장(優鉢羅德藏)보살·천덕장(天德藏)보살·복덕장(福德藏)보살·무애청정지덕장(無碍淸淨智德藏)보살·공덕장(功德藏) 보살·나라연덕장(那羅延德藏)보살·무구장(無垢藏)보살·이구장(離垢藏)보살·종종변재장엄장(種種辯才莊嚴藏)보살·대광명망장(大光明網藏)보살·정위덕광명왕장(淨威德光明王藏)보살·금장엄대공덕광명왕장(金莊嚴大功德光明王藏)보살·일체상장엄정덕장(一切相莊嚴淨德藏)보살·금강염덕상장엄장(金剛德相莊嚴藏)보살·광명염장(光明藏)보살·성수왕광조장(星宿王光照藏)보살·허공무애지장(虛空無礙智藏)보살·묘음무애장(妙音無碍藏)보살·다라니공덕지일체중생원장(陀羅尼功德持一切衆生願藏)보살·해장엄장(海莊嚴藏)보살·수미덕장(須彌德藏)보살·정일체공덕장(淨一切功德藏)보살·여래장(如來藏)보살·불덕장(佛德藏)보살·해탈월(解脫月)보살 등이었다.
이러한 수없고 한량없고 끝없고[無邊] 같을 이 없고[無等] 셀 수 없고[不可數] 일컬을 수 없고[不可稱] 생각할 수 없고[不可思] 요량할 수 없고[不可量] 말할 수 없는[不可說] 보살마하살 대중 가운데에서 금강장보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보살대지혜광명(菩薩大智慧光明)삼매에 들었다.
삼매에 들어갔을 때에 시방으로 각각 십억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밖에 각각 십억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께서 계시니, 그들 이름은 모두 금강장(金剛藏)인데, 앞에 나타나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금강장보살이여, 능히 이 보살대지혜광명삼매에 들었도다.
선남자여, 이것은 시방에 계시는 각각 십억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이 그대에게 가피하려는 것이니, 비로자나여래·응·정등각의 본래 원력이요, 위신력이며, 또한 그대의 수승한 지혜의 힘인 연고니라.
그대로 하여금 모든 보살에게 부사의한 부처님 법의 광명을 말하게 하려는 것이니, 이른바 지혜의 자리에 들게 하려는 연고며, 일체 선근을 포섭케 하려는 연고며, 일체 불법을 잘 택하게 하려는 연고며, 모든 법을 자세히 알게 하려는 연고며, 법을 잘 말하게 하려는 연고며, 분별 없는 지혜가 청정한 연고며, 모든 세상법에 물들지 않는 연고며, 출세(出世)의 선근이 청정한 연고며, 부사의한 지혜의 경계를 얻게 하려는 연고며, 온갖 지혜[一切智]를 가진 사람의 지혜 경계를 얻게 하려는 연고니라.또 보살 십지(十地)의 처음과 나중을 얻게 하려는 연고며, 보살 십지의 차별한 모양을 사실대로 말하게 하려는 연고며, 일체 불법을 반연하여 생각게 하려는 연고며, 누(漏)가 없는 법[無漏法]을 닦아 분별케 하려는 연고며, 큰 지혜의 광명으로 교묘하게 장엄함을 잘 선택하여 관찰케 하려는 연고며, 결정한 지혜의 문에 잘 들어가게 하려는 연고며, 머무는 곳을 따라 두려움 없는 것을 차례로 나타내어 말하게 하려는 연고며, 걸림이 없는 변재의 광명을 얻게 하려는 연고며, 큰 변재의 지위에 머물러 잘 결정케 하려는 연고며, 보살을 생각하여 잊지 않게 하려는 연고며, 일체 중생계를 성숙케 하려는 연고며, 모든 곳에 두루 이르러 결정코 깨우치게 하려는 연고니라.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이 법문의 차별하고 공교한 법을 말할 것이니라. 이른바 부처님의 신력을 받드는 것이니 여래의 지혜와 밝음으로써 가피하는 연고며, 자기의 선근을 깨끗이 하는 연고며, 법계를 두루 청정케 하는 연고며, 중생들을 두루 포섭하는 연고며, 법신과 지혜의 몸에 깊이 들어가는 연고며, 일체 부처님의 관정(灌頂)을 받는 연고며, 일체 세간의 가장 높고 큰 몸을 얻는 연고며, 일체 세간의 길에서 초월하는 연고며, 출세간 선근을 청정하게 하는 연고며,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를 만족하는 연고니라.”그 때 시방의 부처님들이 금강장보살에게, 눌러서 빼앗을 수 없는[無能映奪] 몸을 주고, 걸림없이 말하기 좋아하는 변재를 주고, 분별을 잘하는 청정한 지혜를 주고, 잘 기억하여잊지 않는 힘을 주고, 잘 결정하여 환히 아는 지혜를 주고, 온갖 곳에 이르러 깨달아 아는 지혜를 주고, 도를 이루어 자재하는 힘을 주고, 여래의 두려움 없는 것을 주고, 온갖 지혜를 가진 사람이 모든 법문을 관찰하여 분별하는 변재의 지혜를 주고, 일체 여래의 가장 묘한 몸과 말과 뜻으로 구족하게 장엄함을 주었다.
왜냐 하면, 이 삼매를 얻으면 으레 그러한 연고며, 본래의 원으로 일으키는 연고며, 깊은 마음을 잘 깨끗하게 하는 연고며, 지혜[智輪]를 잘 깨끗하게 하는 연고며, 도를 돕는 법[助道]을 잘 모으는 연고며, 지을 것을 잘 닦는 연고며, 그 한량없는 법기(法器)를 생각하는 연고며, 그 청정한 믿음과 지혜[解]를 아는 연고며, 착오가 없는 총지를 얻는 연고며, 법계 지혜의 인(印)으로 잘 인가하는 연고였다.
그 때 시방 부처님께서 각각 오른손을 펴서 금강장보살의 정수리를 만지시었다. 정수리를 만지자 금강장보살이 삼매에서 일어나, 일체 보살 대중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모든 보살의 원은 잘 결정되어 혼잡하지 않고 볼 수 없으며,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서 오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이르며,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하여서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일체 부처님의 호념함이 되어 과거·미래·현재 여러 부처님 지혜의 지(地)에 들어갑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의 지혜의 지[智地]라 하는가.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의 지혜의 지에 열 가지가 있으니, 과거·미래·현재의 부처님들이 이미 말씀하였고, 장차 말씀할 것이며, 지금 말씀하시나니, 나도 그렇게 말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환희지(歡喜地), 둘을 이구지(離垢地), 셋은 발광지(發光地), 넷은 염혜지(慧地), 다섯은 난승지(難勝地), 여섯은 현전지(現前地), 일곱은 원행지(遠行地), 여덟은 부동지(不動地), 아홉은 선혜지(善慧地), 열은 법운지(法雲地)입니다.
불자들이여, 이 보살의 십지는 삼세 부처님께서 이미 말씀하였고 장차 말씀하실 것이고 지금 말씀하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모든 부처님 국토에 계신 여래로 이 십지를 말씀하지 않는 분을 나는 보지 못하였나니, 무슨 까닭인가. 이것은 보살마하살이 보리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이며, 또한 청정한 법 광명의 문이니, 이른바 보살의 모든 지(地)를 분별하여 연설하는 것입니다. 불자여, 이 처소[處]는 헤아릴 수 없나니, 이른바 여러 보살의 증(證)을 따르는 지혜[隨證智]인 까닭입니다.”
이 때 금강장보살이 이 보살 십지의 이름만을 말하고는 잠자코 있으면서 다시 분별하지 아니하였다.
이 때 모든 보살 대중은 보살 십지의 이름만 들었고 해석은 듣지 못했으므로 갈망하는 마음을 내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인(因)과 무슨 연(緣)으로 금강장보살은 보살 십지의 이름만 말하고 해석하지 않는가?'
해탈월(解脫月)보살은 대중들이 마음으로 생각함을 알고, 금강장보살에게 게송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깨끗하게 깨달으시고
염(念)과 지(智)와 공덕을 갖춘 이로서
가장 묘한 지(地)의 이름만 말하시고
힘 있어도 해석하지 않으십니까.
모든 사람 근성이 결정되었고
용맹하여 겁약하지 아니하거늘
무슨 일로 십지 이름만 말하시고
우리 위해 해석하지 않으십니까.
여러 지(地)의 심오하고 묘한 이치를
이 대중이 듣기를 갈망하오며
마음도 겁약하지 아니하오니
원컨대 분별하여 말씀하소서.
여기 모인 무리들 청정하옵고
게으름을 여의어 정결하오며
마음이 견고하고 흔들림 없어
공덕과 모든 지혜 갖추었으며,
서로서로 쳐다보고 공경하오며
모두들 전일하게 우러르기를
벌들이 좋은 꿀을 생각하듯이
목마른 이 감로수를 그리듯 하네.
그 때 큰 지혜 있고 두려움 없는 금강장보살이 이 말을 듣고, 모인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려고 불자들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들이 행하는 십지의 일은
가장 높은 부처님의 근본이시매
드러내고 분별하여 설명하기란
으뜸가고 희유하여 매우 어렵고,
미묘하고 심오하여 보기 어렵고
생각을 여의었고 마음[心地]을 초월
부처님 경계를 내는 것이매
듣는 이 아득하여 의혹하리라.
들으려는 마음이 금강과 같고
부처님의 승한 지혜 깊이 믿으며
마음 자리[心地] 아는 데 내가 없어야
이렇게 수승한 법 능히 듣나니,
허공에 그려놓은 그림과 같고
공중에 부는 바람 모양과 같아
부처님의 지혜가 이와 같으매
분별커나 보기가 매우 어려워,
부처님의 지혜가 가장 거룩해
헤아릴 수 없음을 내가 아나니
세상 사람 이 이치 알 이 없기에
잠잠하고 말하지 아니하노라.
이 때 해탈월보살이 이 말을 듣고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시여, 지금 회중이 모두 모였사온데, 깊은 마음이 잘 깨끗하였고, 생각함이 잘 조촐하여졌고, 여러 행을 잘 닦았고, 도를 돕는 법을 잘 모았고, 백천억 부처님께 친근하여 한량없는 공덕과 선근을 성취하였으며, 어리석은 의혹을 버려서 때에 물들지 아니하고,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며, 불법 가운데 있어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아니하오니, 불자시여,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연설하여 주소서. 이 보살들이 그러한 깊은 곳까지라도 능히 증득하여 아오
리다.”그 때 해탈월보살이 다시 그 뜻을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라건대 첫째로 편안하오신
보살의 위없는 행 말씀하소서.
여러 지(地)의 이치를 분별하옵고
지혜가 청정하여 정각 이루리.
이 대중 여러 가지 때가 없삽고
뜻과 지해(知解) 밝고도 조촐하오며
한량없는 부처님 섬겼사오니
이 지(地)의 바른 이치 능히 알리라.
그 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시여, 비록 이 대중들은 생각이 깨끗하고 우치와 의혹을 여의어서 매우 깊은 법[甚深法]에서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밖에 이해가 부족한 중생들이 매우 깊고 부사의한 일을 들으면 흔히 의혹을 내어 긴긴 밤에 여러 가지 시끄러움[衰惱]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이를 딱하게 생각하여 잠자코 있는 것입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대중은 청정하고 지혜가 많고
영리하고 총명하여 결택 잘하며
흔들림 없는 그 마음 수미산 같고
바다 같아 기울일 수 없다 하지만
수행이 오래지 않고 지혜가 얕아
의식(意識)만 따라가고 지혜가 없어
이 법 듣고 의심하면 악도에 떨어지니
그들이 불쌍하여 해석 않노라.
그 때 해탈월보살이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시여, 바라건대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이 부사의한 법을 분별하여 해설하소서. 이 사람들은 마땅히 여래가 호념하시므로 믿고 받드오리다.
왜냐 하면 십지를 말할 적에는 모든 보살이 으레 부처님의 호념을 받사오며, 호념을 받으므로 이 지혜[智地]에 용맹을 내리이다.
그 까닭을 말하면, 이것이 보살이 최초에 행하는 것이며, 일체 부처님의 법을 성취하는 연고니, 마치 글씨와 글자와 수(數)와 말이 모두 자모(字母)로 근본이 되고 자모가 구경(究竟)이어서 조그만치도 자모를 떠난 것이 없는 것과 같이, 불자시여, 일체 불법이 다 십지로 근본이 되고 십지가 구경이어서 수행하여 성취하면 온갖 지혜를 얻나이다.
그러므로 불자시여, 원컨대 연설하소서. 이 사람이 반드시 여래의 호념하심으로 믿어 받드오리다.”
그 때 해탈월보살이 그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훌륭하여라 불자시여, 연설하소서.
보리에 나아가는 모든 지(地)의 행
시방에 계시옵는 자재한 세존
지혜 근본 호념하지 않는 이 없고,
잘 머무는 지혜도 구경(究竟)이어서
온갖 가지 불법이 여기서 나니
글씨와 수(數)가 자모(字母)에 속함처럼
이와 같이 불법은 지(地)에 의지해.
이 때 여러 대보살들이 일시에 똑같은 소리로 금강장보살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최상이고 미묘하고 때없는 지혜
끝없이 분별하는 훌륭한 변재
깊은 뜻 설명하는 아름다운 말
제일 되는 이치와 서로 응하며,
기억하여 지니는 청정하온 행
열 가지 힘을 얻고 공덕 모으며
말 잘하는 솜씨로 뜻을 분별해
가장 승한 십지법 말씀하소서.
정(定)과 계(戒)로 모은 바른 마음이
아만(我慢)과 나쁜 소견 여의었으며
이 대중은 의혹한 생각이 없어
좋은 말씀 듣기를 원하나이다.
목마를 때 냉수를 생각하듯이
굶주린 이 좋은 음식 생각하듯이
병난 이가 좋은 약 생각하듯이
벌의 떼가 단 꿀을 좋아하듯이,
우리들도 오늘날 그들과 같이
감로 법문 듣기를 원하나이다.
훌륭하여라, 넓고 큰 지혜 가진 이
모든 지(地)에 들어가 열 가지 힘과
장애없는 자비·지혜 갖추 이루는
부처님의 모든 행을 말하여지다.
이 때 세존께서 양미간으로부터 청정한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보살력염명(菩薩力明)이었다.
백천 아승기 광명으로 권속이 되었으며, 시방에 두루 비치니 모든 세계에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어 세 나쁜 갈래[三惡道]의 고통이 모두 쉬었고, 또 모든 여래의 회중에 비치어 부처님의 부사의한 힘을 나타내고, 또 시방 일체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의 가피로 법을 말 하는 보살의 몸에 비치었다. 이런 일을 하고는 허공 위에서 큰 광명 그물로 된 대[大光明雲網臺]가 되어 머물렀다.
이 때 시방의 부처님들께서도 양미간으로 청정한 광명을 놓으니 그 이름과 권속과 하는 일이 모두 이와 같았고, 또한 이 사바세계의 부처님과 대중과 금강장보살의 몸과 사자좌에 비치고는 허공 위에서 큰 광명 그물의 대가 되었다.
그 때 광명대 속에서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게송을 말하였다.
부처님의 무등등(無等等) 허공과 같고
십력과 한량없는 훌륭한 공덕
인간의 최상이고 세상의 으뜸
석사자(釋師子) 법으로써 가피하시네.
불자여, 부처님의 신력 받들어
법왕의 가장 좋은 법장을 열고
여러 지(地)의 넓은 지혜 미묘한 행을
부처님의 위신으로 자세 말하라.
선서(善逝)의 신력으로 가피하시면
법보가 그 마음에 다 들어가고
여러 지(地)의 청정행을 차례로 이뤄
여래의 열 가지 힘 구족하리니,
바닷물과 겁화(劫火) 중에 있게 되어도
이 법을 듣자올 수 있으려니와
의심 내고 믿지 않는 그런 무리는
영원히 이런 이치 듣지 못하리,
말하라, 여러 지의 지혜의 길과
들고 있고 나면서 차례로 닦아
행과 경계로부터 지혜 생김을
일체 중생 이익하기 위해서니라.
그 때 금강장보살이 시방을 관찰하고 대중에게 청정한 믿음을 더하게 하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신선이신 부처님의 도
현미하고 묘하여 알 수 없는 일
생각할 것 아니며 생각 여의어
보려 해도 볼 수가 없는 것이며,
나는 것도 아니고 멸하지 않아
성품이 깨끗하고 항상 고요해
때가 없고 총명한 사람이라야
그 지혜로 짐작할 수가 있나니,
제 성품 본디부터 공적(空寂)하여서
둘도 없고 다하지도 아니하나니
여러 가지 갈래에서 벗어났으며
열반과 평등하게 머물러 있어,
처음이나 중간도 끝도 아니며
말로써는 설명할 수가 없나니
과거·미래·현재를 초월했으매
그 모양 허공과 같다고 할까.
고요하고 멸한 것 부처님의 행
말로는 무어라고 할 수 없나니
십지의 여러 행도 그와 같아서
말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일이며,
지혜를 일으키는 부처님 경계
생각할 수도 없고 마음을 떠나
온(薀)·계(界)·처(處)의 문도 아니니
지혜로나 알는지 뜻은 못 미쳐,
허공에 날아가는 새의 발자국
말할 수도 보일 수도 없는 것이니
십지의 깊은 이치 그와 같아서
마음과 뜻으로는 알지 못한다.
자비하온 마음과 원과 힘으로
여러 지에 들어가는 행을 내어서
차례차례 원만하는 그러한 마음
지혜로나 미칠까 생각은 안돼,
이 경계는 아마도 보기 어려워
안다고나 할는지 말할 순 없어
부처님 힘 받들어 설명하리니
그대들 공경하여 잘 들으시오.
이렇게 지혜로나 들어가는 행
억겁 동안 말해도 다할 수 없고
내 지금 간략하게 연설하여서
진실한 뜻 남음이 없게 하리니,
일심으로 공경하여 기다리시오.
부처님 힘 받들어 말하오리라.
훌륭한 십지법을 묘한 소리로
비유와 좋은 글자 뜻과 응하니,
한량없는 부처님 신통의 힘이
모두 다 나의 몸에 들어왔으니
이런 곳 설명하기 어렵지마는
내 이제 조그만치 말해보리라.
“불자들이여, 어떤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깊이 심고 모든 행을 잘 닦고 도를 돕는 법을 잘 모으고 여러 부처님께 잘 공양하고 청정한 법[白淨法]을 잘 쌓고, 선지식의 거두어 주심이 되고 깊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광대한 뜻을 세우고, 광대한 지혜[解]를 내면 자비가 앞에 나타나나니, 부처님의 지혜를 구함이며, 열 가지 힘을 얻으려 함이며, 크게 두려움 없음을 얻으려 함이며, 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얻으려 함이며, 일체 세간을 구호하려 함이며, 큰 자비를 깨끗이 하려 함이며, 십력(十力)과 남음이 없는 지혜[無餘智]를 얻으려 함이며,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여 장애가 없게 하려 함이며, 잠깐 동안에 일체 삼세를 알고자 함이며, 큰 법륜을 굴릴 적에 두려움이 없으려 하는 연고로, 불자여, 보살이 이런 마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대비심을 으뜸으로 하여 지혜가 늘고, 공교한 방편에 포섭되고, 가장 훌륭한 깊은 마음으로 유지되며, 여래의 힘이 한량이 없어 잘 관찰하고 분별하며, 용맹한 힘과 지혜의 힘으로 걸림없는 지혜가 앞에 나타나고, 따라 순종하는 자연의 지혜로 일체 불법을 받아들여 지혜로써 교화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서 오는 세월의 끝까지 다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처음 이런 마음을 내고는, 곧 범부의 처지[凡夫地]를 뛰어나 보살의 지위[菩薩地]에 들어가서 여래의 집에 태어나나니, 그 가문의 허물을 말할 이가 없으며, 세간의 모든 갈래를 떠나서 출세간의 도에 들어가며, 보살의 법을 얻고 보살의 자리[菩薩處]에 머물며, 삼세가 평등한 데 들어가 여래의 종성에서 결정코 위없는 보리를 얻으리니, 보살이 이런 법에 머물면 보살의 환희지(歡喜地)에 머물렀다 하나니, 동하지 않는 법과 서로 응하는 연고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환희지에 머무르면 여러 가지 환희와 여러 가지 청정한 신심과 여러 가지 즐거움과 여러 가지 희열과 여러 가지 기쁜 경사와 여러 가지 뛰놀음과 여러 가지 용맹과 여러 가지 투쟁이 없음과 여러 가지 시끄러움이 없음[無惱害]과 여러 가지 성내지 않음을 성취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 환희지에 머물고는 부처님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부처님 법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보살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보살의 행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청정한 바라밀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보살의 지위가 수승함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보살의 깨뜨릴 수 없음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여래의 중생 교화함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능히 중생들에게 이익을 얻게 함을 생각하므로 환희하고 일체 여래의 지혜와 방편에 들어감을 생각하므로 환희합니다.
또 이렇게 생각하나니, 내가 모든 세간의 경계를 점점 여의므로 환희하고, 모든 부처님을 친근하므로 환희하고, 범부의 처지를 여의었으므로 환희하고, 지혜의 자리에 가까워지므로 환희하고, 모든 나쁜 갈래를 아주 끊었으므로 환희하고, 일체 중생의 의지할 곳이 되므로 환희하고, 일체 여래를 뵈오므로 환희하고, 부처님의 경계에 났으므로 환희하고, 일체 보살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갔으므로 환희하고, 온갖 무섭고 털이 곤두서는 일을 여의었으므로 환희하느니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보살이 환희지를 얻고는 온갖 두려움을 모두 멀리 여의는 것이니, 이른바 살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不活畏]·나쁜 이름이 날 것에 대한 두려움[惡名畏]·죽음에 대한 두려움[死畏]·나쁜 갈래에 대한 두려움[惡道畏]·대중의 위덕에 대한 두려움[大衆威德畏]인데, 이런 두려움을 아주 다 여읩니다.
왜냐 하면 이 보살이 나[我]란 고집을 떠났으므로 내 몸도 아끼지 않거든, 하물며 재물이리요. 그러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다른 이에게 공양을 바라지 않고 일체 중생에게 보시만 하나니, 그러므로 나쁜 이름이 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나란 소견을 여의어 나라는 생각이 없나니,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자기가 죽어도 결정코 부처님이나 보살을 떠나지 아니할 줄 아나니, 그러므로 나쁜 갈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일체 세간에서 동등할 이도 없거늘, 어찌 나을 이가 있으리요. 그러므로 대중의 위덕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보살이 이와 같이 두려움과 털이 곤두서는 일을 멀리 여읩니다.
불자들이여, 이 보살이 대비(大悲)로 으뜸을 삼는 광대한 뜻을 저해할 이가 없고, 점점 부지런히 모든 선근을 닦아서 성취하나니, 이른바 신심이 느는 연고며, 청정한 신심이 많아지는 연고며, 지혜[解]가 청정한 연고며, 믿음이 결정한 연고며,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내는 연고며, 크게 인자함을 성취하는 연고며, 고달픈 마음이 없는 연고며, 부끄러움으로 장엄하는 연고며, 화순함을 성취한 연고며, 부처님의 가르치신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연고입니다.
밤낮으로 선근을 닦아 만족함이 없는 연고며, 선지식을 친근하는 연고며, 항상 법을 사랑하는 연고며, 많이 알기를 구하여 만족을 모르는 연고며, 들은 법대로 관찰하는 연고며, 마음에 의탁함이 없는 연고며, 이양이나 명예나 공경 받기를 탐하지 않는 연고며, 온갖 살아갈 물품을 구하지 않는 연고며, 보물 같은 마음을 내어 만족함이 없는 연고입니다.
온갖 지혜의 지(地)를 구하는 연고며, 여래의 힘[力]과 두려움 없음[無所畏]과 함께하지 않는 불법[不共佛法]을 구하는 연고며, 모든 바라밀의 도를 돕는 법[助道法]을 구하는 연고며, 모든 아첨과 속임을 여의는 연고며, 말한 대로 행하는 연고며, 진실한 말[眞實語]을 항상 두호하는 연고며, 여래의 가문을 더럽히지 않는 연고며, 보살의 계율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온갖 지혜의 마음을 내어 산과 같이 흔들리지 않는 연고며, 일체 세간의 일을 버리지 않고 출세간의 도를 성취하는 연고며, 보리를 돕는 부분법[助菩提分法]을 모으되 만족함이 없는 연고며, 가장 위가 되는 수승한 도[上上殊勝道]를 항상 구하는 연고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와 같이 깨끗이 다스리는 지(地)의 법[淨治地法]을 성취하는 것을 보살의 환희지에 편안히 머무른다 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 환희지에 머물고는 이러한 큰 원과 이러한 큰 용맹과 이러한 큰 작용을 능히 성취하나니, 이른바 광대하고 청정하고 결정한 알음알이를 내어 모든 공양거리로써 일체 부처님께 공경하고 공양하여 남음이 없게 하는 것이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않습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부처님의 법륜을 받아지이다, 일체 부처님의 보리를 거두어지이다, 일체 부처님의 교법을 보호하여지이다,
일체 부처님의 법을 지니어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세계에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실 적에, 도솔천궁에서 사라져서 모태에 들고 태에 머물고, 탄생하고 출가하고 성도하고 설법하고 열반하시는 것을 내가 다 나아가서 친근하고 공양하며, 대중의 우두머리가 되어 바른 법을 받아 행하며,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법을 연설하여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보살의 행이 넓고 크고 한량없고 부서지지 않고 섞이지 않으며, 여러 바라밀을 거두어서 여러 지를 깨끗이 다스리며, 전체인 모양[總相]·각각인 모양[別相]·같은 모양[同相]·다른 모양[異相]·이루는 모양[成相]·무너지는 모양[壞相]으로 온갖 보살의 행을 사실대로 말하여, 일체 중생을 가르쳐서 받아 행하고 마음이 증장케 하여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중생계에서 빛깔 있는 것[有色]·빛깔 없는 것[無色]·생각 있는 것[有想]·생각 없는 것[無想]·생각 있지 않는 것[非有想]·생각 없지 않는 것[非無想]·알나기[卵生]·태나기[胎生]·누기나기[生]·바꿔나기[化生] 들이 삼계에 얽매이고 여섯 갈래[六趣]에 들어가서 태어나는 온갖 곳에서 이름과 물질[名色]에 소속되나니, 이런 무리들을 내가 모두 교화하여 부처님 법에 들어가서, 여러 세간 갈래를 아주 끊고 온갖 지혜의 지혜에 편안히 머물게 하여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세계가 넓고 크고 한량이 없고 굵고 잘고, 어지러이 있고, 거꾸로 있고, 바르게 있고, 들어가고 다니고 가는 것이 제석천의 그물처럼 차별하며, 시방에 한량이 없이 가지가지로 같지 않은 것을 지혜로써 분명히 알아 앞에 나타난듯이 알고 보아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국토가 한 국토에 들어가고 한 국토가 일체 국토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가 모두 청정하고, 여러 가지 광명으로 장엄하며, 일체 번뇌를 여의고 청정한 도를 성취하며, 한량없는 지혜로운 중생으로 하여금 그 가운데 충만하며, 광대한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 중생의 마음을 따라 나타나서 모두 환희케 하여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보살과 더불어 뜻과 행이 같으며, 원수와 미운 이가 없이 선근을 모으며, 일체 보살이 평등하게 한 가지를 반연하고, 항상 함께 모여서 서로 떠나지 않으며, 마음대로 가지가지 부처님 몸을 나타내며, 자기의 마음대로 능히 일체 여래의 경계와 위력과 지혜를 알며, 물러가지 않고 뜻대로 되는 신통을 얻어, 일체 세계에 다니고, 여러 회중에 몸을 나타내고, 일체 중생의 나는 곳에 들어가서 부사의한 대승을 성취하고 보살의 행을 닦아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물러가지 않는 법륜을 타고 보살의 행을 행하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이 헛되지 아니하여, 잠깐 보아도 부처님 법에 결정한 마음을 내고, 소리만 들어도 진실한 지혜를 얻고, 겨우 깨끗한 신심을 내어도 영원히 번뇌를 끊게 되며, 약왕 나무[藥王樹]와 같은 몸을 얻고, 여의주와 같은 몸을 얻어, 일체 보살의 행을 수행하여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일체 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서, 한 털 끝을 떠나지 않고 모든 털 끝만한 곳마다, 처음 탄생하고 출가하고 도량에 나아가고 정각을 이루고 법륜을 굴리고 열반에 드는 일을 나타내며, 부처님의 경계이신 큰 지혜를 얻고, 찰나찰나마다 일체 중생의 마음을 따라 성불함을 보여서 적멸함을 얻게 하며, 한 삼보리(三菩提)로써 일체 법계가 곧 열반하는 모양임을 알게 하며, 한 가지 음성으로 법을 말하여 일체 중생의 마음이 모 두 환희케 하며, 일부러 대열반에 들어가면서도 보살의 행을 끊지 아니하며, 큰 지혜의 지위에 있어서도 모든 법을 나란히 건립하며, 법지통(法智通)과 신족통(神足通)과 환통(幻通)으로 자재하게 변화하여 일체 세계에 충만하여지이다' 하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에 쉬지 아니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러 이렇게 큰 서원과 이렇게 큰 용맹과 이렇게 큰 작용을 내나니, 이 열 가지 원이 시작이 되어 백만 아승기 큰 원을 만족합니다.
불자들이여, 이 큰 원은 열 가지 끝나는 구절[十盡句]로 성취되나니, 무엇이 열인가. 말하자면 중생계가 끝나고, 세계가 끝나고, 허공계가 끝나고, 법계가 끝나고, 열반계가 끝나고, 부처님의 출현하는 계(界)가 끝나고, 여래의 지혜의 계가 끝나고, 마음으로 반연하는 계가 끝나고, 부처님 지혜로 들어갈 경계의 계가 끝나고, 세간의 진전[轉]·법의 진전·지혜의 진전하는 계가 끝나는 것입니다.
만일 중생계가 끝나면 나의 원도 끝나며, 만일 세계와 내지 세간의 진전, 법의 진전·지혜의 진전하는 계(界)가 끝나면 나의 원도 끝나려니와, 중생계가 끝날 수 없으며, 내지 세간의 진전·법의 진전·지혜의 진전하는 계가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큰 원의 선근도 끝날 수 없습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러한 큰 원을 내고는 곧 이익하는 마음[利益心]·부드러운 마음[柔心]·따라 순종하는 마음[隨順心]·고요한 마음[寂精心]·조복하는 마음[調伏心]·적멸한 마음[寂滅心]·겸손한 마음[謙下心]·윤택한 마음[潤澤心]·동하지 않는 마음[不動心]·흐리지 않은 마음[不濁心]을 얻습니다.
깨끗한 신심을 이룬 이는 신심의 공용(功用)이 있어 여래께서 본래 행으로 들어가신 것을 믿으며, 바라밀을 성취함을 믿으며, 여러 훌륭한 지위[勝地]에 들어감을 믿으며, 힘을 성취한 것을 믿으며, 두려움 없는 마음을 구족함을 믿으며, 깨뜨릴 수 없고 함께하지 않는 불법을 생장함을 믿으며, 부사의한 불법을 믿으며, 중간도 가도 없는[無中邊] 부처님 경계를 내는 것을 믿으며, 여래의 한량없는 경계에 따라 들어감을 믿으며, 과보를 성취함을 믿나니, 요건(要件)을 들어 말하면 일체 보살의 행과 내지 여래의 지혜와 말하는 힘을 믿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또 이런 생각을 합니다.
'부처님의 바른 법이 이렇게 깊고 이렇게 고요하고 이렇게 적멸하고 이렇게 공하고 이렇게 모양이 없고 이렇게 원이 없고 이렇게 물들지 않고 이렇게 한량이 없고 이렇게 광대한데, 범부들은 삿된 소견에 빠져 무명에 가리었으며, 교만의 당기를 세우고 애정의 그물에 들어가, 아첨의 숲 속에 다니면서 나오지 못하고, 마음에 간탐과 질투가 서로 응하여 버리지 못하고, 여러 갈래에 태어날 인연을 항상 지으며,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으로 모든 업을 지어서 밤낮으로 증장하고, 분노한 바람으로 마음[心識]의 불을 불어서 성한 불꽃이 쉬지 않으며, 모든 짓는 업이 뒤바뀌게 되며, 욕계의 폭류[欲流]·색계의 폭류[有流]·무명의 폭류[無明流]·소견의 폭류[見流]가 서로 계속하여 마음[心]·뜻[意]·식(識)의 종자를 일으킵니다.
삼계란 밭에 다시 고통의 싹을 내나니, 이른바 이름과 물질[名色]이 저와 함께 나서 떠나지 아니하며, 이름과 물질이 증장하여 여섯 군데의 기관[六處聚落]을 내고, 그 속에서 서로 대하여 접촉함[觸]을 내며, 접촉하므로 받아들임[受]을 내고, 받아들임으로 사랑함을 내고, 사랑이 자라서 취함[取]을 내고, 취함이 늘어서 유(有)를 내고, 유가 났으므로 태어나고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움과 시끄러움을 내나니, 이리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고통 속에서 생장하거니와, 이런 속이 모두 공하여 나와 내 것을 여의었으므로 알음알이[知]도 없고 깨닫지도 못하고 짓는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없어서 초목이나 돌과 같으며, 영상과도 같건만, 중생들은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합니다.'
보살은 모든 중생들이 이런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고, 큰 자비와 지혜를 내며 또 생각하기를 '이 중생들을 내가 건져내어 필경까지 안락한 곳에 둘 것이니, 그러므로 큰 자비와 광명과 지혜를 내리라' 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대비와 대자(大慈)를 따라서 깊고 소중한 마음으로 초지(初地)에 머무니, 이 때에 모든 물건을 아끼지 않고 부처님의 큰 지혜를 구하며, 크게 버리는 일을 수행하여 가진 것을 모두 보시하나니, 이른바 재물·곡식·창고·금·은·마니·진주·유리·보석·벽옥·산호 등과, 보물과 영락 등 몸을 장식하는 기구와, 코끼리·말·수레·노비·백성과 도시와 마을과 원림과 누대와 처첩과 아들과 딸과 안팎 권속들과 그 외의 훌륭한 물건들과, 머리·눈·손·발·피·살·뼈·골수 등의 모든 몸붙이[身分]를 하나도 아끼지 않고, 부처님의 광대한 지혜를 구합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초지에 있어서 크게 버리는 일[大捨]을 성취하는 것이라 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 자비로 크게 보시하는 마음으로써 일체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점점 다시 세간과 출세간의 여러 가지 이익하는 일을 구하면서도 고달픈 마음이 없으므로 곧 고달픈 줄 모르는 마음을 성취하며, 고달픈 줄 모르는 마음을 얻고는 일체 경과 논에 겁약함이 없나니, 겁약함이 없으므로 일체 경론의 지혜를 성취합니다.
이 지혜를 얻고는 지을 일과 짓지 아니할 일을 잘 요량하고, 상·중·하품의 일체 중생에 대하여 마땅함을 따르고 힘을 따르고 그 익힌 바를 따라서 그와 같이 행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이 세간의 지혜[世智]를 이루게 되고, 세간의 지혜를 이루고는 시기[時]를 알고 깜냥[量]을 알아 부끄러운 장엄[慙媿莊嚴]으로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행을 닦나니, 그러므로 부끄러운 장엄을 성취합니다.
이런 행에서 벗어나는 일을 부지런히 닦아 퇴전하지 아니하면 견고한 힘을 이루며, 견고한 힘을 얻고는 부처님께 부지런히 공양하며 부처님의 교법에서 말씀한대로 실행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와 같이 여러 지(地)를 깨끗이 하는 열 가지 법을 성취하나니, 이른바 신심[信]·불쌍히 여김[悲]·인자함[慈]·버리는 것[捨]·고달픔이 없음[無有疲]·경론을 아는 일[知諸經論]·세간법을 아는 것[善解世法]·부끄러움[慙媿]·견고한 힘[堅固力]·부처님께 공양하고 가르친 대로 수행하는 것[供養諸佛依敎修行]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환희지에 머물고는 큰 원력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 여러 천 부처님, 여러 백천 부처님, 여러 억 부처님, 여러 백억 부처님, 여러 천억 부처님, 여러 백천억 부처님, 여러 억 나유타 부처님, 여러 백억 나유타 부처님, 여러 천억 나유타 부처님,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뵙습니다.
모두 큰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臥具)와 의약과 모든 필수품으로 보시하며, 또한 일체 스님에게도 공양하나니, 이 선근으로써 위없는 보리에 회향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이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므로 중생을 성취하는 법을 얻습니다.
앞에 있는 두 가지 거두어 주는 법으로 중생을 포섭하나니, 보시하는 것과 좋은 말하는 것[愛語]이요, 뒤에 있는 두 가지 거두어 주는 법은 다만 믿고 아는 힘[信解力]으로 행하거니와, 잘 통달하지는 못합니다. 이것은 보살의 십바라밀 중 보시바라밀[檀波羅蜜]이 더 많은 것이니, 다른 바라밀을 닦지 않는 것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隨力] 분한을 따를[隨力] 뿐입니다.
이 보살이 간 데마다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부지런히 하여 청정한 지(地)의 법을 수행하고, 그러한 선근으로 온갖 지혜의 지위에 회향하며,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지고, 조화하고 부드러운 결과가 성취되어 마음대로 소용합니다.
불자들이여, 마치 대장장이가 금을 연단할 적에 자주 불에 넣으면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지고, 고르고 부드럽게 되어 마음대로 소용하듯이, 보살도 그러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함이 모두 청정한 지의 법을 수행함이요, 그러한 선근으로 온갖 지혜의 지위에 회향하며,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지고, 조화하고 부드러운 결과가 성취되어 마음대로 소용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초지에 머물고는, 마땅히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에게, 이 지의 모양과 얻는 결과를 구하고 물어서 만족함이 없으리니, 이 지의 법을 성취하려 함이요, 또 마땅히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에게 제이지(第二地)의 모양과 얻는 결과를 구하고 물어서 만족함이 없으리니, 저 지의 법을 성취하려 함이요, 또 이와 같이 제삼·제사·제오·제육·제칠·제팔·제구·제십지 중의 모양과 얻는 결과를 구하고 물어서 만족함이 없으리니, 저 지의 법을 성취하려 함입니다.
이 보살이 여러 지의 장애와 다스리는 일을 잘 알며, 지의 이루고 부서짐을 잘 알며, 지의 모양과 결과를 잘 알며, 지의 얻음과 닦음을 잘 알며, 지의 법이 청정함을 잘 알며, 지와 지의 옮겨 행함[轉行]을 잘 알며, 지와 지의 옳은 곳[處]과 그른 곳[非處]을 잘 알며, 지와 지의 수승한 지혜를 잘 알며, 지와 지의 퇴전하지 않음을 잘 알며, 일체 보살의 지를 깨끗이 다스림과 내지 여래의 지에 옮아 들어감을 잘 압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와 같이 지의 모양을 잘 알고, 처음 초지에서 행을 일으켜 끊어지지 않고 이와 같이 내지 제십지에 들어가도록 끊어지지 아니하며, 여러 지의 지혜 광명을 말미암아 여래의 지혜 광명을 이룹니다.
불자들이여, 마치 장사물주[商主]가 방편을 잘 아는데 여러 장사치를 데리고 큰 성으로 가려면 떠나기 전에 길가는 동안에 있을 공덕과 허물과 머물러 있을 곳과 편안하고 위태한 것을 먼저 자세히 물은 뒤에, 도중에 필요한 양식을 준비하고 마련할 것을 마련할 것입니다. 불자여, 저 장사물주가 비록 길을 떠나지 않았으나 도중에 있을 편안하고 위태함을 잘 알고, 지혜로 생각하고 관찰하여 필요한 것을 준비하여 부족함이 없게 하고서야, 장사치들을 데리고 떠나서 내지 무사히 큰 성에 들어가며, 자기나 여러 사람이 걱정을 면하게 됩니다.불자들이여, 보살인 장사물주도 그와 같아서, 초지에 머물러 있으면서 여러 지의 장애와 다스릴 바를 알고, 내지 일체 보살지의 청정함을 잘 알며, 옮겨서 여래의 지에 들어가고, 그런 뒤에 복과 지혜의 양식을 준비하여 가지고는, 모든 중생을 데리고 죽고 사는 넓은 벌판과 험한 곳을 지나서 무사히 살바야(薩婆若)의 성에 이르며, 자기나 중생들이 환난을 받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항상 게으르지 않고 여러 지의 수승하고 깨끗한 업을 부지런히 닦으며, 내지 여래의 지혜인 자리에 나아갈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보살의 초지의 문에 들어감을 간략히 말한다 하거니와, 자세히 말하자면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 아승기의 차별한 일이 있습니다.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이 초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염부제의 왕이 되어 호화롭고 자재하며 바른 법을 보호하고, 크게 보시하는 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어 중생의 간탐하는 허물을 없애며, 항상 크게 보시함이 끝나지 아니하여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케 하고 일을 같이[同事]합니다.
이와 같아서 모든 하는 일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하고, 함께 수행하는 보살을 생각하고 보살의 행을 생각하고 모든 바라밀을 생각하고 여러 지(地)를 생각하고 힘[力]을 생각하고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생각하고 함께하지 않는 불법[不共佛法]을 생각하는 일들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함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일체 중생들 가운데서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길잡이가 되고 장수가 되고 통솔자가 되며, 내지 온갖 지혜와 지혜의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출가하여 불법을 부지런히 수행하려면 문득 집과 처자와 다섯 가지 욕락[五欲]을 버리고 여래의 가르침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이미 출가하고는, 부지런히 정진하여 잠깐 사이에 백 삼매를 얻고, 백 부처님을 보고, 백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백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고, 백 부처님의 세계를 지나가고, 백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고, 백 부처님 세계의 중생을 교화하고, 백 겁을 살고, 앞뒤로 백 겁 일을 알고, 백 법문에 들어가고 , 백 가지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백 보살과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게 되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 백천 겁이나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능히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사람 선행(善行) 닦아
깨끗한 법 구족하고
천인존(天人尊)께 공양하며
자비한 길 따르나니,
신심·지혜[解] 넓고 크고
즐기는 뜻 청정하며
부처님 지혜 구하려고
위없는 마음 내고,
온갖 지혜 깨끗한 힘
두려움이 없으므로
부처님 법 성취하여
모든 중생 구제하며,
대자대비 큰 마음과
수승하온 법륜 얻고
불국토를 청정하려
가장 좋은 마음 내고,
한 생각에 세 세상을
알면서도 분별 없고
가지가지 시간으로
세상 사람 보여주며,
부처님의 여러 가지
승한 공덕 얻으려고
광대한 맘 내었으니
허공계와 평등하다.
자비·지혜 으뜸 되어
방편들과 서로 응해
믿고 아는 청정한 맘
한량없는 여래의 힘,
걸림없는 지혜 생겨
제 힘으로 깨달았고
여래처럼 구족하려
최승심(最勝心)을 내었어라.
불자들이 처음으로
묘한 마음 내올 적에
범부 지위 초월하여
부처의 행 들어가고,
여래 가문 태어나서
종족에는 허물 없고
부처님과 평등하게
무상각(無上覺)을 이루리라.
이런 마음 겨우 내곤
초지 중에 들어가서
기쁜 마음 부동하니
수미산과 같노매라.
환희하고 즐거우며
깨끗하온 신심 많고
엄청나는 용맹심과
기뻐 뛰는 마음,
다투거나 해치거나
성내는 일 여의었고
참회하고 질직하게
여러 근을 수호하며,
세상 구해 짝없는 이
여러 가지 가진 지혜
이곳에서 내가 얻어
생각하고 기뻐하며,
초지 중에 처음 들어
다섯 공포 초월하니
살 수 없고, 죽는 일과
나쁜 누명, 나쁜 갈래,
대중 위덕 공포들을
나와 내 것 안 탐하며
이와 같은 불자들이
그런 공포 여의었고.
큰 자비를 늘 행하며
신심 있고 공경하고
부끄러운 공덕 갖춰
밤낮으로 선법(善法) 늘며,
참된 법을 좋아하고
모든 욕락(欲樂) 안 받으며
들은 법을 생각하여
온갖 고집 떠났으니,
이양(利養)을 탐하지 않고
부처 보리 좋아하며
일심으로 지혜 구해
전일하게 딴 맘 없고,
바라밀 수행하여
아첨 속임 떠났으며
말한 대로 행을 닦아
참말 속에 머무르며,
부처 가문 더럽잖게
보살 계행 버리잖고
세상 일을 좋아 않고
항상 세간 이익하며,
선한 일에 만족 없고
더 좋은 길 구하면서
이런 법을 즐겨하여
공과 덕과 서로 응해,
큰 서원을 항상 내어
부처님을 뵈옵고자
부처님 법 보호하고
보리도[大仙道]를 거둬지다.
이런 서원 늘 세우고
좋은 행을 수행하며
모든 중생 성숙하고
부처 국토 청정하게,
모든 부처 세계 중에
불자들이 가득한데
평등하게 한 맘으로
짓는 일이 헛되잖고,
한량없는 털 끝마다
한꺼번에 성불하리.
이와 같은 큰 원력이
한량없고 끝이 없네.
허공계나 중생계나
법계거나 열반계나
세간계나 부처 출현
여래 지혜, 마음 경계,
여래 지혜로 들어가면
세 진전[轉]이 끝나는 일.
저런 것이 다 끝나면
내 소원도 끝나련만
저런 것이 끝 안나니
내 소원도 끝이 없어,
이와 같이 원을 내니
순한 마음 부드럽고
부처 공덕 능히 믿고
중생들을 관찰하여,
인연으로 난 줄 알고
자비심을 일으키며
이런 고통 받는 중생
내가 이제 제도하되,
이런 중생 위하여서
가지가지 보시하고
왕의 지위, 보물이나
코끼리와 말과 수레,
머리와 눈 손과 발과
이내 몸과 피와 살을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이 마음에 걱정 없고,
온갖 경전 구하여도
싫증나는 마음 없고
그 이치를 잘 알아서
세상 행을 따라가며,
부끄러운 장엄으로
닦는 행이 견고하고
무량 불께 공양하되
공경하고 존중하며,
이와 같이 항상 닦아
밤과 낮에 게으름 없어
선근 더욱 깨끗하기
불로 진금 연단하듯,
보살들이 이 곳에서
십지행을 잘 닦으며
짓는 일이 장애 없고
구족하여 안 그치니,
마치 어떤 장사물주
장사치를 이익하려
험한 길을 물어 알고
큰 성중에 잘 가듯이,
초지 중에 있는 보살
하는 일도 그와 같아
용맹하고 장애 없이
제십지에 이르도다.
초지 중에 머문 보살
큰 공덕의 왕이 되어
법문으로 중생 교화
자비한 맘 손해 없고,
염부제 땅 통치하며
왕의 덕화 멀리 미쳐
큰 보시에 머물러서
부처 지혜 성취하게,
최승도(最勝道)를 구하려고
국왕 자리 다 버리고
불교 중에 들어가서
용맹하게 수행하며,
일백 삼매 얻은 후에
백 부처님 뵈오면서
백 세계를 진동하고
광명 비친 행도 그래,
백 세계의 중생 교화
백 법문에 들어가서
백 겁 일을 능히 알고
백 가지 몸 나타내며,
백 보살을 나타내어
나의 권속 삼거니와
자재하온 원력으론
더 지내기 한량없어,
내가 지금 초지 뜻을
간략하게 말했지만
자세하게 말하려면
억겁에도 못 다하리.
보살들의 수승한 도(道)
중생들을 이익하니
이와 같은 초지법을
내가 지금 다 말하네.
26. 십지품 [2]
2) 이구지(離垢地)
보살들이 묘한 초지
훌륭한 법문 듣고
마음들이 깨끗해져
한꺼번에 환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공중에 뛰어 올라
훌륭한 꽃 널리 흩고
함께 칭찬하는 말이,
장하여라, 금강장이
큰 지혜로 공포 없고
초지 보살 행하는 일
분명하게 말하였네.
이 때 보살 해탈월이
대중 마음 청정하여
제이지에 행할 일을
듣고 싶음 벌써 알고,
금강장께 청하기를
불자들이 이지 법문
듣자오려 바라오니
연설하여 주옵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초지를 이미 닦고서, 제이지에 들어가려거든 열 가지 깊은 마음을 일으켜야 하나니, 무엇을 열 가지라 하는가. 이른바 정직한 마음·부드러운 마음·참을성 있는 마음·조복한 마음·고요한 마음·순일하게 선한 마음·잡란하지 않은 마음·그리움이 없는 마음·넓은 마음·큰 마음이니, 보살이 이 열 가지 마음으로 제이 이구지(離垢地)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구지에 머물면, 성품이 저절로 일체 살생을 멀리 여의어서, 칼이나 작대기를 두지 아니하고, 원한을 품지 아니하고, 부끄럽고 수줍음이 있어 인자하고 용서함이 구족하며, 일체 중생으로 생명 있는 자에게는 항상 이익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나니, 보살이 오히려 나쁜 마음으로 중생을 시끄럽게 하지도 않거늘, 하물며 남에게 중생이란 생각을 내면서, 짐짓 거치른 마음[重意]으로 살해를 하겠습니까.
성품이 훔치지 않나니, 보살이 자기의 재산에는 만족함을 알고 다른 이에게는 인자하고 사랑하여 침노하지 않으며 다른 이에게 소속한 물건에는 남의 것이라는 생각을 내어 훔치려는 마음이 없고, 풀잎 하나라도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거든, 하물며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겠습니까.
성품이 사음하지 않나니, 보살이 자기의 아내에 만족함을 알고 남의 아내를 구하지 않으며, 다른 이의 아내나 첩이나, 다른 이가 수호하는 여자나, 친족이 보호하거나, 약혼하였거나, 법으로 보호하는 여인에게 탐하는 마음도 내지 않거든, 하물며 일을 벌리겠으며, 또 제 곳이 아닌 것[非道]이겠습니까.
성품이 거짓말을 하지 않나니, 보살은 항상 진실한 말과 참된 말과 시기에 맞는 말을 하고, 꿈에서라도 덮어두는[覆藏] 말을 차마 하지 못하며, 하려는 마음도 없거든 하물며 짐짓 범하겠습니까.
성품이 이간하는 말[兩舌]을 하지 않나니, 보살은 이간하는 마음도 없고 해치려는 마음도 없으며, 이 말로써 저를 파괴하기 위하여 저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저 말로써 이를 파괴하기 위하여 이에게 말하지 않으며, 아직 파괴하지 않은 것을 파괴하게 하지 않고, 이미 파괴한 것을 더 증장하지 않으며, 이간하는 것을 기뻐하지도 않고, 이간하기를 좋아하지도 않으며, 이간할 말을 짓지도 않고, 이간하는 말은 실제거나 실제가 아니거나 말하지도 아니합니다.
성품이 나쁜 말[惡口]을 하지 않나니, 이른바 해롭게 하는 말, 거치른 말[塵獷語], 남을 괴롭히는 말, 남을 성내게 하는 말, 앞에 대한 말[現前語], 앞에 대하지 않은 말[不現前語], 불공한 말, 버릇없는 말, 듣기 싫은 말, 듣는 이에게 기쁘지 않은 말, 분노한 말, 속을 태우는 말, 원혐 맺는 말, 시끄러운 말, 좋지 않은 말, 달갑지 않은 말, 나와 남을 해롭게 하는 말, 이런 말은 모두 버리고, 윤택한 말, 부드러운 말, 뜻에 맞는 말, 듣기 좋은 말, 듣는 이가 기뻐하는 말, 남의 마음에 잘 들어맞는 말, 운치있고 규모 있는 말,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말, 여러 사람이 기뻐하는 말, 몸과 마음에 희열한 말을 항상 말합니다.성품이 번드르르한 말[綺語]을 하지 않나니, 보살은 언제나 잘 생각하고 하는 말, 시기에 맞는 말, 진실한 말, 이치에 맞는 말, 법다운 말, 도리에 맞는 말, 교묘하게 조복하는 말, 때에 맞추어 요량하여 결정한 말을 좋아합니다. 이 보살은 웃음거리도 항상 생각하고 말하거든, 어찌 짐짓 산란한 말을 하겠습니다.
성품이 탐내지 않나니, 보살은 남의 재물이나 다른 이의 물건을 탐하지 않고 원하지 않고 구하지도 않습니다.
성품이 성내지 아니하나니, 보살은 일체 중생에게 항상 자비한 마음, 이익하는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환희한 마음, 화평한 마음, 포섭하는 마음을 내어, 미워하고 원망하고 해치고 시끄럽게 하는 마음을 아주 버리고, 항상 인자하고 도와주고 이익하려는 일을 생각하여 행합니다.
또 삿된 소견이 없나니, 보살은 바른 도리에 머물러서 점치지 않고, 나쁜 계율을 가지지 않고, 마음과 소견이 정직하고 속이고 아첨하지 않으며, 불보·법보·승보에 결정한 신심을 냅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십선업도(十善業道)를 행하여 항상 끊임이 없습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악취(惡趣)에 떨어짐은 모두 십불선업(十不善業)을 행하는 까닭이니, 나는 마땅히 스스로 바른 행을 닦고, 다른 이에게도 바른 행을 닦으라 권할 것이다. 왜냐 하면 스스로 바른 행을 행하지 못하면서 다른 이로 하여금 바른 행을 닦게 함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또 생각하기를 '십불선업은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에 태어나는 인이며, 십선업은 인간에나 천상이나 내지 색계나 무색계에 태어나는 인이니라.
또 이 상품(上品) 십선업을 지혜로써 닦지마는, 마음이 용렬한 연고며, 삼계를 두려워하는 연고며, 대비심이 없는 연고며, 다른 이의 말을 듣고야 깨닫는[解] 연고로 성문승(聲聞乘)이 되리라.
또 상품 십선업을 청정하게 닦지마는, 남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스스로 깨닫는 연고며, 대비 방편을 갖추지 못한 연고며, 깊은 인연법을 깨닫는 연고로 독각승(獨覺乘)이 되리라.
또 상품 십선업을 청정하게 닦으면서 마음이 한량없이 광대하고 자비를 구족하고 방편에 포섭되고 큰 서원을 내고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 보살의 여러 지(地)를 깨끗이 다스리고 모든 바라밀을 닦으므로 보살의 광대한 행을 이루리라.
또 상상품(上上品) 십선업으로는 온갖 것이 청정한 연고며, 내지 십력(十力)과 사무소외(四無所畏)를 증득하는 연고로 일체 부처님 법을 모두 성취하리니, 그러므로 내가 이제 열 가지 선을 평등하게 행하며, 온갖 것을 구족히 청정하게 하리니, 이런 방편을 보살이 마땅히 배울 것이로다'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또 생각하기를 '열 가지 나쁜 업은 상품은 지옥의 인이 되고, 중품은 축생의 인이 되고 하품은 아귀의 인이 되는데, 그 중에서 살생한 죄로는 중생들이 지옥·축생·아귀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단명하고, 둘은 병이 많으리라.
훔친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빈궁하고, 둘은 재물을 함께 가지게 되어 마음대로하지 못하리라.
사음한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아내의 행실이 부정하고, 둘은 마음에 드는 권속을 얻지 못하리라.
거짓말한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비방을 많이 받고, 둘은 남에게 속게 되리라.
또 이간하는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권속이 뿔뿔이 흩어지고, 둘은 친족들이 험악하리라.
나쁜 말 한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항상 나쁜 평을 듣고, 둘은 다투는 일이 많으리라.
번드르르한 말을 한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사람들이 내 말을 곧이듣지 않고, 둘은 어음[語]이 분명치 못하리라.
탐욕한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만족한 줄을 모르고, 둘은 욕심이 끝이 없으리라.
성낸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항상 남들에게 시비를 받게 되고, 둘은 남의 이아치는 해[惱害]를 받으리라.
또 삿된 소견을 가진 죄로는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삿된 소견을 가진 집에 나게 되고, 둘은 마음이 아첨하고 속이리라' 합니다.
불자여, 십불선업은 이렇게 한량없고 그지없는 큰 고통 무더기를 내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열 가지 나쁜 길[十不善道]을 멀리 여의고, 열 가지 선한 길[十善道]로 법의 동산을 삼아 편안히 있으면서, 나도 그 속에 머무르고 다른 이도 거기 머물도록 권하리라.'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중생에게 대하여 이익케 하려는 마음, 안락케 하려는 마음, 인자한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心], 딱하게 여기는 마음[憐愍心], 거두어 주려는 마음, 수호하려는 마음, 자기와 같다는 마음, 스승이라는 마음, 대사(大師)라는 마음을 냅니다.
생각하기를 '중생이 가련하여 삿된 소견에 떨어졌으니, 나쁜 지혜와 나쁜 욕망과 나쁜 도(道)의 숲이라. 내가 그로 하여금 바른 소견에 머물러서 진실한 도를 행하게 하리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남이라 내라 분별하여, 서로 파괴하고 다투고 미워함이 부산히 쉬지 아니하니, 내가 마땅히 그로 하여금 위없이 크게 인자한 가운데 머물게 하리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탐하는데 만족한 줄 모르고, 재물만을 구하며 잘못되게 살아가려 하니, 내가 마땅히 그로 하여금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이 청정하여 옳게 살게 하리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삼독(三毒)만 따르므로 여러 가지 번뇌가 치성하고, 벗어날 방편을 구할 줄을 모르니, 내가 마땅히 그로 하여금 모든 번뇌의 불을 멸하고, 청량한 열반의 자리에 있게 하리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어리석어 깜깜함과 허망한 소견에 덮이어, 답답하게 막힌 숲속에 들어가서 지혜의 광명을 잃고, 거치른 벌판 험한 길에서 나쁜 소견을 일으키니, 내가 마땅히 그로 하여금 장애가 없이 청정한 지혜의 눈을 얻어 일체 법의 실상을 알고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게 하리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나고 죽는 험한 길에 있으면서, 장차 지옥·축생·아귀에 떨어지거나 나쁜 소견에 들어가서, 어리석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삿된 길을 따라가며 뒤바뀐 짓을 행하리니, 마치 눈먼 사람이 인도하는 사람도 없이, 빠져나갈 길이 아닌데 나갈 길인줄만 알고, 마군의 경계에 들어가 도둑에게 붙들리고, 마군의 마음을 따르고 부처님의 뜻과는 멀어지니, 내가 마땅히 험난한 곳에서 구제해서 두려움이 없는 온갖 지혜의 성중에 머물게 하리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빨리 흐르는 폭류(瀑流)에 휩쓸려서, 욕계의 폭류[欲流]·색계의 폭류[有流]·무명의 폭류[無明流]·소견의 폭류[見流]에 들어가, 생사에서 소용돌고 애욕에 헤매면서, 빠르게 솟구치고 심하게 부딪치느라고 살펴볼 겨를도 없이, 탐내는 생각·성내는 생각·해치려는 생각을 따라서 버리지 못하는데, 내 몸이라고 고집하는 나찰[身見羅刹]에게 붙들려서 애욕의 숲속으로 끌려 들어가, 탐욕과 애정에 집착을 내고 나라는 교만의 언덕에 머물며, 육처(六處)라는 동리에 있게 되어 구원할 이도 없고 제도할 이도 없으니, 내가 마땅히 그에게 대비심을 일으키고 여러 선근으로 구제하여, 환난이 없게 하고, 모든 물든 것을 떠나서 고요하게 온갖 지혜의 섬에 머물게 하리라' 합니다.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세간의 옥중에 있으면서 고통이 많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을 품어 스스로 공포하며, 탐욕이란 고랑에 얽매이고 무명의 숲속에 가리웠으므로, 삼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나니, 내가 마땅히 그로 하여금 삼유(三有)를 길이 여의고 장애가 없는 대열반에 머물게 하리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나라는 데 집착하여 여러 온(蘊)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육처라는 동리를 의지하여 네 가지 뒤바뀐 행[四願倒行]을 일으키며, 네 마리 독사에게 시달리고 오온이란 원수의 살해를 당하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아, 내가 마땅히 그로 하여금 가장 훌륭하고 집착이 없는 곳에 머물게 하리니, 곧 모든 장애가 없어진 위없는 열반이라'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의 마음이 용렬하여 가장 좋은 온갖 지혜의 도를 행하지 못하므로, 비록 벗어나려 하면서도 성문승과 벽지불승만 좋아하나니, 내가 마땅히 광대한 부처님 법과 광대한 지혜에 머물게 하리라' 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렇게 계율을 보호하여 지니며 자비한 마음을 증장케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이구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 여러 천 부처님, 여러 백천 부처님, 여러 억 부처님, 여러 백억 부처님, 여러 천억 부처님, 여러 백천억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광대한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의약과 모든 필수품으로 보시하며, 또한 모든 스님들에게도 공양하나니, 이 선근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합니다. 또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존중한 마음으로 다시 십선도법(十善道法)을 받아 행하며, 그 받은 것을 따르고, 내지 보리를 마침내 잊지 아니합니다.
이 보살이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겁 동안에 아끼고 미워하고 파계한 허물을 멀리 여의었으므로 보시하고 계행 가지는 일이 청정하고 만족하나니, 마치 진금을 명반[礬石] 가운데 넣고 법대로 연단하면 모든 쇠똥이 없어지고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지듯 합니다. 보살이 이구지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겁 동안에 아끼고 미워하고 파계한 허물을 멀리 여의었으므로 보시와 계행 가지는 일이 청정하고 만족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사섭법(四攝法) 중에서는 사랑스러운 말[愛語]이 치우쳐 많고, 십바라밀 중에서는 지계(持戒)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隨力] 분한을 따를[隨分]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제이 이구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이구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전륜성왕이 되고, 큰 법주[大法主]가 되어 칠보가 구족하고 자재한 힘이 있어, 능히 일체 중생의 아끼고 탐하고 파계한 허물을 제멸하고, 좋은 방편으로써 그들을 십선도에 머물게 하며, 큰 시주가 되어 널리 주는 일이 끝나지 아니하며, 보시하고[布施] 좋은 말을 하고[愛語] 이익케 하고[利行] 일을 같이 하나니[同事], 이와 같이 모든 하는 일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 며, 내지 온갖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일체 중생들 가운데서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하느니라.
이 보살이 만일 집을 버리고 불법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하려면, 문득 집과 처자와 다섯 가지 욕락을 버리며, 이미 출가하고는 정진을 부지런히 하여 잠깐 사이에 천 삼매를 얻고, 천 부처님을 보고, 천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천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천 가지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천 보살을 나타내어 권속을 삼습니다.hl2tci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게 되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겁에도 능히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질직하고 부드럽고 참을성 있고
조복한 맘 고요한 맘 순일한 마음
생사를 뛰어나는 광대한 마음
열 가지 마음으로 이지(二地)에 들다.
여기 있어 계행 공덕 성취하며는
살생과 해치는 일 멀리 여의고
도둑질과 사음이며 거친 말이며
이간하고 뜻없는 말 또한 여의리.
재물을 탐하잖고 늘 사랑하며
바른 도와 곧은 마음 아첨이 없고
험피와 교만 버려 조화한다면
교법대로 수행하고 방일치 않고,
지옥과 축생에서 고통을 받고
아귀는 불에 타서 불길이 맹렬
온갖 것이 모두 다 죄로 생기니
내가 모두 떠나고 법에 머물리.
인간에 마음대로 태어나거나
색·무색계 태어나는 선정의 낙과
독각이나 성문이나 부처 되는 길
모두가 십선으로 성취하나니,
이런 일 생각하고 방일 않으며
자기도 계행 갖고 남을 권하며
중생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는
점점 더 자비한 맘 증장하나니,
범부의 삿된 지혜 정견(正見)이 없어
분노를 항상 품고 투쟁 잘하고
육진(六塵) 경계 탐하노라 만족 모르니
저들로 세 가지 독(毒) 덜게 하리라.
캄캄한 어리석음 덮인 바 되어
험한 길과 삿된 소견 그물에 들고
생사의 난간 속에 구속되나니
저들에게 원수 마군 부수게 하며,
사해에 표류하며 마음 잠기고
삼계가 불타는듯 고통이 무량
오온으로 집이 되어 제가 있으니
그들을 제도하려 도를 행하고,
뛰어나기 구하여도 마음이 좁아
가장 높은 부처 지혜 모두 버릴세
그들을 대승법에 가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만족을 몰라,
보살이 이 지에서 공덕 모으며
한량없는 부처님 뵙고 공양해
억겁 동안 선을 닦아 밝고도 깨끗하니
명반으로 진금을 단련하듯이.
불자가 여기에선 전륜왕되어
중생을 교화하여 십선 행하며
여러 가지 선근을 모두 닦아서
십력을 이루어 세상 구제하네.
왕위나 재물을 다 버리려고
집을 떠나 불교에 귀의하여서
용맹하게 정진하며 잠깐 동안에
일천 삼매 얻고서 천 불 보나니,
이 세간에 가지가지 신통의 힘을
이 지에 있는 보살 능히 나투며
원력으로 짓는 일 이보다 지나
한량없이 자재한 힘 중생 건지네.
한량없는 세간을 이익하는 이
보살들 수행하는 가장 좋은 법
이러한 제이지의 모든 공덕을
불자들을 위하여 연설하노라.
3) 발광지(發光地)
불자들이 이 지(地)의 행을 들으니
생각도 말도 못할 보살의 경계.
공경하며 기쁜 마음 모두 내어서
공중에 꽃을 흩어 공양하더라.
'장하여라' 대산왕(大山王)을 찬탄하는 말
자비로써 모든 중생 가엾이 여겨
지혜 있는 이들의 계행과 위의(威儀)
제이지의 행상(行相)을 말씀하시니,
이러한 보살들의 미묘한 행은
진실하고 둘 아니고 차별도 없어
중생들을 이익하기 위하심이니
이와 같이 연설함은 가장 청정해,
천상 인간 공양을 받으시는 이
제삼지의 법문을 연설하소서
교법과 상응하는 지혜의 업을
그 경계와 꼭 같이 보여지이다.
큰 선인의 갖추신 보시와 계율
인욕과 정진이며, 선정과 지혜
방편과 자비하신 원과 도력과
부처님의 청정한 행 말씀하소서.
그 때에 해탈월이 다시 청하길
두려움 없으신 금강장보살이여
제삼지에 들어가 화순한 이의
여러 가지 공덕을 연설하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이지를 깨끗이 수행하고, 제삼지(第三地)에 들어가려면 여러 가지 깊은 마음을 일으켜야 하나니, 무엇을 열 가지라 하는가, 청정한 마음, 편안히 머무는 마음, 싫어서 버리는 마음, 탐욕을 여의는 마음, 물러가지 않는 마음, 견고한 마음, 밝고 성대한 마음, 용맹한 마음, 넓은 마음, 큰 마음입니다. 보살은 이 열 가지 마음으로 제삼지를 얻어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삼지에 머물고는, 모든 하염 있는 법[有爲法]의 실상을 관찰하나니, 이른바 무상하고, 괴롭고, 부정하고, 안온하지 못하고, 파괴하고, 오래 있지 못하고, 찰나에 났다 없어지고, 과거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미래로 가는 것도 아니고, 현재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이 법을 관찰하면 구원할 이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고, 근심과 함께하고, 슬픔과 함께하고, 고통과 함께 있으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데 얽매이고, 걱정이 많아지고, 정지하여 있지 못하며, 탐욕, 성내는 일, 어리석은 불이 쉬지 아니하고, 여러 근심에 얽매여 밤낮으로 늘어나며, 요술과 같아서 진실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는 모든 하염 있는 법에 대한 싫증이 배나 더하여 부처님 지혜로 나아가는데, 부처님 지혜는 헤아릴 수 없고, 동등할 이 없고, 한량이 없고, 얻기 어렵고, 섞이지 않으며, 시끄러움이 없고, 근심이 없고, 두려움 없는 성에 이르러 다시 물러가지 않고, 한량없이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함인 것을 봅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여래의 지혜가 한량없이 이익함을 보고, 모든 하염 있는 법은 한량없이 걱정되는 줄을 보았으므로, 일체 중생에게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냅니다.
무엇이 열인가. 중생들이 고독하여 의지할 데 없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이 빈궁하여 곤란함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삼독의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모든 업보의 옥에 갇힘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번뇌의 숲에 막혔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잘 살펴보지 못함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선한 법에 욕망이 없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부처님 법을 잃어버린 것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생사의 물결에 따르는 것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해탈하는 방편을 잃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나니, 이것이 열입니다.
보살이 이렇게 중생계의 한량없는 고통과 시끄러움을 보고, 크게 정진할 마음을 내어 생각하기를 '이 중생들을 내가 구호하고, 내가 해탈케 하고, 내가 깨끗하게 하고, 내가 제도하고, 선한 곳에 두고, 편안히 있게 하고, 즐겁게 하고, 알고 보게 하고, 조복하게 하고, 열반케 하리라' 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하염 있는 법을 싫어하고, 이렇게 일체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고, 온갖 지혜의 지혜에 의지하여 중생을 제도하려 하면서 생각하기를 '이 중생들이 번뇌와 큰 고통 속에 빠졌으니, 어떠한 방편으로 구제하여 구경(究竟)열반의 낙에 머물게 할 것인가'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중생을 제도하여 열반에 머물게 하려면 장애가 없이 해탈한 지혜를 여의지 않아야 하나니, 장애가 없이 해탈한 지혜는 일체 법을 실상과 같이 깨달음[一切法如實覺]을 여의지 않고, 일체 법을 실상과 같이 깨달음은 만들어짐도 없고[無行] 생멸도 없는[無生] 행의 지혜를 여의지 않고, 만들어짐도 없고 생멸도 없는 행의 지혜는 선정의 공교롭고 결정하게 관찰하는 지혜[禪善巧決定觀察智]를 여의지 않고, 선정의 공교롭게 많이 앎[善 巧多聞]을 여의지 않았도다' 하고.
보살은 이렇게 관찰하여 알고는, 바른 법을 곱으로 부지런히 닦으며, 밤낮으로 원하기를 '법을 듣고 법을 기뻐하고 법을 좋아하고 법을 의지하고 법을 따르고 법을 해설하고 법을 순종하고 법에 이르고 법에 머물고 법을 행하여지이다' 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부지런히 불법을 구하면서, 가진 재물을 아끼지 아니하고, 어떤 물건도 희귀하고 소중하게 보지 아니하며, 다만 불법을 말하는 사람에게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나니, 그러므로 안 재물과 바깥 재물을 불법을 구하기 위하여 모두 버리며, 어떠한 공경도 행하지 못할 것이 없고, 어떠한 교만도 버리지 못할 것이 없고, 어떠한 섬기는 일도 행치 못할 것이 없고, 어떠한 고생도 받지 못할 것이 없으며, 일찍이 듣지 못했던 법을 한 구절만 들어도 크게 횐희하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보배를 얻은 것보다 좋아하고, 듣지 못했던 바른 법을 한 게송만 들어도 크게 환희하여 전륜왕의 지위를 얻은 것보다 기뻐하며, 듣지 못했던 법을 한 게송만 얻어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여도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의 지위를 얻어서 한량없는 백천 겁을 지내는 것 보다 낫게 생각합니다.
만일 사람이 말하기를 '내게 부처님께서 말씀한 한 구절의 법으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할 것이 있는데, 그대가 능히 큰 불구렁에 들어가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 일러주리라' 하면, 그 때에 보살은 생각하기를,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한 구절의 법을 듣고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할 수 있다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불구렁 속에라도, 오히려 대범천의 위로부터 몸을 던져 떨어지는 것도 몸소 받들 터인데, 하물며 이 조그만 불속에 들어가지 못하랴. 그리고
불법을 구하기 위해서는 온갖 지옥의 고통도 받으려든, 하물며 인간에 있는 조그만 고통을 받지 않으리요' 하나니, 보살은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불법을 구하고, 들은 대로 관찰하고 수행합니다.이 보살은 법을 듣고는 마음을 거두어서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말한 대로 행을 닦고서야 불법을 얻을 것이니, 말만 하여서는 청정할 수 없으리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이 발광지(發光地)에 머물렀을 때에는 곧 욕심과 악한 일과 선하지 못한 법을 여의고, 각(覺)과 관(觀)이 있고,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喜]과 즐거움[樂]으로 초선(初禪)에 머뭅니다.
각(覺)과 관(觀)을 멸하고[滅] 안으로 깨끗한 한마음[內淨一心]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는[無覺無觀],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定生喜樂]으로 제이선에 머뭅니다.
기쁨을 여의고[離喜], 평등함에 머물러[住捨] 기억과 바른 앎[有念正知]을 갖추고 몸에 즐거움을 받아[身受樂], 여러 성인들이 말씀하시는 '평등함과 기억을 갖추어 즐거움을 받는다[能捨有念受樂]'는 제삼선에 머뭅니다.
즐거움[樂]을 끊고, 이미 고통[苦]도 제거하고, 기쁨[喜]과 근심[憂]이 멸하여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평등함[捨]과 기억[念]을 갖춘 청정한(淸淨) 제사선에 머뭅니다.
모든 색이란 생각을 초월하고[超一切色想] 상대가 있다는 생각을 멸하여[滅有對想] 가지가지 생각을 생각하지 않으면[不念種種想], 허공이 끝없는 데 들어가 허공무변처(虛空無邊處)에 머뭅니다.
일체 허공이 끝없는 데를 초월하면 식(識)이 끝없는 데 들어가 식무변처(識無邊處)에 머뭅니다.
일체 식이 끝없는 곳을 초월하면 조그만 것도 소유함이 없는 데 들어가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머뭅니다. 일체 소유함이 없는 데를 초월하면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에 머뭅니다.
그러나 다만 법을 따라서 행할지언정 즐거워 집착하는 일은 없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마음이 인자함[慈]을 따르나니, 넓고 크고 한량없고 둘이 아니고 원수가 없고 상대가 없고 장애가 없고 시끄러움이 없으며, 온갖 곳에 두루 이르며, 법계와 허공계를 끝까지 하여 일체 세간에 두루합니다. 불쌍히 여김[悲]·따라 기뻐함[喜]·평등함[捨]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한량없는 신통의 힘을 얻어서, 땅덩이를 흔들며, 한 몸으로 여러 몸이 되고, 여러 몸으로 한 몸이 되며, 숨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하며, 돌이나 절벽이나 산이 막혔더라도 장애 없이 통과하기를 허공과 같이하여, 공중에서 가부좌(跏趺坐)하고 가기를 나는 새와 같이하며, 땅에 들어가기를 물과 같이하고, 물을 밟고 가기를 땅과 같이하며, 몸에서 연기와 불길을 내는 것이 불더미와 같고, 물 내리기를 큰 구름과 같이하며, 해와 달이 허공 에 있듯이 큰 위력이 있어 손으로 만지고 주무르고 부닥치며, 몸이 자재하여 범천에까지 이릅니다.
이 보살은 천이통(天耳通)이 청정하여 인간의 귀보다 썩 지나가서, 인간이나 천상이나 가까운 데나 먼 데 있는 음성을 모두 들으며, 내지 모기·등에·파리 따위의 소리 들도 다 듣습니다.
이 보살이 타심통의 지혜[他心智]로 다른 중생의 마음을 사실대로 아나니, 이른바 탐심이 있으면 탐심이 있음을 실지대로 알고, 탐심이 없으면 탐심이 없음을 실지대로 알며, 성내는 마음·성냄을 떠난 마음·어리석은 마음·어리석음을 떠난 마음·번뇌가 있는 마음·번뇌가 없는 마음·작은 마음·넓은 마음·큰 마음·한량없는 마음·간략한 마음·간략하지 않은 마음·산란한 마음·산란하지 않은 마음·선정의 마음·선정이 아닌 마음·해탈한 마음·해탈하지 못한 마음·위가 있는 마음·위가 없는 마음·물든 마음·물들지 않은 마음·광대한 마음·광대하지 않은 마음 들을 모두 실지대로 압니다.
보살이 이와 같이 타심통의 지혜로 중생의 마음을 압니다.
이 보살은 한량없이 차별한 지나간 세상의 일을 아니니[念知無量宿命差別], 이른바 한 생의 일을 알고, 이 생·삼 생·사 생과, 내지 십 생·이십 생·삼십 생으로, 백 생·무량백 생·무량천 생·무량백천 생의 일과, 생겨나는 겁[成劫],망그러지는 겁[壞劫], 생겨나고 망그러지는 겁[成壞劫], 한량없이 생겨나고 망그러지는 겁을 알며, 내가 어느 때 아무 곳에 어떤 이름·어떤 성·어떤 가문·어떤 음식이며, 얼마의 수명으로 얼마나 오래 살았고, 어떤 고
통과 낙을 받은 일과, 어디서 죽어 아무 곳에 났고, 아무 데서 죽어 여기 났으며, 어떤 형상·어떤 모습·어떤 음성, 이러한 지난 적의 한량없는 차별을 다 기억하여 압니다.이 보살은 천안통[天眼]이 청정하여 인간의 눈보다 썩 지나가서, 모든 중생의 나는 때·죽는 때·좋은 몸·나쁜 몸·좋은 갈래·나쁜 갈래에 업을 따라 가는 것을 보며, 만일 중생이 몸으로 나쁜 행을 짓고, 말로 나쁜 행을 짓고, 뜻으로 나쁜 행을 지으며, 성현을 비방하고, 나쁜 소견과 나쁜 소견의 업을 구족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죽고는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에 태어나고, 만일 중생이 몸으로 선한 행을 짓고, 말로 선한 행을 짓고, 뜻으로 선한
행을 지으며, 성현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과 바른 소견의 업을 구족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죽고는 좋은 갈래에 태어나 천상에 나는 것을, 보살이 천안통으로 실지대로 모두 압니다.이 보살은 선정과 삼매와 삼마발저에 마음대로 들고 나면서도, 그 힘을 따라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보리분(菩提分)을 만족할 수 있는 곳을 따라서 마음과 원력으로 그 가운데 태어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발광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여러 천 부처님을 보며, 여러 백천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모두 광대한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으로 보시하며, 또한 일체 스님에게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그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힘대로 수행하며, 이 보살이 일체 법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아 인연으로 생기는 줄을 관찰합니다.
소견의 속박[見縛]이 먼저 멸하고, 욕계의 속박·색계의 속박[色縛]·무색계의 속박[有縛]·무명의 속박[無明縛]이 점점 희박하여지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에 모아 쌓지 아니하므로 삿된 탐욕·삿된 성내는 일·삿된 어리석음이 모두 끊어지고, 모든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해집니다.
불자여, 마치 진금을 공교롭게 연단하면 근량[秤兩]이 줄지 않고 더욱 밝고 깨끗하여 지는 것 같이, 보살도 그와 같아서 이 발광지에 머무르면 모아 쌓지 아니하므로 삿된 탐욕·삿되게 성내는 일·삿된 어리석음이 모두 끊어지고, 모든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지나니, 이 보살의 참는 마음·화평한 마음·동하지 않는 마음·혼탁하지 않은 마음·높고 낮음이 없는 마음·갚음을 바라지 않는 마음·은혜를 갚는 마음·아첨하지 않는 마음·속이지 않는 마음·험피하 지 않은 마음 들이 점점 청정하여집니다.
이 보살은 네 가지로 거두어 주는 법 중에서는 이롭게 하는 행이 치우쳐 많고, 십바라밀 중에는 인바라밀(忍波羅蜜)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의 제삼 발광지라 합니다.
보살이 이 발광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삼십삼천왕이 되며,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탐욕을 버리고,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로운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와 같이 모든 하는 일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더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서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천 삼매를 얻고, 백천 부처님을 보고, 백천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백천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백천 가지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백천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능히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hl2tci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청정하고 잘 머물고 밝고 성한 맘
싫어하고 탐심 없고 해치지 않고
견고하고 용맹하고 넓고 큰 마음
지혜론 이 이것으로 제삼지에 든다.
보살이 발광지에 머물고 보니
모든 법이 괴롭고 깨끗치 않고
무상하고 파괴되고 빨리 멸하고
굳지 않고 안 머물고 왕래가 없어,
하염 있는 모든 법 중병(重病)과 같고
슬퍼하고 괴롭고 번뇌에 묶여
삼독의 맹렬한 불 성하게 타서
끝없는 옛적부터 쉬지 않으며,
삼유를 다 여의어 탐하지 않고
부처님의 지혜 구해 딴 생각 없고
헤아리기 어렵고 짝할 이 없어
한량없고 그지없고 핍박도 없다.
부처 지혜 보고나니 딱하다 중생
고독하여 의지 없고 구할 이 없어
삼독불이 치성한데 항상 곤하고
생사옥에 있으면서 고통 받도다.
번뇌에 덮이어서 눈이 멀었고
마음이 용렬하여 법보 잃으며
생사를 따르노라 열반을 공포
내가 저를 구하려고 항상 정진해,
지혜 얻어 중생을 이익하려면
어떠한 방편으로 해탈케 하리.
여래의 큰 지혜를 여의지 않고
생멸 없는 슬기로 일으켰도다.
생각하니 이 지혜 들어서 얻고
이리하여 부지런히 애를 쓰면서
밤낮으로 듣고 익혀 쉬지 않으며
오로지 바른 법을 존중하도다.
나라와 재물이며 모든 보물과
처자나 권속들과 국왕의 자리
보살이 법을 위해 공경한 마음
이와 같은 모든 것 능히 버리고,
눈과 머리 귀와 코 혀와 치아와
손발과 골수와 염통과 피와 살
이런 것 다 버려도 어렵잖지만
바른 법 듣는 일이 가장 어려워,
어떤 사람 보살에게 와서 하는 말
누구나 큰 불구렁 몸을 던지면
그에게 불법 보배 일러 주리라.
이 말 듣고 몸 던져도 겁날 것 없어,
맹렬한 불 삼천세계 가득 찼는데
범천에서 몸을 던져 뛰어든대도
법을 듣기 위하여선 어렵잖거든
인간의 작은 고통 참지 못하랴.
처음 마음 낸 때부터 부처 되도록
그 동안에 닥쳐오는 지옥 고통도
법을 듣기 위하여서 능히 받거든
인간에 모든 괴로움 말도 말아라.
법문 듣고 이치대로 생각해 보아
사선정과 무색계의 삼매 얻으며
자·비·희·사, 오신통이 생겨난대로
그 힘으로 태어나진 아니하리라.
삼지 보살 수많은 부처님 보고
공양하고 법문 들어 마음이 결정
삿된 의혹 다 끊으니 더욱 청정해
진금을 연단해도 근량 안 줄듯.
이 보살은 도리천왕 흔히 되어서
한량없는 하늘 대중 다 교화하고
탐욕심 버리고 선도(善道)에 있어
한결같이 부처 공덕 구하게 하며,
불자들이 여기서 정진 잘하여
백천 삼매 구족하고 백천 부처님
상호(相好)로 장엄한 몸 모두 보지만
서원하는 힘으로는 이보다 지나,
일체 중생 모두 다 이익케 하는
저 여러 보살들의 가장 좋은 행
이와 같은 제삼지 모든 인행을
내가 지금 이치대로 해석했노라.
26. 십지품 [3]
4) 염혜지(慧地)
이렇게 광대하고 좋아할 행과
묘하고 수승한 법 불자가 듣고
용맹한 마음으로 크게 환희해
여러 꽃을 흩어서 부처님 공양.
이와 같은 묘한 법 연설할 적에
대지(大地)와 바닷물이 다 진동하고
수많은 천녀들이 모두 즐거워
아름다운 음성으로 찬탄하오며,
자재천궁 임금도 기뻐 뛰면서
마니주를 공양하고 찬탄하는 말
부처님 나를 위해 출현하시어
제일가는 공덕행을 연설하시니,
지혜 있는 이들의 여러 지(地)의 뜻
백천 겁에 듣기가 어렵삽거늘
보살의 거룩한 행 미묘한 법문
내가 이제 뜻밖에 들었나이다.
바라건대 총명한 이 이다음 지(地)의
결정한 뜻 빠짐없이 연설하시어
천상 인간 중생들에 이익 주소서
불자들이 듣기를 원하옵니다.
용맹하고 거룩한 해탈월보살
금강장보살에게 간청하는 말
여기서 제사지에 들어가려면
그 행상(行相) 어떠한지 말씀하소서.
이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삼지를 이미 청정하게 닦고 제사 염혜지(慧地)에 들어가려면 법에 밝은 문[法明門] 열 가지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이른바 중생계를 관찰하고, 법계를 관찰하고, 세계를 관찰하고, 허공계를 관찰하고, 식계(識界)를 관찰하고, 욕계를 관찰하고, 색계를 관찰하고, 무색계를 관찰하고, 넓은 마음으로 믿고 아는 계를 관찰하고 큰 마음으로 믿고 아는 계를 관찰하는 것이니, 보살은 법에 밝은 열 가지 문으로 제사 염혜지에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염혜지에 머물면, 능히 열 가지 지혜로써 성숙한 법을 말미암아 안엣법[內法]을 얻고 여래의 가문에 납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이른바 깊은 마음이 물러가지 않는 연고며, 삼보에 깨끗한 신심을 내어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연고며, 모든 행(行)법이 생멸함을 관찰하는 연고며, 모든 법의 성품이 나지 아니함을 관찰하는 연고며, 세간이 이루어지고 망가짐을 관찰하는 연고며, 업으로 인하여 생(生)이 있음을 관찰하는 연고며, 생사와 열반을 관찰하는 연고며, 중생의 국토에 대한 업을 관찰하는 연고며, 지나간 세월[前際]과 오는 세월[後際]을 관찰하는 연고며, 아 무것도 다할 것이 없음을 관찰하는 연고니, 이것이 열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제사지에 머물러서는 안몸[內身]을 관(觀)하되 몸을 두루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없앱니다.
바깥 몸[外身]을 관하되 몸을 두루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근심을 없앱니다.
안팎 몸을 관하되 몸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근심을 없앱니다.
이와 같이 안으로 받아들이고[內受] 밖으로 받아들이고 안팎으로 받아들임을 관하되 받아들임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안 마음[內心]과 바깥 마음과 안팎 마음을 관하되 마음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안법을 관하고 바깥 법을 관하고 안팎법을 관하되 법을 두루 따라 관찰하여,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없앱니다.
또 이 보살은 아직 생기지 않은 악하고 선하지 못한 법은 생기지 못하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끊으며, 이미 생긴 악하고 선하지 못한 법을 끊으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끊으며, 아직 생기지 않은 선한 법은 생기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행하며, 이미 생긴 선한 법은 잃지 않으려 하며, 더욱 증대하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행합니다.
또 이 보살은 하려는 정력[欲定]으로 끊는 행을 수행하여 신족통[神足]을 성취하고,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정력과 마음의 정력과 관하는 정력으로 끊는 행을 수행하여 신족통을 성취하고,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믿는 근[信根]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여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근[精進根]과, 생각하는 근[念根]과 선정의 근[定根]과 지혜의 근[慧根]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믿는 힘[信力]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과 선정의 힘과 지혜의 힘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생각하는 각의 부분[念覺分]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법을 선택하는 각의 부분[擇法覺分]과 정진하는 각의 부분[精進覺分]과 기뻐하는 각의 부분[喜覺分]과 가뿐한 각의 부분[猗覺分]과 선정인 각의 부분[定覺分]과 버리는 각의 부분[捨覺分]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바른 소견[正見]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바르게 생각함[正思惟]과 바른 말[正語]과 바른 업[正業]과 바른 생명[正命]과 바른 정진[正精進]과 바른 생각[正念]과 바른 선정[正定]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보살이 이런 공덕을 수행함은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으려는 연고며, 본래의 원으로 지니는 연고며, 대비가 으뜸이 된 연고며, 대자로 성취한 연고며, 온갖 지혜의 지혜를 생각하는 연고며, 장엄한 불국토를 성취하는 연고며,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을 성취하고 상호(相好)와 음성을 다 구족하려는 연고며, 상상(上上)인 수승한 도를 구하려는 연고며, 들은 바 매우 깊은 부처님의 해탈을 따르는 연고며, 큰 지혜와 공교한 방편을 생각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염혜지에 머물고는 몸이란 소견[身見]이 머리가 되어 나란 고집[我見], 사람이란 고집[人見], 중생이란 고집[衆生見], 오래 산다는 고집[壽命見], 온[薀]·계(界)·처(處)로 일으킨 집착과, 나오고 빠지고 하는 것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다스리는 연고며, 나의 소유인 연고며, 재물인 연고며, 집착하는 곳인 연고로, 이런 모든 것을 다 여읩니다.
이 보살은 만일 업이 여래께서 꾸중하신 것이고, 번뇌에 물든 것으로 보았으면 모두 떠나고, 만일 업이 보살의 도를 따르는 것이고 여래께서 찬탄하신 것으로 보았으면 다 닦아 행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일으킨 방편과 지혜로 도와 도를 돕는 부분[助道分]을 닦아 모으고는, 이리하여 윤택한 마음, 부드럽고 연한 마음, 조화롭고 순한 마음, 이익하고 안락케 하는 마음, 잡되고 물들지 않는 마음, 상상의 수승한 법을 구하는 마음, 수승한 지혜를 구하는 마음, 일체 세간을 구호하는 마음, 높은 덕을 공경하고 가르치는 명령을 어기지 않는 마음, 들은 법을 따라서 잘 수행하는 마음을 얻습니다.
이 보살은 은혜를 알고 은혜 갚을 줄을 알며, 마음이 화평하여 함께 있으면서 안락하며, 질직하고 유순하여 빽빽한 숲과 같은 행이 없으며, 나라는 교만이 없고, 가르침을 받아서 말하는 이의 뜻을 얻나니, 이 보살이 이렇게 참는 일을 성취하고, 이렇게 조화하고 부드러움을 성취하고, 이렇게 고요함을 성취합니다.
이렇게 참는 일과 조화하고 부드러움과 고요함을 성취하여 다음 지의 업을 깨끗이 다스리고 마음을 두어 수행할 적에, 쉬지 않는 정진과, 섞이고 물들지 않는 정진과, 물러가지 않는 정진과, 광대한 정진과, 끝이 없는 정진과, 치성한 정진과, 같음이 없는데 같은 정진과, 깨뜨릴 수 없는 정진과, 일체 중생을 성취하는 정진과, 도와 도 아닌 것을 잘 분별하는 정진을 얻습니다.
이 보살은 마음 경계[心界]가 청정하고, 깊은 마음을 잃지 아니하여 깨달아 아는 것이 명쾌하고 선근이 증장하며, 세간의 혼탁을 여의고 모든 의혹을 끊었으며, 밝게 판단함이 구족하고 기쁨이 충만하며, 부처님께서 호념하여 한량없이 좋은 뜻을 모두 성취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염혜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여러 천 부처님을 보며, 여러 백천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와구와 음식과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또한 모든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그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구족히 수행하고, 다시 저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수도합니다.
또 다시 닦아서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선근이 더욱 밝고 청정해집니다.
불자여, 마치 은장이[金師]가 진금을 잘 연단하여 장엄거리를 만들면, 다른 금은 미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러하여 이 지에 있으면서 닦은 선근은 아랫 지의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마니보배의 청정한 광명덩이가 놓는 광명을 다른 보배로는 미칠 수 없어서 폭풍우 따위로는 깨뜨릴 수 없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이 지에 머무르면, 아랫 지의 보살들은 미칠 수 없으며, 마군과 번뇌로도 깨뜨리지 못합니다.
이 보살은 사섭법 중에서는 일을 함께하는 것[同事]이 치우쳐 많고, 십바라밀 중에는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제사 염혜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수야마천왕이 되며 선방편으로 중생들의 몸이란 소견[身見] 등의 의혹을 제하여 바른 소견에 머물게 하며, 보시하고[布施] 좋은 말을 하고[愛語] 이로운 행을 하고[利行] 일을 함께하나니[同事], 이렇게 하는 일들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억 삼매에 들어가고, 억 부처님을 보고, 억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억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억 가지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억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이 제 삼지를 잘 다스리고
중생계와 세계와 모든 법계와
허공계와 식계(識界)와 삼계를 보고
마음이 열리어서 나아가리라.
염혜지에 처음 올라 세력이 늘어
여래 가문 태어나 퇴전치 않고
삼보를 믿는 마음 무너지지 않아
무상하고 나지 않는 법을 보오며.
세간이 성괴(成壞)하고 업으로 나며
생사와 열반이며 국토의 업과
앞세상 뒷세상과 다함을 보며
행을 닦아 부처님 집에 나나니,
이러한 법을 얻고 자비가 늘어
네 가지 염처(念處)를 더욱 닦으며
몸과 받음, 마음과 법, 안팎을 관찰
세간의 탐애심 모두 멸하며,
네 가지 부지런함[四正勤] 보살이 닦아
나쁜 법은 없어지고 선이 증장해
사신족(四神足)과 오근 오력 모두 닦으며
칠각분(七覺分) 팔정도도 그렇게 닦고,
중생을 건지려고 행을 닦으며
원력으로 보호하고 자비가 으뜸
일체지와 불세계를 모두 구하며
여래의 열 가지 힘 생각하도다.
두려움 없는 힘과 함께 않는 법
특별하게 잘 생기고 미묘한 음성
묘한 도와 해탈과 큰 방편들을
얻으려고 저러한 행을 닦더라.
신견(身見)이 머리 되어 육십이 견(見)과
나라 내 것이라 하는 무량한 종류
온(蘊)과 계(界)와 십이처의 모든 집착을
제사지에서 온갖 것을 모두 여의며,
여래가 꾸짖으신 번뇌의 행은
이익이 없으므로 끊어버리고
지혜론 이[智者] 행하는 청정한 업은
중생을 제도하려 모두 지으며,
부지런히 행을 닦아 게을잖으면
열 가지 마음 얻어 다 구족하고
불도를 구하기에 싫음 없으며
직분을 받고 나서 중생을 제도.
높은 이의 닦는 행을 공경하오며
은혜 알고 교훈 받고 퉁명이 없고
교만 아첨 버리고 마음이 유순
부지런히 행을 닦아 퇴전치 않네.
보살이 염혜지에 머물러서는
청정한 맘 영원히 잃지 않으며
깨달음이 결정하고 선이 증장해
의혹과 더러운 때 모두 여의고,
이 보살이 인간에서 가장 수승해
나유타 부처님을 공양하오며
바른 법문 듣삽고 출가하여서
저해할 수 없는 일 진금과 같다.
보살이 이 지에서 공덕 갖추고
지혜와 방편으로 도를 행하여
마군에게 마음이 퇴전 않으니
묘한 보배 파괴할 이 없음과 같고,
이 보살이 수야마 천왕이 되어
모든 법에 자재하여 대중이 존중
중생의 나쁜 소견 없이해 주고
부처 지혜 구하여 선업 닦으며,
보살이 정진하는 힘을 쌓아서
삼매 얻고 부처 보기 모두 억이니
서원과 지혜 힘을 나타낸다면
이 보다 지나가서 알 수 없더라.
이러하게 보살의 제사지 법문
수행이 청정하고 미묘한 도가
공덕과 뜻과 지혜 상응하는 일
불자들을 위하여 다 말하노라.
5) 난승지(難勝地)
보살이 제사지의 수행을 듣고
법 깨달아 마음에 환희하거늘
공중에서 꽃비 내려 찬탄하기를
거룩하다, 대사이신 금강장보살,
자재천왕 하늘의 대중과 함께
법 듣고 뛰놀면서 허공에 있어
가지가지 광명구름 널리 놓아서
여래께 공양하며 기쁨이 가득,
하늘의 채녀들이 풍악 잡히고
말로써 부처 공덕 노래하는데
모두 다 보살들의 위신으로써
노래 속에 이런 말이 섞여나온다.
부처 서원 오랜만에 지금에 만족
부처님 도(道) 오랜만에 이제 얻었고
석가모니부처님 천궁에 오시니
하늘 사람 이익한 이 이제 보도다.
큰 바다 오랜만에 처음 동하고
부처 광명 오랜만에 지금 놓으며
중생들 오랜만에 비로소 안락
자비하온 음성을 이제 듣노라.
공덕행의 저 언덕에 이미 이르고
캄캄한 교만심을 이미 멸하니
끝까지 청정하심 허공 같으며
세상에 물 안들기 연꽃과 같다.
대모니(大牟尼) 세존께서 출현하시니
수미산이 바다에서 솟아 나온 듯
공양하면 모든 고통 끝낼 수 있고
공양하면 부처 지혜 얻게 되리라.
공양할 데 공양한 복 짝 없으리니
환희하게 부처님께 공양하시오.
이렇게 한량없이 많은 천녀들
이런 말을 하여서 칭찬하거늘
여럿이 공경하며 기쁨이 가득
부처님 쳐다보며 잠자코 있어,
이 때에 대사이신 해탈월보살
두려움 없으신 금강장에게
바라건대 불자시여, 나를 위하여
제오지의 행상을 말씀하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사지에서 행할 것을 이미 원만하고, 제오지(第五地)에 들어가려면 열 가지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平等淸淨心]으로 들어가야 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과거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미래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현재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계율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마음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소견과 의혹을 끊는 데[除見疑悔]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도이고 도 아닌 것을 가리는 지혜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수행하는 지견[修行智見]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모든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상상(上上)으로 관찰하는 데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일체 중생을 교화하는 데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이니, 보살마하살은 이 열 가지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보살의 제오지에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제오지에 머물고는, 보리분법을 잘 닦는 연고며, 깊은 마음을 잘 깨끗이 하는 연고며, 상품이고 수승한 도를 더욱 구하는 연고며, 진여를 순종하는 연고며, 원력으로 부지하는 연고며, 일체 중생에게 불쌍히 여기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복과 지혜로 도를 돕는 일을 모아 쌓는 연고며, 부지런히 닦기를 쉬지 않는 연고며, 교묘한 방편을 내는 연고며, 상상지(上上智)를 관찰하여 밝게 비치는 연고며, 여래의 호념을 받는 연고며, 지혜의 힘으로 부지하는 연고로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얻습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것이 고성제(苦聖諦)며, 이것이 고집성제(苦集聖諦)며, 이것이 고멸성제(苦滅聖諦)며, 이것이 고멸도성제(苦滅道聖諦)임을 실상대로 아나니, 세속의 이치[俗諦]를 잘 알고, 제일가는 이치[第一義諦]를 잘 알고, 형상의 이치[相諦]를 잘 알고, 차별한 이치[差別諦]를 잘 알고, 성립하는 이치[成立諦]를 잘 알고, 사물의 이치[事諦]를 잘 알고, 생기는 이치[生諦]를 잘 알고, 다하여 생기지 않는 이치[盡無生諦]를 잘 알고, 도 에 들어가는 지혜의 이치[入道智諦]를 잘 알고, 모든 보살의 지위가 차례로 성취되는 이치[一切菩薩地次第成就諦]를 잘 알고, 내지 여래의 지혜가 성취되는 이치[如來智成就諦]를 잘 압니다.
이 보살은 중생의 좋아하는 뜻을 따라서 환희케 하려고 세속의 이치를 알며, 한결같은 실상을 통달하려고 제일가는 이치를 알며, 법의 제 모양과 공통한 모양을 깨달으므로 형상의 이치를 알며, 여러 법의 시분과 지위[分位]의 차별을 알므로 차별한 이치를 알며, 온(蘊)과 계(界)와 처(處)를 잘 분별하므로 성립하는 이치를 알며, 몸과 마음의 괴로움을 깨달으므로 사물의 이치를 알며, 여러 갈래와 태어나는 것이 계속 이어짐을 깨달으므로 생기는 이치를 알 며, 모든 뜨겁던 번뇌가 필경에 멸하므로 다하여 생기지 않는 지혜의 이치[盡無生智諦]를 알며, 둘이 없는 것을 내므로 도에 들어가는 지혜의 이치를 알며, 모든 행상(行相)을 바로 깨달으므로 모든 보살의 지위가 차례로 성취되는 이치와 내지 여래의 지혜가 성취되는 이치를 아나니, 믿고 이해하는 지혜의 힘[信解力智]으로 아는 것이고, 끝까지 이른 지혜의 힘[究竟智力]으로 아는 것은 아닙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치를 아는 지혜를 얻고는, 모든 하염있는 법[有爲法]이 허망하고 거짓되어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줄을 실상대로 아나니, 보살은 이 때에 중생들에게 대비심이 점점 더하여 대자(大慈)의 광명을 냅니다.hl2tci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지혜의 힘을 얻고는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고 부처님 지혜를 항상 구하여, 모든 하염 있는 행의 지난 적[前際]과 오는 적[後際]을 실상대로 관찰하나니, 지난 적의 무명(無明)으로부터 사랑함이 있으므로 나는 일이 있으며, 생사에 헤매면서 오온이란 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무더기가 증장하며, 나[我]도 없고 오래사는 이[壽者]도 없고 길러주는 이[養育者]도 없으며, 다시 뒷갈래[後趣]의 몸을 자주자주 받을 이도 없어, 나와 내 것을 여읜 줄을 아나니, 지난 적과 같이 오는 적도 그와 같아서 아무것도 없으며, 허망하게 탐하고 집착함을 끊어버리면 벗어나게 되어, 있거나 없거나를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범부들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으니 매우 딱하도다.
무수한 몸이 이미 없어졌고, 지금 없어지고, 장차 없어질 것이며, 이렇게 끝까지 없어지건마는, 몸에 대하여 싫증은 내지 않고, 기계적으로 받는 고통만 더욱 증장하여 생사에 헤매면서 돌아올 줄을 모르고, 오온의 굴택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네 마리 독사가 무서운 줄을 알지 못하고, 교만과 잘못된 소견의 화살을 뽑지 못하며, 삼독의 불을 끄지 못하고, 무명의 어둠을 깨트리지 못하고, 애욕(愛欲)의 바다를 말리지 못하고 열 가지 힘을 가진 대도사를 희구할 줄 모르고, 마군의 생각의 숲속에 들어가서 나고 죽는 바다에서 깨닫고 관찰하는 파도[覺觀波濤]에 휩쓸리는구나.'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생각하기를 '이 중생들이 이런 고통을 받으며 고독하고 곤궁하지마는, 구할 이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고 섬도 없고 집도 없고 인도할 이도 없고 눈도 없어서, 무명에 덮이고 어둠에 싸였으니, 내가 저 일체 중생을 위하여 복과 지혜로 도를 돕는 법을 수행하되, 혼자서 발심하고 동무를 구하지 아니할 것이며, 여러 중생으로 하여금 이 공덕을 의지하여 필경까지 청정하며, 내지 여래의 열 가지 힘과 걸림없는 지혜를 얻게 하리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런 지혜로 관찰하며 닦는 선근은, 모두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일체 중생을 이익하며, 일체 중생을 안락케 하며,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며, 일체 중생을 성취하며, 일체 중생을 해탈케 하며,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며,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시끄러운 괴로움을 여의게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함을 얻게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조복케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반열반에 들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제오 난승지에 머물면, 생각하는 이라 이름하나니 모든 법을 잊지 않는 연고며, 지혜 있는 이라 하나니 잘 결정하는 연고며, 지취[趣]가 있는 이라 하나니 경의 이치가 차례로 연합(連合)되는 연고며, 부끄러움을 아는 이라 하나니, 스스로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는 연고며, 굳은 이라 하나니 계행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깨달은 이라 하나니 옳은 곳·그른 곳을 관찰하는 연고며, 슬기를 따르는 이라 하나니 다른 것을 따르지 않는 연고며, 지혜를 따르는 이라 하나니 이치에 맞고 맞지 않는 말을 잘 아는 연고며, 신통있는 이라 하나니 선정을 닦는 연고며, 교묘한 방편이 있는 이라 하나니 세상을 따라 행하는 연고입니다.
만족함이 없는 이라 하나니 복덕을 잘 모으는 연고며, 쉬지 않는 이라 하나니 항상 지혜를 구하는 연고며, 고달프지 않는 이라 하나니 대자비를 모으는 연고며, 남을 위하여 부지런히 수행하는 이라 하나니 일체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려는 연고며, 부지런히 구하고 게으르지 않는 이라 하나니 여래의 역(力)과 무외(無畏)와 불공법(不共法)을 구하는 연고며, 뜻을 내어 능히 행하는 이라 하나니 부처님 세계를 장엄함을 성취하는 연고며, 여러 가지 선한 업을 부지런히 닦는 이라 하나니 상호를 구족하는 연고며, 항상 수행하는 이라 하나니 부처님의 몸과 말과 뜻을 장엄하기를 구하는 연고며, 법을 크게 존중하고 존경하는 이라 하나니 일체 보살과 법사에게서 가르치는 대로 행하는 연고며, 마음에 장애가 없는 이라 하나니 큰 방편으로 세간에 항상 다니는 연고며, 다른 마음을 밤낮으로 여의는 이라 하나니 일체 중생을 교화하기를 항상 좋아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부지런히 행할 때에 보시함으로 중생을 교화하며, 좋은 말과 이익한 행과 일을 함께 함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며, 색신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법을 연설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보살의 행을 보여서 중생을 교화하며, 여래의 큰 위엄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나고 죽는 허물을 보여서 중생을 교화하며, 여래의 지혜와 이익을 칭찬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여러 가지 방편의 행으로 중생을 교화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부지런한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는데, 마음이 서로 계속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나아가며, 짓는 선근이 퇴전하지 아니하며, 수승하게 행하는 법을 부지런히 배웁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세간의 기예를 모두 익히나니, 이른바 글과 산수와 그림과 서적과 인장과 지대·수대·화대·풍대와 가지가지 언론을 모두 통달하며, 처방법을 잘 알아서 여러 가지 병과 간질과 미친 증세와 소갈병들을 치료하며, 귀신이 지피고 도깨비에 놀래고 모든 방자와 저주를 능히 제멸하며, 문장과 글씨와 시와 노래와 춤과 풍악과 연예와 웃음거리와 고담과 재담 따위를 모두 잘 하며, 도성과 성시와 촌락과 가옥과 원림과 샘과 못과 내와 풀과 나무와 꽃과 약초들을 계획하고 가꾸는데 모두 묘리[宜]가 있고, 금·은·마니·진주·유리·나패·벽옥·산호 등의 있는 데를 다 알고 파내어 사람들에게 보이며, 일월성신이나, 새가 울고 천둥하고 지진하고 길하고 흉한 것이나, 상과 신수가 좋고 나쁜 것을 잘 관찰하여 조금도 틀리지 아니합니다.계행을 가지고 선정에 들고, 신통의 도술과 사무량심[四無量]과 사무색정(四無色定)과, 그 외의 여러 가지 세간일로서 중생을 해롭히지 않고 이익하는 일이면 모두 일러 보이어 위없는 불법에 머물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난승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여러 천 부처님을 보며, 여러 백천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보는 데,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들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그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힘을 따라 수행하고, 다시 저 부처님의 법에서 출가합니다.
출가하고는 또 법을 듣고 다라니를 얻어서 듣고 지니는 법사가 되어, 이 지에 있으면서 백 겁을 지내고, 천 겁을 지내고,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닦은 선근이 점점 더 밝고 청정해집니다.
불자여, 마치 진금을 자거로써 갈고 닦으면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나니 이 지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생각하고 관찰하므로 더욱 밝고 깨끗하여집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난승지에 있으면서 방편과 지혜로 성취한 공덕은 아랫 지의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해나 달이나 별들의 광명은 바람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어서 저해할 수 없으며, 다른 바람으로도 동요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지의 보살이 가진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따르면서 관찰하는 것이므로 저해할 수 없으며, 모든 성문이나 독각이나 세간의 선근으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 선정[禪]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제오 난승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도솔타천왕(兜率陀天王)이 되며, 중생들에게 하는 일이 자재하여 모든 외도들의 삿된 소견을 굴복하고, 중생들로 하여금 진실한 이치에 머물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하는 일들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천억 삼매를 얻고, 천억 부처님을 보고, 천억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천억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천억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천억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의 제사지가 청정했으면
삼세 불법 평등함과 계(戒)와 마음과
의심 덜고 도와 비도(非道) 생각하나니
이렇게 관찰하여 오지에 들고,
사념처는 활이 되고 근은 살[箭]이 되며
정근(正勤)은 말이 되고 신족은 수레
오력의 갑옷으로 대적 파하며
용맹하게 안 물러가 오지에 들며,
부끄러움은 옷이요 각분(覺分)은 화만
선정은 바르는 향 계(戒)도 향 되고
지혜와 방편으로 묘하게 장엄해
총지(總持) 숲과 삼매 동산 들어가도다.
여의(如意)는 발이 되고 정념(正念)의 목에
자비로 눈을 삼고 지혜는 치아
인간의 사자로서 무아(無我)의 외침
번뇌의 원수 깨뜨리고 오지에 든다.
보살이 제오지에 머물러서는
매우 높고 청정한 도 더욱 닦으며
불법을 구하느라 퇴전치 않고
자비를 생각하여 게으름 없어,
복과 지혜 좋은 공덕 쌓아 모으며
부지런함과 방편으로 상지(上地) 관하고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지혜를 구족
실상대로 사제(四諦)를 분명히 아네.
세속 이치 참된 이치 형상의 이치
차별하고 성립하고 사물의 이치
생기는 법 다하는 법 도에 드는 법
여래의 걸림없는 이치를 알며,
이런 이치 관찰함이 비록 묘하나
걸림없는 좋은 해탈 못 얻지마는
이것이 큰 공덕을 능히 내므로
세간의 모든 지혜 뛰어 넘나니,
이치를 관찰하니 하염 있는 법
허망하여 견실하지 못함을 알고
부처님의 자비한 광명을 얻어
중생을 이익하려 지혜 구하네.
하염 있는 모든 법 앞뒤를 보니
무명과 어두움과 애욕에 묶여
고통 바다 헤매면서 오고 또 가고
나도 없고 사람도 수명도 없어,
애정과 취함으로 고통 받나니
끝단데를 구하여도 찾을 수 없고
떠내려가 돌아올 기약 없으매
불쌍한 이런 이를 제도하리라.
오온 집과 사대 독사 소견은 화살
타는 마음 맹렬하고 우치도 겹겹
애욕 강에 휨쓸려서 볼 겨를 없고
고통 바다 헤매는데 길잡이 없어,
이렇게 알고 나서 늘 정진하며
짓는 일이 중생을 건지려 하매
이름하여 생각 있는 이 지혜 있는 이
깨달은 이 방편 있는 이라 하더라.
복과 지혜 닦아서 만족 모르며
공경하고 많이 알아 피곤치 않고
국토거나 상호를 모두 장엄해
이러한 모든 것이 중생 위하네.
세간의 모든 사람 교화하려고
글씨와 인장들고 산수를 알며
방문과 여러 약을 모두 잘 알아
모든 병을 치료하여 쾌차케 하며
글 잘하고 노래하고 춤도 잘 추고
집 짓는 일 공원 설계 모두 잘 하며
땅에 묻힌 보배도 내어 보여서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케 하네.
일월성신 천문 보고 지진도 알고
상을 보아 길흉 알고 사선정들과
무색계의 사정이며 모든 신통을
세간을 이익하려 모두 말한다,
난승지에 머무른 지혜 있는 이
무량불게 공양하며 법을 듣나니
보배로써 진금을 마찰하는 듯
모든 선근 점점 더 밝고 깨끗해,
비유하면 별들이 허공에 있어
바람으로 유지되고 변동 없는 듯
연꽃에 물방울이 맺혀 구르듯
보살이 이와 같이 세상에 사네.
흔하게는 도솔타천왕이 되어
외도들의 나쁜 소견 꺾어버리고
부처 지혜 위하여 선을 닦으며
열 가지 힘을 얻어 중생을 구호,
저는 또 수행하며 크게 정진해
천억 부처 뵈옵고 공양하오며
얻는 삼매, 세계 진동, 모두가 천억
원력으로 지을 적엔 이보다 많아,
이러한 더섯째의 난승지 보살
인간에서 가장 높은 진실한 도를
내가 지금 여러 가지 방편으로써
불자를 위하여서 말하였노라.
26. 십지품 [4]
6) 현전지(現前地)
보살이 뛰어난 행 듣고 나서는
마음이 환희하여 꽃비 내리며
깨끗한 광명 놓고 진주를 흩어
여래께 공양하고 칭찬 올리네.
백천의 하늘 무리 기뻐 날뛰며
공중에서 여러 가지 보배를 흩고
화만과 영락이며 당기와 깃발
일산과 향으로써 부처님 공양,
자재천의 천왕과 여러 권속들
환희한 마음으로 공중에 있어
보배 흩어 구름되어 공양하면서
불자여, 좋은 법문 말씀하시네.
한량없는 천녀들 허공 중에서
풍악 잡혀 부처님 찬탄하더니
음악 속에 이러한 말을 내어서
부처 말씀 번뇌와 병 덜어주시다.
법의 성품 고요하고 형상이 없어
허공이 모든 분별 없는 것 같이
모든 집착 초월하고 말이 끊어져
진실하고 평등하여 항상 청정해,
모든 법의 성품을 통달한다면
있건 없건 마음이 동하지 않고
세상을 구원하려 수행하나니
부처님 입으로 난 참 불자로다.
겉모양 집착 않고 보시 행하며
모든 악이 끊긴 채 계행 지니고
법에 해(害)가 없는 데 항상 참으며
법의 성품 여읜 줄 알고 정진해,
번뇌가 다했는데 선정에 들고
공한 성품 잘 알고 분별해
지혜와 힘 구족하고 널리 건지니
모든 악을 제멸하여 대사(大士)라 한다.
그렇게 묘한 음성 천만 가지로
찬탄하고 부처님 우러러보니
해탈월이 금강장께 여쭙는 말씀
다음 지에 드는 행상 어떠합니까.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오지를 구족하고 제육 현전지(現前地)에 들려면, 열 가지 평등한 법을 관찰하여야 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일체 법이 형상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자체가 없으므로 평등하고, 나는 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성장함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본래부터 청정하므로 평등하고, 희롱의 말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취하고 버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고요하므로 평등하고, 요술 같고 꿈 같고 영상 같고 메아리 같고 물 속의 달 같고 거울 속의 모습 같고 아지랑이 같고 화현과 같으므로 평등하며, 있고 없음이 둘이 아니므로 평등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일체 법을 관찰하여 제 성품이 청정하고, 따라 순종하며 어김이 없으면 제육 현전지에 들어가나니 밝고 이로운 수순인(隨順忍)은 얻었으나 무생법인(無生法忍)은 얻지 못하였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관찰하고는 다시 대비(大悲)를 으뜸으로 하여 대비가 늘어나고 대비가 만족하며, 세간의 나고 멸함을 관찰하여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간에 태어나는 것이 모두 나에 집착한 탓이니, 만일 나를 여의면 날 곳이 없으리라.'
또 생각하기를 '범부는 지혜가 없어 나에 집착하여 항상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하며,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허망한 행을 일으키어 사특한 도를 행하므로, 죄 받을 업[罪業]과 복 받을 업[福業]과 변동하지 않는 업[不動業]이 쌓이고 증장하며, 여러 가지 행에 마음의 종자를 심고 번뇌[漏]도 있고 취함[取]도 있으므로, 다시 오는 생의 나고 늙고 죽음을 일으키나니, 이른바 업은 밭이 되고, 식(識)은 종자가 되는데, 무명(無明)이 덮이고, 애정의 물이 축여주고, 나[我]라는 교만이 물을 대어주므로 소견이 증장하여 명색(名色)이란 싹이 나느니라.명색이 증장하여 오근(五根)이 생기고, 여러 근(根)이 상대하여 촉(觸)이 생기고, 촉과 상대하여 수(受)가 생기고, 수(受) 뒤에 희망하여 구하므로 애(愛)가 생기고, 애가 증장하여 취(取)가 생기고, 취가 증장하여 유(有)가 생기고, 유가 생겨 여러 갈래 중에 오온으로 된 몸[五薀身]을 일으키는 것을 난다[生] 하고, 나서는 변하고 쇠하는 것을 늙는다[老] 하고, 필경에 없어지는 것을 죽는다[死] 하며, 늙어서 죽는 동안에 여러 가지 시끄러움[熱惱]이 생기고, 시끄러움으로 인하여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고 탄식하는 여러 가지 고통이 모이느니라.
이는 인연으로 모이는 것이요 모으는 이가 없으며, 그와 같이 멸하는 것이요 멸하는 이가 없나니, 보살이 이런 인연으로 생기는 모양을 따라서 관찰하느니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일가는 이치[第一義諦]를 알지 못하므로 무명이라 하고, 지어놓은 업과(業果)를 행(行)이라 하고, 행을 의지한 첫 마음이 식(識)이요, 식과, 함께 난 사취온(四取薀)을 명색(名色)이라 하고, 명색이 증장하여 육처(六處)가 되고, 근(根)과 경(境)과 식(識)의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을 촉(觸)이라 하고, 촉과 함께 생긴 것을 수(受)라 하고, 수에 물드는 것을 애(愛)라 하고, 애가 증장한 것을 취(取)라 하고, 취가 일으킨 유루업(有漏業) 이 유(有)가 되고, 업으로부터 온(薀)을 일으키는 것을 나는 것[生]이라 하고, 온이 성숙함을 늙음[老]이라 하고, 온이 무너짐을 죽음[死]이라 하고, 죽을 적에 이별하는 것을 어리석어 탐내고 그리워하여 가슴이 답답한 것을 걱정이라 하고, 눈물 흘리며 슬퍼함을 탄식이라 하나니, 오근에 있어서는 괴로움이라 하고, 뜻에 있어서는 근심이라 하고, 근심과 괴로움이 점점 많아지면 시달림이라 하나니, 이리하여 괴로움이란 나무가 자라거니와, 나도 없고 내 것도 없고 짓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도다.'
또 생각하기를 '만일 짓는 이가 있으면 짓는 일이 있을 것이요, 만일 짓는 이가 없으면 짓는 일도 없을 것이니, 제일가는 이치에는 모두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로다'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삼계에 있는 것이 오직 한 마음뿐인데, 여래가 이것을 분별하여 십이유지(十二有支:十二緣起)라 말하였으니, 다 한 마음을 의지하여 이렇게 세운 것이로다.
무슨 까닭인가. 일을 따라서 생기는 탐욕이 마음과 함께 나나니, 마음은 식(識)이요, 일은 행(行)이라. 행에 미혹함이 무명(無明)이며, 무명과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나는 것이 명색(名色)이요, 명색이 증장한 것이 육처(六處)요, 육처의 셋이 합한 것이 촉(觸)이요, 촉과 함께 생긴 것이 수(受)요, 수가 싫어함이 없는 것이 애(愛)요, 애가 거두어 버리지 아니함이 취(取)요, 이 여러 존재의 가지[支]가 생기는 것이 유(有)요, 유가 일으킨 것이 태어남[生]이요, 나서 성숙함이 늙음[死]이요, 늙어서 무너짐을 죽음[死]이라 하도다' 합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에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중생으로 하여금 반연한 바를 미혹하게 함이요, 둘은 행(行)이 생겨나는 인(因)이 됩니다. 행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장래의 과보를 내는 것이요, 둘은 식(識)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식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유(有)를 서로 계속하게 함이요, 둘은 명색(名色)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명색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서로 도와서 성립케 함이요, 둘은 육처(六處)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육처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각각 제 경계를 취함이요, 둘은 촉(觸)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촉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반연할 것을 능히 부딪침이요, 둘은 수(受)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수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사랑스러운 일과 미운 일을 받아들임이요, 둘은 애(愛)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애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사랑할 만한 일에 물듦이요, 둘은 취(取)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취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가지 번뇌를 서로 계속케 함이요, 둘은 유(有)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유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다른 갈래에 태어나게 함이요, 둘은 태어남[生]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태어남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온(薀)을 일으킴이요, 둘은 늙음[老]이 오게 하는 인이 됩니다. 늙음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근(根)이 변동하게 함이요, 둘은 죽음[死]이 이르게 하는 인이 됩니다. 죽음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모든 행(行)을 파괴함이요, 둘은 알지 못하므로 서로 계속되어 끊어지지 않습니다.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은 행의 연이 되고, 내지 나는 것은 늙어 죽음의 연이 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이 되어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지지 않게 하고 도와서 이루게 하는 연고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내지 태어남이 멸하면 늙어 죽음이 멸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緣)이 되지 않아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져 없어져서 도와서 이루게 하지 않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과 애와 취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번뇌의 길이요, 행과 유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업의 길이요, 다른 것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고통의 길입니다. 앞의 것[前際]이라, 뒤의 것[後際]이라 하는 분별이 멸하면 삼도(三道)가 끊어지나니, 이렇게 삼도가 나와 내 것을 여의고, 나고 멸하는 것만이 있는 것은 마치 묶어 세운 갈대[束蘆]와 같습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과거를 관(觀)함이요, 식과 내지 수는 현재를 관함이요, 애와 내지 유는 미래를 관함이니, 이 뒤부터 차츰차츰 서로 계속합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관찰하고 의지하여 끊는[觀待斷] 것입니다.
또 십이유지(十二有支)를 세 가지 괴로움[三苦]이라 하나니, 이 가운데서 무명과 행과 내지 육처는 변천하는 괴로움[行苦]이요, 촉과 수는 괴로운 데 괴로움[苦苦]이요, 다른 것들은 무너지는 괴로움[壤苦]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세 가지 괴로움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무명의 인연으로 여러 행을 내는 것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무명이 없으므로 여러 행도 멸함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繫縛]을 내는 것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을 멸하는 것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아무것도 없는 관찰을 따름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다하여 멸하는 관찰을 따름이니, 다른 것도 역시 그러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열 가지의 역순(逆順)으로 모든 연기(緣起)를 관찰하나니, 이른바 십이유지(十二有支)가 계속하는 연고며, 한 마음에 포섭되는 연고며, 자기의 업이 다른 연고며, 서로 여의지 않는 연고며, 삼도(三道)가 끊어지지 않는 연고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찰하는 연고며, 세 가지 괴로움이 모이는 연고며, 인연으로 나고 없어지는 연고며, 얽매여 속박됨을 내고 멸하는 연고며, 아무것도 없고 다함을 관하는[無所有盡觀]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열 가지 모양으로 연기를 관찰하여 내가 없고[無我]사람이 없고[無人] 수명이 없고[無壽命], 제 성품이 공하고[自性空] 짓는 이[作者]가 없고 받는 이[受者]가 없음을 알면, 곧 공해탈문(空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모든 유지(有支)가 다 제 성품이 멸함을 관찰하여, 필경까지 해탈하고 조그만 법도 서로 내는 것[相生]이 없으면, 곧 모양 없는 해탈문[無相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공하고 모양 없는 데 들어가서는, 원하는 것이 없고, 다만 대비를 으뜸으로 하여 중생을 교화할 뿐이니, 곧 원이 없는 해탈문[無願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보살이 이와 같이 세 해탈문을 닦으면, 남이라 내라는 생각을 여의고, 짓는 이라 받는 이라는 생각을 여의며, 있다 없다 하는 생각을 여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대비가 점점 더하여서 부지런히 닦나니, 아직 원만하지 못한 보리분법을 원만케 하려는 연고며, 이렇게 생각하나니 '모든 하염 있는 법이 화합하면 생겨나고[轉], 화합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못하며, 연이 모이면 생겨나고, 연이 모이지 않으면 생기지 못하도다. 내가 하염 있는 법이 이렇게 허물이 많은 줄을 알았으니, 마땅히 이 화합하는 인연을 끊을 것이나 중생을 성취하기 위하므로, 끝까지 여러 행을 멸하지 않으리라'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렇게 하염 있는 법이 허물이 많고 제 성품이 없어서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관찰하고는 대비심을 항상 일으키어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면, 곧 반야(般若)바라밀이 앞에 나타나나니, 이름이 장애가 없는 지혜의 광명[無障礙智光]이라, 이러한 지혜의 광명을 성취하고는, 비록 보리의 부분인 인연을 닦더라도 하염 있는[有爲] 가운데 머물지 아니하며, 비록 하염 있는 법의 성품이 적멸함을 관찰하더라도 적멸한 가운데도 머물지 아니하나니, 보리분법이 아직 원만치 못한 까닭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들어감에 공한[入空] 삼매와, 제 성품이 공한 삼매와, 제일가는 이치의 공한[第一義空] 삼매와 첫째 공[第一空] 삼매와, 크게 공한[大空] 삼매와, 합함이 공한[合空] 삼매와, 일어남이 공한[起空] 삼매와, 실상과 같이 분별하지 않음이 공한[如實不分別空] 삼매와, 떠나지 않음이 공한[不捨離空] 삼매와, 떠남과 떠나지 않음이 공한[離不離空] 삼매를 얻습니다.
이 보살이 이렇게 열 가지 공한 삼매문을 얻은 것이 머리가 되어, 백천 가지 공한 삼매가 모두 앞에 나타나며, 이와 같이 열 가지 모양 없는 삼매문과, 열 가지 원이 없는 삼매문이 머리가 되어, 백천 가지 모양 없고 원이 없는 삼매문이 모두 앞에 나타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다시 닦아서 파괴하지 못할 마음을 만족하여, 결정한 마음, 순전하게 선한 마음, 매우 깊은 마음, 퇴전하지 않는 마음, 쉬지 않는 마음, 광대한 마음, 그지없는 마음, 지혜를 구하는 마음, 방편 지혜와 서로 응하는 마음이 모두 원만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마음으로 부처님의 보리를 따르고 다른 논리[異論]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혜의 지위에 들어가, 이승(二乘)의 길을 여의고 부처님 지혜에 나아가며, 여러 번뇌의 마군이 능히 저해하지 못하고, 보살의 지혜 광명에 머물며, 공하고 모양 없고 원이 없는 법 가운데서 잘 닦아 익히며, 방편의 지혜와 서로 응하며, 보리분법을 항상 행하고 버리지 않습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반야바라밀행이 증장하고, 제삼의 밝고 이로운 수순인[明利順忍]을 얻나니, 모든 법의 실상과 같은 것을 따르고 어기지 않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보는 데, 모두 광대한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들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실상과 같은 삼매와 지혜의 광명을 얻고, 따라 수행하며 기억하고 버리지 아니하며, 또 부처님의 매우 깊은 법장을 얻으며 백 겁을 지나고 천 겁을 지나고,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나더라도 갖고 있는 선근은 점점 더 밝고 청정합니다.
마치 진금을 비유리(毘瑠璃)로 자주 갈고 닦으면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는 것과 같나니, 이 지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따르고 관찰하므로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고, 다시 적멸하여서 능히 가리워 무색케 할 것이 없습니다.
마치 달빛이 중생의 몸에 비치어 서늘하게 함을, 네 가지 바람둘레[風輪]로도 깨뜨릴 수 없는 것과 같나니, 이 지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중생의 번뇌불을 능히 멸하거니와, 네 가지 마군의 도술로 깨뜨리지 못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반야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육 현전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선화천왕(善化天王)이 되며, 하는 일이 자재하여 모든 성문(聲聞)의 문난으로는 굴복할 수 없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아만심을 제하고 연기(緣起)에 깊이 들어가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모든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은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천억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천억 보살을 나타내어 권속을 삼으며, 만일 서원하는 힘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헤아려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이 제오지를 원만하고는
법을 보니 모양 없고 성품도 없어
나도 않고 죽도 않고 본래 청정해
희론(戱論)이나 들고 버릴[取捨] 것도 없으며,
성품·형상 고요하여 요술과 같고
있고 없고 둘 아니어 분별 떠났네.
법의 성품 따라서 이렇게 관찰
이 지혜로 제육지에 들어가도다.
밝고 이익한 수순인과 지혜를 구족
생멸하는 세간 모양 보아 살피니
무명의 힘으로써 세간에 나고
무명이 없어지면 세간도 없어,
인연법 관찰하니 참 이치 비고
이름을 빌린 것이 작용에 화합해
짓는 이도 받는 이도 생각도 없어
모든 행이 구름처럼 일어나도다.
참 이치 모르는 것 이름이 무명이라네.
생각으로 지은 업은 우치(愚癡)의 과보
식(識)이 생겨 함께 난 것 이름과 물질
이와 같이 필경은 고통덩어리,
마음으로 삼계가 생긴 것이고
열두 가지 인연도 그런 것이며
나고 죽음 마음으로 짓는 것이니
마음이 다한다면 생사도 없어,
무명의 짓는 업이 둘이 있으니
반연을 미혹하고 행의 인 되며
이와 같이 나중엔 늙어 죽나니
이로부터 고통 생겨 다함이 없다.
무명이 연이 되어 끊지 못하나
저 연이 없어지면 모두 멸하며
무명과 사랑, 취함 번뇌가 되고
행과 유는 업이요, 다른 건 고통,
우치에서 육처까진 변천의 고통[行苦]
받아들임, 촉이 자라 고통에 고통[苦苦]
남은 것은 무너지는 괴로움[壞苦]이니
나 없는 줄 본 이는 세 고통 없어,
무명과 행의 인연 과거가 되고
식에서 받아들임 현재가 되며
애욕·취함·유(有)로는 미래의 고통
보고 대해[觀待] 끊으면 가도 없어져,
무명이 연이 되어 속박 생기고
인연을 여의면 속박이 다해
인으로 생긴 과보 여의면 끊겨
이것을 관찰하고 공한 줄 알고
무명을 따르므로 유지(有支) 생기니
따르지 아니하면 유지 끊길 것
이 유지와 저 유지 없음도 그래
열 가지 생각는 맘 집착 여의며,
십이인연 계속함과 한 마음 포섭
자기 업과 안 여읨과 세 가지 길과
세 세상, 세 괴로움, 인연의 생멸
속박이 생겨나고, 없어 다한다.
이렇게 연기(緣起)함을 두루 관찰해
짓고 받는 이 없고 진실치 않고
요술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바보가 아지랑이 따라다니듯,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공에 들어가
인연 성품 여의어 모양이 없고
허망한 줄 알고 보니 원이 없으나
자비로 중생 제도 문제 밖이라,
보살이 해탈문을 닦아 행하니
대비심 더욱 늘어 불법 구하며
모든 법이 화합으로 생긴 줄 알고
즐기는 맘 결정하여 도를 행하네.
공하다는 삼매문 백천 갖추고
모양 없고 원 없는 문 역시 그러해
반야와 수순인(隨順忍)이 점점 더 늘고
해탈한 지혜들도 만족해진다.
정성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오며
부처님 교법에서 도를 닦아서
부처님의 법장 언어 선근 늘리니
진금을 비유리로 연마하듯이.
밝은 달이 서늘하게 중생을 비춰
네 가지 바람으로 셀 수 없나니
육지 보살 마의 길을 초월했으며
중생들의 번뇌도 쉬게 하더라.
이 지에선 선화천왕이 되어서
중생을 교화하여 교만 없애고
짓는 일은 온갖 지혜 모두 구하여
모두 다 성문도를 뛰어넘더라.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여서
백천억 많은 삼매 이미 얻었고
한량없는 부처님 뵈옵게 되니
삼복 여름 허공 중에 해와 같도다.
매우 깊고 미묘한 법 보기 어려워
성문이나 독각도 알지 못하니
이러한 보살들의 제육지 법을
내가 지금 불자들께 펴서 말했다.
7) 원행지(遠行地)
이 때에 하늘 무리 환희한 마음
흩은 보물 구름 되어 공중에 있고
가지가지 묘한 음성 두루 내어서
가장 청정한 이에게 여쭙는 말씀,
좋은 이치 통달하고 자재한 지혜
백천억 공과 덕을 성취하시고
사람 중의 연화로서 집착이 없어
중생 위해 깊은 수행 연설하시네,
자재천 임금님은 허공에 있어
광명 놓아 부처님 몸에 비치고
가장 묘한 향기 구름 널리 흩어져
근심 번뇌 없는 이를 공양하더라,
이 때에 하늘 무리 모두 기뻐서
아름다운 음성으로 찬탄하는 말
우리들이 이 지의 공덕을 듣고
크게 착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천녀들도 마음이 기뻐 날뛰며
천만 가지 음악을 연주하는데
그들도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음악 속에 이런 말이 새어 나온다.
위의가 고요하사 비길 데 없고
왈패들을 조복하며 공양 받을 이
모든 세간 미리부터 초월했으나
세상에 다니시며 도를 밝히고,
한량없는 여러 몸 나타내지만
낱낱 몸이 공한 줄 이미 아시고
여러 말로 모든 법 연설하시나
음성과 글자에는 집착이 없고
백천 세계 여러 국토 두루 나아가
좋은 공양 부처님께 이바지하나
지혜가 자재하고 집착이 없어
내 부처님 국토라는 생각 안 내고,
모든 중생 부지런히 교화하여도
저라 내라 분별하는 마음 없으며
많은 선근 이미 닦아 이루었지만
선한 법에 집착을 내는 일 없고,
일체 세간 중생들을 살펴보건대
삼독 불이 언제나 치열하거늘
여러 가지 생각을 모두 여의고
대자비로 정진하는 힘을 내시네.
수없는 천상 사람 하늘 여인들
가지가지 공양하며 칭찬하고는
고요하게 보살을 첨앙하면서
다음 법문 듣자오려 기다리는데,
그 때에 해탈월이 청하는 말씀
이 대중의 마음이 청정하오니
제칠지에 행하는 모든 공덕을
바라건대 불자시여 말씀하소서.
이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육지의 수행을 구족하고, 제칠 원행지(遠行地)에 들어가려면, 열 가지 방편 지혜를 닦으며 수승한 도를 일으켜야 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공하고 모양 없고 원이 없는 삼매를 닦지마는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며, 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얻었지마는 항상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좋아하며, 공함을 관찰하는 지혜의 문에 들었지마는 복덕을 부지런히 모으며, 삼계를 멀리 떠났지마는 그래도 삼계를 장엄하며, 모든 번뇌의 불꽃을 끝까지 멸하였지마는 일체 중생을 위하여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번뇌의 불꽃을 일으키며, 모든 법이 요술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아지랑이 같고 변화와 같고 물 속의 달 같고 거울 속에 영상 같아서 성품이 둘이 없는 줄 알지마는 마음을 따라 한량없이 차별한 업을 짓습니다.
비록 일체 국토가 허공과 같은 줄을 알지마는 청정하고 묘한 행으로 부처님 국토를 장엄하며, 부처님의 법신은 본 성품이 몸이 없는 줄 알지마는 상(相)과 호(好)로 몸을 장엄하며, 부처님의 음성은 성품이 적멸하여 말할 수 없는 줄을 알지마는 일체 중생을 따라서 여러 가지 차별한 맑은 음성을 내며, 부처님을 따라서 삼세가 오직 한 생각인 줄을 알지마는 중생들의 뜻으로 이해하는 분별을 따라서 여러 가지 모양, 여러 가지 시기, 여러 가지 겁으로써 모 든 행을 닦습니다.
보살이 이렇게 열 가지 방편 지혜로 수승한 행을 일으키므로, 제육지로부터 제칠지에 들어가는 것이며, 들어간 뒤에는 이 행이 항상 앞에 나타나는 것을 제칠 원행지에 머문다 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칠지에 머물고는, 한량없는 중생계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들의 중생을 교화하는 업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세계 그물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가지가지 차별한 법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현재에 깨닫는 지혜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겁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부처님의 삼세를 깨닫는 지혜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중생이 차별하게 믿고 이해하는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가지가지 이름 을 나타내는 색신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중생의 욕망과 좋아함과 근성이 차별한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말씀과 음성으로 중생을 즐겁게 하는 데 들어가며, 한량없는 중생의 여러 가지 마음과 행동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분명하게 아시는 광대한 지혜에 들어갑니다.
한량없는 성문들의 믿고 이해하는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 지혜의 도를 말하여 믿고 이해하게 하는 데 들어가며, 한량없는 벽지불이 성취하는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매우 깊은 지혜문을 말하여 나아가게 하는데 들어가며, 한량없는 보살의 방편행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승을 모아서 집대성하는 일에 들어가서 보살로 하여금 들어가게 합니다.
이 보살은 생각하기를 '이와 같이 한량없는 여래의 경계는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알 수 없는 것이니, 내가 마땅히 공용(功用)이 없고 분별이 없는 마음으로 원만하게 성취하리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깊은 지혜로 이렇게 관찰하고, 방편 지혜를 부지런히 닦고 수승한 도를 일으키어 편안히 머물고 동하지 않으며, 한 생각도 쉬거나 폐하지 아니하고, 가고 서고 앉고 눕거나 내지 꿈에라도 번뇌와 업장으로 더불어 서로 응하지 않으며, 이런 생각을 언제나 버리지 않습니다.
이 보살은 생각마다 열 가지 바라밀을 항상 구족하나니, 왜냐 하면 생각마다 대비를 으뜸으로 하여 부처님 법을 수행하여 부처님 지혜에 향하는 까닭입니다.
자기에게 있는 선근을 부처님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중생에게 주는 것은 보시[檀]바라밀이라 하고, 일체 번뇌의 뜨거움을 능히 멸하는 것은 지계[尸]바라밀이라 하고, 자비를 으뜸으로 하여 중생을 해롭히지 않는 것은 인욕[提]바라밀이라 하고, 훌륭하고 선한 법을 구하여 만족함이 없는 것은 정진[毘梨耶]바라밀이라 하고, 온갖 지혜의 길이 항상 앞에 나타나
서 잠깐도 산란하지 않는 것은 선정[禪那]바라밀이라 하고, 모든 법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능히 인정하는 것은 반야(般若)바라밀이라 하고, 한량없는 지혜를 능히 내는 것은 방편(方便)바라밀이라 하고, 상상품의 수승한 지혜를 구하는 것은 서원[願]바라밀이라 하고, 모든 이단의 언론과 마군들이 능히 깨뜨릴 수 없는 것은 힘[力]바라밀이라 하고, 일체 법을 실제와 같이 아는 것은 지혜[智]바라밀이라 합니다.불자여, 이 열 가지 바라밀은 보살이 찰나찰나마다 모두 구족하였으며, 이와 같이 사섭법[四攝], 사총지[四持], 삼십칠조도법(三十七助道法), 삼해탈문(三解脫門)과 내지 일체 보리분법을 찰나찰나마다 모두 원만히 합니다.”
그 때 해탈월보살이 금강장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시여, 보살이 제칠지에서만 일체 보리분법을 만족합니까, 여러 지에서도 모두 만족합니까?”
금강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이 십지 중에서 보리분법을 모두 만족하지마는, 제칠지에서 가장 수승합니다. 왜냐 하면 이제 칠지에서 공용의 행[功用行]이 만족하여서 지혜의 자재하는 행에 들어가게 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초지에서는 일체 불법을 상대하고 원을 세워 구하므로 보리분법을 만족하며, 제이지에서는 마음의 때를 여의는 연고며, 제삼지에서는 원이 더욱 증장하여 법의 광명을 얻는 연고며, 제사지에서는 도에 들어가는 연고며, 제오지에서는 세상의 하는 일을 따르는 연고며, 제육지에서는 깊은 법문에 들어가는 연고며, 제칠지에서는 일체 불법을 일으키는 연고로, 모두 보리분법을 만족합니다.
왜냐 하면 보살이 초지로부터 제칠지에 이르도록 지혜의 공용 있는 부분을 성취하는 것이며, 이 공용의 힘으로 제팔지에 들어가서 제십지에 이르도록 공용이 없는 행을 모두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여기 두 세계가 있는데, 한 곳은 물들었고, 한 곳은 청정하거든, 두 세계의 중간은 지나가기 어렵거니와, 다만 보살로서 큰 방편과 신통과 원과 힘이 있는 이는 말할 것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의 여러 지도 이와 같아서 물든 행도 있고 청정한 행도 있거든, 이 두 지의 중간은 지나가기 어렵거니와, 오직 보살로서 큰 원과 힘과 방편과 지혜가 있는 이라야 능히 지나갈 수 있습니다.”
해탈월보살이 물었다.
“불자시여, 이 제칠지 보살은 물든 행입니까, 청정한 행입니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초지로부터 제칠지에 이르도록 수행하는 여러 행이, 모두 번뇌의 업을 떠나서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는 것이므로, 부분적으로 평등한 도를 얻었거니와, 그러나 번뇌를 초월한 행이라고는 이름하지 못합니다.
불자여, 마치 전륜성왕이 하늘 코끼리를 타고 사천하로 다닐 적에, 빈궁하고 곤란한 사람이 있는 줄을 알면서도 그들의 걱정에 물들지 않지마는 그래도 인간의 지위를 초월하였다고는 이름하지 않습니다. 만일 전륜성왕의 몸을 버리고 범천에 태어나서 하늘 궁전을 타고 천 세계를 보면서 천 세계에 다닐 적에, 범천의 광명과 위력을 나타내면, 그제야 인간의 지위를 초월하였다고 이름합니다.
불자여, 보살도 그와 같습니다. 처음 초지로부터 제칠지에 이르도록 바라밀을 타고 세간에 다닐 적에, 세간의 번뇌와 근심을 알면서도, 바른 도를 탔으므로 번뇌의 허물에 물들지는 않지마는, 번뇌를 초월한 행이라고는 이름하지 못합니다. 만일 일체 공용 있는 행을 버리고 제칠지로부터 제팔지에 들어가서 보살의 청정한 법을 타고 세간에 다닐 적에는, 번뇌의 허물을 알지마는 거기에 물들지 아니하여, 그 때에야 번뇌를 초월한 행이라 이름하리니, 온갖 것을 모두 초월한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 제칠지 보살이 탐욕이 많은 따위의 번뇌들을 모두 초월하여 이 지에 머물면, 번뇌가 있는 이라 이름하지도 않고 번뇌가 없는 이라 이름하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 번뇌가 현재에 행하지 아니하므로 있는 이라 하지도 않고, 여래의 지혜를 구하는 마음이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없는 이라 하지도 않습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제칠지에 머물러서는, 깊고 깨끗한 마음으로 몸의 업을 성취하고, 말의 업을 성취하고, 뜻의 업을 성취하여 선하지 못한 일체 업으로서 여래가 꾸짖으신 것은 모두 여의었고, 선한 일체 업으로서 여래가 칭찬하신 것은 항상 닦아 행하며, 세간에 있는 경전이나 기술이나 제오지에서 말한 것들을 모두 자연으로 행하게 되어 일부러 공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 보살이 삼천대천세계에서 크게 밝은 스승이 되나니, 여래와 제팔지 이상 보살을 제외하고, 다른 보살의 깊은 마음과 묘한 행으로는 동등할 이가 없으며, 모든 선정의 삼매와 삼마발저와 신통과 해탈이 모두 앞에 나타나거니와, 그러나 그것은 닦아서 이루어진[修成] 것이고, 제팔지와 같이 과보로 얻은[報得] 것이 아닙니다. 이 지의 보살이 찰나찰나마다 구족하게 닦아 모은 방편 지혜와 모든 보리분법이 점점 더 원만해집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지에 머무르면, 보살의 잘 관찰하여 선택하는[善觀擇] 삼매와, 이치를 잘 선택하는[善擇義] 삼매와, 가장 승한 지혜[最勝慧] 삼매와, 이치의 장을 분별하는[分別義藏] 삼매와, 실제와 같이 뜻을 분별하는[如實分別義] 삼매와, 견고한 뿌리에 잘 머무는[善住堅固根] 삼매와, 지혜와 신통의 문[智慧神通門] 삼매와, 법계의 업[法界業] 삼매와, 여래의 수승한 이익[如來勝利] 삼매와, 가지가지 뜻을 갈무리한 생사 열반의 문[種種義藏生死涅槃門] 삼매에 들어가며, 이와 같이 큰 지혜와 신통의 문을 구족한 백천 삼매에 들어가서 이 지를 깨끗하게 다스립니다.
이 보살은 이 삼매를 얻고는, 방편 지혜를 잘 다스리어 깨끗이하는 연고와, 크게 자비한 힘으로, 이승의 지위를 뛰어넘어 지혜의 지(地)를 관찰하게 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지에 머물러서 몸으로 짓는 한량없는 업의 모양 없는 행을 잘 깨끗이 하며, 말로 짓는 한량없는 업의 모양 없는 행을 깨끗이 하며, 뜻으로 짓는 한량없는 업의 모양 없는 행을 깨끗이 하므로, 무생법인의 광명을 얻습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시여, 보살이 초지로부터 닦은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한량없는 업은 어찌하여 이승을 뛰어넘지 못하나이까?”
금강장보살이 대답하였다.
“불자여, 저것들도 뛰어넘었지마는, 다만 부처님 법을 구하기 원하여 하는 일이고, 자기의 지혜로 관찰하는 힘이 아니었거니와, 이제 제칠지는 자기 지혜의 힘으로 하는 것이므로 모든 이승이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치 왕자가 왕의 가문에 태어나면, 왕후가 나았고 왕의 모습을 갖추었으므로, 나면서부터 모든 백성들보다 승하거니와, 그것은 오직 왕의 힘이요, 자기의 힘이 아니지마는 몸이 자라고 기예를 모두 이루면 자기의 힘으로 모든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과 같습니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처음 발심할 때부터 대승법을 뜻 두어 구하므로 일체 성문과 독각을 초과하였지마는, 이 지에 머물러서는 자신이 행하는 지혜의 힘으로 일체 이승들의 위에 지나가는 것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제칠지에 머물러서는 매우 깊고 멀리 여의었으며, 행함이 없이 항상 행하는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을 얻고, 윗자리의 도를 부지런히 구하여 버리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이 비록 실제를 행하지마는 증(證)하지는 아니합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시여, 보살이 어느 지로부터 적멸한 선정에 드나이까?”
금강장보살이 대답하였다.
“불자여, 보살이 제육지로부터 적멸한 선정에 들어가거니와, 지금 이 지에서는 찰나찰나마다 들어가고, 찰나찰나마다 일어나면서도 증하지는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이 보살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부사의한 업을 성취하고, 실제를 행하지마는 증하지는 않는다' 합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으나 교묘한 방편의 힘으로 물의 재난을 만나지 아니함과 같나니, 이 지의 보살도 그러하여 바라밀의 배를 타고 실제라는 바다에 다니면서도, 서원의 힘으로 열반을 증하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이러한 삼매의 지혜를 얻고는 큰 방편으로써, 비록 생사를 나타내지마는 항상 열반에 머물며, 권속들이 둘러 앉았지마는 항상 멀리 여의기를 좋아하며, 원력으로써 삼계에 태어나지마는 세상법에 물들지 아니하며, 항상 적멸하지마는 방편의 힘으로 도로 치성하며, 비록 불사르지마는 타지 아니하며, 부처님의 지혜를 따르지마는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들어가며, 부처님 경계의 장을 얻었지마는 일부러 마군의 경계에 머물며, 마군의 도를 초월하 였지마는 지금에 마군의 법을 행하며, 외도의 행과 같이하지마는 부처님의 법을 버리지 아니하며, 일부러 모든 세간을 따르지마는 출세간법을 항상 행하며, 일체 장엄하는 일이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들과, 제석·범천왕·사천왕이 가진 것보다 지나가지마는 법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아니합니다.불자여, 보살이 이런 지혜를 성취하여 원행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저 부처님 계신 데서 광대한 마음과 더욱 승한 마음으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의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들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또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실상과 같은 삼매와 지혜의 광명을 얻고, 따라 수행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바른 법을 보호하여 지니므로 항상 여래의 찬탄을 받나니, 모든 이승의 문난으로는 능히 퇴굴케 하지 못합니다.
중생에 이익 주며 법인(法忍)이 청정하여,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나도 갖고 있는 선근은 점점 더 훌륭하게 되나니, 마치 진금에다 묘한 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면 더욱 훌륭하여지고 광명이 많아져서, 다른 장엄거리로는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이 제칠지에 머물러서 가진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 지혜의 힘으로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나니, 이것은 이승으로는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햇빛은 달이나 별 따위의 빛으로는 미칠 수 없으며, 염부제에 있는 진창들을 모두 말리나니, 이 원행지 보살도 그와 같아서 일체 이승으로는 미칠 수 없으며, 모든 중생의 번뇌 진창을 모두 말립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방편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칠 원행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자재천왕이 되며, 중생들에게 증한 지혜의 법[證智法]을 말하여 증득하여 들어가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一切種智]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천억 나유타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천억 나유타 보살로 권속을 삼거니와, 만일 보살의 수승한 원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첫째가는 지혜와 삼매의 길을
육지에서 수행하여 마음이 만족
그 자리에 방편 지혜 성취하여서
보살이 제칠지에 들어가나니,
삼해탈 밝혔으나 자비심 내고
여래와 평등해도 부처님 공양
공함을 관찰코도 복덕 모으니
보살이 제칠지에 올라가도다.
삼계를 여의고도 삼계를 장엄
번뇌 불 멸했으나 불꽃 일으켜
둘 없는 법 알고도 업을 지으며
세계가 공하지만 장엄 좋아해.
법신이 부동(不動)하나 상호 갖추고
소리 성품 떠났지만 연설 잘하며
한 생각에 들었지만 일은 갖가지
지혜론 이 제칠지에 올라가더라.
이런 법 관찰하여 분명히 알고
중생들 위하여서 이익을 내며
그지없는 중생계에 들어갔는데
부처님의 교화 사업 한량이 없고,
국토와 모든 법과 한량없는 겁
이해 욕망 마음과 행 다 들어가서
삼승법을 말하기 한량없나니
이렇게 모든 중생 교화하더라.
보살이 가장 나은 도를 구하여
어느 때나 방편 지혜 버리지 않고
부처님의 보리로 회향하여서
찰나마다 바라밀 성취하는데,
발심하여 회향함은 보시가 되고
번뇌 끊고 침해 않는 계행과 인욕
선을 구해 만족 없어 정진이라고
보리도에 부동(不動)하니 선정이 되며,
무생법인 아는 것 반야라 하고
회향은 방편이요 구함은 서원
꺾지 못할 힘이며 잘 아는 지혜
이렇게 온갖 것을 모두 만족해.
초지에선 반연으로 공덕이 만족
이지는 때 여의고 삼지에 쉬고
사지는 도에 들고 오지 순종코
육지에는 남이 없는 지혜 빛나며
칠지에서 보리의 공덕 원만코
가지가지 큰 원을 모두 구족해
이것으로 팔지에 오르게 되면
여러 가지 짓는 일이 청정하리라.
지나갈 수 없는 칠지 지혜로 초월
비유하면 두 세계의 중간 같으며
전륜왕이 물들지 않았지마는
인간을 초월했다 이름 아니해,
지혜인 제팔지에 머문 뒤에야
마음의 경계들을 뛰어넘나니
범천에서 인간을 초월하듯이
연꽃에 물이 묻지 아니하는 듯.
이 지에서 모든 번뇌 초월했으나
번뇌 있다 번뇌 없다 하지 않나니
번뇌 없이 그 속에서 행하지마는
부처 지혜 구하는 맘 만족치 못해,
세간에서 행하는 모든 기예와
경전이나 언론을 두루 다 알고
선정이건 삼매건 모든 신통을
이렇게 수행하여 성취하더라.
보살이 칠지의 도 닦아 이루어
일체의 이승행을 초월하나니
초지에선 원력이요 이 지는 지혜
왕자의 자기 힘이 구족하는 듯,
깊은 법을 성취하고 도에 나아가
마음이 적멸하나 증치 않나니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가듯이
물 속에 있으면서 빠지지 않아,
방편 지혜 행하여 공덕 갖추니
일체 세간 사람을 아는 이 없고
많은 부처 공양하여 마음 밝으니
보배로써 진금을 장엄한 듯이,
칠지 보살 지혜가 가장 밝아서
햇빛이 애욕 진창 말리우는 듯
흔히는 자재천의 임금이 되어
중생들을 바른 지혜 닦게 하더라.
이 보살이 용맹하게 정진한다면
많은 삼매 얻고서 많은 부처님
백천억 나유타를 보게 되지만
자재한 원력으론 이보다 많아,
이것은 보살들이 원행지에서
방편 지혜 청정한 공덕들이니
모든 세계 천인이나 여러 사람과
성문과 독각들도 알지 못하리
26. 십지품 [5]
8) 부동지(不動地)
이 때에 천왕들과 하늘 무리들
이 좋은 행을 듣고 모두 기뻐서
자비하신 부처님과 한량이 없는
거룩한 보살들께 공양하려고,
묘한 꽃과 깃발과 당기와 일산
향과 화만, 영락과 옷을 내리니
한량없고 끝없는 천만 가진데
모두 다 마니로써 곱게 꾸미고,
천녀들은 같은 때에 하늘 풍류로
가지가지 음성을 두루 내어서
부처님과 불자들께 공양하면서
한꺼번에 말을 내어 찬탄하기를,
모든 세간 보시는 부처님께서
중생을 애민(哀愍)하사 신력 나투어
여러 가지 모든 하늘 음악 속에서
아름다운 소리 내어 듣게 하신다.
백천만억 나유타 많은 국토를
부수어 가루 만든 티끌수처럼
그렇게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한 털 끝에 계시어 법문을 연설.
한 털구멍 들어 있는 수없는 세계
세계마다 사천하와 바다가 있고
수미산과 철위산도 그러하거늘
털구멍에 있어도 비좁지 않고,
한 털 끝에 여섯 갈래 들어 있으니
삼악도 인간과 천상
용왕과 신중들과 아수라들이
제각기 업을 따라 과보 받으며
저러한 모든 세계 국토 가운데
부처님 계시어서 묘한 소리로
수없는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가장 높은 법륜을 운전하시며,
세계 안에 가지가지 중생 몸 있고
몸 가운데 가지가지 세계가 있어
천상 인간 여러 갈래 각각 다른데
부처님이 다 아시고 법문을 연설,
큰 세계가 생각 따라 작게 변하고
작은 세계 마음대로 크게 되나니
이러한 신통 변화 한량이 없어
온 세상이 다 말해도 끝낼 수 없어.
이와 같은 묘한 음성 두루 내어서
여래의 크신 공덕 찬탄하고는
모든 대중 환희하며 잠자코 앉아
일심으로 앙모하고 법을 듣더니,
그 때에 해탈월이 청하는 말씀
여기 모인 대중이 적정하오니
바라건대 이 다음에 들어가려는
제팔지의 행상을 말씀하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칠지에서 방편 지혜를 잘 닦으며, 모든 도를 잘 깨끗케 하며, 도를 돕는 법을 잘 모으며, 큰 원력으로 붙들어 유지하고 여래의 힘으로 가피하고, 자기 선근의 힘으로 유지하므로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을 항상 생각하며, 깊은 마음으로 생각함을 청정케 하며, 행덕과 지혜를 성취하며, 대자대비로 중생을 버리지 않고 한량없는 지혜의 도에 들어가게 합니다.
일체 법에 들어가니, 본래 나는 일도 없고 일어남도 없고 모양도 없고 이룸도 없고 무너짐도 없고 다함도 없고 옮아감도 없으며, 성품이 없는 것으로 성품을 삼으며,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모두 평등하며, 분별이 없는 진여와 같은 지혜[如如智]로 들어갈 곳입니다.
모든 마음[心]과 뜻[意]과 식(識)으로 분별하는 생각을 여의었으며, 집착함이 없으며, 허공과 같으며, 일체 법에 들어가 허공의 성품과 같나니, 이것을 말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인(忍)을 성취하고는 즉시로 제팔 부동지(不動地)에 들어가, 깊이 행하는 보살이 되나니, 알기 어려우며, 차별이 없으며, 일체 모양과 일체 생각과 일체 집착을 여의며, 한량이 없고 끝이 없으며, 일체 성문과 벽지불이 미칠 수 없으며, 모든 시끄러움을 여의어서 적멸(寂滅)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마치 비구가 신통을 구족하고 마음이 자재하게 되어, 차례로 멸진정(滅盡定)에까지 들어가면 모든 동하는 마음과 기억하는 분별이 모두 쉼과 같나니, 이 보살도 그와 같아서 부동지에 머물면, 일체 공들여 작용하는 행을 버리고 공들여 작용함이 없는 법에 들어가서, 몸과 입과 뜻으로 하는 업과 생각과 일이 모두 쉬고 과보의 행에 머뭅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꿈에 큰 강에 빠졌는데, 건너가기 위하여 큰 용기를 내어 방편을 베풀었고, 용기를 내어 방편을 베풀었으므로 꿈을 깨게 되었는데, 꿈을 깨고 나니 하는 일이 모두 쉬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의 몸이 네 가지 폭류[四流]에 있음을 보고 제도하기 위하여 큰 용기를 내어 크게 정진하며, 큰 용맹으로 정진하므로 이 부동지에 이르나니, 이 지에 이르면 일체 공들여 작용함이 모두 쉬어서, 두 가지 행[二行]과 형상 있는 행[相行]이 앞에 나타나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마치 범천에 태어나면 욕계의 번뇌가 앞에 나타나지 아니함과 같나니, 부동지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모든 마음과 뜻과 식으로 하는 행이 앞에 나타나지 아니합니다.
이 보살마하살은 보살의 마음, 부처님 마음, 보리란 마음, 열반이란 마음도 일으키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다시 세간의 마음을 일으키겠습니까.
불자여, 이 지의 보살은 본래의 원력으로 여러 부처님 세존이 그 앞에 나타나 여래의 지혜를 주어서 법의 흐르는 문[法流門]에 들어가게 하고 이러한 말을 합니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이 인(忍)은 제일에 부처님의 법을 순종하는 것이니라. 그러나 선남자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열 가지 힘과, 두려움이 없음과, 열여덟 가지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의 법은 그대가 아직 얻지 못하였으니 그대는 이 법을 성취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정진할 것이요, 이 인의 문에서 방일하지 말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비록 이 고요한 해탈을 얻었지마는, 범부들은 능히 증득하지 못하였으므로 여러 가지 번뇌가 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깨닫고 관찰함이 항상 침노하나니, 그대는 이런 중생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본래에 세운 서원을 기억하고 일체 중생을 모두 이익케 하여 부사의한 지혜의 문에 들어가게 하라.
또 선남자여, 이 모든 법의 성품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거나 나지 않았거나 간에 항상 있어 다르지 아니하며, 부처님께서 이 법을 얻었다고 해서 여래라 이름하는 것은 아니니, 일체 이승도 이 분별없는 법을 능히 얻느니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몸이 한량없고 지혜가 한량없고 국토가 한량없고 방편이 한량없고 광명이 한량없고 청정한 음성이 한량없음을 보나니, 그대는 이제 이 일을 성취하도록 하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다만 한 가지 법에 밝음[一法明]을 얻었나니 일체 법의 남이 없고 분별이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여래의 법에 밝음[如來法明]은 한량없는 데 들어가서 한량없이 작용하고 한량없이 굴러가며,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알 수 없나니, 그대는 마땅히 수행하여 이 법을 성취하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시방의 한량없는 국토와 한량없는 중생과 한량없는 법의 가지가지로 차별한 것을 보나니, 모두 사실과 같이 그런 일을 통달하라.'
불자여, 부처님 세존께서는 이 보살에게 이렇게 한량없이 지혜를 일으키는 문을 주어서, 한량없고 끝이 없이 차별한 지혜의 업을 일으키게 합니다.
불자여, 만일 부처님께서 이 보살에게 지혜를 일으키는 문을 주지 아니하였으면, 그 때에 구경의 열반에 들어서 모든 중생을 이익하는 업을 버렸을 것이언만, 여러 부처님께서 이렇게 한량없고 끝이 없이 지혜를 일으키는 문을 주었으므로, 잠깐 동안에 내어진 지혜의 업은 처음 발심한 때부터 칠지에 이르도록 닦은 행으로는 백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내지 백천억 나유타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와 같이 아승기분·가라분(歌羅分)·산수분·비유분·우파니사타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불자여, 이 보살이 먼저는 한 몸으로 행을 일으켰지마는, 이제 이 지(地)에서는 한량없는 몸과 한량없는 음성과 한량없는 지혜와 한량없이 태어남과 한량없이 깨끗한 국토를 얻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고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한량없는 법문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신통을 갖추고 한량없는 대중이 모인 도량을 가졌으며, 한량없는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에 머물러서 모든 보살의 행을 모으되 동요하지 않는 법으로써 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마치 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갈 적에, 바다까지 이르지 못하여서는 많은 공력을 써야 하지마는, 바다에 나아가서는 바람을 따라다니고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과 같나니, 바다에 이르러서 하루 동안 행하는 것을, 바다에 이르지 못하였을 적에 백년 동안 가는 것으로도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광대한 선근의 양식[資粮]을 모아가지고 대승의 배를 타고서, 보살행의 바다에 이르면 잠깐 동안에 공력을 쓰지 않는 지혜[無功用智]로 온갖 지혜의 지혜 경계에 들어가는 것을, 본래에 공력을 쓰는 행[本有功用行]으로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내더라도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제팔지에 머물러서는 큰 방편과 교묘한 지혜로 일으킨 공용이 없는 지혜[無功用覺慧]로써 온갖 지혜의 지혜로 행할 경계를 관찰하나니, 이른바 세간이 이루어짐을 관찰하고 세간이 망가짐을 관찰하며 이 업이 모임으로써 이루어지고 이 업이 다함으로써 망가지며 얼마 동안 이루어지고 얼마 동안 망가지며, 얼마 동안 이루어 머물고 얼마 동안 망가져서 머무는 것을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지대 경계[地界]의 작은 모양과 큰 모양과 한량없는 모양과 차별한 모양을 알고, 수대·화대·풍대 경계의 작은 모양과 큰 모양과 한량없는 모양과 차별한 모양을 알며, 작은 티끌의 미세한 모양과 차별한 모양과 한량없이 차별한 모양을 알며, 어떠한 세계에 있는 티끌의 무더기와 티끌의 차별한 모양이라도 모두 사실대로 알며, 어떠한 세계에 있는 지대·수대·화대·풍대의 경계가 각각 얼마만한 티끌인 것과, 거기 있는 보물의 티끌이 얼마인 것과, 중생의 몸의 티끌이 얼마인 것과, 국토들의 티끌이 얼마인 것을 사실대로 알며, 중생의 큰 몸과 작은 몸이 각각 얼마의 티끌로 이루어졌는지를 알며, 지옥의 몸과 축생의 몸과 아귀의 몸과 아수라의 몸과 하늘의 몸과 인간의 몸이 각각 얼마의 티끌로 이루어졌는지를 알아서, 이렇게 티끌의 차별을 아는 지혜를 얻습니다.
또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이루어짐을 알고,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망그러짐을 알며,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작은 모양·큰 모양·한량없는 모양·차별한 모양을 알아서 이렇게 삼계의 차별을 관찰하는 지혜를 얻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다시 지혜의 광명을 일으켜서 중생을 교화하나니, 이른바 중생의 차별한 몸을 잘 알며, 중생의 몸을 잘 분별하며, 태어나는 곳을 잘 알아서, 그 마땅한 대로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고 성숙케 합니다.hl2tci
이 보살은 한 삼천대천세계에서 중생의 몸과 믿고 아는 차별을 따라서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태어나는 일을 나타내며, 이와 같이 둘이나 셋이나 내지 백천이나 내지 말할 수 없는 삼천대천세계에서 모든 중생의 몸과 믿고 아는 차별을 따라서 그 가운데서 널리 태어남을 나타냅니다.
이 보살은 이러한 지혜를 성취하였으므로, 한 부처님 세계에서 몸이 동요하지 아니하며, 내지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대중이 모인 가운데서 그 몸을 나타냅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중생들의 몸과 마음과 믿음과 아는 일이 가지가지로 차별함을 따라서 그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서 몸을 나타내나니, 이른바 사문 대중 가운데서는 사문의 형상을 보이고, 바라문 대중 가운데서는 바라문의 형상을 보이고, 찰제리 대중 가운데서는 찰제리의 형상을 나타내며, 이와 같이 비사(毘舍) 대중, 수타(首陀) 대중, 거사 대중, 사천왕 대중, 삼십삼천 대중, 야마천 대중, 도솔타천 대중, 화락천 대중, 타화자재천 대중, 마군 대중,범천 대중과, 내지 아가니타천(阿迦尼天) 대중 가운데서도 각각 그들의 종류를 따라서 형상을 나타냅니다.또 성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성문의 형상을 나타내고,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벽지불의 형상을 나타내고, 보살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보살의 형상을 나타내고, 여래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여래의 형상을 나타내나니,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말할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서 중생들의 믿고 좋아하는 차별을 따라서 이렇게 몸을 나타냅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모든 몸이란 분별을 아주 여의고 평등한 데 머물며, 이 보살이 중생인 몸과 국토인 몸과 업으로 받는 몸과 성문의 몸과 독각의 몸과 보살의 몸과 여래의 몸과 지혜인 몸과 법인 몸과 허공인 몸을 압니다.
이 보살은 중생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알고는, 중생인 몸으로써 자기의 몸을 짓기도 하고, 국토인 몸과 업으로 받는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기도 하며, 또 중생들의 좋아함을 알고는, 국토인 몸으로써 자기의 몸을 짓기도 하고, 중생인 몸과 업으로 받는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기도 하며, 또 중생들의 좋아함을 알고는, 업으로 받는 몸으로써 자기의 몸을 짓기도 하고, 중생인 몸과 국토인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기도 하며, 또 중생들의 몸과 국토인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나니, 중생들의 좋아함이 같지 아니함을 따라서 이 몸으로 이러한 형상을 나타냅니다.
이 보살이 중생들의 업이 모인 몸[集業身]과 갚아진 몸[報身]과 번뇌의 몸과 형상 있는 몸[色身]과 형상 없는 몸[無色身]을 알며, 또 국토인 몸의 작은 모양·큰 모양·한량없는 모양·더러운 모양·깨끗한 모양·넓은 모양·거꾸로 있는 모양·바로 있는 모양·널리 들어간 모양·사방으로 그물처럼 차별한 모양을 압니다.
또 업으로 갚아진 몸이 붙인 이름으로 차별한[假名差別] 것과, 성문의 몸과 독각의 몸과 보살의 몸이 붙인 이름으로 차별한 것을 알며, 여래의 몸에 보리의 몸[菩提身]·서원의 몸[願身]·나툰몸[化身]·힘으로 유지하는 몸[力持身]·몸매로 장엄한 몸[相好莊嚴身]·위엄과 세력 있는 몸[威勢身]·뜻대로 나는 몸[意生身]·복덕의 몸·법의 몸·지혜의 몸이 있음을 압니다.
또 지혜의 몸에 잘 생각하는 모양·사실대로 결정하는 모양·결과와 행에 거두어진 모양·세간과 출세간의 차별한 모양·삼승이 차별한 모양·함께하는 모양·함께하지 않는 모양·뛰어난 모양·뛰어나지 않은 모양·배우는 모양·배울 것 없는 모양·뛰어나지 않은 모양·배우는 모양·배울 것 없는 모양을 압니다.
또 법의 몸에 평등한 모양·깨뜨릴 수 없는 모양·때를 따르고 시속을 따라 붙인 이름이 차별한 모양·중생과 중생 아닌 법의 차별한 모양·부처님 법과 거룩한 스님의 법이 차별한 모양을 압니다.
또 허공인 몸에 한량없는 모양·두루한 모양·형상 없는 모양·다르지 않은 모양·그지없는 모양·형상 몸을 나타내는 모양을 압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러한 몸과 지혜를 성취하고는, 목숨에 자유롭고 마음에 자유롭고 재물에 자유롭고 업에 자유롭고 나는 데 자유롭고 서원에 자유롭고 아는 데 자유롭고 뜻대로 하는 데 자유롭고 지혜에 자유롭고 법에 자유로움을 얻나니, 이 열 가지 자유로움을 얻었으므로, 헤아릴 수 없이 지혜로운 이[不思議智者]·한량없이 지혜로운 이[無量智者]·넓고 크게 지혜로운 이[廣大智者]·깨뜨릴 수 없이 지혜로운 이[無能壞智者]가 됩니다.
이 보살은 이렇게 들어가고 이렇게 성취하고는 필경 허물 없는 몸의 업과 허물 없는 말의 업과 허물 없는 뜻의 업을 얻으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이 지혜를 따라 행하여 반야바라밀이 늘어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머리가 되어 공교한 방편으로 잘 분별하며 큰 서원을 일으키고, 부처님의 힘으로 보호함이 되어 중생을 이익할 지혜를 부지런히 닦으며 그지없이 차별한 세계에 널리 머뭅니다.
불자여, 요점을 들어 말하면, 보살이 이 부동지에 머물러서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이 모두 온갖 부처의 법을 쌓아 모읍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지에 머물고는, 잘 머무른 깊은 마음의 힘을 얻나니 모든 번뇌가 행하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훌륭한 마음의 힘을 얻나니 도를 여의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대비의 힘을 얻나니 중생을 이익하기를 버리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대자의 힘을 얻나니 모든 세간을 구호하는 연고며, 잘 머무른 다라니 힘을 얻나니 법을 잊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변재의 힘을 얻나니 모든 법을 관찰하여 분별하는 연고며, 잘 머무른 신통의 힘을 얻나니 그지없는 세계에 널리 머무는 연고며, 잘 머무른 큰 서원의 힘을 얻나니 모든 보살의 지을 것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바라밀의 힘을 얻나니 모든 불법을 성취하는 연고며, 여래의 호념하시는 힘을 얻나니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가 앞에 나타나는 연고입니다.
이 보살은 이러한 지혜의 힘을 얻고는 모든 지어야 할 일을 능히 나투며, 모든 일에 허물이 없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지혜의 지[智地]를 부동지라 이름하나니 깨뜨릴 수 없는 연고며, 굴러가지 않는 지라 이름하나니 지혜가 물러나지 않는 연고며, 얻기 어려운 지라 이름하나니 일체 세간에서 헤아릴 수 없는 연고며, 동진지(童眞地)라 이름하나니 모든 허물을 여의는 연고며, 내는 지[生地]라 이름하나니 따라 즐거워함이 자유로운 연고며, 이루어진 지[成地]라 이름하나니 다시 지을 것이 없는 연고며, 한껏 간 지[究竟地]라 이름하나니 지혜가 결정한 연고 며, 변화하는 지라 이름하나니 소원을 따라 성취하는 연고며, 힘으로 유지하는 지[力持地]라 이름하나니 다른 이가 흔들지 못하는 연고며, 힘의 작용이 없는 지[無功用地]라 이름하나니 이미 성취한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런 지혜를 이루고는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며, 부처님의 공덕을 비쳐보며, 부처님의 위의를 따르며, 부처님 경지가 앞에 나타나며, 항상 여래의 호념하심이 되며, 범천과 제석천과 사천왕과 금강역사가 항상 따라 모시고 호위하며, 여러 큰 삼매를 떠나지 아니하며, 한량없는 여러 가지 몸의 차별함을 나타내며, 낱낱 몸마다 큰 세력이 있으며, 과보로 신통을 얻으며, 삼매에 자유로우며, 교화할 중생이 있는 데를 따라서 바른 깨달음[正覺]을 이룹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대승의 모임에 들어가서 큰 신통을 얻으며, 큰 광명을 놓으며, 걸림이 없는 법계에 들어가며, 세계의 차별함을 알며, 모든 큰 공덕을 나타내며, 마음대로 자유로우며, 앞세상 뒷세상을 잘 통달하며, 모든 마군과 외도들을 굴복하며, 여래의 행하시는 경지에 깊이 들어갑니다.
한량없는 국토에서 보살의 행을 닦아서 물러나지 않는 법을 얻었으므로 부동지에 머물렀다고 이름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부동지에 머물고는, 삼매의 힘으로써 한량없는 부처님을 항상 뵈오며, 항상 떠나지 않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합니다.
이 보살이 모든 겁마다 낱낱 세계에서 한량없는 백 부처님, 한량없는 천 부처님과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뵙고 공경하고 존중하며 섬기고 공양하며, 온갖 필수품을 모두 이바지하며, 여러 부처님에게서 여래의 깊고 깊은 법장을 얻고 차별한 세계들과 같은 한량없는 법을 밝게 알게 되었으므로 세계의 차별함을 묻는 이가 있더라도 그런 이치로는 굽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한량없는 백 겁 한량없는 천 겁과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내었으므로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집니다.
비유컨대 진금으로 보배관을 만들어 염부제 임금이 머리에 쓰면, 모든 신하들의 장엄거리로는 같을 이가 없나니, 이 지 보살이 가진 선근도 그와 같아서 모든 이승(二乘)이나 내지 제칠지 보살이 가진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이 지에 머물러서는 큰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들의 캄캄한 번뇌를 멸하고 지혜의 문을 잘 여는 까닭입니다.
불자여, 마치 천세계(千世界)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자비한 마음을 널리 운전하고 광명을 두루 놓아서 천세계에 가득함과 같나니, 이 지의 보살도 그와 같아서 광명을 놓아 백만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세계를 비추어,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의 불길을 멸하고 서늘하게 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는 서원[願]바라밀이 더욱 느나니, 다른 바라밀을 닦지 않는 것이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팔 부동지를 간략히 말함이라 하거니와, 만일 자세히 말하자면 한량없는 겁을 지나더라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대범천왕이 되어 천세계를 주관하며, 가장 훌륭하고 자유롭게 여러 이치를 말하여 성문이나 벽지불에게 보살의 바라밀을 일러주며, 만일 세계의 차별을 힐난하는 이가 있더라도 능히 굽히지 못합니다.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며,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크게 정진하는 힘을 내면, 잠깐 동안에 백만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같은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만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보살로 권속을 삼거니와, 만일 보살의 수승한 원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지 못합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칠지에서 방편 지혜 닦아 행하며
도를 돕는 큰 원력을 잘 모두었고
세존의 거둬주심 다시 얻어서
나은 지혜 구하려고 팔지에 올라,
공덕을 성취하고 늘 사랑하며
지혜가 넓고 크기 허공과 같고
법 듣고 결정한 힘 능히 내나니
이것이 적멸(寂滅)하온 무생의 법인
법이 나고 일어남이 없음을 알며
이루고 파괴하고 다함도 없고
생사 없고 평등하고 분별도 없어
마음 작용 초월하여 허공과 같네.
이 인(忍)을 성취하고 희론(戱論)을 넘어
매우 깊고 동요 없어 늘 적멸하니
모든 세간 아무도 알지 못하며
마음으로 집착함도 모두 여읜다.
이 지에 머무르면 분별이 없어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간 비구와 같고
꿈에 물을 건너도 깨면 없어져
범천에 난 사람이 욕심 없듯이,
본래의 원력으로 권장도 하고
좋은 인(忍)을 찬탄하고 관정(灌頂)하면서
우리의 여러 불법, 그대가 아직
다 얻지 못했으니 노력하시오.
그대는 번뇌의 불 비록 껐으나
세간에는 아직도 번뇌 성하니
본래 원을 생각하고 중생 건지어
좋은 인을 닦아서 해탈케 하라.
법의 성품 참되고 생각 여의어
이승들도 이런 것 능히 얻으매
이것으로 세존이 되진 못하니
매우 깊고 걸림없는 지혜뿐이라.
천상 인간 공양받는 부처님께서
이렇게 지혜 주어 관찰케 하니
그지없는 부처님 법 다 성취하고
한 생각에 예전 수행 뛰어넘더라.
보살이 묘한 지혜 이 지에 있어
광대한 신통의 힘 금방 얻고서
한 찰나에 몸을 나눠 시방에 두루
바다에 떠 있는 배 순풍 만난 듯,
마음은 작용 없는 지혜 힘으로
국토가 성취하고 무너지는 일
여러 세계 갖가지로 모두 다르며
작고 크고 무량함을 능히 다 알고,
삼천대천세계의 사대종(種)들과
여섯 갈래 중생의 몸 각각 다르며
여러 가지 보배와 티끌의 수효
지혜로 살펴보아 남지 않으니
보살이 여러 종류 몸을 다 알고
중생을 교화하려 그 몸 같게 해.
한량없는 국토도 각각 다른데
형상을 나타내어 모두 두루하네.
비유하면 허공에 뜬 해나 달이
모든 강물 가운데 영상 비치듯
법계에 있는 보살 변동 없지만
마음 따라 나투는 영상도 그래.
좋아함이 각각 다른 마음을 따라
여러 중생 가운데 몸을 나투되
성문이나 독각이나 보살들이나
부처님 몸까지도 모두 나타내,
중생 몸과 국토 몸과 업보의 몸과
성인들의 지혜 몸과 법의 몸들과
허공인 몸까지도 모두 평등해
중생을 위하여서 두루 나투네.
열 가지 성지(聖智)를 널리 살피며
자비한 마음으로 모든 업 짓고
여러 가지 불법도 성취하여서
계행도 수미산과 같이 부동해,
열 가지 힘 이루어 동요 않으니
모든 마군 어찌할 길이 없으며
부처님이 호념하고 천왕이 경례
비밀한 금강신이 항상 지키네.
이 지의 큰 공덕이 그지없으며
천만억겁 말하여도 다할 수 없고
부처님께 공양하여 더욱 밝으니
전륜왕 머리 위의 장엄과 같네.
보살이 제팔지에 머무르고는
흔히는 범왕되어 천세계 주인
삼승법 연설하기 다함이 없고
자비 광명 널리 비쳐 번뇌 없애네.
한 찰나에 얻은 바 모든 삼매가
백만 세계 티끌수 같이 많으며
여러 가지 짓는 사업 다 그렇거든
원력으로 나투는 일 이보다 많아,
보살들의 여덟째 부동지 공덕
그대에게 간략히 말했거니와
차례차례 자세하게 분별한다면
억만겁 지내어도 다할 수 없다.
9) 선혜지(善慧地)
보살이 제팔지를 말씀할 적에
여래께서 큰 신통 나타내시어
시방의 모든 국토 진동하나니
한량없는 억천만 부사의하고,
일체를 알고 보는 부처님께서
몸으로 큰 광명을 널리 놓아서
한량없는 저 국토 밝게 비추며
중생들로 하여금 안락 얻게 해,
한량없는 백천억 저 보살들이
한꺼번에 허공에 솟아 있으며
하늘보다 더 좋은 공양거리로
가장 설법 잘하는 이에게 공양.
대자재(大自在)천왕들과 자재천왕이
모두 같이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제각기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깊고깊은 공덕바다 공양하오며,
또 다시 억천만 명 하늘 여인들
온 몸에 기쁜 마음 가득하여서
한량없는 가지가지 풍류를 잡혀
천상 인간 대도사(大導師)께 공양하더라.
여러 종류 음악을 동시에 연주
가지각색 곡조가 각각 다르나
모두 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묘한 음성 내어서 찬탄하는데,
고요하고 부드럽고 때 없는 이들
들어가는 지위 따라 닦아 익히니
마음이 허공같이 시방에 가서
부처님 법 말하여 중생 깨닫게,
천상이나 인간에 가는 곳마다
독특하게 묘한 장엄 나타내시니
여래의 공덕으로 생겨나는 것
보는 이들 부처 지혜 즐겨하도다.
한 나라 떠나잖고 각국에 가니
한 달이 여러 세간 비추이듯이
음성이나 생각이 모두 없지만
골짜기에 메아리 울려 퍼지듯,
어떤 중생 생각이 용렬하거든
그에게는 성문법을 연설해 주고
마음이 총명하고 영리한 이겐
벽지불의 도리를 말하여 주며,
자비로 이익하기 좋아하거든
보살의 행할 일을 말하여 주고
가장 나은 지혜를 가진 이에겐
위없는 여래의 법 보여 주나니,
요술장이 여러 일을 지어내는데
가지각색 형상이 참이 아니듯
보살의 지혜들도 그와 같아서
모든 것 나투지만 있는 것 없어,
이렇게 아름다운 여러 음성들
부처님 찬탄하고 잠잠했는데
이제 대중 청정하니 구지에 올라
행할 도를 말하소서, 해탈월의 말.
이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한량없는 지혜로 생각하며 관찰하고는, 다시 더 좋은 적멸한 해탈을 구하며, 또 여래의 지혜를 닦으며, 여래의 비밀한 법에 들어가며, 부사의한 큰 지혜의 성품을 관찰하며, 다라니와 삼매의 문을 깨끗이 하며, 광대한 신통을 갖추며, 차별한 세계에 들어가며,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법을 닦으며, 부처님들을 따라 법륜을 굴리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본래의 원력을 버리지 아니하려고 보살의 제구 선혜지(善慧地)에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선혜지에 머물러서는 선과 불선과 무기(無記)의 법의 행과, 새고[漏] 새지 않는[無漏]법의 행과, 세간과 출세간법의 행과, 헤아리고 헤아릴 수 없는 법의 행과, 결정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법의 행과, 성문과 독각법의 행과, 보살행법의 행과, 여래지(如來地)의 법의 행과, 함이 있는[有爲] 법의 행과 함이 없는[無爲] 법의 행을 사실대로 압니다.
이 보살은 이러한 지혜로써, 중생들의 마음의 빽빽한 숲[稠林]과 번뇌의 빽빽한 숲과, 업의 빽빽한 숲과, 근기의 빽빽한 숲과, 지혜의 빽빽한 숲과, 근성의 빽빽한 숲과, 욕망의 빽빽한 숲과, 수면(隨眼)의 빽빽한 숲과, 태어나는 빽빽한 숲과, 버릇[習氣]이 계속하는 빽빽한 숲과 세 종류 차별의 빽빽한 숲을 사실대로 압니다.
이 보살은 중생들의 마음의 가지가지 모양을 사실대로 아나니, 이른바 섞이어 일어나는 모양과, 빨리 구르는 모양과 헐리고 헐리지 않는 모양과, 바탕이 없는 모양과 가이없는[無邊際] 모양과, 청정한 모양과, 때묻고 때묻지 않은 모양과, 얽매고 얽매지 않은 모양과, 요술처럼 지어지는 모양[幻所作相]과 여러 갈래에 나는 모양 등이 백천만억이며 내지 무량한 것을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여러 번뇌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오래도록 멀리 따라다니는 모양[久遠隨行相]과, 그지없이 끌어 일으키는 모양[無邊引起相]과, 함께 나서 버리지 못하는 모양[俱生不捨相]과, 자는 것과 일어남이 한 뜻인 모양[眼起一義相]과, 마음과 서로 응하거나 응하지 않는 모양과, 갈래를 따라 태어나서 머무는 모양과, 삼계가 차별한 모양과, 애정과 소견과 어리석음과 교만이 화살처럼 깊이 들어가 걱정되는 모양과, 세 가지 업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는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을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여러 업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선과 악과 선도 악도 아닌[無記] 모양과, 표시할 수 있고[有表示] 표시할 수 없는 모양과, 마음과 함께 나서 떠나지 않는 모양과, 인의 성품이 찰나에 헐어지지마는 차례로 결과가 모여 잃어지지 않는 모양과, 갚음이 있고 갚음이 없는 모양과, 검고 검은 따위의 여러 가지 갚음을 받는 모양과, 밭과 같아 한량없는 모양과, 범부와 성인이 차별한 모양과, 이승에 받고 저승에 받고 뒷승에 받는 모양[現受生受後受相]과, 승(乘)과 승 아닌 것이 결정하고 결정하지 않은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 가지를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또 여러 근기의 둔하고 중간이고 승한 모양과, 먼저와 나중이 차별하고 차별하지 않은 모양과, 상품이요 중품이요 하품인 모양과, 번뇌가 함께 나서 서로 여의지 않는 모양과, 승과 승 아닌 것이 결정하고 결정하지 않은 모양과 잘 성숙되어 부드러운 모양과, 따르는 근[隨根]의 속박하고 가볍고 점점 무너지는 모양과, 더 늘어서 파괴할 수 없는 모양과, 물러나고 물러나지 않는 차별한 모양과, 함께 남을 멀리 따라서 같지 않은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 가지를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지혜[解]가 하품이고 중품이고 상품인 모양과, 근성이 하품이고 중품이고 상품인 모양과, 욕망이 하품이고 중품이고 상품인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 가지를 압니다.
또 따라다니며 자게 하는 것[隨眼]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깊은 마음과 함께 나는 모양과,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나는 모양과, 마음과 서로 응하고 서로 응하지 않는 것이 차별한 모양과, 오래 전부터 따라다니는 모양과, 비롯함이 없는 적부터 뽑지 못한 모양과, 온갖 선정·해탈·삼매·삼마발저·신통과 서로 어기는 모양과, 삼계에 계속하여 태어나서 얽매이는 모양과, 그지없는 마음이 계속하여 현재에 일어나게 하는 모양과, 여러 처소[諸處]의 문을 여는 모양과, 굳고 진실하여 다스리기 어려운 모양과, 지처(地處)에 성취하고 성취하지 못한 모양과 오직 성인의 도로써 뽑아 내는 모양입니다.
또 태어나는[受生]의 차별한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업을 따라 태어나는 모양과, 여섯 갈래가 차별한 모양과, 형상 있고 형상 없음이 차별한 모양과, 생각 있고 생각 없음이 차별한 모양과, 업의 밭에 사랑의 물로 축이고 무명으로 덮어서 식(識)이란 종자가 뒷세상 싹을 내게 하는 모양과, 마음과 물질로 함께 나서[名色俱生] 서로 떠나지 않는 모양과, 무명과 사랑으로 계속하여 있기를 희구하는 모양과, 받아들이려 하고 태어나려 하여 끝없는 때부터 좋아 하여 집착하는 모양과, 허망하게 삼계에 나려고 욕구하는 모양입니다.
또 버릇[習氣]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행하고 행하지 않는 차별한 모양과, 갈래를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중생의 행을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업과 번뇌를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선과 악과 무기의 익힌 버릇[熏習]의 모양과, 뒷세상[後有]에 들어감을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차례로 익힌 버릇의 모양과, 번뇌를 끊지 않고 멀리 가면서 버리지 않고 익힌 버릇의 모양과, 진실하고 진실하지 않은 익힌 버릇의 모양과, 성문·독각·보 살·여래를 보고 듣고 친근하여 익힌 버릇의 모양입니다.
또 중생이 바르게 결정[正定聚]되고 잘못 결정[邪定聚]되고 결정되지 못한[不定聚]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바른 소견으로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삿된 소견으로 삿되게 결정된 모양과, 두 가지가 모두 결정되지 않은 모양[二俱不定相]과, 오역(五逆)의 잘못 결정된 모양[五逆邪定相]과, 오근(五根)으로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이 두 가지가 모두 결정되지 않은 모양과, 팔사(八邪)로 삿되게 결정된 모양과, 바른 성품으로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다시 두 가지를 짓지 않고 다 여의어서 결정되지 않은 모양과, 삿된 법에 물들어 삿되게 결정된 모양과, 성인의 도를 행하여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두 가지를 다 버려서 결정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런 지혜를 따라 순종함을 선혜지에 머문다 하니 이 지에 머물러서는 중생들의 여러 행의 차별을 알고 교화하고 조복하여 해탈을 얻게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성문승의 법과 독각승의 법과 보살승의 법과 여래 지위의 법을 잘 연설하는데, 온갖 행할 곳에서 지혜가 따라 행하므로, 중생의 근기와 성품과 욕망과 지혜와 행할 바가 다름과 여러 갈래의 차별을 따르며, 또한 태어난 번뇌와 자게 하는 속박[眼縛]과 여러 업의 버릇[習氣]을 따라서, 그들에게 법을 말하여 믿고 이해함을 내고 지혜를 늘게 하여 각각 그 승법[乘]에서 해탈을 얻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선혜지에 머물러서는 큰 법사가 되고 법사의 행을 갖추어서 여래의 법장(法藏)을 잘 수호하나니, 한량없이 공교한 지혜로 네 가지 걸림없는 변재를 일으키고 보살의 말로써 법을 연설합니다. 이 보살은 항상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를 따라서 연설하고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나니, 무엇이 넷인가. 이른바 법에 걸림없는 지혜[法無礙智]와, 뜻에 걸림없는 지혜[義無礙智]와, 말에 걸림없는 지혜[辭無礙智]와,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樂說無礙智]입니다.
이 보살은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제 모양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차별한 모양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그릇되지 않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끊어짐이 없이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제 성품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나고 사라짐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온갖 법을 안돈하여 세우고 끊지지 않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안돈하여 세움을 따라 파괴할 수 없고 그지없이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지금 있는 법의 차별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지나간 법과 오는 법의 차별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지나간 법과 오는 법과 지금 법을 그릇되지 않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세상에서 그지없는 법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법의 차별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이치의 차별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그들의 말을 따라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그들의 좋아함을 따라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는 법의 지혜[智慧]로 차별함이 다르지 않음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는 견주는 지혜[比智]로 차별함이 실상과 같음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는 세상 지혜로 차별하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데 걸림없는 지혜는 첫째가는 지혜[第一義智]로 공교하게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이 한 모양이어서 무너지지 않음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온(薀)과 계(界)와 처(處)와 제(諦)와 인연이 교묘함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세간에서 알기 쉽고 미묘한 음성과 글자로써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더욱 수승하고 그지없는 법에 밝은 지혜로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일승의 평등한 성품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여러 승의 차별한 성품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온갖 승의 차별없음을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헤로는 낱낱 승마다 그지없는 법을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일체 보살의 행인 지혜행[智行]과 법행(法行)과 지혜로 따라 증득함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십지의 나누어진 위치[分位]의 뜻이 차별함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십지의 길이 차별없는 모양을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낱낱 지의 그지없는 행의 모양을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여래께서 한 생각에 바른 깨달음을 이룸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여러 때와 여러 곳들이 각각 차별함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차별을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낱낱 글귀의 법을 한량없는 겁에 말하여도 다하지 못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일체 여래의 말씀과 힘과 두려울 것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과 대자비와 변재와 방편과 법륜을 굴리는 온갖 지혜의 지혜로 따라 증득함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여래께서 팔만 사천 중생의 마음과 행과 근기와 이해를 따르는 차별한 음성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일체 중생의 차별을 따라 여래의 음성으로써 차별하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중생의 믿음과 이해를 따라서 여래의 지헤로써 청정한 행을 원만하게 말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제구지에 머물면 이러한 공교하고 걸림없는 지혜를 얻으며, 여래의 미묘한 법장을 얻어서 큰 법사가 되나니, 뜻 다라니와 법 다라니와 지혜 다라니와 광명이 비치는 다라니와 선한 지혜 다라니와 여러 재물 다라니와 위덕(威德)다라니와 걸림없는 문 다라니와 그지없는 다라니와 가지가지 이치 다라니와 이러한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을 얻어 모두 원만하고, 백만 아승기의 공교한 음성과 변재의 문으로 법을 연설합니다.
이 보살은 이러한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을 얻고는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부처님 앞에서마다 이러한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으로 바른 법을 들으며, 듣고는 잊어버리지 않고 한량없이 차별한 문으로 다른 이를 위하여 연설합니다.
이 보살은 처음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경하고, 부처님 계신 데서 한량없는 법문을 얻었으니, 이 법문은 저 듣고 기억하는[聞持] 큰 성문들이 백천 겁 동안에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보살이 이러한 다라니와 이러한 걸림없는 지혜를 얻고 법상에 앉아서 법을 말할 적에, 대천세계에 가득한 중생들에게 그 좋아하는 마음의 차별함을 따라서 연설하였으니, 여러 부처님과 직위를 받은[受職] 보살들을 제하고는 다른 대중들은 그 위덕과 광명을 비길 이가 없습니다.
이 보살은 법상에 앉아서, 한 음성으로써 모든 대중이 다 알게 하려면 곧 알게 되며, 어떤 때에는 가지가지 음성으로써 모든 대중이 다 깨닫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큰 광명을 놓아서 법문을 연설하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그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모두 법을 연설하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형상이 있거나 형상이 없는 물건들이 모두 법문하는 음성을 내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한 말을 내어도 법계에 가득 퍼져서 여럿이 알
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온갖 음성이 모두 법문의 소리가 되어 항상 머물고 없어지지 않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모든 세계의 퉁소·저·종·북과 노래와 모든 풍류 소리가 다 법문을 연설하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한 글자 가운데 온갖 법문 구절과 음성과 말의 차별한 것을 모두 구족케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마음으로 말할 수 없이 한량없는 세계의 땅·물·불·바람 등 사대의 덩어리에 있는 티끌들마다 모두 말할 수 없는 법문을 연설하게 하려 하거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모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이 모두 그 앞에 와서 제각기 한량없는 말로 문난을 일으키는데, 그 낱낱 문난이 각각 같지 않더라도, 이 보살이 한 생각 동안에 모두 듣고, 바로 한 음성으로 두루 해석하여 그들의 마음을 따라서 제각기 환희케 합니다.
이와 같이 내지 말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한 찰나 동안에 낱낱이 한량없는 말과 음성으로 문난을 일으키는데, 낱낱 문난이 각각 같지 않더라도, 이 보살이 한 생각 동안에 모두 듣고, 또한 한 음성으로 두루 해석하여 그들의 마음을 따라서 제각기 환희케 하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보살이 모두 그 마음을 따르고 근성을 따르고 지혜를 따라서 법을 말하며,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들고 불사를 널리 지어 일체 중 생의 의지할 바가 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다시 정진하여 밝은 지혜를 성취하나니, 가령 한 털 끝만한 곳에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이 많은 부처님의 대중들이 모였고, 대중들이 모인 데마다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이 많은 중생이 있고, 낱낱 중생마다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근성과 욕망이 있는데, 저 부처님들이 그들의 근성과 욕망을 따라서 각각 법문을 일러 주어 한 털 끝만한 곳에서와 같이, 일체 법계처마다 모두 그러하나니, 이와 같이 말하 신 바 한량없는 법문을, 보살이 한 생각에 모두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제구지에 머물러서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정근하고 다른 생각이 없으며, 다만 부처님 경지에 들어가서 여래를 친근하며, 보살들의 매우 깊은 해탈에 들어가서 항상 삼매에 있으면서 여러 부처님을 뵙고 잠깐도 떠나지 아니하며, 낱낱 겁마다 한량없는 부처님과 한량없는 백 부처님과 한량없는 천 부처님과,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뵙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가지가지로 문난하여 설법(設法) 다라니를 얻어 그러한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집니다.
마치 공교한 은장이가 진금으로 보배관을 만들어 전륜성왕의 머리에 장엄하면 사천하 안에 있는 모든 왕들과 신하들의 여러 장엄거리로는 그와 같을 것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 제구지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일체 성문이나 벽지불이나 아래 지위에 있는 보살들이 가진 선근으로는 능히 대등할 수가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이천세계 중에 있는 깊고 먼 곳을 모두 비추어서 그 어둠을 제하는 것과 같나니, 이 지의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능히 광명을 내어 중생의 마음에 비치어 번뇌의 어둠을 모두 없어지게 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힘[力]바라밀이 가장 승하니, 다른 바라밀을 닦지 않는 것이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구 선혜지를 간략히 말함이라 하거니와 만일 자세히 말하자면 한량없는 겁에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이천세계의 임금인 대범천왕이 되어 잘 통치하며 자유롭게 이익하고, 모든 성문과 연각과 보살들을 위하여 바라밀행을 분별하여 연설하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문난하더라도 능히 굽힐 수 없습니다.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모든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며,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만 아승기 국토의 티끌 수 같이 많은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만 아승기 국토의 티끌 수 같이 많은 보살을 나투어 권속을 삼거니와, 만일 보살의 수승한 원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겁에도 세어서 알지 못합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량없는 지혜로 자세 살피니
가장 높고 미묘하여 알기 어려워
여래의 비밀하온 곳에 들어가
중생들 이익 주려 구지에 들고,
다라니와 삼매에 다 자재하고,
신통으로 한량없는 세계에 들며
힘과 지혜, 두렴 없고, 함께 않는 법
원력과 자비로써 구지에 드네.
이 지에 머물고는 법장을 호지(護持)
선하고 불선하고 둘이 아닌[無記] 법
샘이 있고 샘이 없고 세간 출세간
사의(思議)와 부사의를 모두 잘 알고,
결정하고 결정하지 못한 법이나
삼승의 할 일들을 다 관찰하며
함이 있고 함이 없는 행의 차별을
이렇게 다 알고서 세간에 들며,
중생들의 마음을 알고자 하면
지혜로써 사실대로 모두 아나니
빨리 굴고 헐리고 헐리지 않고
바탕 없고 끝이 없는 여러 모양들,
그지없는 번뇌와 함께 있으며
자고 일어남 한 뜻이고 갈래가 계속
업의 성질 가지가지 차별한 것과
인이 가고 과가 모임 모두 다 알고,
여러 근기 하품 중품 상품되는 것
앞과 뒤가 한량없이 차별한 일과
지혜나 근성이나 욕망도 그래
팔만 사천 가지를 모두 다 알고,
중생은 번뇌 소견 따라 얽히고
비롯없는 빽빽한 숲 찍지 못하니
깊은 뜻과 마음과 함께 나면서
항상 서로 얽혀서 끊지 못하며,
허망한 생각이란 참이 아니니
마음을 안 여의나 처소가 없고
선정 경계 등지고 물러나나니
금강도(金剛道)에 멸해야 끝이 나리라.
여섯 갈래 태어남에 각각 다르고
업 밭에 사랑 붓고 무명 덮으며
식이란 종자에서 후생 싹[名色芽] 나서
삼계가 언제나 계속하더라.
번뇌 업과 습기로 육도에 나니
이것만을 여의면 다시 안 나며
중생들이 세 종류[三聚]의 가운데 있어
소견에도 빠지고 도(道)도 행하네.
이 지에 머물러서 잘 관찰하고
그 마음과 근성과 이해를 따라
모두 다 걸림없이 묘한 변재로
적당하게 분별하여 연설하는데,
법상에 앉아 있어 사자도 같고
우왕(牛王)이나 보배산의 왕도 같으며
용왕이 빈틈없는 구름을 펴고
큰 비내려 바다에 가득하듯이,
법의 성품 깊은 이치 모두 잘 알고
여러 가지 말을 따라 연설하오며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은
큰 바다가 많은 비를 받아들이듯,
다라니와 삼매가 모두 청정해
한 생각에 많은 부처 모두 뵈오며
부처님께 낱낱이 법문을 듣고
미묘한 음성으로 연설하더라.
언제나 삼천대천 넓은 세계서
수많은 중생들을 교화하려면
구름이 온 세계에 널리 퍼지듯
근기와 욕망 따라 기쁘게 하며,
털 끝에 부처 대중 수가 없으며
중생의 욕망들도 끝이 없거든
그 마음 모두 따라 법 일러 주며
한량없는 법계에도 그와 같더라.
보살이 부지런히 더 정진하면
더 훌륭한 공덕을 다시 얻어서
저러한 모든 법문 들어 가지기
땅덩이가 온갖 만물 받들고 있듯,
시방세계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
모두 와서 회중(會中)에 친근히 앉아
마음 따라 제각기 문난하는 일
한 소리로 응대하여 만족케 하네.
이 지에 머물러선 법왕이 되어
근기 따라 일러주기 게으름 없고
밤낮으로 부처 뵙고 버리지 않아
깊은 적멸(寂滅) 지혜 해탈 들어가도다.
부처님들 공양하여 밝음 더하니
전륜왕이 보배관을 머리에 쓴 듯
또다시 중생들의 번뇌 멸하니
대범천왕 밝은 광명 널리 비치듯,
이 지에서 흔히는 대범왕 되어
삼승의 법문으로 중생을 교화
수행한 선업으로 이익케 하니
마땅히 온갖 지혜 이루게 되리.
한 생각에 들어간 여러 삼매들
아승기 세계 안에 티끌수 같고
부처 뵙고 법 말함도 그러하거늘
원력으로 짓는 것은 그보다 많아,
이런 것이 제구의 선혜지에서
큰 지혜 보살들이 행하는 데니
매우 깊고 미묘하여 볼 수 없거늘
내가 지금 불자 위해 일러주노라.
26. 십지품 [6]
10) 법운지(法雲地)
정거천(淨居天) 하늘 무리 나유타들이
이 지의 좋은 행을 듣고 나서는
공중에서 뛰놀며 마음이 기뻐
정성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오며,
헤아릴 수가 없는 보살 대중도
허공 중에 있으며 크게 즐거워
뜻에 맞는 좋은 향을 모두 사르어
대중에게 풍기어 청정케 하네.
자재천의 임금과 하늘 무리들
한량없는 억 사람 허공에 있어
하늘 옷을 흩어서 부처님 공양
백천만 가지들이 술술 내리며,
하늘의 채녀들도 한량이 없어
환희하게 공양하지 않는 이 없고
제각기 묘한 풍류 소리를 내어
이런 말로 부처님을 찬탄하리라.
부처님 몸 한 국토에 앉아 계시나
온 세계에 여러 몸 나타내시니
몸매가 단정하기 한량없으사
크고 넓은 법계에 가득 차시고,
한 털구멍 속으로 광명을 놓아
세간의 어둔 번뇌 두루 없애니
세계의 티끌 수는 헬 수 있지만
이 광명은 헤어서 알 수가 없고,
혹은 여래 모든 몸매 모두 갖추고
위없이 바른 법륜 굴림을 보며
여러 세계 다니심을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고요하여 동치 않으며,
어떤 때엔 도솔천궁 계심을 보고
어떤 때엔 내려와서 모태에 들고
혹은 태에 머물다가 혹은 나와서
한량없는 국토에서 보게 하오며,
어떤 때는 집을 떠나 도를 닦다가
어떤 때는 도량에서 정각 이루고
법문을 말하기도, 열반에 들어
시방세계 중생들이 보게도 하니,
비유하면 요술장이 요술을 부려
대중에게 여러 물건 나타내나니
부처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세간에서 여러 가지 몸을 나투네.
깊고 참된 성품 속에 부처 계시어
고요하고 형상 없어 허공 같지만
제일이고 진실한 진리 가운데
가지가지 행할 일을 보이시나니,
중생을 이익하려 짓는 일들이
법의 성품 의지하여 있게 되나니
형상 있고 형상 없음 차별이 없이
필경에 들어가면 모두 없는 것,
여래의 깊은 지혜 얻으려거든
갖가지 허망 분별 여읠 것이니
있고 없음 통달하면 모두 평등해
천상 인간 대도사(大導師)를 빨리 지으리.
한량없고 그지없는 하늘 아씨들
가지가지 음성으로 칭찬하더니
몸과 마음 고요하고 함께 즐거워
부처님 앙모하며 잠자코 있네.
그 때에 우두머리 해탈월보살
모인 대중 고요함을 살펴서 알고
금강장보살에게 청하는 말씀
두려움이 없으신 참된 불자여,
제구지로부터 십지에 드는
여러 가지 공덕과 모든 행상과
아울러 신통으로 변화하는 일
지혜 있는 보살께서 말씀하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마하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초지로부터 제구지에 이르면서, 이렇게 한량없는 지혜로 관찰하여 깨닫고는 잘 생각하여 닦으며, 흰 법[自法]을 만족하고 그지없는 도를 돕는 법을 모으며, 큰 복덕과 지혜를 증장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널리 행하여, 세계의 차별함을 알며, 중생세계의 빽빽한 숲에 들어가며, 여래께서 행하시는 곳에 들어가며, 여래의 적멸한 행을 따라 순종하며,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을 항상 관찰하나니,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얻은 직책을 받는 지위라 이름합니다.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지혜로 직책을 받는 지위에 들어가서는 곧 보살의 때를 여의는[離垢] 삼매를 얻으며, 법계의 차별한 삼매와 도량을 장엄하는 삼매와 온갖 종류의 화광(華光)삼매와 해장(海藏)삼매와 해인(海印)삼매와 허공이 넓고 큰 삼매와 모든 법의 제 성품을 관찰하는 삼매와 일체 중생의 마음과 행동을 아는 삼매와 모든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삼매에 들어가나니, 이러한 백만 아승기 삼매가 모두 앞에 나타납니다.
보살은 이 모든 삼매에 들어가고 일어날 적에 다 선교함을 얻으며, 모든 삼매의 짓는 일이 차별함도 잘 아나니, 그 마지막 삼매를 이름하여 온갖 지혜와 수승한 직책을 받는 지위라 합니다.
이 삼매가 앞에 나타날 때에 큰 보배 연꽃이 홀연히 솟아나나니, 그 꽃은 넓고 커서 백만 삼천대천세계와 같으며, 여러 가지 묘한 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였으니, 일체 세간의 경계를 초월하여 출세간의 선근으로 생기었으며, 모든 법이 요술과 같은 성품인 줄을 아는 여러 행으로 이룬 것이며, 항상 광명을 놓아 법계에 두루 비치어 여러 하늘에도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비유리 마니보배로 줄기가 되고 전단으로 꽃판[臺]이 되고 마뇌(碼)로 꽃술[鬚]이 되고 염부단금으로 잎이 되었는데, 그 꽃에는 언제나 한량없는 광명이 있고, 여러 보배로 연밥이 되고 보배 그물로 덮였으니, 열 삼천대천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연꽃으로 권속이 되었습니다.
그 때 보살이 이 꽃자리에 앉으니, 몸의 크기가 잘 어울리고, 한량없는 보살로 권속이 되었는데, 각각 다른 연꽃 위에 앉아서 둘러쌌으며, 제각기 백만 삼매를 얻고, 큰 보살을 향하여 일심으로 우러러보고 있었습니다.
불자여, 이 큰 보살과 권속들이 꽃자리에 앉았을 적에 놓는 광명과 말과 음성이 시방 법계에 두루 가득하여 모든 세계가 한꺼번에 진동하여, 나쁜 갈래는 고통이 쉬고 국토가 깨끗하여져서 함께 수행하는 보살이 모두 와서 모이었으며, 인간과 천상의 풍류에서 한꺼번에 소리를 내니 모든 중생들이 모두 안락함을 얻었고, 부사의한 공양거리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니, 여러 부처님의 대중들이 다 나타났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이 큰 연꽃 자리에 앉았을 적에, 두 발바닥으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여러 큰 지옥에 비치어 지옥 중생들의 고통을 멸하며, 두 무릎으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여러 축생 갈래에 비치어 축생들의 고통을 멸하며, 배꼽으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염라왕 세계에 비치어 중생들의 고통을 멸하며, 좌우의 옆구리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모든 인간에게 비치어 중생들의 고통을 멸하며, 두 손바닥으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모든 천상과 아수라들의 궁정에 비치며, 두 어깨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모든 성문들에게 비치며, 목덜미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벽지불들의 몸에 비치었습니다.
입[面門]으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의 처음으로 발심한 보살과 내지 구지 보살의 몸에 비치며, 두 눈썹 사이로 백만 아승기 광명을 놓으니 시방에서 직책을 받은 보살들에게 비치어 마군의 궁전들을 나타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정수리로 백만 아승기 삼천대천세계 티끌수 같은 광명을 놓으니 시방 일체 세계에 있는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비치어 오른쪽으로 열 바퀴를 돌고는 허공에 머물러서 광명 그물이 되었으니 이름이 치성한 광명[熾然光明]이라, 여러 가지 공양거리를 내어 부처님께 공양하니, 다른 보살들이 처음 발심한 때로부터 구지에 이르기까지 하던 공양으로 이 공양에 비하면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내지 산수와 비유로도 미칠 수 없습니다. 그 광명 그물이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대중들이 모인 데 두루하여, 여러 가지 묘한 향과 꽃타래와 의복과 당기와 번기와 보배 일산과 여러 가지 마니 따위의 장엄거리를 비내려 모든 세간의 경계를 초월하였으며, 만일 중생들이 이런 것을 보고 알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이 큰 광명이 이렇게 공양하는 일을 마치고는 다시 시방의 모든 세계에 있는 모든 부처님의 도량마다 모인 대중들을 열 바퀴를 돌았고, 그리고는 여러 여래의 발바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 여러 부처님과 보살들이, 아무 세계의 아무 보살마하살이 이런 광대한 행을 능히 행하고 직책을 받는 지위에 이른 줄을 알았으며, 불자여, 이 때에 시방에 있던 한량없고 그지없는 보살과, 제구지의 보살들까지 모두 와서 둘러싸고 공경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관찰하였으며, 한창 관찰할 적에 그 보살들이 각각 십천 삼매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시방에 있는 직책을 받은 보살들이, 모두 가슴에 있는 금강으로 장엄한 공덕 모양에서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마군과 원수를 파괴함[能壞魔怨]이라, 백만 아승기 광명으로 권속을 삼고 시방을 두루 비추어 한량없는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이런 일을 마치고는 이 보살마하살들의 가슴에 있는 금강으로 장엄한 공덕 모양으로 들어갔으며, 그 광명이 들어간 후에는 이 보살들의 지혜가 세력을 더하여 백천 곱절을 지났습니다.
그 때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의 양미간으로부터 청정한 광명이 나오니 이름이 온갖 지혜와 신통을 더함[增益一切智神通]이라, 무수한 광명으로 권속을 삼아 시방의 일체 세계에 비추면서 오른쪽으로 열 바퀴를 돌고, 여래의 광대하게 자재함을 나타내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들을 깨우치고,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진동하여, 모든 나쁜 갈래의 고통을 없애고, 모든 마군의 궁전을 가리우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보리를 얻으신 도량에 있는 대중들의 장엄한 위
덕을 보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온 허공과 법계에 가득한 모든 세계를 두루 비추고는 이 보살들의 회상(會上)에 돌아와서 오른쪽으로 두루 돌면서 가지가지로 장엄한 일을 나타내었습니다.
이런 일을 나타내고는 큰 보살의 정수리로 들어가니, 그 권속 광명들도 보살들의 정수리로 들어갔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이 보살들이 전에 얻지 못하였던 백만 가지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직책을 받는 지위를 얻음[爲巳得受職之位]이라,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서 열 가지 힘을 구족하고 부처님 가운데 섞이었습니다.
불자여, 마치 전륜성이 낳은 태자는 어머니가 왕후요, 몸매가 구족한데, 전륜왕이 태자로 하여금 흰 코끼리 등에 마련한 황금자리에 앉게 하고, 그물로 된 휘장을 두르고 큰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향을 사르고 꽃을 흩고 음악을 잡히며, 황금병으로 사해의 물을 길어다가 왕이 손수 병을 들고 태자의 정수리에 부으면, 이것을 이름하여 왕의 직책을 받는 지위라 하여, 머리에 물을 부은 찰제리왕의 축에 들게 되며, 곧 열 가지 착한 도를 행하여 전륜성왕이란 이름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이 직책을 받는 것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의 지혜물을 정수리에 부으므로 직책을 받는다 하며, 여래의 열 가지 힘을 구족하였으므로 부처님 가운데 섞이게 됩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큰 지혜의 직책을 받았다 하며, 보살이 이 지혜의 직책을 받으므로,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나 되는 행하기 어려운 행을 능히 행하며, 한량없는 지혜 공덕을 증장하니, 이를 법운지(法雲地)에 머문다 이름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법운지에 머물면, 사실대로 욕심세계의 모임과 형상세계의 모임과 형상 없는 세계의 모임과 세계의 모임과 법계의 모임과 함이 있는 세계의 모임과 함이 없는 세계의 모임과 중생계의 모임과 인식계[識界]의 모임과 열반계의 모임을 알며, 이 보살이 사실대로 모든 소견과 번뇌의 행이 모임을 알며, 세계가 이루고 헐림의 모임을 알며, 성문의 행이 모임과 벽지불의 행이 모임과 보살의 행이 모임과,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형상의 몸 [色身]과 법의 몸[法身]이 모임과,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가 모임과, 보리를 얻어 법륜 굴림을 보이는 것이 모임과, 온갖 법에 들어가 분별하고 결정하는 지혜가 모임을 아나니, 요점을 들어 말하면 온갖 지혜로써 온갖 모임을 압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상상품의 깨달은 지혜[覺慧]로써, 중생의 업으로 변화함과 번뇌로 변화함과 여러 소견으로 변화함과 세계로 변화함과 법계로 변화함과 성문으로 변화함과 벽지불로 변화함과 보살로 변화함과 여래로 변화함과 일체 분별 있고 분별 없게 변화함을 사실대로 아니니, 이런 따위를 다 사실대로 압니다.
또 부처님의 가지[持]와 법의 가지와 승의 가지와 업의 가지와 번뇌의 가지와 시절의 가지와 원력의 가지와 공양의 가지와 행의 가지와 겁의 가지와 지혜의 가지를 사실대로 아나니, 이런 따위를 다 사실대로 압니다.
또 부처님 여래들의 미세(微細)한 데 들어가는 지혜를 사실대로 아나니, 이른바 수행함이 미세한 지혜와 목숨을 마침이 미세한 지혜와 태어남이 미세한 지혜와 집 떠남이 미세한 지혜와 신통을 나타냄이 미세한 지혜와 바른 깨달음을 이룸이 미세한 지혜와 법륜 굴림이 미세한 지혜와 목숨을 유지함이 미세한 지혜와 열반에 듦이 미세한 지혜와 교법이 세상에 머묾이 미세한 지혜니, 이런 따위를 다 사실대로 압니다.
또 여래의 비밀한 곳에 들어가나니, 이른바 몸의 비밀과 말의 비밀과 마음의 비밀과 때와 때 아님을 생각하는 비밀과 보살에게 수기하는 비밀과 중생을 거두어주는 비밀과 가지가지 승(乘)의 비밀과 일체 중생의 근성과 행이 차별한 비밀과 업으로 짓는 비밀과 보리를 얻는 행의 비밀이니, 이런 따위를 사실대로 압니다.
또 부처님들께서 겁에 들어가는 지혜를 아나니, 이른바 한 겁이 아승기겁에 들어가고 아승기겁이 한 겁에 들어감과, 수 있는 겁이 수 없는 겁에 들어가고 수 없는 겁이 수 있는 겁에 들어감과, 한 찰나가 겁에 들어가고 겁이 한 찰나에 들어감과, 겁이 겁 아닌 데 들어가고 겁 아닌 것이 겁에 들어감과, 부처님 있는 겁이 부처님 없는 겁에 들어가고 부처님 없는 겁이 부처님 있는 겁에 들어감과, 과거 겁과 미래 겁이 현재 겁에 들어가고 현재 겁이 과거 겁과 미래 겁에 들어감과, 오랜 겁이 짧은 겁에 들어가고 짧은 겁이 오랜 겁에 들어감이라, 이런 따위를 다 사실대로 압니다.
또 여래께서 들어가는 지혜를 아나니, 이른바 터럭같은 범부에 들어가는 지혜[入毛道智]와 작은 티끌에 들어가는 지혜와 국토의 몸으로 바로 깨닫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중생의 몸으로 바로 깨닫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중생의 마음으로 바로 깨닫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중생의 행으로 바로 깨닫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온갖 곳을 따라서 바로 깨닫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두루 행함[徧行]을 보이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수순하는 행을 보이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거슬리는 행을 보이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헤아릴 수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세간을 알고 알지 못하는 행을 보이는 데 들어가는 지혜와, 성문의 지혜 ·벽지불의 지혜·보살의 행·여래의 행을 보이는 데 들어가는 지혜입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의 가진 지혜가 광대하고 한량이 없거늘, 이 지의 보살은 모두 능히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곧 보살의 부사의한 해탈과 걸림없는 해탈과 깨끗하게 관찰하는 해탈과 두루 밝게 비치는 해탈과 여래장 해탈과 따라 순종하여 걸림없는 바퀴 해탈과 삼세를 통달하는 해탈과 법계장 해탈과 해탈한 광명의 바퀴 해탈과 남음 없는 경계의 해탈이니, 이 열 가지를 으뜸으로 하여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해탈문이 있는데, 모두 이 제십지에서 얻으며, 이와 같이 내지 한향없는 백천 아승기 삼매문과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다라 니문과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신통문을 모두 성취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지혜를 통달하고는 한량없는 보리를 따라서 공교하게 생각하는 힘을 성취하였으므로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가지신 한량없는 큰 법의 광명과 큰 법의 비침과 큰 법의 비를, 잠깐 동안에 모두 능히 견디고 능히 받고 능히 거두고 능히 유지합니다.
비유하면 사가라(娑伽羅)용왕이 내리는 큰 비를, 큰 바다를 제하고는 어떠한 곳에서도 견디지 못하며 받지 못하며 거두지 못하며 유지하지 못하듯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인 큰 법의 광명과 큰 법의 비침과 큰 법의 비도 그와 같아서, 오직 제십지 보살을 제하고는 다른 모든 중생이나 성문이나 독각이나 내지 제구지 보살들도 능히 견디지 못하며 능히 받지 못하며 능히 거두지 못하며 능히 유지하지 못합니다.
불자여, 마치 큰 바다는 한 용왕이 내리는 큰 비를 능히 견디고 받고 거두고 유지하며, 둘이나 셋이나 내지 한량없는 용왕의 비가 잠깐 동안에 한꺼번에 내리더라도 다 능히 견디고 받고 거두고 유지하나니, 왜냐 하면 이것은 한량없고 크고 넓은 그릇인 까닭인 것과 같습니다. 법운지에 있는 보살도 그와 같아서 한 부처님의 법의 광명과 법의 비침과 법의 비를 능히 견디고 받고 거두고 유지하며, 둘이나 셋이나 내지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잠깐 동안에 한꺼번에 연설하시더라도 또한 이와 같나니, 그러므로 이 지를 법운이라 이름합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시여, 이 지의 보살이 한 찰나 동안에 몇 여래의 처소에서 큰 법의 광명과 큰 법의 비침과 큰 법의 비를 능히 견디고 받고 거두고 유지하나이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산수로는 알 수 없나니, 내가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말하겠습니다.
불자여, 비유컨대 시방에 각각 열 배의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있고, 그 세계들 가운데 있는 낱낱 중생이 모두 듣고 지니는[聞持] 다라니를 얻고 부처님의 시자(侍者)가 되어 성문 대중 중에 많이 듣기로 제일인 것이, 금강연화상(金剛蓮華上)부처님 회상의 대승(大勝)비구와 같지마는, 한 중생이 받은 법을 다른 이는 다시 받지 않는다 하면, 불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여러 중생들의 받은 법이 한량이 있겠습니까 한량이 없겠습니까?”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그 수효가 매우 많아서 한량없고 그지없겠나이다.”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내가 그대에게 말하여 알게 하겠습니다. 불자여, 이 법운지 보살이 한 부처님 계신 데서 한 찰나 동안에 견디고 받고 거두고 유지한 큰 법의 광명과 큰 법의 비침과 큰 법의 비인 삼세의 부처님 법장을 앞에 말한 그러한 세계의 일체 중생이 듣고 지닌 법으로는 백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며, 내지 비유로도 미칠 수 없습니다.
한 부처님 계신 데서와 같이, 시방에는 앞에 말한 바와 같은 그렇게 많은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보다 더 지나가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부처님께서 계시거든, 그 낱낱 여래의 처소에 있는 법의 광명과 법의 비침과 법의 비인 삼세의 부처님 법장을 모두 다 능히 견디고 능히 받고 능히 거두고 능히 유지하나니, 그러므로 이 지의 이름을 법운지라 합니다.
불자여, 이 지의 보살은 자기의 원력으로 크게 자비한 구름을 일으키고 큰 법의 우레를 진동하며 육통과 삼명(三明)과 두려움 없음으로 번개가 되고 복덕과 지혜는 빽빽한 구름이 되며, 여러 가지 몸을 나타내어 가고 오며 두루 돌아다니면서, 잠깐 동안에 시방으로 백천억 나유타 세계의 티끌 수 국토에 두루하여 큰 법문을 연설하여 마군과 원수들을 꺾어 굴복하며, 이보다 더 지나가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세계의 티끌 수 국토에서, 중생들의 좋아하는 마음 을 따라서 단이슬 비[甘露雨]를 퍼 부어 일체 번뇌의 불을 멸하나니, 그러므로 이 지를 법운지라 합니다.
불자여, 이 지의 보살은 한 세계에서 도솔천에서 내려오며, 내지 열반에 드시도록 제도를 받을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서 불사를 나타내며, 두 세계, 세 세계로, 내지 앞에서 말한 티끌 수 국토에 이르며, 또 이보다 지나가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세계의 티끌 수 국토에서도 그와 같이 하나니, 그러므로 이 지를 법운지라 합시다.
불자여, 이 지의 보살은 지혜가 밝게 통달하고 신통이 자재하므로 그 생각을 따라서 능히 좁은 세계를 넓은 세계로 만들고 넓은 세계를 좁은 세계로 만들며, 더러운 세계를 깨끗한 세계로 만들고 깨끗한 세계를 더러운 세계로 만들며, 어지럽게 있고 차례대로 있고 거꾸로 있고 바로 있는 이렇게 한량없는 모든 세계들을 다 능히 서로 만듭니다.
혹은 생각[心念]을 따라서 한 티끌 속에 한 세계의 수미산과 모든 산과 강을 넣더라도 티끌의 모양이 본래와 같고, 세계도 줄어지지 아니하며, 혹은 또 가장 작은 한 티끌 속에, 두 세계, 세 세계 내지 말할 수 없는 세계의 수미산과 모든 산과 강을 넣더라도, 저 작은 티끌 모양이 본래와 같고 그 속에 있는 세계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혹은 생각을 따라서 한 세계의 장엄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은 한 세계의 장엄 가운데 두 세계, 내지 말할 수 없는 세계를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생각을 따라서 말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한 세계에 두기도 하고, 혹은 생각을 따라서 한 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말할 수 없는 세계에 두더라도 그 중생들에게는 시끄럽거나 해로움이 없습니다.
혹은 생각을 따라서 한 털구멍에 모든 부처님 경계와 장엄한 일을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생각을 따라서 한 생각 동안에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마다 저러한 티끌 수 손을 나타내고, 낱낱 손마다 항하의 모래 수 같은 꽃바구니·향상자·화만·일산·당기·번기를 들고 시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부처님께 공양하며, 또 낱낱 몸마다 저러한 티끌 수 머리를 나타내고, 낱낱 머리에 저러한 티끌 수 혀를 나타내어 찰나찰나 동안에 시방으로 다니면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합니다.
혹은 생각을 따라서 잠깐 동안에 시방에 두루하여 바른 깨달음을 이루며, 내지 열반에 드는 일과 국토를 장엄하는 일을 보이기도 하고, 혹은 그 몸이 삼세에 두루함을 나타내는데, 몸 가운데 한량없는 부처님과 부처님 국토의 장엄한 일이 있기도 하고, 세계가 성취하고 파괴하는 일을 나타내며, 혹은 자신의 한 털구멍에서 온갖 바람을 내지마는 중생에게는 시끄럽지 아니합니다.
혹은 생각을 따라서 그지없는 세계로 큰 바다를 만들고, 그 바다 가운데에 큰 연꽃이 나타나는데, 광명이 훌륭하여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를 두루 덮으며, 그 가운데 큰 보리수와 장엄하는 일을 보이기도 하고, 내지 갖가지 지혜[一切種智]를 성취함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그 몸을 시방세계에 나타내는데, 온갖 광명과 마니구슬과 해와 달과 별과 구름과 번개의 빛이 모두 나타나며, 혹은 입으로 바람을 토하며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흔들지마는 중생들을 놀라지 않게 하며, 혹은 시방에 풍재와 화재와 수재를 나타냅니다.혹은 중생의 마음을 따라서 형상 몸을 나타는데 장엄이 구족하며, 혹은 자기의 몸에 부처님 몸을 나타내고, 혹은 부처님 몸에 자기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부처님 몸에 자기의 국토를 나타내고, 혹은 자기의 국토에 부처님 몸을 나타내나니, 불자여, 이 법운지 보살은 이러한 신통과 그 외에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자유로운 신통을 나타냅니다.”
그 때 회중에 있는 보살들과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과 석제환인과 범천왕과, 정거천(淨居天)과 마혜수라의 여러 천자들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보살의 신통과 지혜의 힘이 이러하다면 부처님은 어떠하시겠는가?”
이 때 해탈월보살이 여러 모인 대중의 생각함을 알고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시여, 이 대중이 보살의 신통과 지혜의 힘을 듣고 의심에 떨어졌사오니, 거룩하여이다, 어진 이시여. 저들의 의심을 풀기 위하여 보살의 신통한 힘과 장엄하는 일을 조금만 나타내어 보이소서. ”때에 금강장보살이 곧 일체 부처님 국토의 자체 성품 삼매[體性三昧]에 들었다. 이 삼매에 들었을 적에 여러 보살과 모든 대중이, 자기의 몸이 금강장보살의 몸 속에 있음을 보았으며, 그 속에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가지가지 장엄한 일을 보는 데, 억 겁을 지내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으며, 또 그 가운데서 보리수를 보는 데, 그 밑둥은 십만 삼천대천세계가 되고 높이는 백만 삼천대천세계가 되며, 가지와 잎으로 덮인 것도 그와 같으며, 나무의 형체에 알맞게 사자좌가 있고, 그 위에 부처님께서 계시니 명호는 일체지통왕(一切智通王)이시라, 모든 대중이 보니 그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 있는 사자좌에 앉으셨는데, 가지가지 꾸미개로 장엄한 것은 억 겁을 두고 말하더라도 다할 수 없었다.
금강장보살이 이렇게 큰 신통을 나타내고는, 다시 모인 대중으로 하여금 각각 제 자리에 있게 하였다.
그 때 대중이 전에 없던 일을 보고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잠자코 있으면서 금강장보살을 일심으로 우러러보았다.
그 때 해탈월보살이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시여, 지금 드신 삼매는 매우 희유하옵고 큰 세력이 있사오니, 이름이 무엇이오니까?”
금강장보살이 대답하였다.
“그 삼매의 이름은 '일체 부처님 국토의 자체 성품'입니다.”
“이 삼매의 경계는 어떠하오니까?”
“불자여, 보살이 이 삼매를 닦으면 생각하는 대로 자기의 몸에 항하의 모래 같은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세계를 나타내되, 그보다도 지나가서 한량이 없고 끝이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이 법운지에 머물러서는 이렇게 한량없는 백천 가지 큰 삼매를 얻었으므로, 이 보살의 몸과 몸으로 짓는 업을 헤아릴 수 없으며, 말과 말로 짓는 업과, 뜻과 뜻으로 짓는 업이 신통하고 자유로와서, 삼세를 관찰하는 삼매의 경계와 지혜의 경계와 모든 해탈문에 유희하는 일과 변화로 짓는 일과 신력으로 짓는 일과 광명으로 짓는 일 등으로 간략하게 말하여, 내지 발을 들고 발을 내리는 일과 그러한 여러 가지 짓는 일을, 내지 법왕자(法王子)로서 선혜지에 머무른 보살들도 능히 알지 못합니다.
불자여, 이 법운지 보살의 가진 경계를 간략히 말하면 이러하거니와, 만일 자세히 말한다면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겁 동안에도 다할 수 없습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시여, 만일 보살의 신통한 경계가 이러하다면, 부처님의 신통한 힘은 어떠하겠나이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사천하에서 한 덩이 흙을 들고 말하기를 '그지없는 세계의 땅덩어리 흙이 많겠는가, 이 흙이 많은가' 한다고 합시다. 내가 보건댄 그대가 묻는 것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 지혜는 그지없고 같을 이가 없거늘, 어떻게 보살의 지혜와 견주어 말하겠습니까?”
또 불자여, 마치 사천하에서 한 덩이 흙을 든 것보다는 나머지 흙이 한량없는 것과 같고 이 법운지의 신통과 지혜를 한량없는 겁 동안에 조금만 말한 것과 같나니, 하물며 여래의 신통이겠습니까?
불자여, 내 이제 그대에게 다른 일을 가지고 증명하여 그대로 하여금 여래의 경계를 알게 하겠습니다.
불자여, 가령 시방의 낱낱 방위에 각각 그지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많은 부처님의 국토가 있고, 낱낱 국토마다 이 지의 보살과 같은 이들이 가득하여 사탕수수·대·갈대·벼·삼대·숲같이 많고, 그 여러 보살들이 백천억 나유타 겁에 보살의 행을 닦아서 생긴 지혜를 한 부처님 지혜의 경계에 비긴다면, 백분의 하나도 미치지 못하고, 내지 우바니사타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이런 지혜에 머물고는, 여래의 몸의 업, 말의 업, 뜻의 업과 다르지도 않고, 보살의 여러 삼매의 힘을 버리지도 않으면서, 수없는 겁 동안에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되, 낱낱 겁마다 갖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였고, 모든 부처님의 신통의 힘으로 가피(加被)하여 지혜의 광명이 더욱 증장하고 훌륭하였으며, 온 법계에서 묻는 문난을 잘 해석하여 백천억 겁에라도 능히 굴복할 이가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은장이가 상품의 진금으로 몸에 장엄할 거리를 만들고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박아 장식한 것을, 자재천왕이 몸에 장식하였으면, 다른 천인들의 장엄거리로는 미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 지의 보살도 그와 같아서 초지로부터 제구지에 이르는 모든 보살의 지혜와 행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이 지의 보살의 지혜 광명은 중생으로 하여금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에 들어가게 하나니, 다른 지혜의 광명으로는 능히 이와 같을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마혜수라천왕의 광명은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청량하게 하는 것이어서, 모든 광명으로는 미칠 수 없는 것같이, 이 지의 보살의 지혜광명도 그와 같아서 중생으로 하여금 서늘함을 얻게 하며,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에 머물게 하는 것이어서,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이나 내지 제구지 보살의 지 혜광명으로는 모두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미 이러한 지혜에 편안히 머물렀는데,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다시 그에게 삼세의 지혜, 법계의 차별한 지혜, 일체 세계에 두루하는 지혜, 일체 세계를 비추는 지혜, 일체 중생을 인자하게 생각하는 지혜를 말하나니, 요점을 들어 말하면,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를 얻도록 말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지혜바라밀이 가장 승한데, 다른 바라밀도 닦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십 법운지를 간략하게 말함이라 하거니와, 만일 자세히 말하자면 가령 한량없는 아승기겁에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마혜수라천왕이 되어 법에 자재하며, 중생들에게 성문이나 독각이나 모든 보살의 바라밀 행을 주며, 법계 가운데 있는 문난으로는 능히 굽힐 이가 없습니다.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도록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모든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며,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열 곱절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삼매를 얻으며, 내지 저러한 티끌 수 같은 보살을 나투어 권속을 삼거니와, 만일 보살의 수승한 원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나니, 이른바 수행과 장엄과 믿고 이해함과 짓는 것과 몸과 말과 광명과 여러 근과 신통 변화와 음성과 행하는 곳을,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능히 헤어서 알지 못할 것입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열 가지 지(地)의 행상(行相)이 차례로 앞에 나타나서 능히 온갖 지혜의 지혜에 들어갑니다. 마치 아뇩달[阿耨達]못에서 네 줄기 큰 강이 흘러내리는데, 그 강이 염부제에 두루 흘러대어도 다하지 아니하고 더욱 불어서 바다에까지 들어가서 가득 차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불자여, 보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으로부터 선근과 큰 서원의 물이 흘러나와서 사섭법으로 중생에게 가득 차게 하지마는 다하지 아니하고 더욱 불어서, 내지 온갖 지혜의 바다에까지 들어가서 가득 차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의 열 가지 지(地)는 부처님의 지혜를 인하여서 차별이 있는 것이, 마치 땅을 인하여 열 산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설산·향산·비다리(陀梨)산·선산·유간다라(由乾陀羅)산·마이(馬耳)산·니민다라(尼民陀羅)산·작갈라산·계도말저(計都未底)산·수미산입니다.
불자여, 마치 설산은 온갖 약초가 거기 있어서 아무리 캐어내도 다하지 않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환희지(歡喜地)도 그와 같아서 일체 세간의 경전과 예술과 글과 게송과 주문과 기술이 그 가운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향산은 온갖 향이 거기 모이어서 가져와도 댜하지 않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이구지(離垢地)도 그와 같아서 모든 보살의 계행과 위의가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비다리산은 순전한 보배로 이루었으매 온갖 보배가 거기 있어서 취하여도 다하지 않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발광지(發光地)도 그와 같아서 모든 세간의 선정·신통·해탈·삼매·삼마발저가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신선산은 순전한 보배로 되었고 오신통을 얻은 신선들이 거기 있어서 다함이 없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염혜지(慧地)도 그와 같아서 온갖 도의 수승한 지혜가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유간다라산은 순전한 보배로 되었고 야차신들이 거기 있어서 다함이 없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난승지(難勝地)도 그와 같아서 일체 자재하고 뜻대로 되는 신통이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마이산은 순전한 보배로 이루었고 모든 과일이 거기 있어서 취하여도 다하지 않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현전지(現前地)도 그와 같아서 연기의 이치에 들어가 성문과를 증하는 일이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마치 니민다라산은 순전한 보배로 되었고 기운센 용신(龍神)들이 거기 있어서 다함이 없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원행지(遠行地)도 그와 같아서 방편 지혜로 연각의 과를 증하는 일이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마치 작갈라산은 순전한 보배로 되었고 여러 자재한 무리들이 거기 있어서 다함이 없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부동지(不動地)도 그와 같아서 모든 보살의 자재한 행의 차별한 세계가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마치 계도말저산은 순전한 보배로 되었고 큰 위덕 있는 아수라왕이 거기 있어서 다함이 없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선혜지(善慧地)도 그와 같아서 일체 세간의 나고 사라지는 지혜의 행이 거기 있어서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마치 수미산은 순전한 보배로 되었고 큰 위덕 있는 하늘들이 거기 있어서 다함이 없듯이, 보살이 머물러 있는 법운지(法運地)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은 일체 부처님의 일이 거기 있어서 묻고 대답하고 말하여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이 열 가지 보배산이 다 같이 큰 바다에 있으면서 차별하게 이름을 얻었듯이, 보살의 십지도 그와 같아서 다같이 온갖 지혜의 가운데 있으면서 차별하게 이름을 얻은 것입니다.
불자여, 마치 큰 바다는 열 가지 모양으로써 큰 바다라는 이름을 얻어 고치거나 뺏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차례로 점점 깊어짐이요, 둘은 송장을 받아두지 않음이요, 셋은 다른 물이 그 가운데 들어가면 모두 본래의 이름을 잃음이요, 넷은 모두 다 한 맛이요, 다섯은 한량없는 보물이 있고, 여섯은 바닥까지 이를 수 없고, 일곱은 넓고 커서 한량이 없고, 여덟은 큰 짐승들이 사는 데요, 아홉은 조수가 기한을 어기지 않고, 열은 큰 비를 모두 받아도 넘치지 않음입니다.
보살의 행도 그와 같아서 열 가지 모양으로써 보살의 행이라 이름하여 고치거나 뺏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환희지는 큰 서원을 내어 점점 깊어지는 연고요, 이구지는 모든 파계한 송장을 받지 않는 연고요, 발광지는 세간에서 붙인 이름[假名子]을 여의는 연고요, 염혜지는 부처님의 공덕과 맛이 같은 연고요, 난승지는 한량없는 방편과 신통인 세간에서 만드는 보배들을 내는 연고요, 원행지는 넓고 큰 깨닫는 지혜를 잘 관찰하는 연고요, 부동지는 광대하게 장엄하는 일을 나타내는 연고요, 선혜지는 깊은 해탈을 얻고 세간으로 다니면서 사실대로 알아서 기한을 어기지 않는 연고요, 법운지는 모든 부처님 여래의 큰 법의 밝은 비를 받으면서 만족함이 없는 연고입니다.불자여, 큰 마니 구슬은 열 가지 성질이 다른 보배보다 지나가나니,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큰 바다에서 나왔고, 둘은 솜씨 좋은 공장이 다스렸고, 셋은 둥글고 만족하여 흠이 없고, 넷은 청정하여, 때가 없고, 다섯은 안팎이 투명하게 밝고, 여섯은 교묘하게 구멍을 뚫었고, 일곱은 보배 실로 꿰었고, 여덟은 유리로 만든 당기 위에 달았고, 아홉은 가지가지 광명을 널리 놓고, 열은 왕의 뜻을 따라 모든 보물을 내며 중생들의 마음과 같이 소원을 만족케 합니다.
불자여, 보살도 그와 같아서 열 가지가 여러 성인보다 뛰어나는 줄을 알아야 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온갖 지혜[一切智]를 얻으려는 마음을 냄이요, 둘은 계행을 가지어 두타의 행이 맑음이요, 셋은 여러 선정과 삼매가 원만하여 흠이 없고, 넷은 도행이 청백하여 때를 여의었고, 다섯은 방편과 신통이 안팎으로 사무치게 밝고, 여섯은 연기(緣起)의 지혜로 잘 뚫었고, 일곱은 가지가지 방편과 지혜의 실로 꿰었고, 여덟은 자유로운 높은 당기 위에 두었고, 아홉은 중생의 행을 관찰하여 들어 지니는[聞持] 광명을 놓고, 열 은 부처님 지혜의 직책을 받아 부처님 가운데 들어가 중생을 위하여 불사를 널리 지음입니다.
불자여, 이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공덕을 모으는 보살행의 법문은 여러 중생이 선근을 심지 않고는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이 법문을 들으면 얼마나 되는 복을 얻겠나이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온갖 지혜로 모으는 복덕과 같이, 이 법문을 들은 복덕도 그와 같습니다. 왜냐 하면 이 공덕의 법문을 듣지 못하고는, 능히 믿고 이해하거나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지도 못하거든, 하물며 꾸준히 노력하고 말한 대로 수행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반드시 이 온갖 지혜의 공덕을 모으는 법문을 듣고야 능히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니고 닦아 익힐 것이며, 그런 후에야 온갖 지혜의 지위에 이를 수 있음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때에 부처님의 신력이며, 으레 그러한 법이므로, 시방으로 각각 십억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여섯 가지[六種]의 열여덟 모양으로 진동하니, 이른바 흔들흔들·두루 흔들흔들·온통 두루 흔들흔들·들썩들썩·두루 들썩들썩·온통 두루 들썩들썩·울쑥불쑥·두루 울쑥불쑥·온통 두루 울쑥불쑥·우르르·두루 우르르·온통 두루 우르르·와르릉·두루 와르릉·온통 두루 와르릉·와지끈·두루 와지끈·온통 두루 와지끈 하는 것이었다.
여러 하늘 꽃과 하늘 화만과 하늘 옷과 하늘의 보배 장엄거리와 당기와 번기와 비단 일산을 내리며, 하늘 풍류를 잡히니, 소리가 화평하며 한꺼번에 소리를 내어 온갖 지혜의 지위에 있는 공덕을 찬탄하였다.
이 세계의 타화자재천왕 궁전에서 이 법을 연설하는 것과 같이, 시방의 모든 세계에서도 모두 이와 같이 하였다.
이 때에 다시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시방으로 각각 십억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세계 밖에 십억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보살들이 이 회상에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하시었습니다, 금강장이여. 이 법을 통쾌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들은 다 같이 이름이 금강장(金剛藏)이며, 살고 있는 세계가 각각 다르지마는 이름이 다 같이 금강덕(金剛德)이며, 부처님 명호는 모두 금강당(金剛幢)입니다. 우리들도 우리들 세계에 있으면서 모두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이 법을 연설하나니, 모인 대중들도 모두 같고, 글자나 구절이나 뜻도 여기서 말하는 바와 늘거나 줄지 아니합니다. 모두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이 모임에 와서 당신을 위하여 증명합니다.
우리들이 지금 이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시방의 모든 세계에서도 다 이와 같이 가서 증명할 것입니다.”그 때 금강장보살이 시방의 모든 대중이 모인 것이 법계에 두루함을 관찰하고는 온갖 지혜의 지혜를 얻으려는 마음을 찬탄하고, 보살의 경계를 나타내며, 보살의 수행하는 힘을 깨끗이 하고, 갖가지 지혜를 거두어 가지는 길을 말하고, 모든 세간의 때를 없애며, 온갖 지혜를 베풀어 주고, 부사의한 지혜의 장엄을 나타내 보이고, 모든 보살의 공덕을 드러내며, 이러한 지(地)의 뜻을 더욱 열어 보이게 하고자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마음 고요하고 항상 화평해
평등하고 걸림없기 허공 같으며
더러운 것 여의고 도에 머무니
이렇게 훌륭한 행 그대 들으라.
백천억겁 동안에 착한 행 닦아
한량없고 그지없는 부처님 공양
성문과 독각들도 역시 그러해
중생을 이익하려 큰 마음 내고,
꾸준하고 계행 갖고 참고 유순해
부끄럼과 복과 지혜 다 구족하고
부처 지혜 구하려고 지혜 닦으며
열 가지 힘 얻고자 큰 마음 내고,
삼세의 부처님들 다 공양하고
갖가지 국토들을 깨끗이 장엄
모든 법 평등함을 분명히 알고
중생을 이익하려 큰 마음 내다.
초지에 머물러서 이 마음 내고
나쁜 짓 아주 떠나 항상 기쁘며
원력으로 선한 법 널리 닦아서
어여삐 여김으로 이지(二地)에 들고,
계행 다문(多聞) 갖추고 중생을 생각
더러운 때 씻으니 마음이 깨끗
세간에서 세 가지 독한 불 관찰
넓고 크게 아는 이 삼지(三地)에 들고,
세 가지 있는 곳이[三有] 모두가 무상
화살에 맞은 듯이 고통이 치성
하여진 것[有爲] 떠나서 불법 구하려
큰 지혜 있는 이가 염혜지 들고,
지혜가 구족하여 보리를 얻고
한량없는 백천의 부처님 공양
가장 승한 공덕을 늘 관찰하면
이 사람이 난승지에 들어가오며,
지혜와 모든 방편 잘 관찰하고
가지가지 나타내어 중생 구하며
위없는 십력 세존 공양하오면
생멸 없는 현전지에 들어가오며,
세상에서 모르는 것 능히 다 알고
나를 고집 않고 유무(有無) 떠나며
법의 성품 고요한데 인연 따르면
미묘한 지혜 얻어 칠지에 들고,
지혜와 방편이며 광대한 마음
행하고 굴복하고 알기 어려워
적멸을 증하고도 항상 닦으면
허공 같은 부동지에 나아가리라.
부처 말씀 적멸한 데서 일어나
가지가지 지혜 업을 널리 닦아서
열 가지 자재 갖춰 세간을 관찰
이러하게 선혜지에 들라 하시네.
미묘한 지혜로써 중생 마음과
업과 번뇌 빽빽한 숲 다 관찰하고
그들을 교화하려 도에 나아가
부처님의 깊은 도리 연설도 하고,
차례로 수행하여 착한 일 구족
구지에서 복과 지혜 쌓아 모으고
부처님의 위없는 법 항상 구하여
부처님 지혜 물을 머리에 붓네.
수없이 많은 삼매 골고루 얻고
삼매의 짓는 업도 분명히 알아
나중의 삼매 이름 직책 받는데
광대한 경계에서 동치 않으니,
보살이 이 삼매를 얻을 적에는
보배 연꽃 어느덧 앞에 나타나
연꽃 같이 큰 몸으로 위에 앉으니
불자들이 둘러 앉아 우러러보네.
찬란한 백억 줄기 큰 광명 놓아
중생의 모든 고통 없애버리고
정수리에 또다시 광명을 놓아
시방의 부처 회상 두루 들어가,
공중에서 광명 그물 모두 되어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좇아 들어가
그 때에 부처님은 이 불자들이
직책 받는 지위에 오른 줄 아네.
시방의 보살들이 와서 살피니
직책 받은 보살들 광명을 펴고
부처님 미간서도 광명을 놓아
여기 와서 비추고는 정상에 들다.
시방의 세계들이 다 진동하고
모든 지옥 고통이 소멸되거늘
그 때에 부처님이 직책을 주어
전륜왕의 태자가 되듯 하니라.
정수리에 부처님이 물을 부으면
법운지에 올랐다 이름하나니
지혜가 점점 늘어 끝단 데 없어
모든 세간 중생을 깨우쳐 주며,
욕심세계 형상세계 무형세계와
법계와 모든 세계 중생세계들
셀 수 있고 없고 허공까지도
이런 것을 모두 다 통달하오며,
일체를 교화하는 위덕의 힘과
부처님이 가지(加持)한 미세한 지혜
비밀한 많은 겁과 범부들까지
모두 다 사실대로 관찰하오며,
태어나고 집을 떠나 바른 도 이뤄
법 바퀴 굴리기도 열반하기도
필경에 적멸하고 해탈하는 법
말하지 않은 것도 능히 다 알아
보살이 법운지에 머물러서는
생각는 힘 구족하여 불법 갖나니
큰 바다가 용의 비를 모두 받듯이
이 지에서 받는 법도 그와 같더라.
시방에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
부처님 법 얻어 듣고 지니었거든
한 부처님 계신 데서 들은 불법도
저보다 지나가서 한량 없으며,
옛적의 지혜 서원 위신력으로
잠깐에 시방세계 널리 퍼지게
단이슬 비내려서 번뇌를 소멸
그래서 법운지라 이름한다네.
신통을 나타내어 시방에 두루
인간·천상 경계를 뛰어났는데
이보다 더 지나서 한량없는 억
세상 꾀로 생각하면 마음이 아득,
발 한 번 드는 동안 지혜와 공덕
제구지 보살들도 알 수 없는데
하물며 모든 범부 중생들이나
성문이나 벽지불 말도 마시오.
이 지의 보살들이 부처님 공양
시방의 모든 국토 두루 다니고
지금 있는 성인께도 공양하여서
구족하게 부처 공덕 장엄하였고,
이 지에 머물러선 다시 삼세의
걸림없는 법계 지혜 연설하오며
중생과 국토들도 다 그러하여
부처님의 모든 공덕 이르기까지,
이 지에 있는 보살 지혜 광명이
중생에게 바른 길 보여주나니
세간 어둠 멸하기는 자재천 광명
이 광명도 그와 같이 어둠을 멸해.
이 지에 머물러선 삼계왕 되어
삼승의 모든 법문 연설도 하고
잠깐 동안 한량없는 삼매 얻으며
부처님을 뵈옴도 이와 같더라.
이 지 공덕 지금 대강 말했거니와
전부를 말하자면 끝이 없나니
이런 지(地)는 부처님의 지혜 가운데
열 가지 산왕처럼 우뚝 솟으니,
초지의 모든 예술 끝이 없어서
설산에 여러 약초 모이듯하고
이지의 계율 다문 향산과 같고
삼지는 비다산에 묘한 꽃 피듯,
염혜지는 도(道)의 보배 다함이 없어
신선산에 어진 이들 머문 것 같고
오지의 자재 신통 유간산 같고
육지는 마이산에 과일 많은 듯,
칠지의 큰 지혜는 니민다라산
팔지의 자재함은 작갈라 같고
구지는 계도산에 걸림없듯이
십지는 수미처럼 모든 덕 구족,
초지는 서원이요 이지는 계율
삼지는 공덕이요 사지는 정진
오지는 미묘하고 육지는 깊고
칠지는 넓은 지혜 팔지는 장엄,
구지에는 미묘한 뜻을 헤아려
세간의 모든 길을 뛰어났으며
십지에선 부처님의 법을 받아서
이러한 수행 바다 마를 줄 몰라,
열 가지 행 뛰어나니 초지는 발심
계율은 제이지요 선정은 삼지
깨끗한 행 제사지요 오지는 성취
십이인연 육지요 꿰는 건 칠지
제팔은 금강 당기 위에 두는 듯
구지는 빽빽한 숲 관찰하는 것
십지의 관정(灌頂)위는 왕의 뜻 따라
이렇게 공덕 보배 점점 깨끗해,
시방 국토 부수어 티끌된 것은
한 생각에 그 수효 알 수도 있고
털 끝으로 허공 재어 안다 하여도
이 공덕은 억겁 동안 말로 못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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