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타작(打麥行)-정약용
新篘濁酒如湩白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大碗麥飯高一尺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飯罷取耞登場立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飜日赤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呼邪作聲擧趾齊 옹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須臾麥穗都狼藉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사방에 가득하네
雜歌互答聲轉高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但見屋角紛飛麥 보이느니 지붕까지 날으는 보리 티끌
觀其氣色樂莫樂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了不以心爲形役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樂園樂郊不遠有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何苦去作風塵客 무엇 하러 고향 떠나 벼슬길에 헤매리오
[해제]
이 작품은 보리타작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통해 과거 벼슬을 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는 한시이다. 농민들의 일상과 관련된 시
어를 사용하여 보리타작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농민들의 건강한 삶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후기 진
보적인 지식인의 생각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주제]
농민들의 건강한 삶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구성]
•1~4행(기): 보리타작하는 농민들의 건강한 모습
•5~8행(승): 보리타작이 진행되는 마당의 전경
•9~10행(전):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된 노동의 기쁨
•11~12행(결): 벼슬을 했던 과거의 삶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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