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제75~77권 우전국삼장(于國三藏) 실차난타(實叉難陀)한역 이운허 번역 옮김
39. 입법계품(入法界品) [16]
2) 가지 법회 ⑮
(41) 석가녀(釋迦女) 구파(瞿波)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가비라성(迦毗羅城)을 향하면서 태어나는 해탈을 생각하고 닦아 더 늘게 하며 광대하게 하여 기억하고 버리지 아니하며, 점점 행하여 보살들이 모여 있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범한 강당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신이 있으니 이름이 근심 없는 덕이었고, 궁전을 맡은 1만 신들과 함께 와서 선재동자를 맞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시도다. 장부여, 큰 지혜가 있고 큰 용맹이 있어 보살의 부사의하고 자재한 해탈을 닦으며, 마음에는 광대한 서원을 항상 버리지 않고, 법의 경계를 잘 관찰하며, 법의 성에 편안히 있으면서 한량없는 방편문에 들어가 여래의 큰 공덕 바다를 성취하였고, 묘한 변재를 얻어 중생들을 잘 조복하며, 거룩한 지혜의 몸을 얻어 항상 따라 수행하고,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이 차별함을 알아 그들이 기뻐서 부처님 도로 나아가게 하나이다.
내가 보건대 당신은 묘한 행을 닦는 마음이 잠깐도 게으르지 않으며, 동작하는 위의가 모두 청정하니, 당신은 오래지 않아서 여래의 청정하게 장엄한 위없는 삼업(三業)을 얻을 것이며, 여러 가지 잘생긴 모습으로 몸을 장엄하고, 십력(十力)의 지혜로 마음을 훌륭하게 장식하여 모든 세간에 다니리이다.
또 보니 당신은 용맹하게 정진함이 비길 데 없으니, 오래지 않아서 삼세의 부처님들을 보고 그의 법을 들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모든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의 낙을 얻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여러 부처님 여래의 깊은 해탈에 들어갈 것이외다.
왜냐 하면 선지식을 보면 친근하게 공양하며 그의 가르침을 받고는 기억하고 닦아 행하며, 게으르지 않고 물러가지 않고 근심이 없고 뉘우침이 없고 장애가 없으며, 마(魔)와 마의 백성들이 저해하지 못하며, 오래지 않아 위없는 과를 이를 연고외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지금 말씀하신 것을 내가 모두 얻으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들이 번뇌를 쉬며 나쁜 업을 여의고, 안락한 곳에 나서 깨끗한 행을 닦기로 내가 원하옵나니,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이 번뇌를 일으키고 나쁜 업을 지어 악취(惡趣)에 떨어져서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살이 보면 걱정하고 괴로운 마음을 내는 것이외다.
거룩하신 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지극히 사랑하는 외아들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아들의 몸을 할퀴고 찢는 것을 보면 아픈 가슴을 참을 수 없습니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번뇌로 업을 짓고 삼악취(三惡趣)에 떨어져 모든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며, 만일 중생들이 몸과 말과 뜻으로 세 가지 착한 업을 짓고 천상이나 인간에 나서 쾌락을 받는 것을 보면 보살이 매우 즐거워할 것이외다.
그 까닭을 말하면, 보살은 자기를 위하여서 온갖 지혜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는 일과 모든 욕락을 탐하지 않으며 뒤바뀐 생각과 뒤바뀐 소견과 뒤바뀐 마음과, 얽매임과, 따라다니며 잠자게 하는[隨眠] 것과, 애착하고[愛] 억측하는[見] 힘을 따라 옮겨지지 않으며, 중생들의 여러 가지 즐기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여러 선정의 즐거움에 맛들이지도 않고, 장애가 되거나 고달프거나 물러가서 생사에 머물지도 아니하나이다.
다만 중생들이 모든 존재[有]에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을 보고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큰 서원의 힘으로 두루 거두어 주며, 자비와 서원의 힘으로 보살의 행을 닦나니,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하여, 여래의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모든 넓고 큰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욕락과 그의 몸과 마음으로 행하는 일을 깨끗이 다스리기 위하여, 나고 죽는 속에서 고달픈 줄을 모르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에게 장엄이 되나니 인간과 천상에서 부귀의 낙(樂)을 내게 하는 연고며, 부모가 되나니 그를 위하여 보리심을 잘 정돈하는 연고며, 양육함이 되나니 그의 보살의 도를 성취케 하는 연고며, 호위함이 되나니, 삼악도(三惡道)를 여의게 하는 연고며, 뱃사공이 되나니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는 연고며, 의지할 데가 되나니 마와 번뇌의 공포를 버리게 하는 연고며, 끝단 데가 되나니 서늘한 낙(樂)을 영원히 얻게 하는 연고며, 나루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바다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이나이다. 길잡이가 되나니 온갖 법 보배가 있는 섬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묘한 꽃이 되나니 부처들의 공덕의 마음을 피게 하는 연고며, 장엄거리가 되나니 복덕과 지혜의 빛을 놓는 연고며, 좋아할 것이 되나니 무릇 하는 일이 모두 단정한 연고며, 존경할 만하니 모든 나쁜 업을 멀리 여의는 연고며, 보현보살이 되나니 단정하고 엄숙한 몸을 갖춘 연고며, 크게 밝음이 되나니 항상 지혜의 깨끗한 광명을 놓는 연고며, 큰 구름이 되나니 모든 감로의 법을 비내리는 연
고이나이다.거룩한 이여, 보살이 이렇게 수행할 때에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사랑하고 좋아하여 법의 즐거움을 구족케 하나이다.”
이 때 선재동자가 법당에 오르려 하매, 근심 없는 덕과 여러 신들이 천상의 것보다 더 좋은 화만·바르는 향·가루향과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 선재에게 흩으며 게송을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세간을 뛰어나
세상의 큰 등불 되고
모든 중생을 두루 위하여
위없는 깨달음 부지런히 구하니
한량없는 억천 겁에
당신을 뵈올 수 없어
공덕의 햇빛 하늘에 떠서
세간의 어둠 없애고
당신은 모든 중생들이
번뇌에 덮임을 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스승 없는 도를 증득하려고
당신은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보리 구하여
선지식 받들어 섬기며
몸과 목숨 아끼지 않아.
당신은 모든 세간에
의지도 없고 애착도 없고
넓은 마음 걸림없이
깨끗하기 허공 같으며
당신은 보리의 행을 닦아
공덕이 모두 원만하고
큰 지혜의 광명 놓아
모든 세간 널리 비추며
당신은 세간을 떠나지 않고
세간에 집착하지도 않아
걸림없이 세간에 다니기
바람이 허공에 다니는 듯
마치 화재가 일어날 적에
무엇으로도 끌 수 없듯이
당신이 보리를 닦는
정진의 불 그와 같네.
용맹하고 크게 정진함
견고하여 동할 수 없으며
금강 같은 지혜의 사자
어디 다녀도 두려움 없듯
모든 법계에 있는
여러 세계 바다에
당신이 모두 나아가
선지식을 친근히 모시네.
그 때 근심 없는 덕 신[無憂德神]이 이 게송을 말하고 법을 좋아하는 연고로 선재동자를 따라다니며 항상 떠나지 않았다.
이 때 선재동자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명한 강당에 들어가 석씨녀(釋氏女)를 두루 찾다가, 강당 안에서 보배연꽃 사자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팔만 사천의 시녀[采女]들이 둘러 모시었는데, 그 시녀들도 모두 왕의 가문에서 났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으며 선근을 함께 심고 보시와 좋은 말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이미 온갖 지혜의 경계를 분명히 보았고, 부처님의 보리의 행을 함께 닦았으며, 바른 선정에 항상 머물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데 항상 노닐며,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기를 외아들같이 하고, 인자한 마음을 갖추고 권속이 청정하였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교묘한 방편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하며, 보살의 모든 바라밀을 구족하고 모든 집착을 여의어 생사를 좋아하지 않으며, 비록 번뇌와 업이 있는 데 다니어도 마음은 항상 청정하며, 온갖 지혜의 도를 항상 관찰하여 장애의 그물을 떠나 집착하는 데서 뛰어났으며, 법의 몸으로부터 나툰 몸[化形]을 보이며, 보현의 행을 내고 보살의 힘을 자라게 하며, 지혜의 해와 슬기의 등불이 이미 원만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석녀(釋女) 구파(瞿波)에게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해야 생사 중에서 생사의 걱정에 물들지 않으며, 법의 성품을 깨달아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머물지 않으며, 부처의 법을 구족하고도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지위에 있으면서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며, 세간에서 초월하고도 세간에 태어나며, 법의 몸을 성취하고도 그지없는 여러 가지 육신을 나타내며, 형상 없는 법을 증득하고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형상을 나타내며, 법은 말할 것 없음을 알고도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며, 중생이 공한 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버리지 않으며, 부처님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알면서도 부지런히 공양하고 물러가지 않으며, 모든 법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음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착한 행을 닦아 항상 쉬지 않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그 때 구파녀(瞿波女)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보살마하살의 이와 같이 행하는 법을 묻는구나. 보현의 모든 행과 원을 닦는 이라야 능히 이렇게 묻느니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들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리라.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선지식을 의지하는 연고며, 광대하고 훌륭한 이해를 얻는 연고며, 청정한 욕망을 얻는 연고며, 온갖 복과 지혜를 모으는 연고며, 여러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는 연고며, 마음에 항상 삼세 부처님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모든 보살의 행과 같은 연고며, 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는 연고며, 큰 자비와 묘한 서원이 다 청정한 연고며, 지혜의 힘으로 모든 생사를 모두 끊는 연고니, 이것이 열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이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의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느니라.
불자여,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친근하면 정진하고 물러가지 아니하여 다함이 없는 부처의 법을 닦아서 내느니라.
불자여, 보살은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자기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세상의 즐거워하는 도구를 탐내어 구하지 않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평등한 줄을 알며, 모든 지혜와 서원을 영원히 퇴타하여 버리지 않으며, 모든 법계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며, 마음에는 모든 존재의 바다를 항상 떠나며, 법이 공함을 알고 마음에 의지함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큰 원을 성취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항상 나타내며,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 바퀴를 깨끗이 닦는 것이니라.
불자여, 마땅히 이 법으로 모든 선지식을 섬기고 어기지 말라.”
그 때 석가(釋迦) 구파녀(瞿波女)는 이 뜻을 거듭 펴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보살이 모든 중생 이익하려고
바른 생각 선지식을 친히 섬기며
부처같이 공경하고 게으름 없어
이 행은 이 세상의 인다라 그물
좋은 이해[勝解] 넓고 크기 허공 같아서
이 가운데 삼세가 모두 들었고
국토·중생·부처님도 그러하나니
이것은 넓은 지혜 광명행이며
즐거운 맘 허공같이 끝단 데 없고
번뇌는 아주 끊고 때를 여의고
모든 부처 계신 데서 공덕 닦으니
이 행은 이 세상의 몸 구름의 행
보살이 온갖 지혜 닦아 익히고
헤아릴 수가 없는 공덕 바다에
모든 복덕 지혜의 몸 깨끗이 하니
이 세상에 물들지 아니하는 행
모든 세계 부처님 여래에게서
그 법문 들어 받기 싫은 줄 몰라
실상의 지혜 등불 능히 내나니
이 행은 이 세상의 두루 비춘 행
시방의 부처님들 한량이 없어
한 생각에 모든 것에 다 들어가며
마음에는 여래를 버리지 않나니
보리를 향해 가는 큰 서원의 행
부처님의 여러 대중 모인 회상과
수없는 보살들의 삼매 바다와
서원 바다·방편 바다 다 들어가니
이 행은 이 세상의 인다라 그물
모든 부처님들의 가피를 입어
그지없이 오는 세월 끝날 때까지
간 데마다 보현의 도 닦아 행하니
이것은 보살들의 몸 나투는 행
중생들의 많은 고통 받음을 보고
대자대비한 맘으로 세간에 나서
법의 광명 연설하여 어둠 없애니
이런 것은 보살의 지혜 해의 행
중생들 여러 길에 있음을 보고
그지없는 묘한 법륜 위해 모아서
그들의 생사 흐름 끊게 하나니
이것은 보현행을 수행하는 것
보살이 이 방편을 닦아 행하고
중생의 마음 따라 몸을 나투어
모든 세계 좋고 나쁜 여러 길에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오며
대자대비 여러 가지 방편으로써
세간에 두루하게 몸을 나투고
중생들의 욕망 따라 법을 말하여
모두들 보리도로 향하게 하네.
이 때 석가녀 구파(瞿波)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성취하였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구파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해탈문에 들고는,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여러 길[趣]에서 헤매면서,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일과, 선을 짓고 악을 지어 모든 과보를 받는 일과, 벗어나기를 구하는 이와 구하지 않는 이와, 바로 결정된 것·잘못 결정된 것·결정되지 못한 것과, 번뇌 있는 선근·번뇌 없는 선근과, 구족한 선근·구족하지 못한 선근과, 착하지 못한 뿌리에 잡히는 선근과, 선근에 잡히는 착하지 못한 뿌리와, 이렇게 모은 선한 법·선하지 못한 법을 내가 다 알고 보노라.
또 저 겁 동안에 계시던 부처님의 이름과 차례를 내가 다 알고, 그 부처님 세존께서 처음 발심하던 것과 방편으로 온갖 지혜를 구하던 것과, 여러 가지 큰 서원 바다를 내고 부처님들께 공양하며, 보살의 행을 닦으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큰 신통을 나투어 중생들을 제도하던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들의 대중이 제각기 다를 것을 알며, 그 모인 가운데 중생들이 성문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성문 대중이 과거에 모든 선근을 닦던 일과 그들이 얻은 여러 가지 지혜를 내가 다 아노라.
어떤 중생은 독각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독각들의 가진 선근과 얻은 보리와 고요하게 해탈하고 신통 변화로 중생을 성숙하며 열반에 드는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의 보살 대중과 그 보살들이 처음 발심하여 선근을 닦아 익히고, 한량없는 원과 행을 내고 모든 바라밀을 만족하게 성취하고, 가지가지로 보살의 도를 장엄하는 것을 아노라.
자유자재한 힘으로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보살의 지위에 머물고, 보살의 지위를 관찰하고 보살의 지위를 깨끗이 함과, 보살 지위의 모양·보살 지위의 지혜·보살에 소속한 지혜·보살이 중생을 교화하는 지혜·보살이 세워 놓는 지혜·보살의 광대한 행의 경계·보살의 신통·보살의 삼매 바다·보살의 방편과 보살이 잠깐 동안에 들어가는 삼매 바다·얻은 온갖 지혜의 광명·얻은 온갖 지혜의 번개빛 구름·얻은 실상의 법 지혜·통달한 온갖 지혜·머무는 세계 바다·들어 간 법 바다·아는 중생 바다·머무는 방편·내는 서원·나투는 신통을 내가 다 아노라.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날 때까지의 겁 바다가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함을 내가 다 아노라.
이 사바세계를 아는 것처럼, 사바세계 안에 있는 티끌수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 안에 있는 온갖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밖으로 시방에 새가 없이[無間]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세계종(世界種)에 소속한 세계도 알고, 또 비로자나 세존의 화장세계해 가운데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종에 소속한 세계들도 아노라.
이른바 세계의 넓기·세계의 정돈됨·세계의 바퀴·세계의 도량·세계의 차별·세계의 옮김·세계의 연화·세계의 수미산·세계의 이름과, 이 세계해의 끝까지 모든 세계가 비로자나 세존의 본래의 원력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내가 다 알고 능히 기억하노라.
또 여래께서 옛날에 있었던 바다도 기억하노니, 이른바 모든 승(乘)의 방편을 닦아 모으며, 한량없는 겁 동안에 보살의 행에 머물렀으며,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교화하며, 부처님을 받자와 섬기고 있을 곳을 마련했으며, 법문 말씀함을 듣고 삼매를 얻어 자재하여지며, 단(檀)바라밀을 닦아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며, 계율을 지니고 고행하며, 여러 가지 참음을 갖추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원만하며, 여러 곳에 일부러 태어나며, 보현의 행과 원을 모두 청정히 하며, 여러 세계에 두루 들어가서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널리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두루 거두어 가지는 것이다. 또 여래의 큰 지혜의 광명을 얻고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품을 증득하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과, 그 대중 가운데 중생들이 옛적부터 심은 선근과 처음 발심할 적부터 중생을 성숙하며, 수행하는 방편이 잠깐잠깐마다 증장하여 여러 삼매와 신통과 해탈을 얻은 따위의 모든 일을 내가 분명히 아노라.
왜냐 하면 나의 이 해탈은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동과 모든 중생의 닦아 행한 선근과 모든 중생의 물들고 청정함과 모든 중생의 갖가지 차별을 능히 알며, 모든 성문의 여러 삼매문과 모든 연각의 고요한 삼매·신통·해탈과 모든 보살·모든 여래의 해탈과 광명을 모두 분명히 아는 연고니라.”
선재동자는 구파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난 옛적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썩 좋은 행[勝行]이요, 세계의 이름은 두려움 없음[無畏]이며, 그 세계에 안은(安隱)이란 사천하가 있고, 그 사천하의 염부제에 서울이 있으니 이름이 가장 좋은 나무[高勝樹]인데, 80개의 서울 중에 가장 첫째이며, 그 나라의 임금은 재물 주인[財主]이니라. 그 왕에게 6만 시녀와 5백 대신과 5백 왕자가 있는데, 그 왕자들이 모두 용맹하고 건장하여 대적을 항복 받았느니라.
그 왕의 태자는 이름이 위덕주(威德主)이니, 단정하고 특출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며, 발바닥은 판판하며 수레바퀴 모양이 구족하고, 발등은 불룩하고, 손과 발가락 사이에는 그물 같은 막이 있고, 발꿈치는 가지런하고 손발이 보드랍고, 이니야(伊尼耶) 사슴의 장딴지 같고, 일곱 군데가 원만하고, 남근(男根)은 으슥하게 숨어 있고, 몸의 윗부분은 사자왕 같고, 두 어깨는 평평하고, 두 팔은 통통하며 길고, 몸이 곧고, 목에 세 줄 무늬가 있고, 치 아는 40개인데 가지런하며 빽빽하고, 어금니 4개가 유난이 희고, 혀가 길고 넓고, 범천의 음성을 내고, 눈이 검푸르고 속눈썹이 소와 같고, 미간에는 흰 털이 있고, 정수리에는 살상투[肉髻]가 있고, 살결은 보드랍고 연하여 진금빛이요, 몸에 솜털이 위로 쓸리고, 머리카락이 제청(帝靑) 구슬빛 같고, 몸이 원만하기가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았다.
그 때 태자는 부왕의 명령을 받고 십천 시녀와 함께 향아원(香芽園)에 가서 구경하며 즐겼다. 태자는 이 때 보배 수레를 탔는데, 수레에는 여러 가지 장엄을 갖추었고, 큰 마니 사자좌를 놓고 그 위에 앉았으며, 5백 시녀는 보배 줄을 잡고 수레를 끌고 가는데, 나아가고 멈춤이 법도가 있어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았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일산을 받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당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번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풍악을 잡히고 백 천만 사람은 유명한 향을 사르고, 백천만 사람은 아름다운 꽃을 흩으며 앞뒤로 호위하고 따라갔다.
길은 평탄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고, 여러 가지 보배 꽃을 위에 깔았으며, 보배 나무는 줄을 짓고 보배 그물이 가득히 덮였으며, 여러 가지 누각이 그 사이에 뻗었는데, 그 누각에는 갖가지 보물을 쌓아 두기도 하고 모든 장엄거리를 벌여 놓기도 하고 갖가지 음식을 베풀기도 하고 갖가지 의복을 걸어 놓기도 하였으며,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품을 저축하며, 얌전한 여인들과 많은 하인들을 있게도 하고서 요구하는 대로 보시하였다.
그 때 잘 나타나는 여인에게 처녀 딸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춘 이[具足妙德]이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모습이 점잖으며, 몸과 키가 알맞고 눈과 머리카락이 검푸르며, 소리는 범천의 음성 같고 모든 기술을 통달하고 변론에 능하며,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고 인자하고 사랑하여 남을 해롭게 하지 않으며, 예모를 잘 알고 온화하고 질직하며, 어리석지 않고 탐욕이 없으며, 아첨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는데, 보배 수레를 타고 시녀들께 호위되어 어머니와 더불어 서울에서 나와 태자보다 앞서서 가다가 태자의 음성과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마음이 나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저 사람을 섬기고자 합니다. 만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살이라도 하겠나이다.”
어머니가 말하였다.hl2tci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이 일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저 태자는 전륜왕의 거룩한 모습을 구족하였으니 후일에 왕의 대를 이어 전륜왕이 되며, 보녀(寶女)가 생겨서 허공으로 자재하게 다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미천하여 그의 배필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일은 가망이 없으니,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그 때 향아원 옆에 법구름 광명이란 도량이 있었고, 그 도량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승일신(勝日身)이요, 십호(十號)가 구족하였으며, 세상에 나신 지 이레가 되었다. 그 때 처녀가 잠깐 졸다가 꿈에 그 부처님을 뵈옵고 깨어나니, 공중에서 천인이 말하였다.
“승일신여래께서 법구름 광명 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이레가 되었는데, 보살 대중이 앞뒤에 둘러 모시었고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범천과 내지 색구경천과, 지신·풍신·불 맡은 신·물 맡은 신·강 맡은 신·바다 맡은 신·산 맡은 신·나무 맡은 신·동산 맡은 신·약 맡은 신·땅 맡은 신들이 부처님을 뵈오려 모여왔다.”
이 때 묘한 덕 갖춘 처녀는 꿈에 여래를 뵙기도 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들었던 연고로 마음이 편안하고 두려움이 없어서 태자의 앞에서 게송을 말하였다.
내 몸은 가장 단정해
소문이 시방에 퍼지고
지혜는 짝할 이 없으며
모든 기술을 모두 잘 알아
한량없는 백천 무리들
나를 보고 욕심 내지만
나는 그들에게
조금도 애욕이 없어
성내지도 원망하지도 않으며
싫어하지도 기뻐하지도 않고
광대한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익하려네.
내가 지금 태자를 보니
모든 공덕의 모습 갖추고
마음은 기쁘고 경행하며
여러 감관이 모두 화평해
살갗은 빛난 보배 같고
고운 머리카락 오른쪽으로 돌고
넓은 이마에 눈썹 가늘어
나는 당신을 섬기려 하오.
태자의 몸을 보니
순금으로 부은 동상 같고
큰 보배 산과도 같고
거룩한 모습 맑고 빛나며
눈은 길고 검푸른 빛
얼굴은 보름달, 사자의 뺨
화평한 면모, 고운 음성
나의 소원 받아 주소서.
넓고 길고 아름다운 혀
붉은 구릿빛 같고
범천의 음성, 긴나라 목소리
듣는 이 모두 즐거워하며
입은 방정해 들리지[蹇縮] 않고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말하거나 웃을 적에는
보는 이가 즐거워하며
때 없고 깨끗한 몸
삼십이 거룩한 모습
당신은 반드시 이 세계에서
전륜왕이 되오리다.
태자는 그 처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누구의 딸이며, 누구의 보호를 받는가? 만일 허락한 데가 있다면 나는 사랑하는 마음을 낼 수가 없소.”
그 때 태자는 게송으로 물었다.
그대의 몸 매우 청정하고
공덕의 모습 갖추었네.
내 지금 묻노니
그대는 어디 있으며
부모는 누구고
누구에게 매여 있는가.
이미 매인 데 있으면
그 사람이 너를 지배하리라.
그대는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가.
남을 해치려는 마음 없는가.
삿된 음행 하지 않는가.
어떤 말을 의지해 머무는가.
남의 나쁜 일을 말하지 않는가.
남의 친한 이를 헐뜯지 않는가.
다른 이의 경계를 침노하지 않는가.
남에게 성내지 않는가.
잘못된 소견을 내지 않는가.
어그러지는 업을 짓지 않는가.
아첨하거나 잘못된 힘과
방편으로 세상을 속이지 않는가.
부모를 존중하는가.
선지식을 공경하는가.
가난하고 곤궁한 이에게
거두어 줄 생각을 내는가.
만일 선지식이
법을 말하여 주면
견고한 마음을 내어
끝까지 존중하겠는가.
부처님을 사랑하는가.
보살을 잘 아는가.
스님들의 공덕 바다를
능히 공경하겠는가.
법을 능히 아는가.
중생을 청정케 할 수 있는가.
법에서 살겠는가.
법 아닌 데서 살겠는가.
외로운 이들을 보면
인자한 마음을 내겠는가.
나쁜 길에 있는 중생에게
가엾은 마음을 낼 수 있는가.
다른 이의 잘 되는 것을 보고
환희한 마음을 내겠는가.
누가 당신을 핍박하여도
성을 내지 않겠는가.
그대는 보리심을 내어
중생을 깨우쳐 주겠는가.
끝없는 세월에 수행하여도
게으른 생각이 없겠는가.
그 때 처녀의 어머니가 태자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태자여, 들으소서.
이 딸이 처음 나던 일과
자라던 모든 인연을
이제 말하오리다.
태자께서 처음 나던 날
이 애가 연꽃에서 났는데
눈은 깨끗하고 길고
사지가 모두 구족하였소.
나는 어느 봄철에
사라 나무 동산에 구경 갔더니
여러 가지 약풀은
갖가지로 무성하였고
이상한 나무에 핀 꽃
바라보매 좋은 구름과 같고
아름다운 새 화답하는 노래
숲 속에서 즐거워하고
함께 나갔던 8백 아가씨들
단정하기 사람 홀리며
입은 의복 화려하고
노래도 아름다워.
그 동산에 못이 있어
이름을 연꽃 당기[蓮華幢]
나는 시녀들께 둘러싸여
연못가에 앉았소.
그 연못 속에는
천 잎 연화가 났는데
보배잎, 유리로 된 줄기
염부단금 꽃받침 되고
그날 밤 지새고
햇볕이 처음 올라와
연꽃이 활짝 피어
청정한 광명 놓으니
그 광명 매우 찬란해
해가 처음 떠오르는 듯
염부제에 두루 비추니
모두들 희한하다고
막 이 때 옥 같은 딸
그 연꽃 속에 태어나는데
몸은 한없이 청정하고
팔다리 모두 원만해
이것은 인간의 보배
깨끗한 업으로 나는 것
전세의 인으로 고스란히
이 과보를 받았소.
검은 머리칼, 청련화 같은 눈
범천의 음성, 금빛 광명
화만과 보배의 상투
깨끗하여 때가 없고
팔다리 모두 완전하고
몸은 아무 흠도 없이
마치 순금으로 된 불상
보배 꽃 속에 의젓이 앉은 듯
털구멍에서 나오는 전단 향기
모든 것에 풍기고
입에서 연꽃 향기 나며
범천의 음성을 내나니
이 처녀 있는 곳에는
항상 하늘풍류 잡히니
용렬한 인간으로는
이런 이를 짝할 수 없어
이 세상에 어느 사람도
아가씨의 남편될 이 없고
오직 당신만이 훌륭하오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키가 크지도 짧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훌쭉하지도 않고
모든 것이 모두 단정하오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글이나 글씨나 셈하는 법이나
여러 가지 기술과 학문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나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여러 가지 무예도 잘 알고
어려운 소송도 판결 잘하고
화해하기 어려운 일 화해하나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몸이 매우 청결하여
보는 이 만족한 줄 모르며
공덕으로 꾸미었으니
당신이여, 받아 주소서.
중생들에게 있는 병환
그 원인 잘 알고
병에 알맞게 약을 주어
모든 병 능히 없애며
염부제의 여러 가지 말
차별도 한량없으며
음악의 소리까지
통달하지 못하는 것 없고
여자들이 하는 일
이 애가 모두 다 알지만
여자의 병통이 없으니
당신은 빨리 받아 주소서.
질투도 모르고 간탐도 없고
욕심도 없고 성내지도 않아
성품이 곧고 부드러워
거칠고 나쁜 짓 모두 여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
받들어 섬기고 거역하지 않으며
착한 행실 잘 닦나니
당신의 뜻을 순종하리다.
늙고 병든 이·가난한 이와
곤란에 빠져서 구원할 이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이 보면
항상 가엾은 마음을 내며
제일가는 이치[第一義] 늘 관찰하고
자기의 이익은 구하지 않으며
중생만 이익하려고
마음을 장엄했으며
가고 서고 앉고 눕고
모든 일에 방일치 않아
말하거나 잠잠하거나
보는 이들 기뻐하며
어떠한 곳에나
물들고 집착하지 않지만
공덕 있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서 싫은 줄 몰라
선지식을 존경하고
악을 여읜 이 좋아하며
마음이 조급하지 않아
생각한 뒤에 일을 처리해
복과 지혜로 장엄하였고
모든 것에 원한이 없어
여인 중에는 최상이오니
태자님 섬기기 마땅합니다.
이 때 태자는 향아원에 들어가서 묘한 덕을 갖춘 아가씨와 잘 나타나는 여인에게 말하였다.
“착한 여인들이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터이므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를 돕는 법을 모으며, 그지없는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바라밀을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에게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호해 가지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모든 여래의 성품을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중생의 성품을 따라 성숙케 하며, 모든 중생의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어 끝까지 안락한 곳에 두며, 모든 중생의 지혜의 눈을 깨끗이 다스리며, 모든 보살의 닦는 행을 익힐 것이며, 모든 보살의 평등한 마음에 머무르며, 모든 보살의 행할 지위를 성취하며, 모든 중생을 두루 기쁘게 하며, 모든 것을 모두 버려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단(檀)바라밀을 행하여 모든 중생을 만족케 하며, 의복·음식·처·첩·아들·딸·머리·눈·손·발 따위의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모두 보시하고 아끼는 것이 없을 것이오. 이러하는 때에 그대가 나의 일을 장애하고 재물을 보시할 때 아까워하고, 아들·딸을 보시할 때에 가슴이 아프고, 온몸을 찢을 때에 마음으로 걱정하고, 그대를 버리고 출가할 때에 그대들은 뉘우칠 것이오.”
이 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이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을 가엾이 여김으로써
나는 보리심을 내었으니
마땅히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 닦아 익히리.
한량없는 많은 겁 동안
모든 원력 바다 깨끗이 닦고
지상(地上)에 들고 업장 다스림
또 한량없는 겁 지내고
삼세 부처님들에게
육바라밀을 배우고
방편의 행 구족하여
보리의 도를 성취했으며
시방의 더러운 세계
내가 다 깨끗이 장엄
모든 나쁜 길의 환난에서
영원히 뛰어나게 하오리.
나는 장차 방편으로
많은 중생 다 제도하여
어리석은 어둠 없애고
부처님의 지혜에 머물게 하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옵고
여러 지위를 깨끗이 하며
큰 자비심 일으키어
안팎의 물건 모두 버리리.
와서 달라는 이 네가 보거든
인색한 마음 행여 내리라.
나는 항상 보시하기 좋아하니
그대 내 뜻을 어기지 말라.
내 머리를 보시하는 것 보고
삼가 걱정하지 말 것이
내 지금 그대에게 말하여
그대의 마음 견고케 하며
내가 손과 발을 끊더라고
그대는 구걸하는 이 미워하지 말라.
그대여, 내 말 듣고
마땅히 잘 생각하여라.
아들과 딸, 사랑하는 물건
모든 것 다 버릴 터이니
그대 내 마음 따른다면
나도 그대의 뜻 이루어 주리.
그 때 아가씨는 태자에게 “말씀한 대로 받자오리다”라고 여쭙고 게송을 말하였다.
한량없는 겁 바다에서
지옥 불이 몸을 태우더라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한량없이 태어나는 곳
티끌같이 몸을 부숴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한량없는 겁 동안에
크나큰 금강산 이고 다녀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한량없는 생사 바다에
나의 몸과 살 보시하여도
당신이 법의 왕 되시는 곳
나도 그렇게 하여 주소서.
만일 나를 받아들여
나의 님 되어 주신다면
세세 생생 보시하실 때
언제나 이 몸을 보시하시라.
중생의 괴로움 딱하게 여겨
보리심 내었을진댄
이미 중생들 거두어 주시니
이 몸도 응당 거두어 주시리.
나는 부귀도 바라지 않고
다섯 가지 욕락도 탐내지 않고
바른 법 함께 행하며
당신으로 나의 님 삼으오리.
검푸르고 길고 넓은 눈
인자하게 세간 살피고
물드는 마음 내지 않으니
반드시 보리를 이루오리.
태자의 가시는 곳엔
땅에서 연꽃이 솟아
반드시 전륜왕 되시리니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소서.
내가 언제 꿈을 꾸는데
이 묘한 법 보리 도량에
나무 아래 앉으신 여래를
많은 대중이 둘러 모셨고
나는 또 금산과 같으신
부처님께서 나의 머리를
만져 주시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니 마음이 기뻤소.
지난 옛날에 권속 하늘로
기쁜광명이란 신이 있는데
그 하늘이 내게 말하되
도량에 부처님 나셨다고.
나는 일찍이 생각 내기를
태자의 몸 보기를 원하였는데
그 하늘이 내게 알려주되
너는 지금 보리라고.
지난 옛적에 가졌던 소원
지금 모두 이루었으니
바라건대 함께 가서
저 부처님 공양합시다.
그 때 태자는 승일신(勝日身)여래의 이름을 듣고, 매우 기뻐서 부처님 뵈오려고, 그 아가씨에게 5백 마니보배를 흩고, 묘하게 갈문[妙藏] 광명관을 씌우고, 불꽃마니 옷을 입히었다.
그 아가씨는 그 때에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고 기쁜 내색도 없이, 다만 합장하고 공경하여 태자를 우러러보면서 잠깐도 한눈 팔지 않았다.
잘 나타나는 어머니는 태자의 앞에서 게송을 말하였다.
이 딸은 매우 단정해
공덕으로 몸을 장엄하고서
예전부터 태자를 섬기려 하더니
이제 소원을 이루었소.
계행을 지니고 지혜 있어
모든 공덕 갖추었으며
넓고 넓은 이 세상에
가장 훌륭해 짝할 이 없네.
이 아기 연꽃에서 나
가문이 나무랄 것 없고
태자와 행과 업 같아
모든 허물 멀리 여의고
이 아기 살갗 보드랍기
하늘의 비단솜 같으니
손으로 한번 만지면
모든 병 소멸합니다.
털구멍에서 나오는 향기
아름답기 비길 데 없어
중생이 맡기만 하면
청정한 계율에 머물게 되고
몸은 금빛과 같아
연꽃좌대에 앉은 모양
중생이 보기만 하면
해칠 뜻 없고 인자하여져
음성이 하도 부드러워
듣는 이 모두 기뻐하나니
중생이 듣기만 하면
여러 가지 나쁜 법 여의게 되네.
마음은 깨끗하여 티가 없으며
아첨과 굽은 일 여의었나니
마음에 맞추어 내는 말이라
듣는 이 모두 즐거워하며
화평하고 부드럽고 체면을 차려
높은 어른 공경하고
탐욕도 없고 속이지 않으며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네.
이 아가씨 얼굴이나
권속을 의뢰하지 않고
다만 청정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을 공경합니다.
이 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씨와 십천 시녀와 그 권속들과 함께 향아원에서 나와 법 구름 광명도량으로 향하였다. 도량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부처님을 뵈오니, 몸매가 단정하고 고요하며 여러 기관이 화순하고 안과 밖이 청정하며, 큰 용의 못과 같아서 흐린 때가 없으셨다. 깨끗한 신심을 내어 기뻐 뛰놀며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여러 바퀴를 돌았다.
그 때 태자와 묘한 덕 갖춘 아씨는 각각 5백의 보배 연꽃을 부처님께 흩어 공양하였고, 태자는 부처님을 위하여 5백 절을 지었는데, 모두 향 나무로 지었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5백의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꾸미었다.
이 때 부처님은 그들을 위하여 보안등문(普眼燈門)수다라를 말씀하셨고, 이 법문을 듣고는 모든 법 가운데서 삼매 바다를 얻었으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서원 바다를 두루 비추는 삼매·삼세 갈무리를 두루 비추는 삼매·모든 부처님 도량을 보는 삼매·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삼매·모든 세간을 두루 비추는 지혜 등불 삼매·모든 중생의 근성을 두루 비추는 지혜 등불 삼매·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광명 구름 삼매·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크게 밝은 등 삼매·모 든 부처님의 법륜을 연설하는 삼매·보현의 청정한 행을 구족한 삼매이었다.
이 때 묘한 덕 갖춘 아씨도 이기기 어려운 바다광 삼매를 얻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영원히 물러가지 않았다.
이 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씨와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궁중으로 돌아가서 부왕께 나아가 절하고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승일신(勝日身)여래께서 세상에 나셨는데, 이 나라 법구름 광명 보리 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오래지 않았나이다.”
그 때 대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그런 일은 누가 너에게 말하더냐? 하늘이냐, 사람이냐?”
태자는 여쭈었다.
“그것은 묘한 덕 갖춘 여인이 말하더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가난한 사람이 묻힌 갈무리를 얻은 듯,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위가 없는 보배여서 만나기 어려우니, 만일 부처님을 뵈오면 모든 나쁜 길의 공포를 끊을 것이다. 부처님은 의사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병을 다스리고 모든 생사의 고통을 구원할 것이다. 부처님은 길잡이와 같아서 중생들을 끝까지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작은 왕과 대신들과 권속들과 찰리(刹利)와 바라문들 모든 대중을 모아 놓고, 왕의 지위를 선위하여 태자에게 주면서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마치었다. 그리고 1만 사람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권속들과 함께 물러가지 않았다.
그 때 여래는 그 왕과 대중을 살펴보고, 미간의 흰 털로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모든 세간의 마음 등불이며,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비추며 모든 세간 밤 맡은 이의 앞에 머물러 여래의 부사의한 큰 신통을 나타내어 교화를 받을 여러 중생의 마음을 청정케 하였다.
이 때 여래께서 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몸을 나타내어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고, 원만한 음성으로 대중을 위하여 다라니를 말하니 이름이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이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다라니로 권속을 삼았다. 그 왕은 이것을 듣고 즉시에 큰 지혜 광명을 얻었고, 모인 가운데 있는 염부제 티끌 수 보살은 이 다라니를 함께 증득하고, 60만 나유타 사람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고, 십천 중생을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은 보리심을 내었다. 부처님이 또 부사의한 힘으로 신통 변화를 널리 나투고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서 삼승의 법을 말하여 중생을 제도하시었다.
이 때 그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집에 있었으면 이렇게 묘한 법을 증득하지 못하려니와, 만일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성취하게 되리라.”
그리고 부처님께 여쭙기를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워지이다” 하였다.
부처님은 “마음대로 하되 시기를 알아야 하느니라” 하였다.
이 때 재물 주인 왕은 십천 사람과 함께 그 부처님에게 한꺼번에 출가하였고, 오래지 않아서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 다라니를 성취하였으며, 또 위에 말한 삼매문들을 얻고, 또 보살의 열 가지 신통문(神通門)을 얻고, 또 보살의 그지없는 변재를 얻고, 또 보살의 걸림없이 깨끗한 몸을 얻었으며,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법문을 듣고 큰 법사가 되어 묘한 법을 연설하며, 또 신통한 힘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몸을 나타내고, 부처님의 나타나심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본래 행하시던 일을 말하며, 부처님의 본래 인연을 보이며, 여래의 자재하신 신통의 힘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말씀하신 교법을 보호하여 유지하였다.
그 때 태자는 보름 동안 궁전에 있는데, 시녀들이 둘러 호위하고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니, 하나는 바퀴 보배니 이름이 걸림없는 행이요, 둘은 코끼리 보배니 이름이 금강 몸이요, 셋은 말 보배니 이름이 빠른 바람이요, 넷은 구슬 보배니 이름이 햇빛광이요, 다섯은 여자 보배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춘 이요, 여섯은 재정 맡은 대신 보배니 이름이 큰 재물이요, 일곱은 군대 맡은 대신 보배니 이름이 때 여읜 눈이었다. 일곱 보배가 구족하고 전륜왕이 되어 염부제의 왕으로서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니 백성들이 쾌락하였다.
왕은 1천 아들이 있어 단정하고 용맹하여 원수를 항복 받았으며, 염부제에 80서울이 있고, 서울마다 5백 절이 있으며, 절마다 탑을 세웠는데, 높고 크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였고, 서울마다 여래를 청하여 부사의한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려 하며, 부처님이 서울에 들어갈 적에 신통한 힘을 나투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였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마음이 청정하여서 부처님을 보고 환희하며 보리심을 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며,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닦아 진실한 이치에 들어갔으며, 법의 성품에 머물러 법의 평등함을 알고 삼세 지혜를 얻어 삼세를 평등하게 관찰하며, 모든 부처님의 나시는 차례를 알고, 여러 가지 법을 말하여 중생을 거두어 주며, 보살의 서원을 내어 보살의 도에 들어가며, 여래의 법을 알아 법 바다를 성취하며, 몸을 널리 나타내어 모든 세 계에 두루하며,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을 알고, 그들로 하여금 온갖 지혜의 원을 내게 하였느니라.
불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 왕자로서 전륜왕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한 이는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이요, 재물주인 왕은 보화불(寶華佛)이니라.
그 보화불은 지금에 동방으로 세계해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서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법계 허공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구름이요, 그 가운데 세계 종이 있으니 이름이 삼세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이요, 그 세계 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원만한 광명이요, 그 가운데 한 도량이 있어서 이름이 모든 세간의 임금의 몸을 나타냄이니, 보화여래가 거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이 앞뒤에 둘러 있으며 법을 말씀하느니라. 보화여래가 옛적에 보살의 도를 닦을 때에 이 세계해를 깨끗이 하였으니, 이 세계해에서 과거·현재·미래의 부처님이 나시는 이는 다 보화여래께서 보살이 되었을 적에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 이들이니라.
그 때 아씨의 어머니인 잘 나타나는 이는 지금 나의 어머니 좋은 눈이시고, 그 왕의 권속들은 지금 여래에게 모인 대중이니, 모두 보현의 행을 닦아 큰 원을 성취하였으며, 비록 이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으나, 모든 세간에 두루 나타나서 항상 보살의 평등한 삼매에 머물러 있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뵈옵느니라.
모든 여래께서 허공과 평등한 음성 구름으로 법을 말씀하는 것을 다 들어 받으며, 모든 법에 자재함을 얻어 소문이 여러 부처님 국토에 퍼졌으며, 모든 도량에 나아가고 여러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마땅한 대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도를 닦아 사이가 트지 아니하고 보살의 광대한 서원을 성취하느니라.
불자여, 묘한 덕 갖춘 아씨와 위덕주(威德主) 전륜왕이 네 가지로 승일신여래께 공양한 이는 내 몸이었느니라.
그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그 세계에 60억 백천 나유타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것을 내가 왕과 더불어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그 첫 부처님은 이름이 청정신(淸淨身)이요,
다음 부처님은 일체지월광명신(一切智月光明身)이요,
다음은 염부단금광명왕(閻浮檀金光明王)이요,
다음은 제상장엄신(諸相莊嚴身)이요,
다음은 묘월광(妙月光)이요,
다음은 지관당(智觀幢)이요,
다음은 대지광(大智光)이요,
다음은 금강나라연정진(金剛那羅延精進)이요,
다음은 지력무능승(智力無能勝)이요,
다음은 보안상지(普安詳智)요,
다음은 이구승지운(離垢勝智雲)이요,
다음은 사자지광명(師子智光明)이요,
다음은 광명계(光明髻)요,
다음은 공덕광명당(功德光明幢)이요,
다음은 지일당(智日幢)이요,
다음은 보련화개부신(寶蓮華開敷身)이요,
다음은 복 덕엄정광(福德嚴淨光)이요,
다음은 지염운(智雲)이요,
다음은 보조월(普照月)이요,
다음은 장엄개묘음성(莊嚴蓋妙音聲)이니라.
다음은 이름이 사자용맹지광명(師子勇猛智光明)이요,
다음은 법계월(法界月)이요,
다음은 현허공영상개오중생심(現虛空影像開悟衆生心)이요,
다음은 항후적멸향(恒寂滅香)이요,
다음은 보진적정음(普震寂靜音)이요,
다음은 감로산(甘露山)이요,
다음은 법해음(法海音)이요,
다음은 견고망(堅固網)이요,
다음은 불영계(佛影髻)요,
다음은 월광호(月光毫)요,
다음은 변재구(辯才口)요,
다음은 각화지(覺華智)요,
다음은 보염산(寶山)이요,
다음은 공덕성(功德星)이요,
다음은 보월당(寶月幢)이요,
다음은 삼매신(三昧身)이요,
다음은 보광왕(寶光王)이요,
다음은 보지행(普智行)이요,
다음은 염해등(海燈)이요,
다음은 이구법음왕(離垢法音王)이요,
다음은 무비덕명칭당(無比德名稱幢)이요,
다음은 수비(修臂)요,
다음은 본원청정월(本願淸淨月)이요,
다음은 조의등(照義燈)이요,
다음은 심원음(深遠音)이요,
다음은 비로자나승장왕(毘盧遮那勝藏王)이요,
다음은 제승당(諸乘幢)이요,
다음은 법해묘련화(法海妙蓮華)니라.
불자여, 저 겁 동안에 이러한 60억백천 나유타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이를 내가 다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그 마지막 부처님의 이름은 광대해(廣大解)니, 그 부처님께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었고, 그 때 그 부처님이 서울에 들어와서 교화하시는데, 나는 왕비가 되어 왕과 더불어 절하여 뵈옵고, 여러 가지 묘한 물건으로 공양하였으며, 그 부처님이 모든 여래의 등불을 내는 법문을 말씀하심을 듣고, 즉시에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의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을 얻었노라.
불자여, 나는 이 해탈을 얻고, 보살과 더불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부지런히 수행하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섬기고 공양하는데, 한 겁에 한 부처님을 섬기기도 하고, 혹은 두 부처님·세 부처님·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만나서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으나, 보살의 몸과 형상의 크기와 모양과 그의 몸으로 짓는 업과 마음으로 행함과 지혜와 삼매의 경계를 알지 못하였노라.
불자여, 만일 중생이 보살을 뵙고 보리의 행을 닦되 의심하거나 믿거나 간에 보살의 세간과 출세간의 갖가지 방편으로 거두어 주고 권속을 삼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느니라.
불자여, 내가 저 부처님을 뵈어 이 해탈을 얻고는, 보살과 더불어 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함께 닦아 익히면서 그 겁 동안에 세상에 나시는 부처님을 내가 다 친근하여 섬기며 공양하고, 말씀하는 법을 듣고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며, 그 모든 여래에게서 이 해탈과 갖가지 법문을 얻고 갖가지 삼세를 알고, 갖가지 세계해에 들어가서 갖가지로 정각을 이룸을 보고, 갖가지 부처님의 대중이 모인 데 들어가서 보살의 여러 가지 서원을 내고, 보살의 여러 가지 묘한 행을 닦아서 보살의 여러 가지 해탈을 얻었으나, 보살이 얻는 보현의 해탈문을 알지 못하였노라. 왜냐 하면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큰 허공과 같고 중생의 이름과 같고 삼세 바다와 같고 시방 바다와 같고 법계 바다와 같아서 한량없고 그지 없기 때문이니, 불자여,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여래의 경계와 같으니라.hl2tci
불자여, 나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보살의 몸을 보아도 만족함이 없었으니, 마치 탐욕이 많은 남녀가 한 데 모이면 서로 사랑하느라고 한량없는 허망한 생각과 감각을 일으키나니, 나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몸을 살펴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한량없고 그지없는 광대한 세계가 가지가지로 머물고 가지가지로 장엄한 가지가지 현상을 보며, 가지가지 산과 가지가지 땅과 가지가지 구름과 가지가지 이름과 가지가지 부처님이 나심과 가지가지 도량과 가지가지 대중의 모임과 가지가지 수다라(修多羅)를 연설함과 가지가지 정수리에 물 붓는 일을 말함과 가지가지 승(乘)과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로 청정함을 보았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그지없는 부처님들이 여러 가지 도량에 앉아서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투고 여러 가지 법륜을 굴리고 여러 가지 수다라를 말하여 항상 끊이지 않음을 보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그지없는 중생들의 여러 가지 머무는 곳과 여러 가지 형상과 여러 가지 짓는 업과 여러 가지 근성을 항상 보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삼세 보살들의 그지없이 수행하는 문을 보았으니, 이른바 그지없이 광대한 서원과 그지없이 차별한 지위와 그지없는 바라밀과 그지없는 옛날 일과 그지없이 인자한 문과 그지없이 가엾이 여기는 구름과 그지없이 기뻐하는 마음과 그지없이 중생을 거두어 주는 방편이니라.
불자여, 나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서 잠깐잠깐마다 이렇게 보살의 낱낱 털구멍을 보는 데, 한번 간 데는 다시 가지 않고 한번 본 데는 다시 보지 않지만, 그 끝닿은 데를 얻을 수 없으며, 내지 실달(悉達) 태자가 궁중에 계실 적에 시녀들이 둘러 호위함을 보나니, 나는 해탈의 힘으로 보살의 낱낱 털구멍을 관찰하여 삼세 법계의 일을 모두 보노라.
불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만을 얻었거니와, 보살마하살들이 필경에 한량없는 방편 바다로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종류를 따라 몸을 나타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좋아함을 따르는 행을 말하며, 낱낱 털구멍에 그지없는 형상 바다를 나타내며, 모든 법의 성품이 없는 성품으로 성품을 삼을 줄을 알며, 중생의 성품이 허공과 같아서 분별이 없음을 알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이 진여와 같음을 알며, 모든 곳에 두루하여 그지없는 해탈의 경계를 나타내며, 잠깐 동안에 광대한 법계에 들어가서 여러 지위의 법문에 유희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세계 안에 부처님 어머니이신 마야(摩耶)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부처님들께 공양하기를 쉬지 아니하며, 보살의 업을 짓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으며, 온갖 장애를 떠나서 보살의 해탈에 들어가되 다른 이를 말미암지 않으며, 모든 보살의 도에 머무르고 모든 여래의 계신 데 나아가서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닦으며, 대승의 원을 내 어 모든 중생의 선근을 증장케 하기를 쉬지 아니하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석가녀(釋迦女) 구파(瞿波)가 이 해탈의 뜻을 거듭 밝히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나 보살이
여러 가지 행 닦음을 보고
착한 마음·착하지 못한 마음을 내면
보살이 다 거두어 주느니라.
멀고 먼 옛적
백 세계 티끌 수 겁 전에
겁이 있으니 이름이 청정
세계 이름은 광명이었소.
그 겁에 나신 부처님
육십천만억인데
마지막에 나신 부처님 이름
법당등(法幢燈)이었고
그 부처님 열반하신 뒤
지혜산이란 임금이 있어
남섬부주를 통솔했는데
원수나 대적이 없었고
왕의 아들이 오백 명
단정하고 날쌔고 건장하며
몸매가 매우 청정해
보는 이 기뻐하였네.
그 왕과 왕의 아들들
신심 있어 부처님 공양하고
그 법장을 보호해 가지며
불법 닦기에 부지런했으며
태자의 이름은 착한 광명
때가 없고 방편 많으며
거룩한 모습 원만하여
보는 이 싫은 줄 모르고
오백억 사람 한꺼번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용맹하고 억세게 정진하여
부처님 법 보호해 가지고
서울 이름은 지혜의 나무
천억 도시가 둘러 있었고
고요한 덕이란 수풀은
모든 보배로 장엄했는데
착한 광명 태자 숲 속에 있어
부처님 바른 법 널리 펴시며
말 잘하고 지혜의 힘
대중을 기쁘게 하였소.
어느 때 밥을 빌려고
그 서울로 들어가는데
행동 거지 가장 점잖고
바른 지혜에 산란치 않아.
그 성중에 거사 있으니
착한 명예는 그의 이름.
나는 그 때 거사의 딸로
이름을 일러 맑은 햇빛.
그 때 나는 성중에 있어서
착한 광명 만나니
그 모습 매우 아름다워
애착하는 마음 내었고
다음 내 집에 걸식할 적엔
내 마음 애정을 참을 수 없어
영락을 내어 진주와 함께
바리때 속에 넣어 드렸소.
사랑하는 물든 마음으로
그 불자에게 공양했지만
이백오십 겁 동안
삼악취(三惡趣)에 안 떨어지고
천왕의 집에나
인간왕 집에 태어나
착한 광명 태자의 몸
거룩하게 장엄함 보았네.
그 뒤부터 지내오면서
이백오십 겁 동안
잘 나타나는 어머니 집에
묘한 덕 갖춘 딸로 태어났는데
그 때부터 태자를 보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어
그를 우러러 모시려 하는데
행여나 나를 받아 주시면.
나는 어느 때 태자와 함께
승일신부처님 뵈옵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인하여 보리심 내었소.
그 한 겁 동안에
육십억 여래 나시었는데
마지막 나신 부처님 세존
이름이 광대해.
그 부처님께 깨끗한 눈 얻어
법의 모양을 분명히 알고
태어날 곳을 모두 알면서
뒤바뀐 마음 아주 없어져
나는 보살의 삼매와
해탈한 경계 관찰하고
잠깐 동안에 시방에 있는
부사의한 세계해에 들어가
깨끗한 세계와 더러운 세계
갖가지 다른 것 모두 봤으나
깨끗한 것도 탐내지 않고
더러운 것도 싫어하지 않았으며
나는 세계의 모든 도량에
앉으신 여래를 뵈오니
모두 잠깐 동안에
한량없는 광명 놓으리
말할 수 없는 대중의 모인 곳
한 생각 동안에 들어가시고
그들이 얻은
삼매문도 아시며
그들의 광대한 행과
한량없는 지위와 방편
모든 서원의 바다를
잠깐 동안에 모두 아시네.
내가 보니 보살의 몸은
그지없는 겁 행을 닦으사
낱낱 털구멍의 수효
찾아 보아도 얻지 못하며
털구멍마다 있는 세계들
수가 없고 말할 수 없어
땅·물·불·바람의 바퀴
그 가운데는 없는 것 없어
가지가지 세워진 것과
가지가지의 모든 형상과
가지가지 자체와 이름
그지없는 갖가지 장엄
많은 세계해에 있는
말할 수 없는 세계와
그 안에 계신 부처님
법문 말하여 교화함을 보지만
보살의 몸과
몸으로 지은 업 알지 못하며
그의 마음도 지혜도
여러 겁에 행함도 모두 모르오.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떠났다.
39. 입법계품 [17]
2) 가지 법회 [16]
(42) 마야(摩耶)부인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마야부인 계신 데 나아가서 부처님의 경계를 관찰하는 지혜를 얻으려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선지식은 세간을 멀리 여의고 머물 데 없는 데 머물며, 여섯 군데[處]를 초월하여 모든 애착을 떠났으며, 걸림없는 도를 알고 깨끗한 법의 몸을 갖추어 눈어리 같은 업으로 나툰 몸을 나타내며, 눈어리 같은 지혜로 세간을 관찰하며, 눈어리 같은 소원으로 부처님 몸을 지니나니, 뜻대로 나는 몸·나고 없어짐이 없는 몸·오고 감이 없는 몸·헛되고 진실함이 없는 몸·변하여 무너지지 않는 몸·일어나고 다함이 없는 몸·모든 모습이 다한 모습인 몸·두 갓을 떠난 몸·의지할 데 없는 몸·끝나지 않는 몸·분별을 떠나서 그림자처럼 나타나는 몸·꿈 같은 줄 아는 몸·영상 같음을 아는 몸·맑은 해와 같은 몸·시방에 널리 나타내는 몸·삼세에 변함이 없는 몸·몸도 마음도 아닌 몸이니, 마치 허공과 같아서 간 데마다 걸림이 없고 세간의 눈을 뛰어났으며, 보현의 깨끗한 눈이라야 보리라.이런 이를 내가 어떻게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며, 그와 함께 있으면서 그 형상을 보고 그 음성을 듣고 그 말을 생각하고 그 가르침을 받으리요.'
이렇게 생각하였을 적에 한 성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보배 눈이었는데, 권속에게 둘러싸여 허공에 몸을 나타내고 갖가지 묘한 물건으로 단장하였으며, 한량없는 여러 가지 빛깔 꽃을 들어 선재에게 흩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마음 성[心城]을 수호할지니, 모든 나고 죽는 경계를 탐하지 않음이니라. 마음 성을 장엄할지니, 여래의 십력(十力)을 오로지 구함이니라. 마음 성을 깨끗이 다스릴지니, 간탐하고 질투하고 아첨하고 속이는 일을 끝까지 끊음이니라. 마음 성을 서늘하게 할지니,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생각함이니라. 마음 성을 증장케 할지니, 도를 돕는 모든 법을 마련함이니라. 마음 성을 잘 단정할지니, 선정과 해탈의 궁전을 지음이니라. 마음 성을 밝게 비출지니,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두루 들어가서 반야바라밀법을 들음이니라.
마음 성을 더 쌓을지니, 모든 부처님의 방편인 도를 널리 거두어 가짐이니라. 마음 성을 견고하게 할지니, 보현의 행과 원을 부지런히 닦음이니라. 마음 성을 방비하여 보호할지니, 나쁜 동무와 마군을 항상 방어함이니라. 마음 성을 훤칠하게 통달할지니, 모든 부처님의 지혜 문을 열어 들임이니라. 마음 성을 잘 보충할지니,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을 들음이니라.
마음 성을 붙들어 도울지니,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깊이 믿음이니라. 마음 성을 넓고 크게 할지니, 크게 인자함이 모든 세간에 널리 미침이니라. 마음 성을 잘 덮어 보호할지니, 여러 가지 착한 법을 모아 그 위에 덮음이니라. 마음 성을 넓힐지니,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김이니라. 마음 성의 문을 열어 놓을지니 가진 것을 모두 버려서 알맞게 보시함이니라. 마음 성을 세밀하게 보호할지니, 모든 나쁜 욕망을 막아서 들어오지 못 하게 함이니라.
마음 성을 엄숙하게 할지니, 나쁜 법을 쫓아버리어 머무르지 못하게 함이니라. 마음 성을 결정케 할지니, 도를 돕는 여러 가지 법을 모으고 항상 물러가지 아니함이니라. 마음 성을 편안하게 세울지니, 삼세 여러 부처님의 가지신 경계를 바르게 생각함이니라. 마음 성을 사무치어 맑게 할지니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륜인 수다라에 있는 법문과 갖가지 인연을 밝게 통달함이니라. 마음 성을 여러 부분으로 분별할지니, 모든 중생에게 널리 알리어서 다 살바야의 길 을 얻어 보게 함이니라.
마음 성에 머물러 유지할지니, 모든 삼세 여래의 큰 서원 바다를 냄이니라. 마음 성을 풍부하게 할지니, 법계에 가득한 큰 복덕 더미를 모음이니라. 마음 성을 밝게 할지니, 중생의 근성과 욕망 등 법을 널리 앎이니라. 마음 성을 자유자재하게 할지니, 모든 시방의 법계를 두루 거둠이니라. 마음 성을 청정하게 할지니, 모든 부처님 여래를 바르게 생각함이니라. 마음 성의 성품을 알지니, 모든 법이 다 제 성품이 없는 줄을 앎이니라. 마음 성이 눈어리 같음을 알지니, 온갖 지혜로 법의 성품을 앎이니라.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마음 성을 깨끗이 닦으면 모든 착한 법을 능히 모을 것이니라. 왜냐 하면 여러 가지 장애되는 일을 없애는 까닭이니, 이른바 부처님 보는 데 장애되고 법을 듣는 데 장애되고 여래께 공양하는 데 장애되고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 데 장애되고 국토를 깨끗이 하는 데 장애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런 장애를 여읜 연고로, 만일 선지식을 구하려는 마음을 내면 공력(功力)을 쓰지 않더라도 만나게 되며, 필경에는 부처를 이루게 되느니라.”
그 때에 몸 많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연꽃 법의 공덕과 묘한 꽃 광명인데, 한량없는 신들이 앞뒤로 둘러 모시고 도량에서 나와 공중에 머물러 있으면서 선재동자 앞에서 묘한 음성으로 마야부인을 갖가지로 칭찬하였으며, 귀고리에서 한량없는 가지각색 광명 그물을 놓으니, 그지없는 부처님의 세계에 널리 비추어, 선재동자로 하여금 시방의 국토와 모든 부처님을 보게 하였다. 광명 그물이 한 겁이 지나도록 세간을 오른쪽으로 돌고는, 돌아와서 선재의 정수리에 들어갔으며, 내지 몸에 있는 모든 털구멍에 두루 들어갔다. 선재동자는 곧 깨끗하고 광명한 눈을 얻었으니 모든 어리석은 어둠을 영원히 여읜 연고며, 가리지 않는 눈을 얻었으니 모든 중생의 성품을 능히 아는 연고며, 때를 여읜 눈을 얻었으니 모든 법의 성품 문을 관찰하는 연고며,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었으니 모든 부처님 국토의 성품을 관찰하는 연고며, 비로자나 눈을 얻었으니 부처님의 법 몸을 보는 연고며, 넓고 광명한 눈을 얻었으니 부처님의 평등하고 부사의한 몸을 보는 연고며, 걸림없고 빛난 눈을 얻었으니 모든 세계해의 이룩하고 무너짐을 관찰하는 연고며, 널리 비추는 눈을 얻었으니 시방 부처님이 큰 방편을 일으키어 바른 법륜을 굴리는 연고며, 넓은 경계의 눈을 얻었으니 한량없는 부처님이 자유자재한 힘으로 중생을 조복함을 보는 연고며, 두루 보는 눈을 얻었으니 모든 세계에 부처님들이 나타나심을 보는 연고였다.
이 때에 보살의 법당을 수호하는 나찰귀왕(羅刹鬼王)이 있으니, 이름은 좋은 눈인데 1만 처자 권속들과 함께 허공에서 여러 가지 묘한 꽃을 선재의 위에 흩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十力]을 성취하면 선지식을 친근하게 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마음이 청정하여 아첨하고 속임을 여의며, 가엾이 여김이 평등하여 중생을 널리 포섭하며, 모든 중생은 진실함이 없음을 알며, 온갖 지혜에 나아가는 마음이 물러가지 않으며, 믿고 이해하는 힘으로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들어가며,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어 법의 성품을 알며, 크게 인자함이 평등하여 중생을 두루 덮어주며, 지혜의 광명으로 허망한 경계를 훤 칠하게 하며, 단 이슬비로 생사의 뜨거움을 씻으며, 광대한 눈으로 모든 법을 철저하게 살피며 마음이 항상 선지식을 따르나니, 이것이 열이니라.
또 불자여, 보살이 열 가지 삼매의 문을 성취하면, 항상 선지식을 보게 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법이 공한 청정한 바른 삼매·시방 바다를 관찰하는 삼매·모든 경계에 버리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삼매·모든 부처님의 나심을 두루 보는 삼매·모든 공덕장을 모으는 삼매·마음으로 항상 선지식을 버리지 않는 삼매·모든 선지식이 부처님의 공덕을 내는 것을 항상 보는 삼매·모든 선지식을 항상 여의지 않는 삼매·모든 선지식을 항상 공양하는 삼매·모든 선지식 계신 데서 항상 과실이 없는 삼매니라.
불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삼매의 문을 성취하면 모든 선지식을 항상 친근하게 되고, 또 선지식이 여러 부처님의 법륜을 굴리는 삼매를 얻을 것이며, 이 삼매를 얻고는 모든 부처님의 성품이 평등함을 알고, 가는 곳마다 선지식을 만나게 되느니라.”
이런 말을 하였을 때에 선재동자는 공중을 우러러보면서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대는 나를 딱하게 여기고 거두어 주기 위하여 방편으로 나에게 선지식 계신 곳에 가게 하며, 어느 지방의 성시나 마을에서 선지식을 구하리까?”
나찰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은 마땅히 시방에 두루 예배하여 선지식을 구하며, 모든 경계를 정당한 생각으로 생각하여 선지식을 구하며, 용맹하고 자재하게 시방에 두루 노닐면서 선지식을 구하며, 몸과 마음이 꿈 같고 그림자 같은 줄을 관찰하여 선지식을 구하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가르침을 받아 행하면서, 큰 보배 연꽃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을 보았는데,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 묘한 보배로 연밥 송이가 되고, 마니로 잎이 되고 빛나는 보배 왕으로 꽃판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빛 향으로 꽃술이 되었으며, 무수한 보배 그물이 위에 가득히 덮이었다.
그 꽃판 위에는 누각이 있으니 이름은 시방 법계를 널리 용납하는 광이었다. 기묘하게 장식하였는데, 금강으로 땅이 되고 1천 기둥이 열을 지었으며, 모든 것이 마니보배로 이루어졌고 염부단금으로 벽이 되고 보배 영락이 사방에 드리웠으며, 층대와 섬돌과 난간들이 두루 장엄하였다.
그 누각 안에는 여의주로 된 연꽃 자리가 있으니, 갖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꾸미고, 보배 난간과 보배 옷이 사이사이 벌여 있으며, 보배 휘장·보배 그물이 위에 덮이고 보배 깃발이 두루 드리워서 실바람만 불어도 빛이 흐르고 소리가 나며, 보배 꽃 당기에서는 여러 가지 기묘한 꽃을 비내리고, 보배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음성을 내고, 보배 창호에는 영락을 드리우고, 마니 속에서는 향수가 흘러나오고, 보배 코끼리 입에서는 연꽃 그물이 나오고, 보배 사자 입에서는 향기 구름을 토하고, 범천 형상의 보배 바퀴에서는 여럿이 좋아하는 음성을 내고, 금강으로 된 방울에서는 여러 보살의 큰 서원의 소리를 내며, 보배 달 당기에서는 부처님의 나툰 몸 형상을 내었다. 정장보배[淨藏寶王]는 삼세 부처님의 태어나는 차례를 나타내고, 일장마니(日藏摩尼)는 큰 광명을 놓아 시방의 부처님 세계에 두루 비추며, 마니보배 왕은 모든 부처님의 원만한 광명을 놓고, 비로자나 마니보배는 공양 구름을 일으키어 모든 부처님 여래에게 공양하며, 여의주에서는 잠깐잠깐에 보현보살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법계에 가득하고, 수미 보배에서는 하늘 궁전을 나타내었으며, 하늘 아가씨[采女]들은 갖가지 묘한 음성으로 여래의 부사의하고 미묘한 공덕을 노래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이런 자리를 보는 데, 다시 한량없는 자리들이 둘러쌌으며, 마야부인은 그 자리에 앉아 여러 중생의 앞에서 청정한 육신을 나투었다. 이른바 삼계를 초월한 육신이니 모든 존재의 길에서 뛰어난 연고며, 좋아함을 따르는 육신이니 모든 세간에 집착이 없는 연고며, 널리 두루하는 육신이니 모든 중생의 수효와 같은 연고며, 견줄 데 없는 육신이니 모든 중생의 뒤바뀐 소견을 없애는 연고며, 종류가 한량없는 육신이니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갖가지 로 나타내는 연고며, 그지없는 모습의 육신이니 갖가지 형상을 두루 나타내는 연고며, 널리 상대하여 나타내는 육신이니 크게 자재하게 나타내어 보이는 연고며, 온갖 것을 교화하는 색신이니 마땅함을 따라 앞에 나타나는 연고다.
항상 나타내어 보이는 육신이니 중생계를 다하면서도 다함이 없는 연고며, 감이 없는 육신이니 모든 길[趣]에서 멸함이 없는 연고며, 옴이 없는 육신이니 모든 세간에서 나는 일이 없는 연고며, 나지 않는 육신이니 생기는 일이 없는 연고며, 멸하지 않는 육신이니 말을 여읜 연고며, 참되지 않은 육신이니 실제와 같음을 얻은 연고며, 헛되지 않은 육신이니 세상을 따라 나타나는 연고며, 흔들림이 없는 육신이니 나고 없어짐을 길이 여읜 연고며, 파괴하지 않 는 육신이니 법의 성품은 망그러지지 않는 연고며, 형상이 없는 육신이니 말할 실이 끊어진 연고며, 한 모양인 육신이니 모양 없음으로 모양을 삼는 연고다.
영상과 같은 육신이니 마음을 따라 나타내는 연고며, 눈어리 같은 육신이니 환술인 지혜에서 나는 연고며, 아지랑이 같은 육신이니 생각만으로 유지되는 연고며, 그림자 같은 육신이니 소원을 따라 생기는 연고며, 꿈과 같은 육신이니 마음을 따라서 나타나는 연고며, 법계인 육신이니 성품이 깨끗하기 허공과 같은 연고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육신이니 중생을 항상 구호하는 연고며, 걸림이 없는 육신이니 잠깐잠깐에 법계에 두루하는 연고며, 그지없는 육신이니 모 든 중생을 두루 깨끗이 하는 연고며, 한량없는 육신이니 모든 말에서 초출(超出)한 연고며, 머무름이 없는 육신이니 모든 세간을 제도하려는 연고며, 처소가 없는 육신이니 중생을 항상 교화하여 끊이지 않는 연고다.
남이 없는 육신이니 눈어리 같은 원으로 이루는 연고며, 이길 이 없는 육신이니 모든 세간을 초월한 연고며, 실제와 같은 육신이니 선정의 마음으로 나타난 연고며, 나지 않는 육신이니 중생의 업을 따라 나타나는 연고며, 여의주 같은 육신이니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케 하는 연고며, 분별이 없는 육신이니 중생들의 분별을 따라 일어나는 연고며, 분별을 여읜 육신이니 중생들이 알지 못하는 연고며, 다함이 없는 육신이니 모둔 중생의 죽살이 짬을 다하는 연고며, 청정한 육신이니 여래와 같아서 분별이 없는 연고다.이러한 몸은 색(色)이 아니니 있는 빛깔이 영상과 같은 연고며, 수(受)가 아니니 세간의 괴로운 느낌이 필경에 없어지는 연고며, 상(想)이 아니니 중생의 생각을 따라 나타난 연고며, 행(行)이 아니니 눈어리 같은 업으로 성취한 연고며, 식(識)을 여의었으니 보살의 원과 지혜가 공(空)하여 성품이 없는 연고며, 모든 중생의 말이 끊어진 연고며, 적멸한 몸을 이미 성취한 연고니라.
그 때 선재동자가 또 보니, 마야부인이 중생들의 마음에 즐김을 따라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는 육신을 나타내었는데, 이른바 타화자재천보다 뛰어난 하늘 아씨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내지 사천왕천보다 뛰어난 하늘 아씨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용녀(龍女)보다 뛰어난 여자의 몸과 사람의 여자보다 뛰어난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러하게 한량없는 육신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이익케 하고 온갖 지혜와 도를 돕는 법을 모았으며, 평등한 보시[檀]바라밀을 행하여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세간을 두루 덮어주고, 여래의 한량없는 공덕을 내며, 온갖 지혜의 마음을 닦아 증장케 하고,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살펴보고 생각하여 깊이 참는 바다를 얻으며, 여러 선정의 문을 갖추고 평등한 삼매의 경계에 머물러 여래의 선정을 얻고, 원만한 광명으로 중생들의 번뇌 바다를 녹여 말리고
마음이 항상 바르게 정하여서 어지럽게 흔들리지 않으며, 깨끗하고 물러가지 않는 법륜을 굴리어 모든 부처님의 법을 잘 알고 항상 지혜로 법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느니라.
여래를 뵙되 만족한 마음이 없고, 삼세 부처님의 나시는 차례를 알며, 부처님의 삼매가 항상 앞에 나타남을 보고, 여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는데 한량없고 수가 없는 청정한 길을 통달하며, 부처님들의 허공 같은 경계를 행하여 중생들을 거두어 주되, 그 마음을 따라서 교화하고 성취하여 부처님의 한량없이 청정한 법 몸에 들어가게 하며, 큰 서원을 성취하고 부처님의 세계를 깨끗이 하여 끝까지 모든 중생을 조복하느니라.
마음은 부처님의 경계에 항상 들어가 보살의 자유자재한 신통의 힘을 내며, 깨끗하고 물들지 않는 법의 몸을 얻었으면서도 한량없는 육신을 항상 나타내며, 모든 마(魔)를 굴복하는 힘과 크게 선근을 이루는 힘과 바른 법을 내는 힘과 부처님의 힘을 갖추고 보살의 자재한 힘을 얻어서 온갖 지혜의 힘을 빨리 증장케 하느니라.
부처님의 지혜 광명을 얻어 모든 것을 널리 비추어 한량없는 중생의 마음 바다와 근성과 욕망과 지해가 가지가지 차별함을 알며, 몸은 시방세계에 두루 널리어 여러 세계의 이룩하고 파괴되는 모양을 알며, 광대한 눈으로 시방 바다를 보고 두루한 지혜로 삼세 바다를 알며 몸은 모든 부처님 바다를 두루 섬기고 마음은 항상 모든 법 바다를 받아들이느니라.
모든 여래의 공덕을 닦아 익히고 모든 보살의 지혜를 내며, 모든 보살이 처음 마음을 낸 적부터 내지 행하는 도를 이루는 것을 관찰하며, 모든 중생을 부지런히 수호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칭찬하기를 좋아하며, 모든 보살의 어머니 되기를 원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마야부인이 이렇게 염부제의 티끌과 같은 여러 가지 방편의 문을 나타내는 것을 보았다. 그런 것을 보고는 마야부인이 나타내는 몸의 수효와 같이, 선재동자도 역시 그러한 몸을 나타내어 모든 곳 마야부인의 앞에서 공경하며 예배하고, 즉시에 한량없고 수없는 삼매의 문을 증득하여 분별하며 관찰하고 행을 닦아 증득하여 들어갔고, 삼매에서 일어나서는 마야부인과 그의 권속을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큰 성인이시여, 문수사리보살께서 저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고, 선지식을 찾아가서 친근하고 공양하라 하였나이다. 그래서 저는 낱낱 선지식 계신 곳에 가서 받자와 섬기고 그냥 지나지 아니하였사오며 점점 이곳까지 왔사오니, 바라건대 저를 위하여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워서 성취하는 것인지 말씀하여 주소서.”
마야부인이 대답하였다.
“불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눈어리 같은 해탈문을 성취하였으므로, 항상 여러 보살의 어머니가 되노라.
불자여, 내가 이 염부제 가비라성(迦毗羅城)의 정반왕궁에서 오른 옆구리로 실달(悉達) 태자를 나아 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듯이, 내지 이 세계해에 있는 모든 비로자나여래가 다 나의 몸에 들어왔다가 탄생하면서 자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느니라.
또 선남자여, 내가 정반왕궁에서 보살이 탄생하려 할 때에, 보살의 몸을 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모두 광명을 놓았는데, 이름이 모든 여래의 태어나는 공덕 바퀴였는데, 낱낱 털구멍에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이 태어나는 장엄을 나타내었고, 저 광명들이 모두 모든 세계에 두루 비추었으며, 세계에 비추고는 돌아와서 나의 정수리와 모든 털구멍에까지 들어갔느니라.
또 저 광명 속에서 모든 보살의 이름과 태어나는 신통 변화와 궁전과 권속과 오욕(五欲)으로 즐기는 일을 나타냈으며, 또 집을 떠나서 도량에 나아가 등정각을 이루고 사자좌에 앉았는데, 보살들이 둘러 모시고 임금들이 공양하며, 대중을 위하여 바른 법륜을 굴리는 것을 보았노라.
또 여래께서 지난 옛적 보살의 도를 수행할 때에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고 공양하며, 보리심을 내어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잠깐잠깐마다 한량없는 나툰 몸을 보이어 시방의 모든 세계에 가득함을 보았으며, 내지 최후에 반열반에 드시는 일들을 모두 보았노라.
또 선남자여, 저 묘한 광명이 내 몸에 들어올 적에 내 몸의 형상과 크기는 본래보다 다르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세간을 초월하였으니, 왜냐 하면 내 몸이 그 때에 허공과 같아서 시방 보살의 태어나는 장엄과 모든 궁전을 용납할 수 있었던 연고니라.
그 때 보살이 도솔천(兜率天)에서 내려오려 할 때에 열 부처 세계 티끌 수 보살이 있었으니, 다 이 보살과 더불어 원이 같고 행이 같고 선근이 같고 장엄이 같고 해탈이 같고 지혜가 같으며, 모든 지위와 모든 힘과 법의 몸과 육신과 내지 보현의 신통과 행과 원이 모두 같았는데 이런 보살들이 앞뒤에 둘러 모셨으며, 또 8만의 용왕 등 모든 세간 맡은 이들이 그 궁전을 타고 와서 공양하였다.
보살이 그 때에 신통한 힘으로 여러 보살과 함께 모든 도솔천궁에 나타났으며, 낱낱 천궁마다 시방 모든 세계의 염부제 안에서 태어나는 영상을 나타내며 한량없는 중생을 방편으로 교화하며, 여러 보살들로 하여금 게으름을 여의고 집착함이 없게 하였다.
또 신통한 힘으로 큰 광명을 놓아 세간을 두루 비추어서 캄캄함을 깨뜨리고 모든 고통과 번뇌를 없애었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과거 세상에서 행한 업을 알고 나쁜 길[惡道]에서 영원히 뛰어나게 하였고, 또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그의 앞에 나타나서 신통 변화를 부렸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특한 일을 나타내며, 권속들과 함께 와서 내 몸에 들었다.
그 보살들은 나의 뱃속에서 자재하게 돌아다니는데, 삼천대천세계로 한 걸음을 삼기도 하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 세계로 한 걸음을 삼기도 하였다.
또 잠깐잠깐 동안에 시방으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세계에 계시는 여래의 도량에 모인 보살 대중과, 사천왕천과 삼십삼천과 내지 형상세계의 범천왕들로서, 보살의 태에 드신 신통 변화를 보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바른 법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모두 내 몸에 들어왔으며 나의 뱃속에 이렇게 많은 대중들을 용납하지만, 몸이 더 커지지도 않고 비좁지도 않았으며, 그 보살들은 제각기 자기가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어서 청정하게 장엄함을 보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사천하의 염부제에서 보살이 태어나실 적에 내가 어머니가 되듯이, 삼천대천세계 백억 사천하의 염부제에서도 모두 그러하지만, 나의 이 몸은 본래부터 둘이 아니며, 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요 여러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니, 왜냐 하면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눈어리같이 장엄한 해탈문을 닦은 연고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세존에게 어머니가 되듯이, 지난 옛적에 계시던 한량없는 부처님들에게도 그와 같이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옛적에 연꽃 못 맡은 신[蓮華池神]이 되었을 때에, 보살이 연꽃 송이에서 화하여 나는 것을 내가 받들고 나와서 보호하여 양육하였는데, 모든 세간 사람들이 나를 보살의 어머니라 하였고, 또 옛적에 내가 보리도량 신이 되었을 때에 보살이 나의 품에서 홀연히 화하여 나셨는데, 세상에서는 나를 보살의 어머니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마지막 몸을 받은 한량없는 보살들이 이 세계에서 가지가지 방편으로 태어남을 보일 적에 나는 그들의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이 세계의 현겁(賢劫)에서와 같이, 지나간 세상의 구류손불(拘留孫佛)·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가섭불(迦葉佛)과 지금 세상의 석가모니부처님이 탄강하실 적에도 내가 그들의 어머니가 되었고, 오는 세상에 미륵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오실 적에 큰 광명을 놓아 법계에 두루 비추며, 모든 보살이 태어나는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인간에서 훌륭한 가문에 탄생하여 중생을 조복하는 때에도 나는 그의 어머니가 되느니라.
이와 같이 차례차례로 사자불(師子佛)·법당불(法幢佛)·선안불(善眼佛)·정화불(淨華佛)·화덕불(華德佛)·제사불(提舍佛)·불사불(弗沙佛)·선의불(善意佛)·금강불(金剛佛)·이구불(離垢佛)·월광불(月光佛)·지거불(持炬佛)·명칭불(名稱佛)·금강순불(金剛楯佛)·청정의불(淸淨義佛)·감신불(紺身佛)·도피안불(到彼岸佛)·보염산불(寶山佛)·지거불(持炬佛)·연화덕불(蓮華德佛)·명칭불(名稱佛)·무량공덕불(無量功德佛)·최승등불(最勝燈佛)·장엄신불(莊嚴身佛)·선위의불(善威儀佛)·자덕불(慈德佛)·무주불(無住佛)·대위광불(大威光佛)·무변음불(無邊音佛)·승원적불(勝怨敵佛)·이의혹불(離疑惑佛)·청정불(淸淨佛)·대광불(大光佛)·정심불(淨心佛)·운덕불(雲德佛)·장엄정계불(莊嚴頂髻佛)이며, 수왕불(樹王佛)·보당불(寶璫佛)·해혜불(海慧佛)·묘보불(妙寶佛)·화관불(華冠佛)·만원불(滿願佛)·대자재불(大自在佛)·묘덕왕불(妙德王佛)·최존승불(最尊勝佛)·전단운불(栴檀雲佛)·감안불(紺眼佛)·승혜불(勝慧佛)·관찰혜불(觀察慧佛)·치성왕불(熾盛王佛)·견고혜불(堅固慧佛)·자재명불(自在名佛)·사자왕불(師子王佛)·자재불(自在佛)·최승정불(最勝頂佛)·금강지산불(金剛智山佛)·묘덕장불(妙德藏佛)·보망엄신불(寶網嚴身佛)·선혜불(善慧佛)·자재천불(自在天佛)·대천왕불(大天王佛)·무의덕불(無依德佛)·선시불(善施佛)·염혜불(慧佛)·수천불(水天佛)·득상미불(得上味佛)이며, 출생무상공덕불(出生無上功德佛)·선인시위불(仙人侍衛佛)·수세어언불(隨世語言佛)·공덕자재당불(功德自在幢佛)·광당불(光幢佛)·관 신불(觀身佛)·묘신불(妙身佛)·향염불(香佛)·금강보엄불(金剛寶嚴佛)·희안불(喜眼佛)·이욕불(離欲佛)·고대신불(高大身佛)·재천불(財天佛)·무상천불(無上天佛)·순적멸불(順寂滅佛)·지각불(智覺佛)·멸탐불(滅貪佛)·대염왕불(大王佛)·적제유불(寂諸有佛)·비사거 천불(毘舍佉天佛)·금강산불(金剛山佛)·지염덕불(智德佛)·안은불(安隱佛)·사자출현불(師子出賢佛)·원만청정불(圓滿淸淨佛)·청정현불(淸淨賢佛)·제일의불(弟一義佛)이며, 백광명불(百光明佛)·최증상불(最增上佛)·심자재불(深自在佛)·대지왕불(大地王佛)·장엄왕불(莊嚴王佛)·해탈불(解脫佛)·묘음불(妙音佛)·수승불(殊勝佛)·자재불(自在佛)·무상의왕불(無上醫王佛)· 공덕월불(功德月佛)·무애광불(無礙光佛)·공덕취불(功德聚佛)·월현불(月現佛)·일천불(日天佛)·출제유불(出諸有佛)·용맹명칭불(勇猛名稱佛)·광명문불(光明門佛)·사라왕불(娑羅王佛)·최승불(最勝佛)·약왕불(藥王佛)·보승불(寶勝佛)·금강혜불(金剛慧佛)·무능승불(無能勝佛)·무능영폐불(無能映蔽佛)·중회왕불(衆會王佛)·대명칭불(大名稱佛)·민지불(敏持佛)·무량광불(無量光佛)이며, 대원광불(大願光佛)·법자재불허불(法自在不虛佛)·불퇴지불(不退地佛)·정천불(淨天佛)· 선천불(善天佛)·견고고행불(堅固苦行佛)·일체선우불(一切善友佛)·해탈음불(解脫音佛)·유희왕불(遊戱王佛)·멸사곡불(滅邪曲佛)·담복정광불(薝蔔淨光佛)·구중덕불(具衆德佛)·최승월불(最勝月佛)·집명거불(執明炬佛)·수묘신불(殊妙身佛)·불가설불(不可說佛)·최청정불(最淸淨佛)·우안중생불(友安衆生佛)·무량광불(無量光佛)·무외음불(無畏音佛)·수천덕불(水天德佛)·부동혜광불(不動慧光佛)·화승불(華勝佛)·월염불(月佛)·불퇴혜불(不退慧佛)·이애불(離愛佛)이며, 무착혜불(無著慧佛)·집공덕온불(集功德蘊佛)·멸악취불(滅惡趣佛)·보산화불(普散華佛)·사자후불(師子吼佛)·제일의불(弟一義佛)·무애견불(無礙見佛)·파타군불(破他軍佛)·불착상불(不着相佛)·이분별해불(離分別海佛)·단엄해불(端嚴海佛)·수미산불(須彌山佛)·무착지불(無著智佛)·무변좌불(無邊座佛)·청정주불(淸淨住佛)·수사행불(隨師行佛)·최상시불(最上施佛)·상월불(常月佛)·요익왕불(饒益王佛)·부동취불(不動聚佛)·보섭수불(普攝受佛)·요익혜불(饒益慧佛)·지수불(持壽佛)·무멸불(無滅佛)·구족명칭불(具足名稱佛)이며, 대위력불(大威力佛)·종종색상불(種種色相佛)·무상혜불(無相慧佛)·부동천불(不動天佛)·묘덕난사불(妙德難思佛)·만월불(滿月佛)·해탈월불(解脫月佛)·무상왕불(無上王佛)·희유신불(希有身佛)·범공양불(梵供養佛)·불순불(不瞬佛)·순선고불(順先古佛)·최상업불(最上業佛)·순법지불(順法智佛)·무승천불(無勝天佛)·부사의공덕광불(不思議功德光佛)·수법행불(隨法行佛)·무량현불(無量賢佛)·보수순자재불(普隨順自在佛)·최존천(最尊天)이며, 이렇게 누지(樓至)여래까지 현겁 동안에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부처님 되실 이의 어머니가 되느니라.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이 세계해에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와 모든 겁에서 보현의 행과 원을 닦아서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려는 이에게도 나의 몸이 그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을 내가 보노라.”
그 때 선재동자는 마야부인에게 여쭈었다.
“크게 거룩하신 이께서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마야부인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맨 나중 몸을 받은 보살의 신통한 도의 눈으로 알 것이 아닌 헤아릴 수 없는 겁 전에 그 때에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깨끗한 빛[淨光]이요, 세계의 이름은 수미덕(須彌德)이었느니라. 비록 여러 산이 있어 오취(五趣) 중생들이 섞여 살지만, 그 국토가 여러 가지 보배로 되었고 청정하게 장엄하여 더럽고 나쁜 것이 없었느니라.
천억 사천하가 있는 가운데 한 사천하의 이름이 사자당기요, 그 가운데 80억 서울이 있었는데, 한 서울은 이름을 자재한 당기라 하고, 그 서울에 전륜왕이 있으니, 이름이 대위덕이었느니라.
그 서울 북쪽에 한 도량이 있으니, 이름이 보름달 광명이요, 그 도량을 맡은 신의 이름은 인자한 덕이었다. 그 때에 때 여읜 당기[離垢幢] 보살이 도량에 앉아서 장차 정각을 이루려 하는데 한 악마가 있었으니 이름이 금빛 광명이었느니라. 한량없는 권속들을 데리고 보살이 있는 데에 왔으니 그 대위덕 전륜왕은 이미 보살의 신통과 자재함을 얻었으므로 갑절이나 더 많은 군명을 변화하여 만들어 도량을 에워쌌으매, 악마들이 황공하여 물러가고, 그 보살은 아 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이 때 도량 맡은 신이 이런 일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전륜왕에게 아들이란 생각을 내고,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이렇게 발원하였다.
'이 전륜왕이 여러 곳에 태어날 적마다, 또는 필경에 부처를 이룰 때에 내가 항상 그의 어머니가 되어지이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이 도량에서 다시 10나유타 부처님께 공양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의 도량 맡은 신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곧 이 내 몸이며 전륜왕은 지금의 세존이신 비로자나부처님이시니라.
나는 그 때 원을 세운 이후로, 이 부처님 세존이 시방세계의 여러 가지 길[趣]에서 곧곧마다 태어나시며 선근을 심고 보살의 행을 닦아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취케 하며, 내지 일부러 맨 나중 몸에 있으면서 잠깐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에서 보살로 태어나는 신통 변화를 나타낼 적마다 항상 나의 아들이 되었고, 나는 항상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지난 세상이나 지금 세상에서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부처님이 부처를 이루려 할 적에, 배꼽으로 큰 광명을 놓아 내 몸과 내가 있는 궁전에 비추었으며, 그의 마지막으로 태어날 때까지 나는 그의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눈어리 같은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광을 갖추고 중생을 교화하기에 만족한 줄을 모르는 일과 자재한 힘으로 털구멍마다 한량없는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세계의 삼십삼천에 정념(正念)이란 왕이 있고, 그 왕에게 딸이 있으니 이름이 하느님 광명[天主光]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가르침을 공경하여 받잡고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면서 우러러 사모하고 물러갔다.
(43) 하느님 광명[天主光] 아씨를 찾다
선재동자가 천궁에 가서 그 하늘아씨[天女]를 보고는 발에 절하며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소서.”
하늘아씨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의 힘으로 지나간 세상을 기억하노라. 과거에 가장 훌륭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푸른 연화[靑蓮華]이었느니라. 나는 그 겁에서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그 여래들이 처음 출가한 때부터 내가 받들어 수호하고 공양하는 데 절을 짓고 모든 도구를 마련하였노라.
또 저 부처님들이 보살로서 어머니의 태에 계실 때와, 탄생할 때와 일곱 걸음을 걸을 때와 크게 사자후할 때와 동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궁중에 계실 때와 보리수를 향하여 정각을 이룰 때와, 바른 법륜을 굴리며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투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할 때에 여러 가지 하시던 일을, 처음 발심한 적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를 내가 다 밝게 기억하여 잊은 것이 없으며, 항상 앞에 나타나서 생각하고 잊지 않노라.
또 기억하는 것은 과거에 선지(善地)라는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겁에서 10항하의 모래 수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과거에 묘덕(妙德)이란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무소득(無所得)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84억 백천 나유타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좋은 빛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염부제 티끌 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한량없는 광명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20항하의 모래 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가장 훌륭한 덕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한 항하의 모래 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좋게 가엾이 여기는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80항하의 모래 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잘 노는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60항하의 모래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또 묘한 달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에 70항하의 모래 수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노라.
선남자여, 이렇게 항하의 모래 수 겁에 내가 부처님 여래·응공·정등각을 항상 버리지 않았음을 기억하며, 저 모든 여래에게서 이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인 보살의 해탈을 듣고 받아 지니고 닦아 행하여 항상 잊지 아니하였노라.
이렇게 지나간 겁에 나시었던 여러 여래께서 처음 보살로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 하시던 모든 일을 내가 깨끗한 장엄 해탈의 힘으로 모두 기억하여 분명히 앞에 나타나며, 지니고 따라 행하여 잠깐도 게으르거나 폐하지 아니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걸림없는 생각의 깨끗한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죽살이 밤중에 나서도 분명하게 통달하며, 어리석음을 아주 여의고 잠깐도 혼미하지 않으며 마음에는 여러 가지 덮임이 없고 몸은 개운해져서, 법의 성품을 깨끗하게 깨닫고, 십력(十力)을 성취하여 중생들을 깨우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가비라성에 한 꼬마 선생[童子師]이 있으니 이름이 모든 이의 벗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법을 들었으므로 기뻐 뛰놀면서 부사의한 선근이 저절로 증장하여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44) 모든 이의 벗 꼬마 선생[童子師]을 찾다
천궁에서 내려와 가비라성을 찾아갔다. 모든 이의 벗[徧友]이 있는 데 나아가 발에 절하고 두루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 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모든 이의 벗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여기 한 동자가 있으니, 이름이 모든 예술 잘 아는[善知衆藝]이니라. 보살의 글자 지혜를 배웠으니 그대는 가서 물으라. 그대에게 말하여 주리라.”
(45) 모든 예술 잘 아는[善知衆藝] 동자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곧 그에게 가서 엎드려 절하고 한 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그 동자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예술 잘 앎이니라. 나는 항상 이 자모(字母)를 부르노라.
아(阿, 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보살의 위력(威力)으로 차별이 없는 경계에 들어감이니라.
타(多, t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그지없는 차별한 문이니라.
파(波, p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법계에 두루 비침이니라.
차(者, c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넓은 바퀴로 차별을 끊음이니라.
나(那, n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의지한 데 없고 위가 없음을 얻음이니라.
라(邏, l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의지함을 여의고 때가 없음이니라.
다(輕呼, d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물러가지 않는 방편이니라.
바(婆蒲我切, v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금강 마당이니라.
다(茶捷解切, ḍ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넓은 바퀴니라.
샤(沙史我切, ş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바다 광이니라.
바(縛房可切, b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두루 내어 편안히 머무름이니라.
타(哆都我切, t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원만한 빛이니라.
야(也以可切, ya )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차별을 모아 쌓음이니라.
슈타(瑟, şha) 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넓은 광명으로 번뇌를 쉬게 함이니라.
카(迦, k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차별 없는 구름이니라.
사(娑蘇我切, s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큰 비를 퍼부음이니라.
마(麽, m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큰 물이 부딪치어 흐르고 여러 봉우리가 가지런히 솟음이니라.
가(伽上聲輕呼, g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두루 나란히 정돈함이니라.
타(他他可切, t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진여의 평등한 광이니라.
자(社, j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세상 바다에 들어가 깨끗함이니라.
스바(鎖, sv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부처님의 장엄을 생각함이니라.
다(, d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법더미를 관찰하여 가려냄이니라.
샤(奢尸苛切, ś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부처님의 교법 바퀴[敎輪]의 광명을 따름이니라.
카(佉, k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인행(因行)을 닦는 지혜 광이니라.
크샤(叉楚我切, k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업 바다를 쉬는 광이니라.
스타(娑蘇紇多上聲呼, st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번뇌의 막힘을 덜고 깨끗한 광명을 엶이니라.
즈냐(壤, j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세간의 지혜 문을 지음이니라.
흐르다(曷多上聲, rt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죽살이 경계의 지혜 바퀴니라.
바(婆蒲我切, b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온갖 지혜 궁전의 원만한 장엄이니라.
차(車上聲呼, c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수행하는 방편 광이 제각기 원만함이니라.
스마(娑蘇紇切麽, sm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시방을 따라 부처님들을 현재에 봄이니라.
흐바(訶婆二字皆上聲呼, hv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인연 없는 중생을 관찰하고 방편으로 거두어 주어 걸림없는 힘을 내게 함이니라.
트사(七可切, ts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행을 닦아 모든 공덕 바다에 나아가 들어감이니라.
가(伽上聲呼, g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법 구름을 가진 견고한 바다 광이니라.
타(, ţ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원하는 대로 시방의 부처님들을 두루 봄이니라.
나(拏嬭可切, ņ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글자 바퀴에 다함이 없는 여러 억 글자가 있음을 관찰함이니라.
스파(娑蘇紇切頗, sp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중생을 교화하여 끝가는 곳이니라.
스카(娑同前音迦, sk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광대한 광 걸림 없는 변재의 광명 바퀴가 두루 비침이니라.
이사(也夷舸切娑蘇舸切, ys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부처님 법의 경계를 선전하여 말함이니라.
스차(室者, sc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중생 세계에 법 우레가 진동함이니라.
타(侘恥加切, th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나[我]가 없는 법으로 중생을 깨우침이니라.
라 (陀, ļa)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모든 법륜의 차별한 광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런 자모를 부를 때에 이 42 반야바라밀 문을 머리로 삼아 한량없고 수없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예술을 잘 아는 보살의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세간과 출세간의 교묘한 법을 지혜로 통달하여 저 언덕에 이르며, 다른 지방의 이상한 예술을 모두 종합하여 알아 남음이 없으며, 글과 산수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의학과 술법으로 여러 가지 병을 잘 치료하며, 어떤 중생들이 귀신에게 들리었거나 원수에게 저주되었거나 나쁜 별의 변괴를 입었거나 송장에게 쫓기거나, 간질·조갈 따위의 병에 걸린 것을 모두 구원하여 쾌차하게 하는 일과, 또 금·옥·진주·보패·산호·유리·마니·자거·계살라 등의 보배가 나는 처소와 종류가 같지 않음과 값이 얼마나 가는지를 잘 분별하여 알며, 마을이나 영문이나 시골이나 성시나, 크고 작은 도시들과, 궁전·공원·바위·샘물·숲·진펄 등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데를 보살이 모두 다 지방을 따라 거두어 보호하는 일과, 또 천문·지리와, 사람의 상의 길흉과 새·짐승의 음성을 잘 관찰하며, 구름·안개의 기후로 시절의 흉풍과 국토의 태평하고 나쁜 것을 짐작하는 일과, 이러한 세간의 모든 기술을 모두 잘 알아 근원까지 통달하는 일과, 또 세간에서 뛰어나는 법을 분별하며, 이름을 바로 알고, 이치를 해석하며 본체와 모양을 관찰하고 따라 수행하며, 지혜로 속속들이 들어가 의심도 없고 걸림도 없고 어리석지도 않고 완악하지도 않고 근심과 침울함도 없이 현재에 증득하지 못함이 없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마갈제국(摩竭提國)에 한 부락이 있고 거기 성이 있으니, 이름은 바다나(婆那)요, 그 성에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현승(賢勝)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모든 예술 잘 아는 동자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46) 현승(賢勝) 우바이를 찾다
선재동자는 바다나성을 향하여 가서 현승 우바이에게 이르러 발에 절하고 두루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 곁에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현승 우바이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의지할 곳 없는 도량이니라. 이미 스스로 깨우쳐 알고 또 다른 이에게 말하느니라.
또 다함 없는 삼매를 얻었으니, 저 삼매의 법이 다함이 있고 다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눈을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눈을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코를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혀를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몸을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뜻을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공덕파도(功德波濤)를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지혜 광명을 냄이 다함 없는 연고며, 또 능히 온갖 지 혜의 성품인 빠른 신통을 냄이 다함 없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의지할 곳 없는 도량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모든 것에 집착이 없는 공덕의 행이야, 내가 어떻게 다 알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남쪽에 한 섬이 있으니, 이름이 살찐 밭[沃田]이요,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견고한 해탈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현승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47) 견고한 해탈[堅固解脫] 장자를 찾다
그 성에 이르러서는 장자에게 나아가 발에 절하고 두루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한 곁에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장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집착한 생각이 없이 청정한 장엄이니라. 나는 이 해탈을 얻고부터는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와서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쉬지 아니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집착한 생각이 없이 청정한 장엄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두려울 것 없음을 얻어 크게 사자후하며, 넓고 큰 복과 지혜의 무더기에 편안히 머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성중에 한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묘한 달[妙月]이니라. 그 장자의 집에는 항상 광명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견고한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48) 묘한 달[妙月] 장자를 찾다
묘한 달 장자의 있는 데 가서 발에 절하고 두루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한 곁에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묘한 달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깨끗한 지혜 광명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지혜 광명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한량없는 해탈의 법문을 증득한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출생(出生)이요,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이길 이 없는 군대[無勝軍]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묘한 달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49) 이길 이 없는 군대[無勝軍] 장자를 찾다
점점 그 성에 나아가 장자가 있는 데 이르러서는 발에 절하고 두루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한 곁에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장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으니, 이름이 다함 없는 형상[無盡相]이니라. 아는 이 보살의 해탈을 증득하였으므로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무진장(無盡藏)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함 없는 형상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한정없는 지혜와 걸림없는 변재를 얻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성 남쪽에 한 촌락이 있으니, 이름은 법(法)이요, 그 촌락에 바라문이 있으니, 이름이 가장 고요함[最寂靜]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이길 이 없는 군대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50) 가장 고요한[最寂靜] 바라문을 찾다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그 촌락에 이르러 가장 고요한 바라문을 보고 발에 절하고 두루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한 곁에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이니라. 과거·현재·미래 보살들이 이 말을 인하여,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물러가지 않나니 이미 물러간 이도 없고 지금 물러가는 이도 없고, 장차 물러갈 이도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진실하게 원하는 말에 머물렀으므로 뜻대로 짓는 일이 만족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의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과 더불어 행함이 어기지 않으며, 말은 반드시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아서, 한량없는 공덕이 이로부터 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뜻 꽃문[妙意華門]이요, 거기 동자가 있으니, 이름이 덕 나는 이[德生]요, 아가씨가 있으니, 이름이 덕 있는 이[有德]니라. 그대는 그들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법을 존중히 여기므로 바라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떠났다.
39. 입법계품 [18]
2) 가지 법회 [17]
(51) 덕 나는 이[德生] 동자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점점 남으로 가다가, 묘한 뜻 꽃문 성[妙意華門城]에 이르러 덕 나는 이[德生] 동자와 덕 있는 이[有德] 아가씨를 보고는, 그 발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바라옵건대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 동자와 아가씨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우리는 보살의 해탈을 증득하였으니 이름이 눈어리처럼 머무름[幻住]이니라.
이 해탈을 얻었으므로 모든 세계가 다 눈어림처럼 머무는 줄로 보나니 인연으로 생긴 탓이며, 모든 중생이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줄로 보나니 업과 번뇌로 일어난 탓이며, 모든 세간이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무명(無明)과 유有)와 애(愛) 따위가 서로 인연이 되어 생기는 탓이며, 모든 법이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나란 소견 따위의 갖가지 눈어리 같은 인연으로 생기는 탓이며, 모든 삼세가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나란 소견 따위의 뒤바뀐 지혜로 생기는 탓이며, 모든 중생의 생기고 없어지고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운 것이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허망한 분별로 생기는 탓이니라.
모든 국토가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생각이 뒤바뀌고 마음이 뒤바뀌고 소견이 뒤바뀌어 무명으로 나타나는 탓이며, 모든 성문과 벽지불이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지혜로 끊는 분별로 이루어지는 탓이며, 모든 보살이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스스로 조복하고 중생을 교화하려는 여러 가지 행과 원으로 이루어지는 탓이며, 모든 보살 대중의 변화하고 조복하는 여러 가지 일이 다 눈어리처럼 머무는 것이니 서원과 지혜의 눈어리로 이뤄지는 탓이니라.
선남자여, 눈어리 같은 경계의 성품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우리 두 사람은 다만 이 눈어리처럼 머무는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그지없는 일의 눈어리 그물에 잘 들어가는 그 공덕의 행이야, 우리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동자와 아가씨는 자기의 해탈[自解脫]을 말하고는 부사의한 선근의 힘으로써 선재동자의 몸을 부드럽고 빛나며 윤택케 하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해안(海岸)이란 나라가 있고 거기 대장엄(大莊嚴) 동산이 있으며, 그 안에 광대한 누각이 있으니, 이름은 비로자나장엄장이니라. 보살의 선근의 과보로 좇아 생겼으며, 보살의 생각하는 힘·서원하는 힘·자재한 힘·신통한 힘으로 생겼으며, 보살의 교묘한 방편으로 생겼으며, 보살의 복덕과 지혜로 생겼느니라.
선남자여, 부사의한 해탈에 머무른 보살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경계를 나타내며, 이러한 장엄을 모으는 것이니라. 미륵보살마하살이 그 가운데 있으니, 본래 태어났던 부모와 권속과 백성들을 거두어 주어 성숙케 하는 연고며, 또 함께 태어나고 함께 수행하던 중생들을 대승 가운데서 견고하게 하려는 연고며, 또 저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있는 곳을 따르고 선근을 따라서 성취케 하려는 연고니라.
또 그대에게 보살의 해탈문을 보이려는 연고며, 보살이 모든 곳에서 자재하게 태어남을 보이려는 연고며, 보살이 갖가지 몸으로 여러 중생들 앞에 나타나서 항상 교화함을 보이려는 연고며, 보살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으로 모든 세간의 재물을 거두어 주며 싫어하지 않음을 보이려는 연고며, 보살이 모든 행을 갖추 닦으면서도 모든 행이 모양 여읜 것을 보이려는 연고며, 보살이 여러 곳에서 태어나되 모든 태어남이 모양이 없는 줄 아는 것을 보이려는 연고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며, 어떻게 보살의 계율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마음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보살의 서원을 내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돕는 거리[助道具]를 모으며, 어떻게 보살의 머무는 지위에 들어가며, 어떻게 보살의 바라밀을 만족하며, 어떻게 보살의 죽살이 없는 법의 지혜[無生忍]를 얻으며, 어떻게 보살의 공덕의 법을 갖추며, 어떻게 보살 선지식을 섬기는가를 물으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저 보살마하살은 모든 보살의 행을 통달하였으며, 모든 중생의 마음을 알고 그 앞에 나타나서 교화하고 조복하며, 저 보살은 모든 바라밀을 이미 만족하였고, 모든 보살의 지위에 이미 머물렀고, 모든 보살의 지혜[忍]를 이미 증득하였고, 모든 보살의 지위에 이미 들어갔고, 구족한 수기 주심을 이미 받았고, 모든 보살의 경계에 이미 이르렀고,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이미 얻었고, 모든 여래가 온갖 지혜인 감로의 법 물로 정수리 에 부음을 받았느니라.
선남자여, 저 선지식은 그대의 선근들을 윤택케 하고, 그대의 보리심을 증장케 하고, 그대의 뜻을 견고케 하고, 그대의 착한 일을 더하게 하고, 그대의 보살의 뿌리를 자라게 하고, 그대에게 걸림없는 법을 보이고, 그대를 보현의 지위에 들어가게 하고, 그대에게 보살의 원을 말하고, 그대에게 보현의 행을 말하고, 그대에게 모든 보살의 행과 원으로 이룩한 공덕을 말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한 가지 착한 일을 닦고, 한 가지 법을 비추어 알고, 한 가지 수기를 얻고, 한 가지 지혜에 머무름으로써 끝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을 말 것이며, 한정한 마음으로 육바라밀을 행하여 십지에 머물러서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거나 선지식을 섬기지 말아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선근으로 심어야 하며, 한량없는 보리의 기구를 모아야 하며, 한량없는 보리의 일을 닦아야 하며, 한량없는 교묘한 회향을 배워야 하느니라.
한량없는 중생 세계를 교화해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마음을 알아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근성을 알아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지해[解]를 알아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행을 보아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조복해야 하느니라.
한량없는 번뇌를 끊어야 하며, 한량없는 업의 버릇[業習]을 깨끗이 해야 하며, 한량없는 나쁜 소견을 없애야 하며, 한량없는 물든 마음[雜染心]을 제해야 하며, 한량없는 깨끗한 마음을 내야 하며, 한량없는 괴로움의 독화살을 뽑아야 하며, 한량없는 애욕 바다를 말리어야 하며, 한량없는 무명의 어둠을 깨뜨려야 하며, 한량없는 교만한 산을 부숴야 하며, 한량없는 죽살이 결박을 끊어야 하며, 한량없는 존재[有]의 강을 건너야 하며, 한량없이 태어나는 바
다를 말려야 하느니라. 한량없는 탐욕의 행을 소멸해야 하며, 한량없는 성내는 행을 깨끗이 다스려야 하며, 한량없는 어리석은 행을 깨뜨려야 하며, 한량없는 마의 그물을 초월해야 하며, 한량없는 마의 업을 여의어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욕망을 다스려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방편을 증장해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이 더 올라가는 뿌리[增上根]를 내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결정한 지해를 밝혀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평등에 들어가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공덕을 깨끗케 해
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행들을 닦아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세간을 따르는 행을 나타내야 하느니라. 한량없이 믿는 힘을 내야 하며, 한량없이 정진하는 힘에 머물러야 하며,한량없는 바르게 생각하는 힘[正念力]을 깨끗이 해야 하며, 한량없는 삼매의 힘을 채워야 하며, 한량없는 깨끗한 지혜의 힘[淨慧力]을 일으켜야 하며, 한량없는 수승하게 이해하는 힘을 굳게 해야 하며, 한량없는 복덕의 힘을 모아야 하며, 한량없는 슬기의 힘[智慧力]을 길러야 하며, 한량없는 보살의 힘을 일으켜야 하며, 한량없는 여래의 힘을 원만히 해야 하느니라.
한량없는 법문을 분별해야 하며, 한량없는 법문을 분명히 알아야 하며, 한량없는 법문을 청정하게 해야 하며, 한량없는 법의 광명을 내야 하며, 한량없는 법의 비춤을 지어야 하며, 한량없는 종류의 뿌리[品類根]를 비추어야 하며, 한량없는 번뇌의 병을 알아야 하며, 한량없는 묘한 법약을 모아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병을 고쳐야 하느니라.
한량없는 단 이슬 공양을 잘 장만해야 하며,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에 가야 하며, 한량없는 여래에게 공양해야 하며, 한량없는 보살의 모임에 들어가야 하며, 한량없는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죄를 참아 받아야 하며, 한량없는 나쁜 길의 고난을 없애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선한 길에 나게 해야 하며, 사섭법으로 한량없는 중생을 거두어 줘야 하느니라.
마땅히 한량없는 다라니문을 닦으며 한량없는 큰 서원의 문을 내며 한량없이 크게 인자하고 크게 서원하는 힘을 닦으며, 한량없는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항상 쉬지 않으며, 한량없이 생각하는 힘을 일으키며, 한량없이 신통한 일을 일으키며, 한량없는 지혜의 광명을 깨끗이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길[衆生趣]에 나아가며, 한량없는 모든 존재[諸有]에 태어나며, 한량없이 차별한 몸을 나타내며, 한량없는 말을 알아야 하며, 한량없이 차별한 마음에 들어가야 하며 , 보살의 큰 궁전에 머물러야 하며, 보살의 깊고 미묘한 법을 보아야 하며, 보살의 알기 어려운 경계를 알아야 하며, 보살의 행하기 어려운 경계를 알아야 하며, 보살의 존중한 위의를 갖추어야 하며, 보살의 들어가기 어려운 바른 지위[正位]에 나아가야 하며, 보살의 가지가지 행을 알아야 하며, 보살의 두루한 신통의 힘을 나투어야 하며, 보살의 평등한 법 구름을 받아야 하며, 보살의 그지없는 행의 그물을 넓혀야 하며, 보살의 그지없는 바라밀을 만족 해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수기를 받아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지혜의 문에 들어가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지위를 다스려야 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법문을 깨끗이 해야 하며, 보살들이 그지없는 겁에 있으면서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말할 수 없는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말할 수 없는 보살의 서원을 내는 것을 같이해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요점을 들어 말하면, 모든 보살의 행을 두루 닦아야 하고, 모든 중생 세계를 두루 교화해야 하고, 모든 겁에 두루 들어가야 하고, 모든 곳에 두루 태어나야 하고, 모든 세상을 두루 알아야 하고, 모든 법을 두루 행해야 하고, 모든 세계를 두루 깨끗케 해야 하고, 모든 소원을 두루 채워야 하고, 모든 부처님께 두루 공양해야 하고, 모든 보살의 원과 두루 같아야 하고, 모든 선지식을 두루 섬겨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선지식 구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나니, 선지식을 보고 만족함을 내지 말며, 선지식에게 묻기를 수고로워하지 말며, 선지식에 친근하되 물러갈 생각을 내지 말며, 선지식에 공양하기를 쉬지 말아야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고 잘못 알지 말아야 하며, 선지식의 행을 배우되 의심하지 말며, 선지식이 뛰어나는 문을 말함을 듣고 망설이지 말며, 선지식의 번뇌를 따르는 행을 보고 혐의하지 말며, 선지식에 믿고 존경하는 마음을 변경하지 말
아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선남자여, 보살이 선지식을 인하여 모든 보살의 행을 들으며, 모든 보살의 공덕을 성취하며, 모든 보살의 큰 원을 내며, 모든 보살의 선근을 이끌어 내며, 모든 보살의 도를 돕는 일을 모으며, 모든 보살의 법의 광명을 열어 밝히며, 모든 보살의 뛰어나는 문[出離門]을 드러내 보이며, 모든 보살의 청정한 계율을 닦으며, 모든 보살의 공덕법에 머물며, 모든 보살의 광대한 뜻을 깨끗하게 하며, 모든 보살의 견고한 마음을 증장하며, 모든 보살의 다라니와 변재의 문을 구족하며, 모든 보살의 청정한 갈무리[淸淨藏]를 얻으며, 모든 보살의 선정의 광명을 내며, 모든 보살의 훌륭한 서원을 얻으며, 모든 보살의 동일한 원을 받으며, 모든 보살의 훌륭한 법을 들으며, 모든 보살의 비밀한 곳을 얻으며, 모든 보살의 법보(法寶)의 섬에 이르며, 모든 보살의 선근의 싹을 늘게 하며, 모든 보살의 지혜의 몸을 자라게 하며, 모든 보살의 깊고 비밀한 갈무리[深密藏]를 보호하며, 모든 보살의 복덕더미를 가지느니라. 모든 보살의 태어나는 길[受生道]을 깨끗이 하며, 모든 보살의 바른 법의 구름을 받으며, 모든 보살의 큰 서원의 길에 들어가며, 모든 여래의 보리의 결과에 나아가며, 모든 보살의 묘한 행을 거두어 가지며, 모든 보살의 공덕을 열어 보이며, 여러 지방에 가서 묘한 법을 들으며, 모든 보살의 광대한 위엄과 공덕을 찬탄하며, 모든 보살의 크게 자비한 힘을 내며, 모든 보살의 훌륭하고 자재한 힘을 거두어 가지며, 모든 보살의 보리의 부분[菩提分]을 내
며, 모든 보살의 이익하는 일을 짓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선지식의 유지함을 인하여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으며, 선지식의 거두어 줌을 인하여 대승에서 물러가지 않으며, 선지식의 염려함을 인하여 보살의 계율을 범하지 않으며, 선지식의 수호함을 인하여 나쁜 벗을 따르지 않으며, 선지식의 길러 줌을 인하여 보살의 법에 이지러짐이 없으며, 선지식의 붙들어 줌을 인하여 범부의 자리를 초월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인하여 이승(二乘)의 지위를 초월하며, 선지식의 지도를 인하여 세간에 뛰어나며, 선지식의 길러 줌을 인하여 세상법에 물들지 않으며, 선지식을 섬김으로 인하 여 모든 보살의 행을 닦으며, 선지식께 공양함을 인하여 모든 도를 돕는 법을 갖추며, 선지식을 친근하므로 업과 번뇌에 좌절되지 않으며, 선지식을 믿으므로 세력이 견고하여 모든 마를 무서워하지 않으며,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모든 보리의 부분법을 증장하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선남자여, 선지식은 장애를 깨끗이 하며, 모든 죄를 소멸하며, 모든 어려움을 제하며, 모든 악한 짓을 그치게 하며, 무명의 캄캄한 밤을 깨뜨리며, 모든 소견의 옥을 부수며, 죽살이의 성에서 나오게 하며, 세속의 집을 버리게 하며, 마의 그물을 찢으며, 괴로운 살을 뽑으며, 무지하고 험난한 곳을 여의게 하며, 삿된 소견의 벌판에서 헤어나게 하며, 모든 존재의 강을 건너게 하며, 모든 삿된 길을 여의게 하느니라.
또 보리의 길을 보여 주며, 보살의 법을 가르치며, 보살의 행에 편안히 머물게 하며, 온갖 지혜로 나아가게 하며, 지혜의 눈을 깨끗하게 하며, 보리심을 자라게 하며, 크게 가엾이 여김을 내며, 묘한 행을 연설하며, 바라밀을 말하며, 악지식(惡知識)을 배척하며, 모든 지위에 머물게 하며, 모든 참음을 얻게 하며, 모든 선근을 닦아 익히게 하며, 모든 도 닦는 기구를 장만케 하며, 모든 큰 공덕을 베풀어 주느니라.
또 온갖 지혜의 자리[一切種智位]에 이르게 하며, 기뻐서 공덕을 모으게 하며, 뛰놀면서 모든 행을 닦게 하며, 깊고 깊은 이치에 들어가게 하며, 뛰어나는 문을 열어 보이게 하며, 모든 나쁜 길을 막아 버리게 하며, 법의 광명으로 비추게 하며, 법비로 윤택케 하며, 모든 의혹을 소멸케 하며, 모든 소견을 버리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지혜를 자라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문에 편안히 머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선지식은 어머니와 같으니, 부처의 종자를 내는 연고며, 아버지와 같으니, 광대하게 이익케 하는 연고며, 유모(乳母)와 같으니 보호하여 나쁜 짓을 짓지 못하게 하는 연고며, 스승과 같으니, 보살의 배울 것을 보여주는 연고며, 좋은 길잡이와 같으니, 바라밀의 길을 보여 주는 연고며, 좋은 의사와 같으니, 번뇌의 병을 치료하는 연고며, 설산과 같으니, 온갖 지혜의 약을 자라게 하는 연고니라. 용맹한 장수와 같으니, 모든 두려움을 제거하는 연고며, 강을 건네주는 사람과 같으니, 죽살이의 빠른 물에서 나오게 하는 연고며, 뱃사공과 같으니, 지혜의 보배 섬에 이르게 하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항상 이렇게 바른 생각으로 선지식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그대가 모든 선지식을 받자와 섬기는 데는 땅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무거운 짐을 지고도 고달프지 않은 연고며, 금강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뜻과 서원이 견고하여 깨뜨릴 수 없는 연고며, 철위산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모든 괴로움으로 요동할 수 없는 연고며, 시중하는 사람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시키는 일을 모두 순종하는 연고며, 제자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가르치는 일을 어기지 않는 연고니라.
하인들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여러 가지 일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연고며,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아도 고달프다 하지 않는 연고며, 머슴살이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시키는 일을 어기지 않는 연고며, 거름 치는 사람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고개를 숙이는 연고며, 양순한 말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나쁜 성질을 여의는 연고며, 큰 수레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연고니라. 길들은 코끼리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항상 복종하는 연고며, 수미산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마음이 움직이거나 기울지 않는 연고며, 순한 개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주인을 해하지 않는 연고며, 전다라(旃茶羅)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교만함을 떠난 연고며, 불깐 소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성내는 일이 없는 연고며, 배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가고 오는 데 게으르지 않는 연고며, 교량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건네주면서도
고달픈 줄 모르는 연고며, 효자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기색을 받들어 순종하는 연고며, 왕자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내리는 조칙을 따라 행하는 연고니라.
또 선남자여, 그대가 자기의 몸은 병난 것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의사와 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약과 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병이 나은 것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먼 길 떠난 것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길잡이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곧은 길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갈 곳에 간 것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강을 건너려는 것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뱃사공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노[楫]와 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언덕에 닿은 것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곡식의 모와 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용왕과 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비와 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곡식이 영그는 것과 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빈궁한 이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비사문천왕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재물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부자된 것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제자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훌륭한 장색[良工]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기술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다 안 것같이 생각하라.hl2tci
또 자기의 몸은 무서운 것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용맹한 사람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무기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원수를 깨뜨리는 것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장사꾼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길잡이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보배와 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주워 모으는 것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아들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부모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살림살이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살림을 맡는 것같이 생각하라.
또 자기의 몸은 왕자와 같이 생각하고, 선지식은 대신과 같이 생각하고, 말씀하는 법은 왕의 명령같이 생각하고, 닦는 행은 왕관을 쓰는 것같이 생각하고, 왕의 옷을 입는 것같이 생각하고, 왕의 비단띠[繪]를 매는 것같이 생각하고, 왕의 궁전에 앉은 것같이 생각하라.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이러한 마음과 이러한 뜻으로 선지식을 친근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이러한 마음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면, 뜻과 원이 영원히 청정하기 때문이니라.
또 선남자여, 선지식은 선근을 자라게 하나니, 마치 설산에서 약초가 자라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부처님 법의 그릇이니, 마치 바다가 여러 강물을 받아들이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공덕이 나는 곳이니, 마치 바다에서 여러 가지 보배가 나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보리심을 깨끗게 하나니, 마치 맹렬한 불이 진금을 불리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세간법에서 뛰어나나니, 마치 수미산이 큰 바다에서 솟아나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세상법에 물들지 않나니, 마치 연꽃에 물이 묻지 않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모든 나쁜 것을 받지 않나니, 마치 큰 바다가 송장을 묵히지 않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흰 법[自法]을 증장케 하나니, 마치 보름달의 광명이 원만한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법계를 밝게 비추나니, 마치 밝은 해가 사천하에 비추는 것 같으니라. 선지식은 보살의 몸을 자라게 하나니, 마치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것 같으니라.
선남자여, 요점을 말하면, 만일 보살마하살이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르면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공덕을 얻으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깊은 마음을 깨끗이 하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의 선근[根]을 자라게 하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의 힘을 깨끗이 하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장애(障碍)를 끊으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마의 경계를 초월하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 억 아승기 법문에 들어가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도를 돕는 일을 만족하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묘한 행을 닦으며,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큰 원을 내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다시 간추려 말하면, 모든 보살행과 모든 보살의 바라밀과 모든 보살의 지위와 모든 보살의 법 지혜[忍]와 모든 보살의 다라니문과 모든 보살의 삼매문과 모든 보살의 신통한 지혜와 모든 보살의 회향과 모든 보살의 서원과 모든 보살의 불법을 성취하는 것이 다 선지식의 힘을 말미암나니, 선지식으로 근본을 삼으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생기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뛰어나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자라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머물며, 선지식이 인연이 되고, 선지식이 능히 발기하느니라.”
이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이러한 공덕이 한량없는 보살의 묘한 행을 열어 보이고 한량없이 광대한 부처님 법을 성취함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덕 나는 이[德生] 동자와 덕 있는 이[有德] 아가씨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며 하직하고 물러갔다.
(52) 미륵보살을 찾다 [1]
이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마음이 윤택하고 바른 생각으로 보살의 행을 생각하면서 해안국(海岸國)으로 향하였다.
지난 세상에 예경(禮敬)을 닦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부지런히 행하였다. 지난 세상에 몸과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스스로 조촐하게 하였다. 지난 세상에 나쁜 업을 지은 것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스스로 끊었다. 지난 세상에 허망한 생각 일으킨 것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항상 바르게 생각하였다.
지난 세상에 닦은 행이 자기의 몸만 위한 것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마음을 넓게 가지고 중생들에까지 미치게 하였다. 지난 세상에 욕심의 대상[欲境]을 따라다니면서 스스로 소모하던 것이 좋은 맛이 없음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불법을 닦아 모든 근기를 길러 스스로 편안하였다.
지난 세상에 삿된 생각으로 뒤바뀌게 응하던 일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바른 소견으로 보살의 원을 일으켰다. 지난 세상에 밤낮으로 애쓰며 나쁜 일을 짓던 것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큰 정진을 하여 불법을 성취하려 하였다. 지난 세상에 오취(五趣)에 태어난 것이 저나 남의 몸에 이익이 없음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이 몸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고 불법을 성취하며 모든 선지식을 섬기려고 원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매우 환희한 마음을 내었다.
또 이 몸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여러 가지 괴로움의 굴택임을 보고 원하기를, 오는 세월이 다하도록 보살의 도를 닦고 중생을 교화하며, 여러 여래를 뵈옵고 불법을 성취하며, 모든 부처님 세계로 다니면서 여러 법사(法師)를 섬기고, 모든 부처님의 교법에 머물러 있으면서 여러 불법의 동무를 구하고, 모든 선지식을 보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모아서, 모든 보살의 원과 지혜의 몸을 위하여 인연을 지으려 하였다.
이렇게 생각할 적에 부사의한 한량없는 선근이 자라서, 모든 보살을 믿고 존중하며 희유한 생각을 내고 스승이란 생각을 내었다. 모든 감관이 청정하여지고 선법이 늘었으며, 모든 보살의 공경하고 공양하던 일을 일으키고, 모든 보살의 허리 굽히며 합장함을 짓고, 모든 보살의 세간을 두루 보는 눈[普見世間眼]을 내고, 모든 보살의 중생을 염려하던 생각을 일으키고, 모든 보살의 한량없는 서원으로 나투는 몸을 나타내고, 모든 보살의 청정하게 찬탄하던 음성을 내었다. 과거와 현재의 여러 부처님과 보살들이 여러 곳에서 성도하심과 신통과 변화를 나타내시며, 내지 한 터럭 끝만한 곳에도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음을 상상하여 보았으며, 또 청정한 지혜와 광명한 눈을 얻어 모든 보살의 행하던 경계를 보고 마음은 시방의 세계 그물에 들어가고, 소원은 허공과 법계에 가득하여, 삼세가 평등하여 쉬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모든 것이 다 선지식의 가르침을 믿은 까닭이었다.
선재동자는 이렇게 존중함과 이렇게 공양함과 이렇게 칭찬함과 이렇게 관찰함과 이러한 서원의 힘과 이러한 생각과 이렇게 한량없는 지혜의 경계로써 비로자나 장엄장의 큰 누각 앞에서 엎드려[五體投地] 절하고, 잠깐 동안 마음을 거두고 생각하고 관찰하였으며, 깊이 믿고 애해함과 큰 서원의 힘으로 온갖 곳에 두루한 지혜의 몸이 평등한 문에 들어갔다. 그 몸을 두루 나타내어 모든 여래의 앞·모든 보살의 앞·모든 선지식의 앞·모든 여래의 탑 앞·모든 여래의 형상 앞·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계시는 처소 앞·모든 법보 앞·모든 성문과 벽지불과 그들의 탑 앞·모든 거룩한 대중인 복밭 앞·모든 부모와 존장 앞·모든 시방의 중생 앞에 있으면서, 위에 말한 것처럼 존중하고 예경하며 찬탄하기를,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쉬지 아니하였다.
허공과 같으니 가와 분량[邊量]이 없는 연고며, 법계와 같으니 막힘과 걸림이 없는 연고며, 실제와 같으니 온갖 것에 두루한 연고며, 여래와 같으니 분별이 없는 연고며, 그림자와 같으니 지혜를 따라 나타나는 연고며, 꿈과 같으니 생각으로 좇아 일어나는 연고며, 영상과 같으니 모든 것에 보이는 연고며, 메아리와 같으니 인연으로 생기는 연고며, 나는 일이 없으니 번갈아 일어나고 없어지는 연고며, 성품이 없으니 인연을 따라 변하는 연고였다.
또 모든 과보는 업에서 일어나고, 모든 결과는 인에서 일어나고, 모든 업은 습기(習氣)에서 일어나고, 모든 부처님 나심은 믿음에서 일어나고, 모든 공양거리를 변화하여 나타냄은 결정한 알음알이에서 일어나고, 모든 나툰 몸 부처님[化佛]은 공경하는 마음에서 일어나고, 모든 부처님 법은 선근에서 일어나고, 모든 나툰 몸은 방편에서 일어나고, 모든 불사는 큰 원에서 일어나고, 모든 보살의 닦는 행은 회향에서 일어나고, 모든 법계의 광대한 장엄은 온갖 지혜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줄을 결정코 알았다.
아주 없다는 소견을 여의나니 회향을 아는 연고며, 항상하다는 소견을 여의나니 나는 일이 없음을 아는 연고며, 원인이 없다는 소견을 여의나니 바른 인을 아는 연고며, 뒤바뀐 소견을 여의나니 실제와 같은 이치를 아는 연고며, 자재천이란 소견을 여의나니 남을 말미암지 않음을 아는 연고며, 나라 남이라 하는 소견을 여의나니 인연으로 생기는 줄을 아는 연고며, 가이 있다고 고집하는 소견[邊執見]을 여의나니 법계가 가이없음을 아는 연고며, 가고 온다는 소 견을 여의나니 영상과 같음을 아는 연고며, 있다 없다는 소견을 여의나니 나지도 멸하지도 않음을 아는 연고며, 모든 법이란 소견을 여의나니 공하여 남이 없음[無生]을 아는 연고며, 자재하지 못함을 아는 연고며, 소원의 힘으로 나는 줄을 아는 연고며, 모든 모양이란 소견을 여의나니 모양이 없는 짬[無相際]에 들어가는 연고였다.
모든 법이 종자에서 싹이 나는 것 같음을 아는 연고며, 인(印)에서 글자가 나는 것 같은 연고며, 바탕이 영상과 같음을 아는 연고며, 소리가 메아리와 같음을 아는 연고며, 대경[境]이 꿈과 같음을 아는 연고며, 업이 눈어리 같음을 아는 연고며, 세상이 마음으로 나타남을 아는 연고며, 결과가 원인에서 일어남을 아는 연고며, 과보가 업이 모임인 줄을 아는 연고며, 모든 공덕의 법이 다 보살의 교묘한 방편으로 흘러 나온 것임을 아는 연고였다.
선재동자가 이러한 지혜에 들어가서 단정한 마음과 깨끗한 생각으로 누각 앞에서 엎드려서 은근하게 절하니, 부사의한 선근이 몸과 마음에 흘러 들어서 상쾌하고 기뻤다.
땅에서 일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러러보면서, 잠깐도 한눈 팔지 아니하고 합장하고 한량없이 돌았고 이렇게 생각하며 말하였다.
“이 큰 누각은 공하고 모양 없고 원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법에 분별이 없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법계가 차별이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중생을 얻을 수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법이 남이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세간에 집착하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굴택에 집착하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마을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대경을 의지하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생각을 여읜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법이 제 성품이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차별한 업을 끊은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생각과 마음과 의식을 여읜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도에 들지도 않고 나지도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에 들어간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방편으로 넓은 문[普門] 법계에 머무른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번뇌의 불을 멸한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더 올라가는 지혜[增上慧]로 모든 소견·사랑·교만을 끊은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선정·해탈·삼매·신통과 밝음[明]을 내어 유희하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보살의 삼매의 경계를 관찰한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여래의 처소에 편안히 머무른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한 겁을 모든 겁에 넣고 모든 겁을 한 겁에 넣어도 그 형상을 망그러뜨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한 세계를 모든 세계에 넣고 모든 세계를 한 세계에 넣어도 그 형상을 망그러뜨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한 법을 모든 법에 넣고 모든 법을 한 법에 넣어도 그 형상을 망그러뜨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한 중생을 모든 중생에 넣고 모든 중생을 한 중생에 넣어도 그 형상을 망그러뜨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한 부처님을 모든 부처님에 넣고 모든 부처님을 한 부처님에 넣어도 그 형상을 망그러뜨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잠깐 동안에 모든 삼세를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잠깐 동안에 모든 국토에 이르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중생의 앞에 그 몸을 나타내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마음으로 모든 세간을 항상 이익케 하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온갖 곳에 두루 이르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세간에서 이미 벗어났으나, 중생을 교화하려고 그 가운데 항상 몸을 나타내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세계에 애착하지 않으나, 부처님들께 공양하려고 모든 세계에 다니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본 고장[本處]에서 움직이지 않고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 나아가 장엄하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부처님을 친근하면서도 부처님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선지식을 의지하면서도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마의 궁전에 있으면서도 욕심 경계에 탐착하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마음과 생각을 아주 여읜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중생 속에 몸을 나 타내지만 자기와 다른 이에게 둘이란 생각을 내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세계에 두루 들어가지만 법계에 대하여 차별한 생각이 없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오는 세상의 모든 겁에 머물기를 원하면서도 여러 겁에 길다 짧다는 생각이 없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한 털 끝만한 곳을 여의지 않으면서 모든 세계에 몸을 나타내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만나기 어려운 법을 능히 연설하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알기 어려운 법·매우 깊은 법·둘이 없는 법·모양이 없는 법·상대하여 다스릴 수 없는 법·얻을 바 없는 법·희롱거리 의논이 없는 법에 능히 머무른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대자대비에 머무른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이승(二乘)의 지혜를 지났고, 모든 마의 경계를 초월하였고, 세상법에 물들지 아니하고, 보살들의 이르는 언덕에 이르렀고, 여래의 머무시는 곳에 머무른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형상을 여의었으면서도 성문의 바른 지위에 들어가지 않고, 모든 법이 나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나지 않는 법의 성품에 어울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부정함을 관찰하면서도 탐욕 여의는 법을 증득하지도 않고, 탐욕과 함께 있지도 않으며, 인자함을 닦으면서도 성냄을 여의는 법을 증득하지도 않고, 성내는 일과 함께하지도 않으며, 인연으로 생기는[緣起] 것을 관찰하면서도 어리석음을 여의는 법을 증득하지도 않고, 어리석음과 함께하지도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사선정에 머무르면서도 선정을 따라 태어나지도 않고,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을 행하면서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형상 세계에 태어나지 않고, 사무색정(四無色定)을 닦으면서도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써 무형 세계에 머무르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선정[止]과 지혜[觀]를 닦으면서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밝음[明]과 해탈을 증득하지 않고, 버리는 일을 행하면서도 중생 교화하는 일을 버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공함을 관하면서도 공한 소견을 내지 않고, 모양 없음을 행하면서도 모양에 집착하는 중생을 항상 교화하고, 소원 없음을 행하면서도 보리행의 원을 버리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모든 업과 번뇌에서 자유자재하면서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업과 번뇌를 따르며, 죽살이가 없으면서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죽살이를 받으며, 모든 길을 여의었으면서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러 길에 일부러 들어가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인자함을 행하면서도 여러 중생에게 미련이 없으며, 가엾이 여김을 행하면서도 여러 중생에게 집착이 없으며, 기뻐함을 행하면서도 괴로운 중생을 보고 항상 불쌍히 여기며, 버림을 행하면서도 다른 이를 이익하는 일을 폐하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는 구차제정(九次第定)을 행하면서도 욕심 세계에 태어남을 싫어하지 않고, 모든 법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알면서도 실제(實際)를 증득하지 않으며, 삼해탈문(三解脫門)에 들었어도 성문의 해탈을 취하지 않으며, 사성제(四聖諦)를 관찰하면서도 소승의 과위에 머무르지 않고, 깊은 인연으로 생김을 관찰하면서도 필경까지 고요한 데 머물지 않고, 팔성도(八聖道)를 닦으면서도 세간에서 아주 뛰어나기를 구하지 않고, 범부의 지위를 초월하고도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고, 오취온(五取薀)을 관찰하면서도 여러 가지 쌓임을 아주 멸하지 않고, 사마(四魔)를 초월하고도 마를 분별하지 않고, 육처(六處)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육처를 아주 멸하지 않고, 진여에 편안히 머무르면서도 실제에 떨어지지 않고, 모든 승을 말하면서도 대승을 버리지 않나니, 이 큰 누각은 이러한 모든 공덕에 머무르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 때 선재동자는 게송을 말하였다.
이렇게 자비하고 청정한 지혜
세간을 이익하는 미륵보살님
정수리에 물을 부은 부처님 장자(長子)
여러 경계 드신 이의 머무시는 곳
온 세계에 소문 나신 부처님 아들
대승의 해탈문에 들어가셨고
법계에 다니어도 집착이 없어
견줄 데 없는 이의 머무시는 곳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과 지혜
방편과 원과 힘과 신통들까지
대승의 여러 가지 바라밀 법을
모두 다 갖춘 이의 머무시는 곳
지혜가 광대하기 허공과 같고
삼세 모든 법을 두루 다 알아
걸림없고 의지 없고 집착 없으니
있는 줄 아는 이의 머무시는 곳
모든 법이 성품 없고 나지도 않고
의지할 데 없음을 분명히 알며
허공에 새가 날 듯 자유자재해
큰 지혜 있는 이의 머무시는 곳
세 가지 독[三毒] 참 성품 분명히 알고
인연법이 허망함을 분별하여도
싫다고 벗어남을 구하지 않는
이렇게 고요한 이 머무시는 곳
세 가지 해탈문과 여덟 가지 길[八道]
쌓임[蘊]과 처(處)와 계(界)와 모든 연기(緣起)를
살피고도 고요한 데 나가지 않는
훌륭하게 교묘한 이 머무시는 곳
시방의 국토들과 모든 중생을
걸림없는 지혜로 모두 살피어
공한 줄을 알아서 분별치 않는
고요한 데 드신 이의 머무시는 곳
온 법계에 다니면서 걸림없으나
가는 성품 구하여도 얻을 수 없어
공중에 바람불듯 종적 없나니
의지한 데 없는 이의 머무시는 곳
나쁜 길 모든 중생 고통 받으며
돌아갈 데 없음을 두루 살피고
인자한 광명 놓아 다 없애나니
불쌍하게 여기는 이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바른 길을 잃어버린 것
소경이 위험한 길 걷는 듯한데
그를 끌어 해탈성에 들게 하나니
이와 같은 길잡이의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악마의 그물에 들어
나고 늙고 병과 죽음 시달리거늘
그들을 해탈하여 위안하나니
이렇게 용맹한 이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번뇌 병에 얽힘을 보고
가엾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어
지혜의 약으로써 치료하나니
이렇게 큰 의사의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나고 죽는 바다에 빠져
헤매고 근심하며 괴로움을 보고
그들을 법 배로써 건지시나니
잘 건네는 어른의 머무시는 곳
중생이 번뇌 바다 헤맴을 보고
보리의 묘한 보배 마음을 내어
그 가운데 들어가 건지시나니
사람을 잘 낚는 이 머무시는 곳
언제나 큰 서원과 자비하신 눈
모든 중생 받는 괴로움 두루 살피고
죽살이 바다에서 건져 내나니
이러한 금시조왕 머무시는 곳
해와 달이 허공에 떠 있으면서
모든 세간 비추지 않는 데 없듯
지혜의 광명함도 그와 같아서
세상을 비추는 이 머무시는 곳
보살이 한 중생을 교화하려고
미래의 한량없는 겁을 지나듯
이와 같이 모든 중생 다 그러하여
세상을 건지는 이 머무시는 곳
한 국토의 중생을 교화하는데
오는 세월 끝나도록 쉬지 않는 듯
하나하나 국토에도 다 그러하니
이런 뜻 굳은 이의 머무시는 곳
시방의 부처님들 말씀하는 법
한 자리에 모두 받아 모두 다하며
미래겁이 끝나도록 항상 그러해
지혜 바다 가진 이의 머무시는 곳
모든 세계 바다에 두루 노닐며
모든 도량 바다에 두루 들어가
모든 여래 바다에 공양하나니
이런 행을 닦는 이의 머무시는 곳
모든 수행 바다를 닦아 행하고
그지없는 서원 바다 일으키어서
이와 같이 겁 바다를 지내시나니
이런 공덕 있는 이의 머무시는 곳
한 털 끝에 한량없는 세계가 있고
부처님과 겁과 중생 말할 수 없어
이런 것을 분명하게 두루 보나니
걸림없는 눈 가진 이 머무시는 곳
한 생각에 그지없는 겁을 거두어
국토와 부처님과 모든 중생을
걸림없는 지혜로 바로 아나니
이런 공덕 갖춘 이의 머무시는 곳
시방세계 부수어 티끌 만들고
큰 바닷물 털 끝으로 찍어낸 수효
보살의 세운 원이 이와 같나니
걸림없는 이들의 머무시는 곳
다라니와 삼매와 큰 서원들과
선정과 모든 해탈 성취하여서
낱낱이 그지없는 겁을 지내니
이러한 참 불자의 머무시는 곳
한량없고 그지없는 여러 불자들
가지가지 법을 말해 중생 건지며
세간의 모든 기술 말씀하나니
이런 행을 닦는 이의 머무시는 곳
신통과 방편 지혜 성취하였고
눈어리의 묘한 법문 닦아 행하며
시방의 다섯 길에 나타나나니
걸림없는 이들의 머무시는 곳
보살이 처음으로 마음을 내고
모든 행을 구족하게 닦아 행하며
나툰 몸 한량없이 법계에 가득
이런 신통 있는 이의 머무시는 곳
한 생각에 보리도를 성취하였고
그지없는 지혜의 업 두루 짓고도
세상 인정 모든 생각 발광하나니
헤아릴 수 없는 이의 머무시는 곳
신통을 성취하여 걸림이 없고
법계에 모두 돌아다니지마는
마음에는 조금도 얻은 것 없어
이런 지혜 가진 이의 머무시는 곳
보살이 걸림없는 지혜를 닦고
여러 국토 들어가도 집착이 없어
둘이 없는 지혜로 널리 비추니
나가 없는 이들의 주무시는 곳
모든 법이 의지 없고 본래 성품도
허공같이 고요함을 분명히 알아
이러한 경계에서 항상 행하니
이러한 때 여읜 이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모든 고통 받음을 보고
인자하고 슬기로운 마음을 내어
모든 세간 이익하기 항상 원하니
가엾이 여기는 이 머무시는 곳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중생 앞에 나타나
마치 해와 달처럼
죽살이의 어둠을 제해 버리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 널리 순종해
한량없는 몸을 나투어
시방세계에 가득하시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모든 세계의 여래 계신 데
두루 다니는 오랜 세월
한량이 없고 수가 없네.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부처님의 법 생각하는데
한량없고 수없는 겁에
그 마음 싫은 줄 몰라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잠깐잠깐마다 삼매에 들고
낱낱 삼매문에서
부처님 경계 열어 밝히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모든 세계의 한량없는 겁
중생과 부처님의 일들
모두 다 알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한 생각에 모든 겁 거둬들이되
다만 중생의 마음 따를 뿐
분별하는 생각 조금도 없네.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모든 삼매를 닦아 익히고
하나하나 마음 속마다
삼세(三世) 법 분명히 알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가부 앉아 동하지 않고
모든 세계와 모든 길에
몸을 두루 나타내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부처님의 법 바다 모두 마시고
지혜 바다에 깊이 들어가
공덕 바다를 구족하였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모든 세계 수효를 모두 알고
세상의 수효와 중생의 수효
부처님 이름과 수효도 그러해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삼세 가운데 있는
국토가 이룩하고 망그러짐을
한 생각에 모두 알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부처님의 행과 서원과
보살들의 닦는 행과
중생의 근성과 욕망 다 알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한 티끌 속에 있는
한량없는 세계와 도량
중생과 겁을 죄다 보고
한 티끌 속과 같이
모든 티끌 모두 그러해
가지가지 다 구족하여
간 데마다 걸림이 없고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모든 법과 중생과
세계와 시간이 일어나지도 않고
있는 것도 아님을 모두 보며
중생을 보는 것처럼
법도 그렇고 여래도 그러해
세계도 그렇고 소원도 그러해
삼세가 다 평등하며
불자가 여기 있으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여래께 공양하고
법의 성품을 생각하며
한량없는 천만 겁에
닦은 바 원과 지혜와 행
광대하기 한량이 없어
끝끝내 칭찬할 수 없고
저 여러 매우 용맹하신 이
수행이 걸림없는 이
이 가운데 계시오매
내 이제 합장하고 경례합니다.
부처님의 장자이시며
거룩하신 미륵보살님
내 이제 공경하여 경례하오니
나를 돌보아 주소서.
이 때 선재동자는 이렇게 보살들의 한량없이 칭찬하고 찬탄하는 법으로, 비로자나 장엄장 큰 누각 안에 계시는 보살들을 찬탄하고는, 허리 굽혀 합장 공경하여 예배하고, 일심으로 미륵보살을 뵈옵고 친근하고 공양하려 하였다.
문득 보니, 미륵보살마하살이 다른 데로부터 오시는데, 한량없는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왕과,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과 본래 태어난 데[本生處] 있는 한량없는 권속과 바라문들과, 수없는 백천 중생들이 앞뒤로 호위하고 와서, 장엄장 누각으로 향하였다.
선재동자가 보고는 기뻐 뛰놀면서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
미륵보살은 선재동자를 살펴보고 대중에게 그의 공덕을 찬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너희들 선재동자를 보라.
지혜 있고 마음이 청정
보리행을 구하려고
나에게 이른 것이다.
잘 왔도다 원만한 인자
잘 왔도다 청정한 가엾이 여김
잘 왔도다 고요한 눈
수행하기 게으름 없네.
잘 왔도다 청정한 뜻
잘 왔도다 광대한 마음
잘 왔도다 물러가지 않은 근성
수행하기 게으름 없네.
잘 왔도다 동요하지 않은 행
항상 선지식을 찾아
모든 법 통달하고
중생들을 조복하며
잘 왔도다 묘한 도 행하고
잘 왔도다 공덕에 머물고
잘 왔도다 부처 과위 나아가
조금도 게으름 없네.
잘 왔도다 덕으로 몸이 되고
잘 왔도다 법에 훈습(薰習)되고
잘 왔도다 끝없는 수행
세간에서 만나보기 어려워라.
잘 왔도다 미혹 여의고
세상법에 물들지 않고
이롭고 쇠하고 헐뜯고 칭찬함을
모든 것 분별이 없네.
잘 왔도다 안락을 주고
부드럽고 교화를 받아
아첨·속임·성내고 교만함
모든 것 소멸해 버렸네.
잘 왔도다 진실한 불자
시방에 두루 다니며
모든 공덕 늘었고
부드러워 게으름 없네.
잘 왔도다 삼세의 지혜
모든 법 두루 다 알며
공덕 갈무리 두루 내어
수행에 고달픔 모르네.
문수보살과 덕운 비구
여러 불자들이
너를 내게 보내며
너에게 걸림없는 곳을 보이어
보살의 행 갖추 닦고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어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지금 나에게 왔네.
모든 여래들의
청정한 경계 구하려고
광대한 서원 물으면서
나를 찾아왔네.
과거·미래·현재의
부처님들의 이루신 행과 업
그대 닦아 배우려고
나를 찾아왔네.
그대는 선지식에게
미묘한 법 구하고
보살의 행 배우려고
나를 찾아왔고
선지식은 부처님이 칭찬하시고
너의 보리행을 이루게 함을
그대가 생각하고서
나를 찾아왔네.
그대는 선지식이 부모처럼
나를 낳으시고
유모처럼 나를 기르고
보리분법을 늘게 하고
의사처럼 병을 고쳐 주고
하늘처럼 단 이슬 뿌리고
해처럼 바른 길 보여 주고
달처럼 깨끗한 바퀴 굴리고
산처럼 동요하지 않고
바다처럼 늘고 줄지 않고
뱃사공처럼 건네줌을 생각하고
나를 찾아왔네.
선지식을 그대는 보라.
용맹한 대장과 같고
큰 장사 물주와 같고
큰 길잡이 같아서
바른 법 당기를 세우고
부처님 공덕 보여 주고
나쁜 길 없애 버리고
착한 길 가는 문 열어 주고
부처님의 몸 드러내고
부처님의 광 잘 지키고
부처님 법을 잘 가지므로
그를 우러러 받들면서
청정한 지혜 만족하려고
단정한 몸 갖추려고
귀한 가문에 태어나려고
나를 찾아왔네.
너희들 이 사람 보라.
선지식 친근하면서
그를 따라 배운 대로
모든 것을 순종하였고
옛적 복의 인연으로
문수보살이 발심케 하여
따라 행하고 어기지 않으며
수행하되 게으르지 않았고
부모와 친속들과
궁전과 재산을
모두 다 버리고
겸손하게 선지식 구하며
이런 뜻을 깨끗이 하니
세간 몸을 아주 여의고
부처님 국토에 태어나
훌륭한 과보 받으리라.
선재동자는 중생들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보고 대비심 내어
위없는 도 부지런히 닦고
선재동자는 중생들의
오취(五趣) 헤맴을 보고
금강 같은 지혜 구하여
그 괴로운 바퀴 깨뜨리며
선재동자는 중생들의
마음 밭 묵음을 보고
세 가지 독한 가시 제하려고
날카로운 지혜의 모습 구하네.
중생들 캄캄한 속에서
소경처럼 바른 길 잃거늘
선재동자 길잡이 되어
편안한 곳 보여 주고
참는 갑옷과 해탈의 수레
지혜의 잘 드는 검으로
세 가지 존재한 세계에서
번뇌의 도적 깨뜨리네.
선재는 법 배의 사공
모든 중생 널리 건지어
알아야 할 바다[爾海] 지나서
보배 섬에 빨리 이르고
선재는 바로 깨달은 해
지혜의 광명과 서원 바퀴로
법계의 허공에 두루 다니며
중생의 굴택 두루 비추네.
선재는 바로 깨달은 달
흰 법[白法]이 다 원만하여
인자한 선정 청량한 빛으로
중생의 마음 평등히 하고
선재는 훌륭한 지혜의 바다
정직한 마음 의지해 있으며
보리의 행 점점 깊어서
모든 법 보배 내는 것이며
선재라는 큰 마음 용이
법계의 허공에 올라가서
구름 덮이고 비를 내려
모든 열매를 성숙케 하네.
선재가 법 등불 켜니
믿음은 심지, 자비는 기름
생각은 그릇, 공덕 빛으로
세 가지 독한 어둠 없애며
깨닫는 마음은 가라라(迦羅邏)
가엾음은 태요, 인자는 살
보리의 부분인 팔다리
여래장(如來藏)에서 자라고
복덕 갈무리 증장하고
지혜 갈무리 청정하며
방편 갈무리 열어 헤치고
큰 서원 갈무리 내네.
이러한 큰 장엄
중생들을 구호하나니
모든 천상과 인간에서
듣기 어렵고 보기 어려워
이러한 지혜의 나무
뿌리 깊어 동하지 않고
모든 행이 점점 증장해
여러 중생 가리어 주네.
모든 공덕 내려고
모든 법 물으려고
모든 의심 끊으려고
선지식을 전력해 찾으며
의혹의 마군 깨뜨리려고
여러 소견의 때 없애려고
중생의 속박 풀어주려고
선지식을 전력해 구하네.
나쁜 길 소멸하려면
인간과 천상의 길 보이려면
공덕의 행을 닦아
열반성에 빨리 들어가고
여러 소견의 어려움 건너려면
여러 소견의 그물 찢으려면
애욕의 강을 말리려면
세 가지 존재의 길 보이려면
세간의 의지가 되려면
세간의 광명이 되려면
삼계의 스승이 되어
해탈할 곳을 보이라.
세간의 중생들로 하여금
여러 시방의 집착 여의고
번뇌의 졸음 깨닫고
애욕의 수렁에서 뛰어나게 하려면
갖가지 법을 알고
갖가지 세계를 깨끗케 하여
모든 것 끝까지 이르면
그 마음 매우 즐거우리.
너의 수행 매우 조화롭고
너의 마음 매우 청정하니
닦으려는 공덕이
모든 것 원만하리라.
오래잖아 부처님 뵙고
모든 법 통달해 알고
모든 세계 바다 깨끗이 하여
큰 보리를 이루리라.
모든 수행 바다 채우려고
모든 법 바다 알려고
중생 바다를 제도하려고
이렇게 행을 닦으며,
공덕 언덕에 이르려고
모든 착한 일 내려고
여러 불자들과 함께
이런 마음을 결정하네.
모든 번뇌 끊어야 하고
모든 업 깨끗해야 하고
모든 마 굴복해야 하나니
이런 소원 만족해야 하고
묘한 지혜의 길 내고
바른 법의 길 열고
오래잖아 번뇌와 업과
괴로운 길 버려야 하네.
모든 중생의 바퀴
모든 존재의 바퀴에서 헤매니
네가 법의 바퀴 굴려서
그들의 고통 끊게 하며
네 부처님 종자 가지고
너의 법 종자 깨끗이 하고
너의 승가 종자 모아서
삼세에 두루하네.
모든 애욕의 그물 끊고
모든 소견의 그물 찢고
모든 고통의 그물 구호하여
이 서원의 그물 이루네.
중생 세계를 제도하고
국토 세계를 깨끗이 하고
지혜 세계를 모아서
이 마음 세계 이루네.
중생들을 기쁘게 하고
보살들을 기쁘게 하고
부처님들 기쁘게 하여
이 기쁨을 이루네.
모든 길을 보고
모든 세계를 보고
모든 법을 보아서
이 부처님 견해 이루네.
어둠을 깨는 광명 놓고
뜨거움 쉬는 광명 놓고
나쁜 일 없애는 광명 놓아
삼계[三有]의 괴로움 씻으며
하늘 길의 문 열고
부처님 도의 문 열고
해탈의 문을 보여서
중생들 모두 들어가게 하네.
바른 길 보여 주고
삿된 길 끊게 하여
이렇게 부지런히 닦으면
보리의 길 성취하리.
공덕 바다를 닦고
삼유(三有)의 바다 건너서
중생 바다로 하여금
고통 바다에서 뛰어나게 하며
중생 바다에서
번뇌 바다 소멸하고
수행 바다 닦아서
큰 지혜 바다에 들게 하네.
너의 지혜 바다 늘리고
너의 수행 바다 닦아서
부처님의 큰 서원 바다를
네가 다 만족하며
네가 세계 바다에 들어가
네가 중생 바다 관찰하고
너의 지혜의 힘으로
모든 법 바다를 마시네.
모든 부처님 구름 뵈옵고
공양 구름 일으키고
묘한 법 구름 듣고
이 서원 구름 일으키며
삼유(三有)의 집에 놀고
모든 번뇌의 집 부수고
여래의 집에 들어가
이러한 도를 행하네.
삼매문에 두루 들어가고
해탈문에 두루 노닐고
신통문에 두루 머물러
법계에 두루 다니며
중생들 앞에 널리 나타나고
부처님 앞에 널리 대하되
마치 해와 달의 광명처럼
이런 힘을 이루네.
행하는 일 흔들리지 않고
행하는 일 물들지 않아
새가 허공에 날 듯이
이 묘한 작용 이루며
인다라의 그물처럼
세계 그물 그와 같나니
너는 다 나아가 보라.
바람처럼 걸리지 않으리.
너는 법계에 들어가
모든 세계에 두루 이르러
삼세의 부처님 뵈옵고
매우 즐거운 마음 내라.
너는 여러 가지 법문
얻었거나 얻을 것이니
마땅히 기뻐 뛰놀되
탐하지 말고 싫어 말아라.
너는 공덕의 그릇
능히 부처님 교법 따르고
보살의 행을 닦으면
이렇게 기특한 일 볼 수 있으리.
이러한 불자들
억 겁에도 만나기 어렵거든
하물며 그러한 공덕과
닦은 도를 볼 수 있으랴.
너는 사람으로 태어나
좋은 이익 얻었으매
문수보살 같은 이의
한량없는 공덕 보는 것이다.
모든 나쁜 길 여의었고
여러 가지 어려운 곳 벗어났으며
근심 걱정 뛰어났으니
착하도다 게으르지 말아야 하네.
범부의 지위를 여의었고
보살 지위에 머물렀으니
지혜의 지위를 만족하여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라.
보살의 행 바다와 같고
부처님의 지혜 허공 같은데
너의 소원도 그러하니
마땅히 경사롭게 생각하라.
여러 감관 게으르지 말고
바라는 지원 결정하여서
선지식을 가까이하면
오래잖아 원만히 이루리.
보살의 갖가지 행은
모두 중생을 조복하는 것이니
여러 가지 법문 널리 행하여
행여나 의심내지 말라.
그대는 부사의한 복과
진실한 믿음 갖추었으니
그리하여 오늘날
여러 불자를 만났느니라.
여러 불자를 그대가 보라
광대한 이익 얻었나니
하나하나의 큰 서원
모두 믿고 받자오라.
그대 삼유(三有) 가운데
보살의 행 닦았으므로
여러 불자들이
그대에게 해탈문 보였느니라.
법 그릇 이룰 사람 아니면
불자들과 함께 있어서
한량없는 겁 지내어도
그 경계 알지 못하나니
네가 여러 보살 보고
이런 법 들을 것은
세간에서 어려운 일이니
크게 다행한 생각 내어라.
법이 너를 보호하며 생각하고
보살이 너를 거두어 주어
네가 그 가르침 순종하니
참 좋은 일이다, 오래 살리라.
보살의 집에 태어났고
보살의 덕을 갖추었으며
여래 종자 자랐으니
정수리에 물 붓는 지위에 오르리.
오래잖아서 그대는
여러 불자와 같이 되어서
고통 받는 중생들 보고
편안한 곳에 있게 하리라.
이러한 씨를 심으면
이러한 열매 거두리라.
내 이제 너를 위로하노니
너는 마땅히 기뻐하라.
한량없는 보살들
한량없는 겁에 도를 행했으나
이런 행을 이루지 못하지만
너는 이제 모두 얻었네.
믿고 좋아하고 굳은 정진으로
선재는 이런 행 이루었으니
공경하고 사모하는 맘 있으면
마땅히 이렇게 배워라.
모든 공덕의 행
다 소원에서 생기는 것
선재동자 분명히 알고
항상 부지런히 닦네.
용왕이 구름 일으키면
반드시 비를 내리나니
보살이 소원과 지혜 일으키면
결정코 여러 가지 행을 닦네.
어떤 선지식이나
네게 보현의 행 가르치거든
기쁘게 받들어 섬기고
의혹을 내지 말라.
네가 한량없는 겁에
욕심을 위하여 몸을 버렸거니와
이제 보리를 구하는 데는
이 버리는 것이 좋은 일
네가 한량없는 겁에
나고 죽는 고통 받느라고
부처님 섬기지도 못하고
이런 행을 듣지도 못했거늘
이제 사람의 몸 되어
부처님과 선지식 만나
보리의 행 들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
비록 부처님을 만나고
선지식을 만났더라도
마음이 청정치 못하면
이런 법 듣지 못하지만
만일 선지식에게
믿고 존중하고
의심 없고 고달프지 않아야
이런 법 듣게 되나니
이러한 법을 듣고
서원하는 마음 내면
이런 사람은
큰 이익 얻으리.
이렇게 마음이 청정하고
항상 부처님 가까이 모시고
모든 보살 친근하면
결정코 보리 이루며
만일 이 법문에 들어가면
모든 공덕 갖추고
나쁜 길 영원히 여의어
모든 고통 받지 않으리.
오래잖아 이 몸 버리고
부처님의 국토에 나서
시방의 부처님들과
여러 보살 항상 보리니
지나간 원인 분명히 알고
선지식을 섬긴 힘으로
모든 공덕 증장하는 일
물에서 연꽃 나듯이.
선지식 섬기기 좋아하고
부처님을 부지런히 공양하며
전일한 마음으로 법을 들어
항상 행하고 게으르지 말라.
그대는 참된 법 그릇
모든 법 갖추고
온갖 도 닦으며
모든 소원 만족케
그대 믿는 마음으로
내게 와서 예경하고
모든 부처님 회중에
오래잖아 들어가리라.
착하다, 참 불자여
모든 부처님 공경하나니
오래잖아 모든 행 갖추고
부처님 공덕 언덕에 이르리.
그대는 큰 지혜 있는
문수사리에게 가라.
그이는 너로 하여금
보현의 묘한 행 얻게 하리라.
그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여러 대중 앞에서 선재동자의 큰 공덕장을 칭찬하였다.
선재동자는 이 게송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털이 곤두서고 슬피 울어 흐느끼며 일어서서 합장하고, 공경하고 우러러보며, 한량없이 돌았다. 문수사리의 염려한 힘[念力]으로, 여러 가지 꽃과 영락과 갖가지 보배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손에 가득하였다. 선재동자는 기뻐하며 이것을 미륵보살마하살께 받들어 흩었다.
미륵보살마하살은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면서 게송을 말하였다.
착하도다, 참된 불자여
감관을 책려하여 게으르지 않으니
오래잖아 모든 공덕 구족하여서
내 몸이나 문수보살같이 되리라.
선재동자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 생각엔 억 겁 지내도
선지식을 못 만나려든
내 이제 친근하여서
높으신 슬하에 왔나이다.
나는 문수보살의 인연으로
뵙기 어려운 이 뵈었사오니
큰 공덕 가지신 이여
또 빨리 뵈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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