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스토리/구약성서

사무엘기 하권

Choi가이버 2022. 10. 11. 19:18

 제1장 다윗이 사울의 죽음을 애도하다 
 1  사울이 죽은 뒤에, 다윗은 아말렉을 쳐부수고 돌아와 치클락에서 이틀을 묵었다. 
 2  사흘째 되는 날, 어떤 사람이 옷은 찢어지고 머리에는 흙이 묻은 채 사울의 진영에서 찾아왔다. 그가 다윗에게 나아가 땅에 엎드려 절을 하자, 
 3  다윗이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하고 물었다. 그가 다윗에게 “이스라엘의 진영에서 빠져나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4  다윗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서 말해 보아라.” 하자, 그가 대답하였다. “싸움터에서 군사들이 달아났습니다. 또 많은 군사가 쓰러져 죽었는데, 사울 임금님과 요나탄 왕자님도 돌아가셨습니다.” 
 5  소식을 전해 준 젊은이에게 다윗이, “사울 임금님과 요나탄 왕자님도 돌아가신 줄을 어떻게 알았느냐?” 하고 물었다. 
 6  그러자 소식을 전해 준 젊은이가 다윗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우연히 길보아 산에 올라갔다가 사울 임금님께서 창에 몸을 기대고 서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병거와 기병들이 그분을 바짝 뒤쫓고 있었습니다. 
 7  그분은 뒤돌아보시다가 저를 발견하고 부르셨습니다. 제가 ‘예!’ 하고 대답하니, 
 8  임금님께서 저에게 ‘너는 누구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아말렉 사람입니다.’ 하자, 
 9  임금님께서 저에게 ‘내 곁으로 와서 나를 죽여 다오. 내게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으니 괴로워 견딜 수가 없구나.’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10  제가 보기에도 그분께서는 쓰러지신 뒤에 다시 살아나실 것 같지 않아, 그분 곁으로 가서 그분을 돌아가시게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머리에 쓰신 왕관과 팔에 끼신 팔찌를 벗겨 여기 나리께 가져왔습니다.” 
 11  그러자 다윗이 자기 옷을 잡아 찢었다. 그와 함께 있던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하였다. 
 12  그들은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탄, 그리고 주님의 백성과 이스라엘 집안이 칼에 맞아 쓰러진 것을 애도하고 울며, 저녁때까지 단식하였다. 
 13  그러고 나서 다윗이 소식을 전해 준 그 젊은이에게 “너는 어디 사람이냐?” 하고 물었다. 그가 “저는 이방인의 자손으로 아말렉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14  다윗이 “네가 어쩌자고 겁도 없이 손을 뻗어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를 살해하였느냐?” 하고 말하였다. 
 15  그리고 다윗은 부하들 가운데 하나를 불러, “가까이 가서 그를 쳐라.” 하고 일렀다. 부하가 그를 치니 그가 죽었다. 
 16  다윗이 그를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네 피가 네 머리 위로 돌아가는 것이다. 네 입이 너를 거슬러 ‘제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를 죽였습니다.’ 하고 증언하였기 때문이다.”  

다윗이 사울과 요나탄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를 짓다 
 17  다윗은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탄을 생각하며 이런 애가를 지어 부르고는, 
 18  ‘활의 노래’라 이름 붙여 유다의 자손들에게 가르치라고 일렀다. 그 애가는 ‘야사르의 책’에 기록되어 있다. 
 19  “이스라엘아, 네 영광이 살해되어 언덕 위에 누워 있구나.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졌는가? 
 20  이 소식을 갓에 알리지 말고 아스클론 거리에 전하지 마라. 필리스티아인들의 딸들이 기뻐하고 할례 받지 않은 자들의 딸들이 좋아 날뛸라. 
 21  길보아의 산들아 너희 위에, 그 비옥한 밭에 이슬도 비도 내리지 마라. 거기에서 용사들의 방패가 더럽혀지고 사울의 방패가 기름칠도 않은 채 버려졌다. 
 22  요나탄의 활은 살해된 자들의 피와 용사들의 굳기름을 묻히지 않고서는 돌아온 적이 없고 사울의 칼은 허공을 치고 되돌아온 적이 없었네. 
 23  사울과 요나탄은 살아 있을 때에도 서로 사랑하며 다정하더니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았구나. 그들은 독수리보다 날래고 사자보다 힘이 세었지. 
 24  이스라엘의 딸들아 사울을 생각하며 울어라. 그는 너희에게 장식 달린 진홍색 옷을 입혀 주고 너희 예복에 금붙이를 달아 주었다. 
 25  어쩌다 용사들이 싸움터 한복판에서 쓰러졌는가? 요나탄이 네 산 위에서 살해되다니! 
 26  나의 형 요나탄 형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 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 
 27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지고 무기들이 사라졌는가?” 

제2장 다윗이 유다의 임금이 되다 
 1  그 뒤 다윗이 주님께 여쭈어 보았다. “유다의 성읍들 가운데 한 곳으로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주님께서 그에게 “올라가거라.” 하고 이르셨다. 다윗이 다시 “어디로 올라가야 합니까?” 하고 여쭈어 보자, 그분께서는 “헤브론으로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2  그래서 다윗은 두 아내, 곧 이즈르엘 여자 아히노암과 카르멜 사람 나발의 아내였던 아비가일을 데리고 그곳으로 올라갔다. 
 3  다윗은 함께 있던 부하들도 저마다 가족을 데리고 올라가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헤브론의 여러 성읍에 자리 잡았다. 
 4  그러자 유다 사람들이 와, 거기에서 다윗에게 기름을 붓고 그를 유다 집안의 임금으로 세웠다. 다윗은 사울의 장례를 치른 이들이 야베스 길앗 사람들이라는 소식을 듣고, 
 5  심부름꾼들을 야베스 길앗 사람들에게 보내어 이런 말을 전하게 하였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주군 사울에게 그토록 충성을 다하여 그의 장례를 치렀으니, 주님께 복을 받으시기를 빕니다. 
 6  이제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자애와 성실을 보여 주실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이런 일을 하였으니 나도 여러분에게 선을 베풀겠습니다. 
 7  여러분의 주군 사울이 세상을 떠났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용기를 내십시오. 유다 집안이 나에게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임금으로 삼았습니다.”  

이브 보셋이 이스라엘의 임금이 되다 
 8  사울 군대의 장수이며 네르의 아들인 아브네르가 사울의 아들 이스 보셋을 데리고 마하나임으로 건너갔다. 
 9  거기에서 그는 이스 보셋을 길앗과 아수르족과 이즈르엘, 에프라임과 벤야민과 온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10  사울의 아들 이스 보셋이 이스라엘의 임금이 된 것은 마흔 살 때였다. 그는 두 해 동안 다스렸다. 한편, 유다 집안은 다윗을 따랐다. 
 11  다윗이 헤브론에서 유다 집안을 다스린 기간은 일곱 해 여섯 달이었다.  

유다와 이스라엘이 기브온에서 싸우다 
 12  네르의 아들 아브네르와, 사울의 아들 이스 보셋의 부하들은 마하나임에서 기브온으로 출정하였다. 
 13  츠루야의 아들 요압도 다윗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출정하여 기브온 못 가에서 그들과 마주쳤는데, 한편은 못 이쪽에, 다른 편은 못 저쪽에 자리 잡았다. 
 14  그때 아브네르가 요압에게 “부하들을 내세워 우리 앞에서 겨루게 하자.” 하니, 요압도 “좋다.” 하였다. 
 15  그래서 부하들이 일어나 정한 수대로 나갔는데, 사울의 아들 이스 보셋 쪽에서 벤야민 사람 열둘, 다윗의 부하들 가운데 에서 열둘이 나갔다.

(이브보셋과 다윗 부하들의 전투)

 16  그들은 저마다 상대방의 머리를 붙잡고 칼로 옆구리를 찔러 함께 쓰러졌다. 그래서 그곳을 ‘옆구리 벌판’이라고 하였는데, 그곳은 기브온에 있다. 
 17  그날 싸움은 매우 치열하였다. 아브네르와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윗의 부하들에게 패배하였다. 
 18  그곳에는 츠루야의 세 아들 요압과 아비사이와 아사엘이 있었는데, 아사엘은 들에 사는 영양처럼 달음박질이 빨랐다. 
 19  아사엘은 아브네르의 뒤를 쫓아,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몸을 돌리지 않고 아브네르의 뒤만 따라갔다. 
 20  아브네르가 뒤돌아보며, “네가 바로 아사엘이냐?” 하고 물으니, 아사엘이 “그렇다.” 하고 대답하였다. 
 21  그러자 아브네르가 그에게 말하였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몸을 돌려 젊은이나 하나 잡고 그를 털어 가라.” 그러나 아사엘은 물러서지 않고 그의 뒤를 쫓았다. 
 22  아브네르가 다시 아사엘에게 “내 뒤는 그만 쫓고 물러서라. 내가 너를 쳐 땅바닥에 쓰러지게 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 그렇게 되면 네 형 요압 앞에서 내가 어떻게 머리를 들겠느냐?” 하고 말하였다. 
 23  그래도 아사엘은 물러서기를 마다하였다. 그래서 아브네르는 창끝으로 그의 배를 찔렀다. 창이 등을 뚫고 나오자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 아사엘이 쓰러져 죽은 자리에 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 멈추어 섰다. 
 24  그러나 요압과 아비사이는 계속 아브네르의 뒤를 쫓아, 해가 질 무렵 기브온 광야로 가는 길 가의 기아 맞은쪽에 있는 암마 언덕에 이르렀다. 
 25  그때 벤야민의 자손들은 아브네르의 뒤로 모여들어 한 무리가 되자, 어떤 언덕 꼭대기에 버티고 섰다. 
 26  아브네르가 요압을 불러서 말하였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칼부림을 해야 하겠느냐? 이러다가 결국 비참한 일이 일어나게 될 줄을 모른단 말이냐? 그대는 군사들에게 제 형제의 뒤를 그만 쫓고 돌아서라는 명령을 끝내 내리지 않을 셈인가?” 
 27  요압이 대답하였다. “살아 계신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는데, 그대가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군사들이 저마다 제 형제의 뒤를 쫓는 것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28  요압이 나팔을 부니, 모든 군사가 멈춰 서서 더 이상 이스라엘인들의 뒤를 쫓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았다. 
 29  그날 아브네르와 그의 부하들은 밤새도록 걸어 아라바를 지나 요르단을 건너고, 오전 내내 걸어 마하나임에 이르렀다. 
 30  요압도 아브네르의 뒤를 더 이상 쫓지 않고 돌아섰다. 그가 군사들을 모두 모아 보니 다윗의 부하들 가운데 열아홉 명과 아사엘이 비었다. 
 31  그러나 다윗의 부하들은 벤야민 사람과 아브네르의 부하를 삼백육십 명이나 쳐 죽였다. 
 32  그들은 아사엘을 메어다가 베들레헴에 있는 그의 아버지 무덤에 묻었다. 그런 다음 요압과 그의 부하들은 밤새도록 걸어서 동틀 무렵에 헤브론에 이르렀다. 

제3장
  1  사울 집안과 다윗 집안 사이의 싸움은 오래 계속되었다. 다윗은 갈수록 강해졌고 사울 집안은 갈수록 약해졌다.  

다윗이 헤브론에서 낳은 아들들 
 2  다윗이 헤브론에서 아들들을 낳았다. 맏아들은 이즈르엘 여자 아히노암에게서 난 암논이다. 
 3  둘째는 카르멜 사람 나발의 아내였던 아비가일에게서 난 킬압이고, 셋째는 그수르 임금 탈마이의 딸 마아카의 아들 압살롬 이다. 
 4  넷째는 하낏의 아들 아도니야이고, 다섯째는 아비탈의 아들 스파트야이다. 
 5  여섯째는 다윗의 부인 에글라에게서 난 이트르암이다. 이들이 헤브론에서 다윗이 낳은 아들들이다.  

아브네르가 이스 보셋을 배반하다 
 6  사울 집안과 다윗 집안 사이에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아브네르는 사울 집안에서 점점 강해졌다. 
 7  사울에게는 아야의 딸 리츠파라는 후궁이 있었다. 어느 날 이스 보셋이 아브네르에게 “장군은 어찌하여 내 아버지의 후궁을 범하였소?” 하고 말하였다. 
 8  이스 보셋의 말에 아브네르가 몹시 화를 내며 대꾸하였다. “내가 유다의 개 대가리란 말이오? 오늘날까지 나는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안과 그분의 형제들과 친구들에게 충성을 다하였고, 당신을 다윗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였소. 그런데도 당신은 오늘 한낱 여자에 관한 잘못을 들어 나를 꾸짖으시오? 
 9  주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일이 있는데 내가 그것을 하겠소. 그러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이 아브네르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실 것이오. 
 10  그 일은 이 나라를 사울 집안에서 거두어, 다윗의 왕좌를 단에서 브에르 세바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과 유다 위에 세우는 것이오.” 
 11  이스 보셋은 아브네르를 두려워하여 그에게 다시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였다. 
 12  아브네르는 다윗에게 자기 대신 사자를 보내어 이렇게 전하였다. “이 땅이 누구 것입니까? 저와 계약을 맺어 주십시오. 제가 임금님의 편이 되어 온 이스라엘을 임금님께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13  다윗은 이렇게 응답하였다. “좋소. 그대와 계약을 맺겠소. 그 대신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만 요구하겠소. 그대가 나를 보러 올 때 사울의 딸 미칼을 데려오시오. 그러지 않으면 그대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오.” 
 14  한편 다윗은 사울의 아들 이스 보셋에게 사자를 보내어 이렇게 전하였다. “나의 아내 미칼을 돌려주시오. 나는 필리스티아인들의 포피 백 개를 바치고 그 여자를 아내로 얻었소.” 
 15  이스 보셋이 사람을 보내어 미칼을 그의 남편, 라이스의 아들 팔티엘에게서 데려왔다. 
 16  남편도 그 여자와 함께 떠나, 바후림까지 울면서 그 뒤를 따라왔다. 아브네르가 그에게 “그만 돌아가시오.” 하니, 그가 돌아섰다. 
 17  아브네르는 이미 이스라엘 원로들과 이렇게 약속한 바가 있었다. “여러분은 오래전부터 다윗을 여러분 위에 임금으로 모시려 하고 있습니다. 
 18  이제 그렇게 하십시오. 주님께서는 다윗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나의 종 다윗의 손으로 내 백성 이스라엘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그리고 모든 원수의 손에서 구원하겠다.’” 
 19  아브네르는 또 벤야민 사람들과도 이야기한 다음, 이스라엘과 온 벤야민 집안이 다 좋게 여긴 것을 다윗에게 알리러 헤브론으로 갔다. 
 20  아브네르가 부하 스무 명과 함께 헤브론으로 다윗을 찾아가자, 다윗은 아브네르와 그 부하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21  아브네르가 다윗에게 말하였다. “제가 일어나 가서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 온 이스라엘을 모아들여 그들이 임금님과 계약을  맺게 하겠으니, 임금님께서는 뜻하시는 대로 다스리십시오.” 다윗이 아브네르를 보내자 그가 무사히 떠나갔다.  

요압이 아브네르를 죽이다 
 22  마침, 다윗의 부하들과 요압이 약탈하러 갔다가 많은 노획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때 아브네르는 헤브론에 다윗과 함께 있지 않았다. 다윗이 그를 보내어 그가 무사히 떠나갔기 때문이다. 
 23  요압과 그의 모든 군대가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요압에게 “네르의 아들 아브네르가 임금님께 왔는데, 임금님께서 그를 보내시어 그가 무사히 떠나갔습니다.” 하고 일러 주었다. 
 24  요압이 임금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도대체 임금님께서는 무슨 일을 그렇게 하셨습니까? 아브네르가 임금님께 왔다는데, 어찌하여 그를 보내어 그가 떠나가게 하셨습니까? 
 25  임금님도 아시다시피 네르의 아들 아브네르는 임금님을 속이려고 왔습니다. 임금님께서 들어오고 나가시는 것을 살피고, 또 임금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을 살피러 온 것입니다.” 
 26  요압은 다윗에게서 물러 나온 다음, 사람들을 보내어 아브네르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그들은 아브네르를 시라 우물 가에서 데려왔는데, 다윗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27  아브네르가 헤브론으로 돌아오자, 요압은 그와 더불어 조용히 이야기하겠다고 그를 성문 안쪽으로 데려갔다.  그런 다음 요압은 거기에서 그의 배를 찔렀다. 아브네르는 이렇게 요압의 동생 아사엘의 피를 흘린 탓에 죽었다. 
 28  나중에 다윗이 그 소식을 듣고 말하였다. “나와 나의 나라는 네르의 아들 아브네르의 피에 대하여 주님 앞에서 영원히 죄가 없다. 
 29  그 죄는 요압의 머리와 그의 아버지 집안 전체에 닥치리니, 요압의 집안에는 고름을 흘리는 자와 악성 피부병 환자, 물레질하는 자와 칼에 맞아 쓰러지는 자와 양식이 없는 자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30  요압과 아비사이 형제가 아브네르를 죽인 것은, 아브네르가 기브온 싸움터에서 저희 동생 아사엘을 죽였기 때문이다. 
 31  다윗이 요압과 그가 거느린 모든 군사에게 일렀다. “너희는 옷을 찢고 자루옷을 두른 채 아브네르의 주검 앞에서 애도하여라.” 그러고 나서 다윗 임금 자신도 상여 뒤를 따라갔다. 
 32  아브네르를 헤브론에 장사 지낸 다음, 아브네르의 무덤에서 임금이 소리 높여 우니 모든 군사도 울었다. 
 33  임금은 아브네르를 생각하며 이런 애가를 읊었다. “어리석은 자가 죽듯이 아브네르가 그렇게 죽어야 했더란 말이냐? 
 34  그대의 손이 묶이지도 않았고 그대의 발이 쇠고랑에 차이지도 않았는데 불의한 자들에게 맞아 쓰러지듯 쓰러졌구나.” 그리고 모든 군사가 다시 그를 생각하며 울었다. 
 35  때는 낮이었다. 군사들이 모두 와서 다윗에게 음식을 들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다윗은 이렇게 맹세하였다. “내가 만일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빵이나 그 밖의 어떤 것이라도 맛본다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실 것이다.” 
 36  군사들이 모두 이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보기에 좋았다. 임금이 하는 일은 무엇이나 모든 군사가 보기에 좋았던 것이다. 
 37  그리하여 그날 모든 군사와 온 이스라엘은, 네르의 아들 아브네르를 죽인 것이 임금의 뜻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38  임금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오늘 이스라엘에서 위대한 장수 하나가 쓰러진 것을 모르오? 
 39  내가 비록 기름부음 받은 임금이지만 오늘은 이렇게 약하구려. 츠루야의 아들들인 이 사람들이 나에게는 너무 벅차오. 주님께서 악을 저지르는 자에게 그 악에 따라 갚아 주시기를 바랄 뿐이오.” 

제4장 이스 보셋이 죽다 
 1  아브네르가 헤브론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사울의 아들 이스 보셋은 두 손에 맥이 빠졌다. 온 이스라엘도 혼란에 빠졌다. 
 2  사울의 아들에게는 약탈대 장수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바아나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레캅이었다. 그들은 벤야민의 자손 브에롯 사람 림몬의 아들이었다. 사실 브에롯도 벤야민 지파에 속한 것으로 여겨졌다. 
 3  브에롯인들은 일찍이 기타임으로 달아나 오늘날까지 거기에 머물러 살게 된 것이다. 
 4  사울의 아들 요나탄에게는 다리를 저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의 나이가 다섯 살 되던 해, 이즈르엘에서 사울과 요나탄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유모가 그를 데리고 황급히 도망치는 바람에, 그가 떨어져서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므피보셋이다. 
 5  브에롯 사람 림몬의 아들 레캅과 바아나가 뜨거운 한낮에 길을 떠나 이스 보셋의 궁에 이르렀다. 마침 이스 보셋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6  그들은 밀을 가지러 온 체하며 궁 안으로 들어가, 이스 보셋의 배를 찔렀다. 그리고 레캅과 그의 동생 바아나는 거기에서 빠져나왔다. 
 7  그들이 궁으로 들어갔을 때 이스 보셋은 침실에서 침상에 누워 자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를 쳐 죽인 다음에 그의 머리를 베어 가지고 나와서 밤새도록 아라바 길을 걸었다. 
 8  그들은 이스 보셋의 머리를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 가지고 가서 임금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의 목숨을 노리던 원수 사울의 아들 이스 보셋의 머리가 여기 있습니다. 주님께서 오늘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을 위하여 사울과 그의 후손에게 원수를 갚아 주셨습니다.” 
 9  그러나 다윗은 브에롯 사람 림몬의 아들 레캅과 그의 동생 바아나에게 말하였다. “온갖 고난에서 나의 목숨을 건져 주신, 살아 계신 주님을 두고 맹세한다. 
 10  전에 어떤 자가 제 딴에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줄로 여기며, ‘사울이 죽었습니다.’ 하고 나에게 알렸다. 그러나 나는 그 기쁜 소식의 대가로 그를 잡아 치클락에서 죽였다. 
 11  하물며 악한 자들이 자기 집 침상에서 자는 의로운 사람을 살해하였는데, 내가 어찌 그 피에 대한 책임을 너희 손에 묻지 않으며 이 땅에서 너희를 없애 버리지 않겠느냐?” 
 12  다윗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부하들은 그들을 죽인 다음 그들의 손과 발을 자르고 헤브론의 못가에 달아 매었다. 그러나 이스 보셋의 머리는 거두어 헤브론에 있는 아브네르의 무덤에 장사 지냈다. 

제5장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임금이 되다 
 1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우리는 임금님의 골육입니다. 
 2  전에 사울이 우리의 임금이었을 때에도, 이스라엘을 거느리고 출전하신 이는 임금님이셨습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될 것이다.’ 하고 임금님께 말씀하셨습니다.” 
 3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모두 헤브론으로 임금을 찾아가자, 다윗 임금은 헤브론에서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4  다윗은 서른 살에 임금이 되어 마흔 해 동안 다스렸다. 
 5  그는 헤브론에서 일곱 해 여섯 달 동안 유다를 다스린 다음, 예루살렘에서 서른세 해 동안 온 이스라엘과 유다를 다스렸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점령하다 
 6  다윗 임금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그 땅에 사는 여부스족을 치려 하자, 여부스 주민들이 다윗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눈먼 이들과 다리저는 이들도 너쯤은 물리칠 수 있다.” 그들은 다윗이 거기에 들어올 수 없으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7  그러나 다윗은 시온 산성을 점령하였다. 그곳이 바로 다윗 성이다. 
 8  그날 다윗이 이렇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여부스족을 치려는 자는 지하 수로로 올라가, 이 다윗이 미워하는 저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을 쳐라.” 여기에서 “다리저는 이와 눈먼 이는 궁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9  다윗은 그 산성에 살면서, 그곳을 ‘다윗 성’이라고 하였다. 다윗은 밀로 안쪽으로 성곽을 둘러쌓았다. 
 10  다윗은 세력이 점점 커졌다. 주 만군의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11  티로 임금 히람이 다윗에게 사절단과 함께 향백나무와 목수와 석수들을 보내어, 다윗에게 궁을 지어 주게 하였다. 
 12  그리하여 다윗은 주님께서 자기를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튼튼히 세우시고,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자기 왕권을 높여 주신 것을 알게 되었다.  

다윗이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 
 13  다윗은 헤브론을 떠나온 뒤에 예루살렘에서 후궁과 아내들을 더 얻었는데, 그들이 아들과 딸들을 더 낳아 주었다. 
 14  그가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의 이름은 삼무아, 소밥, 나탄, 솔로몬, 
 15  입하르, 엘리수아, 네펙, 야피아, 
 16  엘리사마, 엘야다, 엘리펠렛이다.  

다윗이 필리스티아인들과 싸워 이기다 
 17  필리스티아인들은 사람들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리스티아인들이 다윗을 잡으려고 모두 올라오자, 다윗은 그 보고를 듣고 산성으로 내려갔다. 
 18  그때에 필리스티아인들은 이미 르파임 골짜기로 와서 그곳에 퍼져 있었다. 
 19  다윗이 주님께 “필리스티아인들을 치러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그들을 제 손에 넘겨주시겠습니까?” 하고 여쭈어 보자, 주님께서 다윗에게 이르셨다. “올라가거라. 내가 반드시 필리스티아인들을 네 손에 넘겨주겠다.” 
 20  그래서 다윗은 바알 프라침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그들을 쳐부순 다음, 이렇게 말하였다. “큰물로 무너뜨리듯, 주님께서는 내 앞에서 원수를 무너뜨리셨다.” 그리하여 그곳의 이름을 바알 프라침이라 하였다. 
 21  필리스티아인들이 그곳에 자기 우상들을 버리고 갔으므로, 다윗은 부하들과 함께 그것들을 치웠다. 
 22  필리스티아인들이 다시 올라와 르파임 골짜기에 퍼졌다. 
 23  다윗이 주님께 여쭈어 보자, 주님께서 이렇게 이르셨다. “바로 올라가지 말고, 그들 뒤로 돌아 발삼 향나무 숲 맞은쪽에서 그들에게 다가가거라. 
 24  발삼 향나무 꼭대기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거든, 그때 습격하여라. 주님이 앞장서 나가 필리스티아인들의 군대를 칠 것이다.” 
 25  다윗은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하여, 게바에서 게제르까지 필리스티아인들을 쳤다. 

제6장 다윗이 계약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다 
 1  다윗이 다시 이스라엘에서 정병 삼만 명을 모두 소집하였다. 
 2  다윗은 유다 바알라에서 하느님의 궤를 모셔 오려고, 모든 군대를 거느리고 그곳으로 떠났다. 그 궤는 커룹들 위에 좌정하신 만군의 주님의 이름으로 불렸다. 
 3  그들은 하느님의 궤를 새 수레에 싣고, 언덕 위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서 내갔다. 아비나답의 아들 우짜와 아흐요가 그 새 수레를 몰았다. 
 4  그들이 언덕 위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서 하느님의 궤를 내갈 때, 아흐요가 궤 앞에서 걸었다. 
 5  다윗과 이스라엘 온 집안은 주님 앞에서 방백나무로 만든 온갖 악기와 비파와 수금과 손북과 요령과 자바라에 맞추어 춤추었다. 
 6  그들이 나콘의 타작마당에 이르렀을 때였다. 소들이 비틀거리는 바람에 우짜가 손을 뻗어 하느님의 궤를 붙들었다. 
 7  그러자 우짜를 향하여 주님의 분노가 타올랐다. 하느님께서 그의 잘못 때문에 거기에서 그를 치시니, 그는 거기 하느님의 궤 곁에서 죽었다. 
 8  다윗은 주님께서 우짜를 그렇게 내리치신 일 때문에 화가 났다. 그래서 그는 그곳을 페레츠 우짜라고 하였는데, 그곳이 오늘날까지 그렇게 불린다. 
 9  그날 다윗은 주님을 두려워하며, “이래서야 어떻게 주님의 궤를 내가 있는 곳으로 옮겨 갈 수 있겠는가?” 하고 말하였다. 
 10  그래서 다윗은 주님의 궤를 자기가 있는 다윗 성으로 가져가려 하지 않고, 갓 사람 오벳 에돔의 집으로 옮겼다. 
 11  주님의 궤가 갓 사람 오벳 에돔의 집에서 석 달을 머무르는 동안, 주님께서는 오벳 에돔과 그의 온 집안에 복을 내리셨다. 
 12  주님께서 하느님의 궤 때문에 오벳 에돔과 그의 모든 재산에 복을 내리셨다는 소식이 다윗 임금에게 전해지자, 다윗은 기뻐하며 오벳 에돔의 집에서 다윗 성으로 하느님의 궤를 모시고 올라갔다. 
 13  주님의 궤를 멘 이들이 여섯 걸음을 옮기자, 다윗은 황소와 살진 송아지를 제물로 바쳤다. 
 14  다윗은 아마포 에폿을 입고, 온 힘을 다하여 주님 앞에서 춤을 추었다. 
 15  다윗과 온 이스라엘 집안은 함성을 올리고 나팔을 불며, 주님의 궤를 모시고 올라갔다. 
 16  주님의 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갈 때, 다윗 임금이 주님 앞에서 뛰며 춤추는 것을 사울의 딸 미칼이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17  그들은 다윗이 미리 쳐 둔 천막 안 제자리에 주님의 궤를 옮겨 놓았다. 그러고 나서 다윗은 주님 앞에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바쳤다. 
 18  다윗은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다 바친 다음에 만군의 주님의 이름으로 백성에게 축복하였다. 
 19  그는 온 백성에게,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 모든 군중에게 빵 과자 하나와 대추야자 과자 하나, 그리고 건포도 과자 한 뭉치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 뒤 온 백성은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20  다윗이 자기 집안을 축복하러 돌아오니, 사울의 딸 미칼이 다윗을 맞이하러 나와서 말하였다. “오늘 이스라엘의 임금님이 건달패 가운데 하나가 알몸을 드러내듯이, 자기 신하들의 여종들이 보는 앞에서 벗고 나서니, 그 모습이 참 볼 만하더군요!” 
 21  다윗이 미칼에게 대답하였다. “주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와 그 집안 대신 나를 뽑으시고, 나를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 바로 그 주님 앞에서 내가 흥겨워한 것이오. 
 22  나는 이보다 더 자신을 낮추고, 내가 보기에도 천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저 여종들에게는 존경을 받게 될 것이오.” 
 23  그 뒤 사울의 딸 미칼에게는 죽는 날까지 아이가 없었다. 

제7장 나탄의 예언 
 1  임금이 자기 궁에 자리 잡고, 주님께서 그를 사방의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 주셨을 때이다. 
 2  임금이 나탄 예언자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나는 향백나무 궁에 사는데, 하느님의 궤는 천막에 머무르고 있소.” 
 3  나탄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엇이든 마음 내키시는 대로 하십시오.” 
 4  그런데 그날 밤, 주님의 말씀이 나탄에게 내렸다. 
 5  “나의 종 다윗에게 가서 말하여라.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6  나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 천막과 성막 안에만 있으면서 옮겨 다녔다. 
 7  내가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과 함께 옮겨 다니던 그 모든 곳에서, 내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라고 명령한 이스라엘의 어느 지파에게, 어찌하여 나에게 향백나무 집을 지어 주지 않느냐고 한마디라도 말한 적이 있느냐?’ 
 8  그러므로 이제 너는 나의 종 다윗에게 말하여라. ‘만군의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양 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목장에서 데려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웠다. 
 9  또한 네가 어디를 가든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모든 원수를 네 앞에서 물리쳤다.  나는 너의 이름을 세상 위인들의 이름처럼 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10  나는 내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한 곳을 정하고, 그곳에 그들을 심어 그들이 제자리에서 살게 하겠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다시는 전처럼, 불의한 자들이 그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11  곧 내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판관을 임명하던 때부터 해 온 것처럼, 나는 너를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 주겠다. 더 나아가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12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13  그는 나의 이름을 위하여 집을 짓고, 나는 그 나라의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다. 
 14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그가 죄를 지으면 사람의 매와 인간의 채찍으로 그를 징벌하겠다. 
 15  그러나 일찍이 사울에게서 내 자애를 거둔 것과는 달리, 그에게서는 내 자애를 거두지 않겠다. 
 16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 
 17  나탄은 이 모든 말씀과 환시를 다윗에게 그대로 전하였다.  

다윗의 감사 기도 
 18  다윗 임금이 주님 앞에 나아가 앉아 아뢰었다. “주 하느님, 제가 누구이기에, 또 제 집안이 무엇이기에, 당신께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셨습니까? 
 19  주 하느님, 당신 눈에는 이것도 부족하게 보이셨는지, 당신 종의 집안에 일어날 먼 장래의 일까지도 일러 주셨습니다. 주 하느님, 이 또한 사람들을 위한 가르침이 되기를 바랍니다. 
 20  이 다윗이 당신께 무슨 말씀을 더 드릴 수 있겠습니까? 주 하느님, 당신께서는 당신 종을 알고 계십니다. 
 21  당신께서 이 위대한 일을 모두 이루시고 그것을 당신 종에게 알려 주신 것은, 당신의 말씀 때문이며 또 그것은 당신의 뜻이었습니다. 
 22  그러므로 주 하느님, 당신께서는 위대하시고 당신 같으신 분은 없습니다. 저희 귀로 들어 온 그대로, 당신 말고는 다른 하느님이 없습니다. 
 23  이 세상 어느 민족이 당신 백성 이스라엘과 같겠습니까? 하느님께서 그들을 찾아가 건져 내시어, 당신 백성으로 삼으시고 그들에게 이름을 주셨습니다. 또한 당신께서는 이집트에서 손수 건져 내신 당신 백성 앞에서 다른 민족들과 그 신들을 몰아내시려고, 위대한 일과 무서운 일들을 행하셨습니다. 
 24  또한 당신을 위하여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영원히 당신의 백성으로 튼튼하게 하시고, 주님, 당신 친히 그들의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25  그러니 이제 주 하느님, 당신 종과 그 집안을 두고 하신 말씀을 영원히 변치 않게 하시고, 친히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 주십시오. 
 26  그러면 당신의 이름이 영원히 위대하게 되고, 사람들이 ‘만군의 주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다.’ 하고 말할 것입니다. 또한 당신 종 다윗의 집안도 당신 앞에서 튼튼해질 것입니다. 
 27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당신께서는 당신 종의 귀를 열어 주시며, ‘내가 너에게서 한 집안을 세워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 종은 이런 기도를 당신께 드릴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28  이제 주 하느님, 당신은 하느님이시며 당신의 말씀은 참되십니다. 당신 종에게 이 좋은 일을 일러 주셨으니, 
 29  이제 당신 종의 집안에 기꺼이 복을 내리시어, 당신 앞에서 영원히 있게 해 주십시오. 주 하느님, 당신께서 말씀하셨으니, 당신 종의 집안은 영원히 당신의 복을 받을 것입니다.”  

제8장 다윗이 여러 전쟁에서 승리하다 
 1  그 뒤에 다윗은 필리스티아인들을 쳐서 굴복시키고,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메텍 암마를 빼앗았다. 
 2  그는 또 모압을 치고 그들을 땅에 눕힌 다음 줄로 쟀다. 두 줄 길이 안에 든 사람들은 죽이고, 한 줄 길이 안에 든 사람들은 살려 주었다. 그러자 모압은 다윗의 신하가 되어 조공을 바치게 되었다. 
 3  다윗은 르홉의 아들, 초바 임금 하닷에제르가 유프라테스 강 가에 자기 세력을 일으키러 갈 때 그를 쳐서, 
 4  기병 천칠백과 보병 이만을 사로잡았다. 그러고 나서 병거 백 대를 끌 말만 남겨 놓고, 나머지 말은 모두 뒷다리 힘줄을 끊어 버렸다. 
 5  다마스쿠스의 아람인들이 초바 임금 하닷에제르를 도우러 오자, 다윗은 아람인 이만 이천 명을 쳐 죽이고, 
 6  다마스쿠스의 아람인들 가운데에 수비대를 두었다. 그리하여 아람인들도 다윗의 신하가 되어 조공을 바쳤다. 주님께서는 다윗이 어디를 가든지 도와주셨다. 
 7  다윗은 하닷에제르의 신하들이 가지고 있던 금 방패들을 거두어 예루살렘으로 가져왔다. 
 8  또한 다윗 임금은 하닷에제르의 성읍 베타와 베로타이에서 매우 많은 청동을 거두었다. 
 9  하맛 임금 토이는 다윗이 하닷에제르의 군대를 모두 쳐부수었다는 소식을 듣고, 
 10  자기 아들 요람을 다윗 임금에게 보내어 문안하고, 다윗이 하닷에제르와 싸워 그를 쳐부순 것을 축하하였다. 토이는 하닷에제르와 전쟁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은 기물과 금 기물과 청동 기물들을 보내왔다. 
 11  그래서 다윗 임금은 이것들도 그가 정복한 모든 민족들에게서 거둔 은과 금과 함께 주님께 바쳤는데, 
 12  그것들은 아람과 모압과 암몬의 자손들과 필리스티아인들과 아말렉에게서 거둔 것과 초바 임금 르홉의 아들 하닷에제르의 전리품에서 떼어 놓은 것이었다. 
 13  다윗은 돌아오는 길에 ‘소금 골짜기’에서 에돔인 만 팔천 명을 쳐 죽여 이름을 떨쳤다. 
 14  그는 에돔에도 수비대를 두었다. 에돔 전지역에 수비대를 두자 에돔 전체가 다윗의 신하가 되었다. 주님께서는 다윗이 어디를 가든지 도와주셨다.  

다윗의 관리들 
 15  다윗은 온 이스라엘을 다스리며, 모든 백성에게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였다. 
 16  츠루야의 아들 요압은 군대 지휘관이었고, 아힐룻의 아들 여호사팟은 기록관이었다. 
 17  아히툽의 아들 차독과 에브야타르의 아들 아히멜렉은 사제였고 스라야는 서기관이었다. 
 18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는 크렛족과 펠렛족을 지휘하였다. 다윗의 아들들은 사제였다. 

제9장 다윗 왕의 계승  
다윗이 요나탄의 아들에게 호의를 배풀다 
 1  하루는 다윗이 물었다. “사울 집안에 아직 살아남은 사람이 있느냐? 내가 요나탄을 기억하여 그에게 자애를 베풀고자 한다.” 
 2  마침 사울 집안에 치바라는 종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를 다윗에게 데려왔다. 임금이 “네가 치바냐?” 하고 물으니, 치바가 “예,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  그러자 임금은 “사울 집안에 아직 살아남은 사람이 없느냐? 그에게 하느님의 자애를 베풀고자 한다.” 하고 말하였다. 치바가 임금에게 “요나탄의 아들이 하나 있는데, 두 다리를 접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4  임금이 치바에게 “그가 어디에 있느냐?” 하고 묻자, “그는 로 드바르에 사는 암미엘의 아들 마키르의 집에 있습니다.” 하고 그가 대답하였다. 
 5  다윗 임금은 사람을 보내어, 로 드바르에 사는 암미엘의 아들 마키르의 집에서 그를 데려왔다. 
 6  사울의 손자이며 요나탄의 아들인 므피보셋은 다윗에게 와서 엎드려 절하였다. 다윗이 “므피보셋아!” 하고 부르자, “예, 당신 종이 여기 있습니다.” 하고 므피보셋이 대답하였다. 
 7  다윗이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아버지 요나탄을 기억하여 너에게 자애를 베풀고자 한다. 너의 할아버지 사울의 모든 땅을 너에게 돌려주겠다. 그리고 너는 늘 내 식탁에서 음식을 먹어라.” 
 8  그러자 므피보셋이 절하며 말하였다. “당신 종이 무엇이기에 죽은 개와 같은 저를 보살펴 주십니까?” 
 9  임금이 사울의 시종 치바를 불러 말하였다. “내가 사울에게 속한 모든 것과 그의 집안에 속한 모든 것을 네 상전의 아들에게 주었으니, 
 10  너는 그를 위해서 네 자식들과 종들을 거느리고 그 밭을 갈고 거두어들여, 네 상전의 아들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마련 하여라. 그러나 네 상전의 아들 므피보셋은 늘 나의 식탁에서 음식을 먹을 것이다.” 치바에게는 아들 열다섯 명과 종 스무 명이 있었다. 
 11  치바가 임금에게 말하였다. “당신 종은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이 종에게 분부하신 대로 다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므피보셋은 왕자들 가운데 하나처럼 다윗의 식탁에서 음식을 먹었다. 
 12  므피보셋에게는 미카라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치바의 집에 사는 사람은 모두 므피보셋의 종이 되었다. 
 13  므피보셋은 예루살렘에서 살며 늘 임금의 식탁에서 음식을 먹었다. 그는 두 다리를 절었다.  

제10장 다윗이 암몬과 아람을 쳐부수다 
 1  그 뒤에 암몬 자손들의 임금이 죽자, 그의 아들 하눈이 그 뒤를 이어 임금이 되었다. 
 2  다윗은 ‘하눈의 아버지 나하스가 나에게 자애를 베풀었듯이, 나도 그의 아들 하눈에게 자애를 베풀어야겠다.’ 하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다윗은 신하들을 보내어, 그에게 그의 아버지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자 하였다. 다윗의 신하들이 암몬 자손들의 땅에 들어가자, 
 3  암몬 자손의 장수들이 그들의 주군 하눈에게 말하였다. “다윗이 조문 사절들을 보냈다 해서, 임금님께서는 그가 부왕께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보십니까? 이 성읍을 샅샅이 살피고 염탐하여 이곳을 뒤엎으려고, 다윗이 자기 신하들을 임금님께 보낸 것이 아니겠습니까?” 
 4  그래서 하눈은 다윗의 신하들을 붙잡아 턱수염을 절반씩 깎아 버리고, 예복도 엉덩이 부분까지 절반씩 잘라 낸 뒤에 돌려 보냈다. 
 5  사람들이 이 사실을 다윗에게 보고하자, 임금은 그들이 심한 모욕을 당하였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그대들의 턱수염이 다 자랄 때까지 예리코에 머물러 있다가 돌아오시오.” 하고 말하였다. 
 6  암몬 자손들은 자기들이 다윗에게 미움을 사게 된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암몬 자손들은 사람을 보내어, 벳 르홉의 아람인들과 초바의 아람인 보병 이만 명, 천 명의 군사를 거느린 마아카 임금, 그리고 톱 사람 만 이천 명을 고용하였다. 
 7  다윗이 이 소식을 듣고 용사들로 이루어진 부대 전체를 요압과 함께 보냈다. 
 8  그러자 암몬 자손들이 밖으로 나와 성문 어귀에서 전열을 갖추고, 초바와 르홉의 아람인들, 톱 사람들, 그리고 마아카도 따로 들판에 전열을 갖추었다. 
 9  요압은 전선이 자신을 상대로 앞뒤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의 모든 정병 가운데 일부를 골라 아람인들에게 맞서 전열을 갖추게 하였다. 
 10  그리고 나머지 군사들은 동생 아비사이의 손에 맡겨, 암몬 자손들에게 맞서 전열을 갖추게 하였다. 
 11  그런 다음에 요압이 말하였다. “만일 아람인들이 나보다 강하면 네가 나를 도와야 한다. 암몬 자손들이 너보다 강하면 내가 너를 도우러 가겠다. 
 12  용기를 내어라. 우리 백성을 위해서, 우리 하느님의 성읍들을 위해서 용기를 내자. 주님께서는 당신 보시기에 좋은 일을 이루실 것이다.” 
 13  그러고 나서 요압과 그의 군대가 아람인들과 싸우러 나아가니, 아람인들은 요압 앞에서 도망쳤다. 
 14  아람인들이 도망치는 것을 본 암몬 자손들도 아비사이 앞에서 도망쳐 성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요압은 암몬 자손들과 싸우기를 그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15  아람인들은 자기들이 이스라엘에게 패배한 것을 보고 한데 모였다. 
 16  하닷에제르가 사람을 보내어 강 건너에 있는 아람인들을 출전시키니, 하닷에제르 군대의 장수 소박의 지휘 아래 그들이 헬람에 이르렀다. 
 17  이 소식을 들은 다윗도 온 이스라엘을 소집하여 요르단을 건너가서 헬람에 이르렀다. 그러자 아람인들이 다윗에게 맞서 전열을 갖추고 그와 싸웠다. 
 18  그러다가 아람인들이 이스라엘 앞에서 도망쳤다. 다윗은 아람인들의 병거병 칠백 명과 기병 사만 명을 죽였다. 그러고 나서 그가 군대의 장수 소박을 내리치니 소박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 
 19  하닷에제르를 따르던 모든 임금들은 자기들이 이스라엘에게 패배한 것을 보고, 이스라엘과 화친한 뒤에 이스라엘을 섬겼다. 그리고 아람인들은 두려워서 더 이상 암몬 자손들을 돕지 않았다. 

제11장 다윗이 우리야를 죽이고 밧 세바를 차지하다 
 1  해가 바뀌어 임금들이 출전하는 때가 되자, 다윗은 요압과 자기 부하들과 온 이스라엘을 내보냈다. 그들은 암몬 자손들을 무찌르고 라빠를 포위하였다. 그때 다윗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 
 2  저녁때에 다윗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왕궁의 옥상을 거닐다가, 한 여인이 목욕하는 것을 옥상에서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다. 
 3  다윗은 사람을 보내어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는데, 어떤 이가 “그 여자는 엘리암의 딸 밧 세바로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의 아내가 아닙니까?” 하였다. 
 4  다윗은 사람을 보내어 그 여인을 데려왔다. 여인이 다윗에게 오자 다윗은 그 여인과 함께 잤는데, 여인은 부정한 기간이 끝나 자신을 정화한 다음이었다. 그 뒤 여인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5  그런데 그 여인이 임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윗에게 사람을 보내어, “제가 임신하였습니다.” 하고 알렸다. 
 6  다윗은 요압에게 사람을 보내어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를 나에게 보내시오.” 하였다. 그래서 요압은 우리야를 다윗에게 보냈다.
 7  우리야가 다윗에게 오자, 그는 요압의 안부를 묻고 이어 군사들의 안부와 전선의 상황도 물었다. 
 8  그러고 나서 다윗은 우리야에게, “집으로 내려가 그대의 발을 씻어라.” 하고 분부하였다. 우리야가 왕궁에서 나오는데 임금의 선물이 그를 뒤따랐다. 
 9  그러나 우리야는 제 주군의 모든 부하들과 어울려 왕궁 문간에서 자고, 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10  사람들이 다윗에게 “우리야가 자기 집으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하고 보고하자, 다윗은 우리야에게 “그대는 먼 길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그런데 어찌하여 그대의 집으로 내려가지 않았는가?” 하고 물었다. 
 11  우리야가 다윗에게 대답하였다. “계약 궤와 이스라엘과 유다가 초막에 머무르고, 제 상관 요압 장군님과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의 신하들이 땅바닥에서 야영하고 있는데, 제가 어찌 제 집에 내려가 먹고 마시며 제 아내와 함께 잘 수 있겠습니까? 살아 계신 임금님을 두고, 임금님의 목숨을 두고 맹세합니다. 저는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12  그러자 다윗은 우리야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오늘도 여기 머물러라. 내일은 내가 그대를 돌려보내겠다.” 그래서 우리야는 그날도 예루살렘에 머물렀다. 그다음 날 
 13  다윗이 그를 다시 불렀다. 우리야는 다윗 앞에서 먹고 마셨는데, 다윗이 그를 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우리야는 밖으로 나가 제 주군의 부하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고, 자기 집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14  다음 날 아침, 다윗은 요압에게 편지를 써서 우리야의 손에 들려 보냈다. 
 15  다윗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우리야를 전투가 가장 심한 곳 정면에 배치했다가, 그만 남겨 두고 후퇴하여 그가 칼에 맞아 죽게 하여라.” 
 16  그리하여 요압은 성읍을 포위하고 있다가, 자기가 보기에 강력한 적군이 있는 곳으로 우리야를 보냈다. 
 17  그러자 그 성읍 사람들이 나와 요압과 싸웠다. 군사들 가운데 다윗의 부하 몇 명이 쓰러지고,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도 죽었다. 
 18  요압은 사람을 보내어 다윗에게 전쟁 상황을 모두 보고하였다. 
 19  요압은 전령에게 이렇게 일렀다. “네가 임금님께 전쟁 상황을 모두 보고하면, 
 20  임금님의 분노가 타올라 너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어쩌자고 성읍에 바짝 다가가 싸웠느냐? 성벽에서 그들이 활을 쏘아 댈 줄 몰랐단 말이냐? 
 21  여루빠알의 아들 아비멜렉을 누가 죽였느냐? 한낱 여인이 성벽 위에서 그의 머리 위로 맷돌 위짝을 떨어뜨려, 그를 테베에서 죽이지 않았더냐? 어찌하여 너희들은 성벽에 바짝 다가갔느냐?’ 그러면 너는 ‘임금님의 부하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도 죽었습니다.’ 하고 아뢰어라.” 
 22  전령이 와서 다윗에게 요압이 시킨 대로 다 보고하였다. 
 23  전령은 다윗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 사람들이 저희보다 우세하였습니다. 그들이 저희에게 맞서 들판으로 나오기에, 그들을 추격하여 성문 입구까지 갔습니다. 
 24  그러자 궁수들이 성벽 위에서 임금님의 부하들에게 활을 쏘아 대어 부하 몇 명이 쓰러졌습니다. 임금님의 부하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도 죽었습니다.” 
 25  다윗이 전령에게 말하였다. “너는 요압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칼이란 이쪽도 저쪽도 삼켜 버릴 수 있으니, 이 일을 나쁘게 여기지 말고, 그 성읍을 맹렬히 공격하여 그곳을 무너뜨리시오.’ 이런 말로 그를 격려하여라.” 
 26  우리야의 아내는 자기 남편 우리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 주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27  애도 기간이 끝나자 다윗은 사람을 보내어 그 여인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그리하여 그 여인은 다윗의 아내가 되었는데, 여인은 그에게 아들을 낳아 주었다. 그러나 다윗이 한 짓이 주님의 눈에 거슬렸다. 

제12장 나탄이 다윗을 꾸짖다 
 1  주님께서 나탄을 다윗에게 보내시니, 나탄이 다윗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한 성읍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부자이고 다른 사람은 가난했습니다. 
 2  부자에게는 양과 소가 매우 많았으나, 
 3  가난한 이에게는 자기가 산 작은 암양 한 마리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가난한 이는 이 암양을 길렀는데, 암양은 그의 집에서 자식들과 함께 자라면서, 그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그의 잔을 나누어 마시며 그의 품 안에서 자곤 하였습니다. 그에게는 이 암양이 딸과 같았습니다. 
 4  그런데 부자에게 길손이 찾아왔습니다. 부자는 자기를 찾아온 나그네를 대접하려고 자기 양과 소 가운데에서 하나를 잡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의 암양을 잡아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대접하였습니다.” 
 5  다윗은 그 부자에 대하여 몹시 화를 내며 나탄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그런 짓을 한 그자는 죽어 마땅하다. 
 6  그는 그런 짓을 하고 동정심도 없었으니, 그 암양을 네 갑절로 갚아야 한다.” 
 7  그러자 나탄이 다윗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우고, 너를 사울의 손에서 구해 주었다. 
 8  나는 너에게 네 주군의 집안을, 또 네 품에 주군의 아내들을 안겨 주고, 이스라엘과 유다의 집안을 주었다. 그래도 적다면 이것저것 너에게 더 보태 주었을 것이다. 
 9  그런데 어찌하여 너는 주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주님이 보기에 악한 짓을 저질렀느냐? 너는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를 칼로 쳐 죽이고 그의 아내를 네 아내로 삼았다. 너는 그를 암몬 자손들의 칼로 죽였다. 
 10  그러므로 이제 네 집안에서는 칼부림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를 무시하고,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의 아내를 데려다가 네 아내로 삼았기 때문이다.’ 
 11  주님께서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내가 너를 거슬러 너의 집안에서 재앙이 일어나게 하겠다. 네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너의 아내들을 데려다 이웃에게 넘겨주리니, 저 태양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너의 아내들과 잠자리를 같이할 것이다. 
 12  너는 그 짓을 은밀하게 하였지만, 나는 이 일을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 앞에서, 그리고 태양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할 것이다.’
 13  그때 다윗이 나탄에게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하고 고백하였다. 그러자 나탄이 다윗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의 죄를 용서하셨으니 임금님께서 돌아가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14  다만 임금님께서 이 일로 주님을 몹시 업신여기셨으니, 임금님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반드시 죽고 말 것입니다.” 
 15  그러고 나서 나탄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님께서 우리야의 아내가 다윗에게 낳아 준 아이를 치시니, 아이가 큰 병이 들었다.  

다윗의 아들이 죽다 
 16  다윗은 그 어린아이를 위하여 하느님께 호소하였다. 다윗은 단식하며 방에 와서도 바닥에 누워 밤을 지냈다. 
 17  그의 궁 원로들이 그의 곁에 서서 그를 바닥에서 일으키려 하였으나, 그는 마다하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18  이레째 되는 날 아이가 죽었다. 다윗의 신하들은 아이가 죽었다고 그에게 알리기를 두려워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왕자님이 살아계실 때에도 우리가 그분께 말씀드리면 우리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셨는데, 지금 우리가 어떻게 왕자님이 돌아가셨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소? 그분께서 해로운 일을 하실지도 모르오.” 
 19  다윗은 신하들이 서로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다윗은 신하들에게 “아이가 죽었소?” 하고 물었다. “예, 돌아가셨습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였다. 
 20  그러자 다윗은 바닥에서 일어나 목욕하고 몸에 기름을 바른 다음, 옷을 갈아입고 나서 주님의 집에 들어가 경배하였다. 그리고 자기 궁으로 돌아와 음식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들이 그에게 음식을 차려 오자 그것을 먹었다. 
 21  신하들이 그에게 여쭈었다. “임금님께서 어찌 이런 행동을 하십니까? 왕자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단식하고 우시더니, 이제 왕자님이 돌아가시자 일어나시어 음식을 드시니 말입니다.” 
 22  다윗이 말하였다.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내가 단식하고 운 것은, ‘주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그 아이가 살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오. 
 23  그러나 지금 아이가 죽었는데 무엇 때문에 내가 단식하겠소? 아이를 다시 데려 올 수라도 있다는 말이오? 내가 아이에게 갈 수는 있지만 아이가 나에게 돌아올 수는 없지 않소?”  

솔로몬이 태어나다 
 24  다윗은 자기 아내 밧 세바를 위로하고, 그에게 들어 잠자리를 같이하였다. 밧 세바가 아들을 낳자 다윗은 그의 이름을 솔로몬이라 하였다. 주님께서 그 아이를 사랑하셨다. 
 25  주님께서는 예언자 나탄을 보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이라 하여 그의 이름을 여디드야라고 부르게 하셨다.  
다윗이 라빠를 점령하다 
 26  요압은 암몬 자손들의 라빠를 공격하여 그 왕성을 점령하였다.

(다윗이 암몬군을 쳐부수다)

 27  요압은 다윗에게 전령들을 보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라빠를 공격하여 그 ‘물의 성’을 점령하였습니다. 
 28  이제 임금님께서는 나머지 군사들을 모아 그 성읍 앞에 진을 치고 그곳을 점령하십시오. 그러지 않으시면 제가 그 성읍을 점령해서 그곳이 제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입니다.” 
 29  다윗은 모든 군사를 모아 라빠로 가서 그 성읍을 공격하고 점령하였다. 
 30  그런 다음 그들 임금의 머리에서 왕관을 벗겨 왔는데, 그 무게가 금 한 탈렌트나 되었고 거기에는 값진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이제 그것은 다윗의 머리에 얹혀졌다. 다윗은 그 성읍을 털어 아주 많은 전리품을 가지고 나왔다. 
 31  그는 또 그곳의 백성을 데려다가 톱과 날카로운 쇠 연장과 쇠도끼 다루는 일을 맡기고, 그들에게 벽돌 만드는 일을 시켰다. 그는 암몬 자손들의 성읍마다 이렇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다윗과 모든 군사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제13장 암논과 타마르 
 1  그 뒤에 이런 일이 있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에게는 아름다운 누이가 있었는데 이름은 타마르였다. 이 타마르를 다윗의 아들 암논이 사랑하였다. 
 2  암논은 제 누이 타마르 때문에 애를 태우다가 병이 나고 말았다. 타마르가 처녀인지라, 그에게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이 암논에게는 불가능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3  암논에게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다윗의 형인 시므아의 아들로 이름은 여호나답이었다. 여호나답은 매우 영리한 자였다. 
 4  그가 암논에게 물었다. “왕자님, 무슨 일로 나날이 그렇게 야위어 가십니까? 저에게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암논이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내 동생 압살롬의 누이 타마르를 사랑한다네.” 
 5  그러자 여호나답이 그에게 말하였다. “왕자님은 침상에 누워 아픈 척하십시오. 그러면 부왕께서 왕자님을 보러 오실 것입니다. 그때 그분께 ‘누이 타마르를 들여보내시어 저에게 음식을 먹이게 해 주십시오. 제가 볼 수 있도록 그 애가 제 눈앞에서 음식을 만들고, 그 애 손에서 제가 음식을 받아먹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리십시오.
 6  암논이 누워서 아픈 척하자 임금이 그를 보러 왔다. 암논이 임금에게 “누이 타마르를 들여보내시어, 그 애가 제 눈앞에서 과자 두 개를 만들고, 제가 그 애 손에서 받아먹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7  다윗이 타마르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어 일렀다. “네 오라비 암논의 집으로 가서 그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어라.” 
 8  그래서 타마르가 자기 오빠 암논의 집으로 가 보니 그가 누워 있었다. 타마르는 밀가루를 가져다가 반죽하여 그의 눈앞에서 과자를 구웠다. 
 9  타마르가 번철을 들고 가 암논의 눈앞에 과자를 내놓았으나 그는 먹기를 마다하였다. 그러면서 암논은 “사람들을 모두 내게서 물러가게 하여라.” 하고 일렀다. 사람들이 모두 물러가자, 
 10  암논이 타마르에게 말하였다. “음식을 방 안으로 가져와, 내가 네 손에서 받아먹게 해 다오.” 타마르는 자기가 만든 과자를 들고 암논 오빠의 방으로 가져갔다. 
 11  타마르가 암논에게 먹을 것을 가까이 가져가니, 암논은 타마르를 끌어안으며 말하였다. “누이야,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눕자.” 
 12  그러자 타마르가 그에게 말하였다. “오라버니, 안 됩니다! 저를 욕보이지 마십시오. 이스라엘에서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추잡한 짓을 저지르지 마십시오. 
 13  제가 이 수치를 안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또한 오라버니는 이스라엘에서 추잡한 자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임금님께 청하십시오. 그분께서 저를 오라버니에게 주시기를 거절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14  그러나 암논은 타마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타마르보다 힘이 셌기 때문에 강제로 타마르와 함께 잤다. 
 15  그런 다음 암논은 타마르가 지독히 미워졌는데, 타마르를 미워하는 마음이 전에 타마르를 사랑하던 마음보다 더 컸다. 그래서 암논은 타마르에게, “일어나 나가라!” 하였다. 
 16  그러자 타마르가 암논에게 말하였다. “안 됩니다! 저를 내쫓는 것은 조금 전에 제게 하신 행동보다 더 나쁜 짓입니다.” 그러나 암논은 타마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17  시중드는 젊은이를 불러 “내 앞에서 이 여자를 밖으로 내쫓고 그 뒤에서 문을 걸어 잠가라!” 하고 일렀다. 
 18  타마르는 긴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시집 안 간 공주들이 보통 그런 옷을 입었다. 암논의 시종은 타마르를 밖으로 내보내고 그 뒤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19  타마르는 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자기가 입고 있는 긴 겉옷을 찢었다. 그리고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울부짖으며 계속 걸었다. 
 20  타마르의 오빠 압살롬이 타마르에게 말하였다. “네 오라비 암논이 너와 함께 있었느냐? 그렇다면 얘야, 지금은 입을 다물어라. 어떻든 그는 네 오빠이다. 이 일에 마음을 두지 마라.” 타마르는 제 오빠 압살롬의 집에서 처량하게 지냈다. 
 21  다윗 임금이 이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몹시 화를 내었다. 
 22  압살롬은 암논에게 좋다 나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 누이 타마르를 욕보인 일로 압살롬은 암논을 미워하였다.  

압살롬이 암논을 죽이다 
 23  두 해가 지났다. 에프라임 근처 바알 하초르에는 압살롬의 양털깎는 일꾼들이 있었다. 압살롬은 왕자들을 모두 그곳으로 초대하고, 
 24  다윗 임금에게도 가서 말하였다. “이번에 임금님의 이 종이 사람들을 불러 양털을 깎게 되었는데, 임금님께서도 신하들을 거느리시고 이 종과 함께 내려가 주십시오.” 
 25  그러나 임금은 압살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니다, 내 아들아. 우리가 다 내려가 너에게 짐이 되어서야 되겠느냐?” 압살롬이 계속 간청하였지만 그는 가려 하지 않고, 그 대신 복을 빌어 주었다. 
 26  그러자 압살롬이 “그러면 암논 형이라도 우리와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임금이 그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암논이 너와 함께 가야 하느냐?” 
 27  그래도 압살롬이 간청하자 임금은 암논과 모든 왕자를 압살롬과 함께 떠나보냈다. 
 28  압살롬은 부하들에게 이렇게 명령하였다. “암논이 술로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내가 ‘암논을 쳐라.’ 하거든 그를 죽여라. 겁내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 힘을 내어 용사답게 행동하여라.” 
 29  압살롬의 부하들은 그가 명령한 대로 암논에게 하였다. 그러자 왕자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노새에 올라타고 도망쳤다. 
 30  그들이 돌아오는 도중에, 압살롬이 왕자들을 모두 죽여 그들 가운데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 다윗에게 전해졌다. 
 31  그러자 임금은 일어나 옷을 찢고 바닥에 누웠다. 그를 모시고 섰던 신하들도 모두 옷을 찢었다. 
 32  그때 다윗의 형 시므아의 아들 여호나답이 말하였다. “임금님께서는 그들이 젊은 왕자님들을 모두 살해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실은 암논 왕자님 혼자만 돌아가셨습니다. 이는 암논 왕자님이 누이 타마르 공주님을 욕보이시던 날부터 이미 압살롬 왕자님이 작정하신 일입니다. 
 33  그러하오니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는 ‘왕자들이 모두 죽었구나.’ 하시면서 이 일을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암논 왕자님 혼자만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34  그 사이에 압살롬은 달아났다. 한편 파수를 보던 병사가 눈을 들어 보니, 많은 사람이 산등성이에서 호로나임 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35  여호나답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왕자님들이 오셨습니다. 이 종이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36  그가 막 이 말을 마쳤을 때, 왕자들이 도착하여 목 놓아 울었다. 임금과 신하들도 몹시 슬프게 울었다. 
 37  압살롬은 달아나 그수르 임금 암미훗의 아들 탈마이에게 가고, 다윗은 날마다 자기 아들을 생각하며 애도하였다.  

압살롬이 돌아오다 
 38  압살롬은 달아나 그수르로 가서 세 해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39  암논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에서 벗어나자, 다윗 임금은 압살롬을 애타게 그리워하였다. 

제14장  
 1  츠루야의 아들 요압은 임금의 마음이 압살롬에게 기우는 것을 알아차렸다. 
 2  그래서 요압은 트코아에 사람을 보내어, 거기에서 지혜로운 여인 하나를 불러다가 말하였다. “그대는 애도하는 여자 행세를 하시오. 상복을 입고, 기름을 바르지도 말고, 죽은 이를 위하여 오랫동안 애도하는 여자인 체하시오. 
 3  그다음 임금님께 나아가 이런 말씀을 아뢰시오.” 그러고 나서 요압은 여인이 해야 할 말을 알려 주었다. 
 4  그 트코아 여인이 임금에게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한 다음, “임금님, 도와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5  임금이 그 여인에게 “무슨 일이냐?” 하고 묻자, 여인이 대답하였다. “사실 저는 남편을 여읜 과부입니다. 
 6  이 여종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들판에서 서로 싸우다가 말리는 이가 없어, 아들 하나가 다른 아들을 쳐 죽이고 말았습니다. 
 7  그런데 이제 온 집안이 이 여종에게 맞서 일어나 말합니다. ‘제 동기를 죽인 자를 내놓아라. 그가 살해한 동기의 목숨 값으로 우리가 그를 죽여 상속자마저 없애 버리겠다.’ 이렇게 그들은 남은 불씨마저 꺼 버려, 이 땅 위에서 제 남편에게 이름도 자손도 남겨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8  그러자 임금이 여인에게 “집에 가 있어라. 내가 친히 너를 위해 명령을 내리겠다.” 하고 말하였다. 
 9  트코아 여인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이 죄는 저와 제 아버지 집안에 있지, 임금님과 임금님의 왕좌에는 없습니다.” 
 10  이에 임금이 일렀다. “누가 너에게 무어라 하거든 그자를 나에게 데려오너라. 그자가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 
 11  여인이 또 “임금님께서 임금님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이 일을 기억하게 하시어, 피의 복수자가 살육을 그만두고 제 아들을 없애 버리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고 애원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네 아들의 머리카락 한 올도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12  여인이 또 “이 여종이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 한 말씀만 더 드리게 해 주십시오.” 하자, 임금이 “말해 보아라.” 하고 일렀다. 
 13  그래서 여인이 말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임금님께서는 하느님 백성에게 해가 되는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임금님께서는 당신께 쫓겨난 이를 돌아오지 못하게 하셨으니, 그런 결정으로 임금님께서는 스스로 잘못을 저지르신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14  우리는 반드시 죽기 마련이니, 땅바닥에 쏟아져 다시 담을 수 없는 물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목숨을 거두지 않으시고, 쫓겨난 이를 당신에게서 아주 추방시키지는 않으실 계획을 마련하십니다. 
 15  제가 지금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 이 말씀을 드리러 온 까닭은, 백성이 저를 두렵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신 여종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임금님께 아뢰면 임금님께서는 당신 여종의 말대로 해 주실 것이다. 
 16  임금님께서 청을 들어 주시어, 하느님의 상속 재산에서 나와 내 아들을 함께 없애 버리려는 자의 손에서 이 여종을 구해주실 것이다.’ 
 17  이 여종은 또 이렇게도 생각하였습니다. ‘나의 주군이신 임금님의 말씀이 나를 안심시켜 주실 것이다. 나의 주군이신 임금님은 하느님의 천사 같은 분으로, 선과 악을 판별해 주시는 분이시다.’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18  그러자 임금이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묻는 말에 아무것도 숨기지 마라.” 이에 여인이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말씀하십시오.” 하고 아뢰었다. 
 19  임금이 “요압이 네 뒤에서 이 모든 일을 꾸민 것이 아니냐?” 하고 묻자 여인이 대답하였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살아 계신 임금님의 목숨을 두고 맹세하는데,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말씀하시면 그 말씀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빠져나갈 길이 없습니다. 사실 임금님의 신하 요압이 시켰습니다. 이 종이 해야 할 말을 모두 알려 준 것도 그분입니다. 
 20  임금님의 신하 요압이 사정을 바꾸어 보려고 이 일을 꾸몄습니다. 그러나 지혜로우신 임금님께서는 하느님의 천사처럼 지혜로우시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21  임금은 요압을 불러 말하였다. “좋소. 이제 내가 그대 뜻대로 하겠소. 가서 그 어린 압살롬을 데려오시오.” 
 22  그러자 요압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하며 임금에게 축복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오늘 이 종은 임금님께서 이 종의 뜻대로 해 주시는 것을 보고, 제가 임금님 눈에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3  요압은 일어나 그수르로 가서 압살롬을 예루살렘으로 데려왔다. 
 24  그러나 임금은 “그를 제집으로 돌아가게 하되, 내 얼굴은 보지 못하게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압살롬은 제집으로 돌아갔으나, 임금의 얼굴은 보지 못하였다.  

다윗이 압살롬과 화해하다 
 25  온 이스라엘에서 압살롬만큼 잘생기고 그만큼 칭찬을 받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26  그는 머리가 무거워지면 해마다 연말에 머리카락을 자르곤 하였는데, 그가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서 그것을 달아 보면 왕궁 저울로 이백 세켈이나 나갔다. 
 27  압살롬에게는 아들 셋과 딸이 하나 있었는데, 딸의 이름은 타마르였다. 타마르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28  압살롬은 예루살렘에서 두 해를 머물렀는데도 임금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 
 29  그래서 압살롬은 요압을 임금에게 보내려고 그에게 사람을 보냈으나, 그가 압살롬에게 오려 하지 않았다. 압살롬이 두 번째로 사람을 보냈으나 역시 오려 하지 않았다. 
 30  그러자 압살롬은 자기 종들에게, “보다시피 보리를 심어 놓은 요압의 밭이 내 밭에 잇닿아 있다. 가서 거기에 불을 놓아라.” 하고 일렀다. 압살롬의 종들이 그 밭에 불을 놓았다. 
 31  요압이 일어나 압살롬의 집으로 가서 그에게 따졌다. “어찌하여 왕자님의 종들이 제 밭에 불을 놓았습니까?” 
 32  압살롬이 요압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장군에게 사람을 보내어 ‘좀 와 주시오.’ 하고 청하였소. 나는 장군을 임금님께 보내어 이렇게 청하려고 하였소. ‘무엇 때문에 제가 그수르에서 왔습니까? 차라리 제가 계속 그곳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제가 임금님의 얼굴을 뵙게 해 주십시오. 저에게 죄가 있다면 저를 죽여 주십시오.’ 하고 말이오.” 
 33  그리하여 요압이 임금에게 나아가 사정을 아뢰니 임금이 압살롬을 불렀다. 압살롬은 임금에게 나아가 그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하였다. 그러자 임금은 압살롬에게 입을 맞추었다. 

제15장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키다 
 1  그 뒤, 압살롬은 자기가 탈 병거와 말들을 마련하고, 자기 앞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쉰 명이나 거느렸다. 
 2  압살롬은 일찍 일어나 성문으로 난 길 옆에 서 있곤 하였다. 그러다가 고발할 일이 있는 사람이 임금에게 재판을 청하러 올 때마다, 압살롬은 그를 불러 “그대는 어느 성읍에서 오시오?” 하고 물었다. 그가 “이 종은 이러저러한 이스라엘 지파에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3  압살롬이 그에게 말하였다. “듣고 보니 그대 말이 다 옳고 정당하오. 그러나 임금 곁에는 그대의 말을 들어 줄 자가 아무도 없소.” 
 4  그리고 압살롬은 이런 말도 하였다. “누가 나를 이 나라의 재판관으로 세워만 준다면, 고발하거나 재판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찾아오고, 나는 그들에게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줄 텐데!” 
 5  또 누가 그에게 가까이 와서 절할 때마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고 그에게 입을 맞추곤 하였다. 
 6  압살롬은 임금에게 재판을 청하러 가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7  네 해가 지나자 압살롬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제가 헤브론에 가서 주님께 한 서원을 채우게 해 주십시오. 
 8  이 종은 아람의 그수르에 머무를 때, ‘주님께서 저를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해 주시면, 제가 주님께 예배를 드리겠습니다.’ 하고 서원을 드렸습니다.” 
 9  임금이 그에게 “평안히 떠나라.” 하자, 그는 일어나 헤브론으로 떠났다. 
 10  그러나 압살롬은 이스라엘 모든 지파에 밀사들을 보내면서 이렇게 전하게 하였다. “나팔 소리를 듣거든 ‘압살롬이 헤브론의 임금이 되었다.’고 하시오.” 
 11  예루살렘에서는 이백 명이 초청을 받아 압살롬과 함께 떠났는데, 그들은 그저 따라가기만 했을 뿐 아무 영문도 몰랐다. 
 12  압살롬은 사람을 보내어, 다윗의 고문인 길로 사람 아히토펠도 길로 성읍에서 불러내었다. 그때 그는 희생 제물을 바치고 있었다. 그리하여 반란 세력이 점차 커지고 압살롬 편이 되는 백성이 점점 많아졌다.  

다윗이 요르단으로 달아나다 
 13  전령 하나가 다윗에게 와서 말하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이 압살롬에게 쏠렸습니다.” 
 14  다윗은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신하에게 일렀다. “어서들 달아납시다.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압살롬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오. 서둘러 떠나시오. 그러지 않으면 그가 서둘러 우리를 따라잡아 우리에게 재앙을 내리고, 칼날로 이 도성을 칠 것이오.” 
 15  임금의 신하들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이 종들은 저희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결정하시는 대로 모두 따르겠습니다.” 
 16  임금은 그의 온 집안 사람을 데리고 걸어 나가고, 후궁 열 명은 궁을 지키도록 남겨 두었다. 
 17  임금이 온 백성을 데리고 걸어 나가다가 마지막 집 앞에서 멈추었다. 
 18  신하들이 모두 임금 곁을 지나가고, 모든 크렛 사람과 모든 펠렛 사람과 갓에서부터 그를 따르던 갓 사람 육백 명이 모두 임금 앞을 지나갔다. 
 19  그때 임금이 갓 사람 이타이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그대까지도 우리와 함께 가려고 하오? 그대는 외국인이고 그대의 나라에서 유배된 사람이니, 돌아가 다른 임금과 함께 지내시오. 
 20  그대가 온 것은 어제인데, 오늘 내가 그대에게 우리와 함께 가자고 할 수 있겠소? 더구나 나는 발길 닿는 대로 가야 할 처지요. 그러니 그대의 동족을 데리고 돌아가시오. 주님께서 그대에게 자애와 성실을 베풀어 주시기 바라오.” 
 21  그러나 이타이는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살아 계신 주님과 살아 계신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을 두고 맹세하는데, 죽을 곳이든 살 곳이든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계시는 곳이면 어디나 이 종도 거기에 있겠습니다.” 
 22  다윗이 이타이에게 일렀다. “그러면 어서 지나가시오.” 갓 사람 이타이가 자기의 모든 부하와 자기에게 딸린 모든 아이와 함께 지나갔다. 
 23  이렇게 그 모든 사람이 지나갈 때 온 세상이 목 놓아 울었다. 임금이 키드론 시내를 건너고, 사람들도 모두 그곳을 건너 광야로 난 길을 향하였다. 
 24  마침 차독도 모든 레위인과 함께 하느님의 계약 궤를 모시고 나오다가 하느님의 궤를 내려놓자, 에브야타르도 올라와 사람들이 모두 도성에서 지나갈 때까지 거기 서 있었다. 
 25  그때 임금이 차독에게 일렀다. “하느님의 궤를 도성 안으로 도로 모셔 가시오. 내가 주님의 눈에 들면 그분께서 나를 돌아오게 하시어, 그 궤와 안치소를 보게 하실 것이오. 
 26  그러나 그분께서 ‘나는 네가 싫다.’ 하시면, 나로서는 그저 그분 보시기에 좋으실 대로 나에게 하시기를 바랄 뿐이오.” 
 27  임금이 또 차독 사제에게 말하였다. “이보시오, 그대는 도성으로 평안히 돌아가시오. 그대들은 두 아들, 곧 그대의 아들 아히마아츠와 에브야타르의 아들 요나탄도 데리고 가시오. 
 28  그대들이 나에게 소식을 보낼 때까지, 나는 광야의 길목에서 기다리겠으니 그리 아시오.” 
 29  차독과 에브야타르는 하느님의 궤를 예루살렘에 도로 모셔다 놓고 그곳에 머물렀다. 
 30  다윗은 올리브 고개를 오르며 울었다. 그는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걸었다.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제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계속 올라갔다. 
 31  다윗은 “아히토펠이 압살롬의 반란 세력에 끼여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기도하였다. “주님, 제발 아히토펠의 계획이 어리석은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32  다윗이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산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에렉 사람 후사이가 옷은 찢어지고 머리에는 흙이 묻은 채 다윗에게  마주 왔다. 
 33  다윗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나와 함께 떠나면 그대는 나에게 짐만 될 뿐이오. 
 34  그러나 그대가 도성으로 돌아가 압살롬에게 ‘임금님, 이제 저는 임금님의 종이 되겠습니다. 전에는 제가 임금님 아버지의 종이었으나 지금은 임금님의 종이 되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그대가 나를 위하여 아히토펠의 계획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오. 
 35  그곳에는 차독 사제와 에브야타르 사제가 그대와 함께 있을 것 아니오? 그대가 왕궁에서 듣는 말은 무엇이나 다 차독 사제와 에브야타르 사제에게 알려 주시오. 
 36  또 거기에는 그들의 두 아들, 곧 차독의 아들 아히마아츠와 에브야타르의 아들 요나탄이 함께 있소. 그러니 그들을 시켜 그대가 들은 말을 모두 나에게 전해 주시오.” 
 37  그리하여 다윗의 벗 후사이는 도성으로 들어갔다. 그때 압살롬도 예루살렘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제16장 다윗과 치바 
 1  다윗이 산꼭대기에서 조금 더 갔을 때, 마침 므피보셋의 종 치바가 안장 얹은 나귀 한 쌍에 빵 이백 덩이와 건포도 백 뭉치와 여름 과일 백 개와 포도주 한 부대를 싣고 그에게 마주 왔다. 
 2  임금이 치바에게 “웬일로 이것들을 가져오느냐?” 하고 묻자, 치바가 대답하였다. “이 나귀들은 임금님의 집안이 타실 것이고, 빵과 여름 과일은 임금님의 부하들이 먹을 것이며, 포도주는 광야에서 지친 이가 마실 것입니다.” 
 3  임금이 또 “네 주군의 아들은 어디에 있느냐?” 하고 묻자, 치바가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지금 그분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에야 이스라엘 집안이 내 아버지의 나라를 나에게 돌려줄 것이다.’ 하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4  임금이 치바에게 “므피보셋에게 딸린 것은 이제 다 네 것이다.” 하고 이르자, 치바가 말하였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임금님께 경배드립니다. 제가 임금님의 눈에 들기만 바랄 뿐입니다.”  

다윗과 시므이 
 5  다윗 임금이 바후림에 이르렀을 때였다. 사울 집안의 친척 가운데 한 사람이 그곳에서 나왔는데, 그의 이름은 게라의 아들 시므이였다. 그는 나오면서 저주를 퍼부었다. 
 6  온 백성과 모든 용사가 임금 좌우에 있는데도, 그는 다윗과 다윗 임금의 모든 신하에게 돌을 던졌다. 
 7  시므이는 이렇게 말하며 저주하였다. “꺼져라, 꺼져! 이 살인자야, 이 무뢰한아! 
 8  사울의 왕위를 차지한 너에게 주님께서 그 집안의 모든 피에 대한 책임을 돌리시고, 그 왕위를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 주셨다. 너는 살인자다. 이제 재앙이 너에게 닥쳤구나.” 
 9  그때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임금에게 말하였다. “이 죽은 개가 어찌 감히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을 저주합니까? 가서 그의 머리를 베어 버리게 해 주십시오.” 
 10  그러나 임금은 “츠루야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소? 주님께서 다윗을 저주하라고 하시어 저자가 저주하는 것이라면, 어느 누가 ‘어찌하여 네가 그런 짓을 하느냐?’ 하고 말할 수 있겠소?” 
 11  그러면서 다윗이 아비사이와 모든 신하에게 일렀다. “내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내 목숨을 노리는데, 하물며 이 벤야민 사람이야 오죽하겠소? 주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 저주하게 내버려 두시오. 
 12  행여 주님께서 나의 불행을 보시고, 오늘 내리시는 저주를 선으로 갚아 주실지 누가 알겠소?” 
 13  다윗과 그 부하들이 길을 걷는 동안, 시므이는 다윗을 따라 산비탈을 걸으며 저주를 퍼붓고, 그에게 돌을 던지며 흙먼지를 뿌려 대었다. 
 14  임금과 그를 따르던 온 백성은 지친 몸으로 그곳에 도착하여 한숨을 돌렸다.  

후사이가 압살롬에게 접근하다 
 15  압살롬과 이스라엘 온 백성이 예루살렘에 들어왔는데, 아히토펠도 압살롬과 함께 있었다. 
 16  다윗의 벗 에렉 사람 후사이가 압살롬에게 나아가, “임금님 만세! 임금님 만세!” 하고 외치자, 
 17  압살롬이 후사이에게 물었다. “이것이 그대의 벗에 대한 충성이오? 그대는 어찌하여 벗을 따라가지 않았소?” 
 18  후사이가 압살롬에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저는 주님과 이 백성과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뽑은 바로 그분께 속한 몸이니, 그분과 함께 머무르겠습니다. 
 19  그렇다면 제가 누구를 섬겨야 하겠습니까? 그분의 아드님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부왕을 섬겼듯이 이제는 임금님을 그렇게 모시겠습니다.” 
 20  압살롬이 아히토펠에게 물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의견을 내놓아 보시오.” 
 21  아히토펠이 압살롬에게 말하였다. “부왕이 궁을 지키라고 남겨 놓은 그분의 후궁들에게 드십시오. 임금님께서 부왕에게 미움 받을 일을 한 것을 온 이스라엘이 듣게 되면, 임금님을 따르는 모든 이가 손에 힘을 얻을 것입니다.” 
 22  그들이 압살롬을 위하여 옥상에 천막을 쳐 주자, 압살롬은 온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후궁들에게 들었다. 
 23  그 시절에 아히토펠이 내놓는 의견은 마치 하느님께 여쭈어 보고 얻은 말씀처럼 여겨졌다. 아히토펠의 모든 의견이 다윗에게도 압살롬에게도 그러하였다. 

 제17장 압살롬이 후사이의 의견에 따르다 
 1  아히토펠이 압살롬에게 말하였다. “제가 만 이천 명을 뽑아 출동하여, 오늘 밤으로 다윗의 뒤를 쫓게 해 주십시오. 
 2  그가 지쳐 손에 힘이 빠졌을 때 그를 덮쳐 놀라게 하면, 그를 따르는 온 백성이 도망칠 것입니다. 그때 제가 임금을 쳐 죽이겠습니다. 
 3  그리하여 신부가 남편에게 돌아오듯, 온 백성을 임금님께 돌아오게 하겠습니다. 임금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한 사람의 목숨뿐이니 온 백성은 안전할 것입니다.” 
 4  이 말이 압살롬과 이스라엘 모든 원로에게 옳게 여겨졌다. 
 5  그러나 압살롬은 “에렉 사람 후사이도 불러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봅시다.” 하고 말하였다. 
 6  후사이가 압살롬에게 오자, 압살롬이 그에게 물었다. “아히토펠이 이런 말을 하였는데, 우리가 그의 말을 따라도 좋겠소? 아니라면 당신도 말해 보시오.” 
 7  후사이는 압살롬에게 “이번에 아히토펠이 낸 의견은 좋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8  그러면서 후사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임금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임금님의 아버지와 그 부하들은 용사입니다. 그들은 새끼를 빼앗긴 들녘의 곰처럼 무섭게 화가 나 있습니다. 또한 임금님의 아버지는 전사이므로 밤에 백성과 함께 잠도 자지 않습니다. 
 9  그분은 지금쯤 굴이나 다른 어떤 곳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군인들 가운데 처음부터 쓰러지는 자가 생기면, 그 소식을 듣는 자마다 ‘압살롬의 뒤를 따르는 군사들이 지고 말았다.’ 하고 말할 것입니다. 
 10  그렇게 되면 사자처럼 담력이 센 용사라도 완전히 맥이 풀릴 것입니다. 온 이스라엘은 임금님의 아버지가 장사이고,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도 용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1  그러므로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단에서 브에르 세바에 이르기까지 온 이스라엘 백성을 바다의 모래처럼 많이 불러 모으신 다음, 임금님께서 친히 전투에 나가십시오. 
 12  그리하여 우리가 그분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 이슬이 땅에 내리듯 그분을 덮치면, 그분은 물론 그분과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13  그분이 만일 어떤 성읍으로 피신하면, 온 이스라엘이 그 성을 밧줄로 동여매어 계곡까지 끌어내려서, 그곳에 돌멩이 하나도 찾아볼 수 없게 할 것입니다.” 
 14  그러자 압살롬과 온 이스라엘 사람이 “아히토펠의 의견보다 에렉 사람 후사이의 의견이 더 좋다.” 하고 말하였다. 이는 주님께서 압살롬에게 재앙을 끌어들이시려고, 아히토펠의 그 좋은 의견을 좌절시키셨기 때문이다.  

후사이의 작전과 아히토펠의 자살 
 15  후사이가 차독 사제와 에브야타르 사제에게 말하였다. “아히토펠이 압살롬과 이스라엘의 원로들에게 이러이러한 의견을 내놓았으나, 나는 이러이러한 의견을 내놓았소. 
 16  그러니 이제 서둘러 다윗 임금님께 사람을 보내어, ‘오늘 밤 광야의 길목에 묵지 마시고 반드시 그곳을 건너가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시면 임금님께서는 물론 임금님과 함께 있는 온 백성이 전멸할 것입니다.’ 하고 전해 주십시오.” 
 17  한편 요나탄과 아히마아츠는 엔 로겔에 서 있다가, 한 여종이 와서 그들에게 소식을 전하면, 그들이 다시 다윗 임금에게 가서 그것을 전하기로 하였다. 그들이 도성에 들어가다가 들켜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18  그러나 젊은이 하나가 그들을 보고 압살롬에게 일러바쳤다. 그래서 그들 두 사람은 얼른 거기를 떠나 바후림에 사는 어떤 사람의 집에 들어갔다. 마침 그 집에는 우물이 있어서 그들은 그리로 내려갔다. 
 19  그러자 그 집 여인이 덮개를 가져와 우물의 아귀를 덮고, 그 위에 낟알을 널어놓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였다. 
 20  그때 압살롬의 부하들이 그 집에 들어와 여인에게 “아히마아츠와 요나탄이 어디에 있느냐?” 하고 물었다. 여인이 그들에게  “개울물을 건너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은 두 사람을 찾다가 찾아내지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21  그들이 떠난 다음에 두 사람은 우물에서 올라와, 다윗 임금에게 가서 보고하였다. 그들이 다윗에게 “아히토펠이 여러분을 해칠 의견을 이렇게 내놓았으니, 어서들 일어나 물을 건너가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2  다윗은 자기를 따르는 온 백성과 더불어 일어나 요르단을 건넜는데, 아침이 밝기까지 요르단을 건너지 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23  아히토펠은 자기 의견대로 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나귀에 안장을 얹고 일어나 제 고향 성읍으로 돌아갔다. 그는 집안일을 정리한 다음 목을 매고 죽었다. 그리고 그는 제 아버지의 무덤에 묻혔다.  

압살롬이 다윗을 뒤쫓다 
 24  다윗이 마하나임에 이르렀을 때에야, 압살롬은 자기를 따르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과 함께 요르단을 건넜다. 
 25  압살롬은 요압 대신에 아마사를 내세워 군대를 지휘하게 하였다. 아마사는 이스마엘인으로서 이트라라고 하는 사람의 아들이었는데, 이트라는 요압의 어머니 츠루야의 자매인 나하스의 딸 아비가일과 혼인한 사이였다. 
 26  이스라엘 백성과 압살롬은 길앗 땅에 진을 쳤다. 
 27  다윗이 마하나임에 이르렀을 때에, 암몬 자손들의 성읍 라빠에서 나하스의 아들 소비가, 로 드바르에서 암미엘의 아들 마키르가, 로글림에서 길앗 사람 바르질라이가 찾아왔다. 
 28  그들은 침상과 접시와 질그릇을 가져오고, 밀과 보리, 밀가루와 볶은 밀, 콩과 팥, 
 29  꿀과 엉긴 젖, 그리고 양과 쇠고기를 다윗과 그를 따르는 백성에게 먹으라고 내놓았다. 그들은 그 백성이 광야에서 굶주리고 지치고 목말랐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제18장 압살롬이 싸움에 지다 
 1  다윗은 함께 있는 군사들을 사열하고, 그들 위에 천인대장과 백인대장들을 세웠다. 
 2  다윗은 군사들을 출동시켰는데, 삼분의 일은 요압의 손에, 삼분의 일은 츠루야의 아들이며 요압의 동생인 아비사이의 손에, 나머지 삼분의 일은 갓 사람 이타이의 손에 맡겼다. 임금이 군사들에게 일렀다. “나도 그대들과 더불어 꼭 출정하고 싶소.” 
 3  그러나 군사들이 말렸다. “임금님께서는 출정하시면 안 됩니다. 저희가 도망치더라도, 그들은 저희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가운데 절반이 죽는다 해도, 역시 저희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님께서는 저희들 만 명과 같습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는 이 성읍에서 저희를 지원하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 
 4  그러자 임금은 그들에게 “그러면 그대들 보기에 좋은 대로 하겠소.” 하고는, 모든 군사가 백 명씩, 천 명씩 출전하는 동안 성문 곁에 서 있었다. 
 5  임금이 요압과 아비사이와 이타이에게 분부하였다. “나를 보아서 저 어린 압살롬을 너그럽게 다루어 주시오.” 임금이 압살롬에 관하여 모든 장수에게 분부하는 것을 군사들도 다 들었다. 
 6  군사들은 이스라엘인들과 싸우려고 들판으로 나갔다. 싸움은 에프라임 숲에서 일어났다. 
 7  거기에서 이스라엘군은 다윗의 부하들에게 패배하여, 그날 그곳에서 이만 명이 죽는 큰 살육이 벌어졌다. 
 8  싸움은 그곳 전 지역으로 번져, 그날 칼이 삼켜 버린 사람들보다 숲이 삼켜 버린 사람들이 더 많았다. 
 9  압살롬이 다윗의 부하들과 마주쳤다. 그때 압살롬은 노새를 타고 있었다. 그 노새가 큰 향엽나무의 얽힌 가지들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향엽나무에 휘감기면서 그는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리게 되고, 타고 가던 노새는 그대   로 지나가 버렸다.

(다윗이 압살롬의 죽음을 슬퍼하다)

  10  어떤 사람이 그것을 보고 요압에게 알려 주었다. “압살롬이 향엽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11  요압이 소식을 전해 준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를 보았다면 어찌하여 그 자리에서 그를 내리쳐 땅에 쓰러뜨리지 않았느냐? 그랬더라면 내가 너에게 은전 열 닢과 띠 하나를 주었을 것이다.” 
 12  그러나 그 사람이 요압에게 말하였다. “제가 은전 천 닢을 손에 쥔다 할지라도, 왕자님께 손을 뻗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는 임금님께서 장군님과 아비사이와 이타이에게 ‘나를 보아서 저 어린 압살롬을 지켜 주시오.’ 하고 분부하시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13  제가 만일 목숨을 내걸고 배신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임금님께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으니, 장군님께서는 저에게 등을 돌리셨을 것입니다.” 
 14  그러나 요압은 “너하고 이렇게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 뒤에, 표창 셋을 손에 집어 들고, 향엽나무에 매달린 채 아직 살아 있는 압살롬의 심장에 꽂았다. 
 15  그러자 요압의 무기병인 젊은이 열 명이 둘러싸서 압살롬을 내리쳐 죽였다. 
 16  그러고 나서 요압은 나팔을 불어, 군사들이 이스라엘인들을 추격하는 것을 그만두고 돌아오게 하였다. 요압이 군사들에게 싸움을 그치게 하자, 
 17  그들은 압살롬을 들어다가 숲 속 큰 구덩이에 던져 넣고, 그 위에 커다란 돌무덤을 쌓았다. 이스라엘인들은 저마다 제집으로 도망쳤다.  

압살롬의 기념비 
 18  생전에 압살롬은 “내 이름을 기억해 줄 아들이 없구나.” 하며 기념 기둥 하나를 마련하여 세워 두었는데, 그것이 ‘임금의 골짜기’에 있다. 그가 이 기념 기둥을 자기 이름으로 불렀기에, 오늘날까지도 그것이 ‘압살롬의 비석’이라 불린다.  

다윗이 압살롬의 죽음을 알고 슬퍼하다 
 19  차독의 아들 아히마아츠가 말하였다. “임금님께 달려가, 주님께서 원수들의 손에서 임금님을 건져 주셨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해 주십시오.” 
 20  그러나 요압이 그를 말렸다. “오늘은 네가 기쁜 소식을 전할 사람이 아니니, 다른 날 전하여라. 오늘 너는 기쁜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 왕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21  그러고 나서 요압은 에티오피아 사람 하나를 불러, “네가 가서 임금님께 본 대로 알려 드려라.” 하고 일렀다. 에티오피아 사람은 요압에게 절을 한 다음 달려갔다. 
 22  차독의 아들 아히마아츠가 다시 요압에게 청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으니, 저도 에티오피아 사람을 뒤따라 달려가게 해주십시오.” 요압이 “아들아, 너에게 보상할 만한 기쁜 소식이 없다는데도, 어찌 굳이 달려가겠다는 것이냐?” 하고 말하였다. 
 23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으니 달려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요압은 그에게 “달려가라.” 하고 허락하였다. 아히마아츠는 들판으로 난 길을 달려 에티오피아 사람을 앞질렀다. 
 24  그때 다윗은 두 성문 사이에 앉아 있었다. 파수꾼이 성벽을 거쳐 성문 위 망대에 올라가서 눈을 들어 바라보니, 어떤 사람이 혼자서 달려오고 있었다. 
 25  파수꾼이 소리쳐 이를 임금에게 알리자, 임금은 “그가 혼자라면 기쁜 소식을 가져오는 자다.” 하고 말하였다. 그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26  그런데 파수꾼은 다른 사람도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파수꾼이 수문장에게 “어떤 사람이 혼자서 또 달려오고 있습니다.” 하고 소리치니, 임금이 “그도 역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다.” 하였다. 
 27  파수꾼이 다시 “제가 보기에 앞에 달려오는 사람의 모습은 차독의 아들 아히마아츠가 달리는 모습 같습니다.” 하고 알리자, 임금이 말하였다. “그는 좋은 사람이니 기쁜 소식을 가지고 올 것이다.” 
 28  아히마아츠가 큰 소리로 임금에게 “평안하셨습니까?” 하고 인사한 뒤,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 아뢰었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 맞서 반기를 든 자들을 넘겨주신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시기를 바랍니다.” 
 29  임금이 “그 어린 압살롬은 무사하냐?” 하고 물었다. 아히마아츠가 대답하였다. “임금님의 신하 요압이 이 종을 보낼 때, 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으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30  그러자 임금이 “물러나 거기 서 있어라.” 하니, 그가 물러나 섰다. 
 31  그때 에티오피아 사람이 들어와 말하였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임금님께 맞서 일어난 자들의 손에서 오늘 임금님을 건져 주셨습니다.” 
 32  임금이 에티오피아 사람에게 “그 어린 압살롬은 무사하냐?” 하고 묻자, 에티오피아 사람이 대답하였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의 원수들과 임금님을 해치려고 일어난 자들은 모두 그 젊은이처럼 되기를 바랍니다.” 

(압살롬의 죽음)

제19장
 1  이 말에 임금은 부르르 떨며 성문 위 누각으로 올라가 울었다. 그는 올라가면서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 압살롬아, 너 대신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다. 
 2  “임금님께서 우시며 압살롬의 죽음을 슬퍼하신다.”는 말이 요압에게 전해졌다. 
 3  그리하여 모든 군사에게 그날의 승리는 슬픔으로 변하였다. 그날 임금이 아들을 두고 마음 아파한다는 소식을 군사들이 들었기 때문이다. 
 4  군사들은 그날 슬며시 성읍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싸움터에서 도망칠 때 부끄러워 슬며시 빠져나가는 군사들 같았다. 
 5  임금은 얼굴을 가리고 큰 소리로 “내 아들 압살롬아,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며 울부짖었다. 
 6  그때 요압이 임금의 거처로 들어가 말하였다. “임금님께서는 오늘 이 종들의 얼굴을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저희는 오늘 임금님의 목숨과 임금님 아들딸들의 목숨과 왕비와 후궁들의 목숨을 구해 드렸습니다. 
 7  그런데 임금님께서는 임금님을 미워하는 자들을 사랑하시고, 임금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미워하십니다. 정녕 오늘 임금님께서는 장수들과 신하들이 임금님께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셨습니다. 오늘 저는 압살롬이 살고 저희가 모두 죽었더라면, 임금님 눈에 옳게 보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8  그러니 이제 일어나 나가셔서 임금님의 신하들에게 다정한 말씀을 건네주십시오. 주님을 두고 맹세하는데, 임금님께서 만일 나가시지 않으면 오늘 밤 아무도 임금님과 함께 지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임금님께 닥친 모든 재앙보다 더 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9  그러자 임금이 일어나서 성문에 나와 앉았다. 온 백성은 “임금님께서 성문에 나와 앉아 계시다.”는 말을 듣고 임금 앞으로 나아갔다. 이스라엘인들은 저마다 제집으로 도망쳤다.  

다윗의 귀환을 준비하다 
 10  그 뒤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에서 온 백성이 서로 논쟁을 벌였다. “임금님께서는 우리를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셨고,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아귀에서도 구해 주셨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압살롬을 피해 이 땅에서 달아나셔야 했다. 
 11  우리가 기름을 부어 우리 위에 세웠던 압살롬이 싸움터에서 죽었는데도, 너희는 왜 임금님을 다시 모셔 오는 일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 
 12  다윗 임금은 차독 사제와 에브야타르 사제에게 사람을 보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유다의 원로들에게 이르시오. ‘온 이스라엘의 말이 임금에게, 그의 거처에 이르렀는데도, 어찌하여 여러분은 임금을 궁으로 다시 모시는 일에 꼴찌가 되려고 하시오? 
 13  여러분은 나의 형제이며 골육인데, 어찌하여 임금을 다시 모시는 일에 꼴찌가 되려고 하시오?’ 
 14  그리고 아마사에게는 이렇게 말하시오. ‘그대는 나의 골육이 아니오? 내가 언젠가 그대를 요압 대신 내 앞에서 군대의 장수로 삼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실 것이오.’” 
 15  그가 이렇게 모든 유다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자기에게 기울게 하니, 그들이 임금에게 사람을 보내어, “임금님께서는 신하들을 모두 데리고 돌아오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다윗과 시므이 
 16  임금이 돌아오는 길에 요르단에 이르자, 유다인들이 임금을 맞이하여 요르단을 건너게 하려고 길갈로 나왔다. 
 17  바후림 출신 벤야민 사람인 게라의 아들 시므이가 다윗 임금을 맞으러, 유다 사람들과 함께 서둘러 내려왔다. 
 18  그는 벤야민 사람 천 명을 거느리고, 사울 집안의 종 치바와 아들 열다섯 명과 종 스무 명과 함께 요르단에 있는 임금 앞으로 급히 갔다. 
 19  그들은 임금의 집안 사람들을 건너게 하고 임금에게 잘 보이려고 건널목을 건너왔다. 임금이 요르단을 건너려고 할 때에, 게라의 아들 시므이가 임금 앞에 엎드렸다. 
 20  그는 임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임금님, 저의 죄를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예루살렘을 떠나시던 날 이 종이 저지른 죄를 기억하지 마시고, 마음에 품지 마십시오. 
 21  이 종은 죄지은 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을 맞이하려고 요셉의 모든 집안에서 가장 먼저 내려왔습니다.” 
 22  그때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그 말을 받아 이렇게 아뢰었다. “시므이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를 저주하였으니, 그는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3  그러나 다윗이 말하였다. “츠루야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오늘 그대들이 나의 반대자가 되려 하오? 내가 오늘에야 이스라엘의 임금임을 잘 알게 되었는데, 이런 날 이스라엘에서 사람이 처형당해야 하겠소?” 
 24  그러고 나서 임금은 시므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오.” 임금은 그에게 맹세를 하였다.  

다윗과 므피보셋 
 25  사울의 아들 므피보셋도 임금을 맞으러 내려왔다. 그는 임금이 떠나간 날부터 무사히 돌아오는 날까지, 발도 씻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았으며 옷도 빨아 입지 않았다. 
 26  므피보셋이 임금을 맞으러 예루살렘에서 왔을 때, 임금이 그에게 물었다. “므피보셋아, 어찌하여 너는 나와 함께 떠나지 않았느냐?” 
 27  그가 대답하였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제 종이 저를 속였습니다. 임금님의 이 종이 다리를 절기 때문에 그에게 ‘나귀를 타고 임금님과 함께 떠나야 하겠으니, 나귀에 안장을 얹어라.’ 하고 말하였습니다. 
 28  그런데 그는 임금님께 가서 이 종을 모략하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는 하느님의 천사와 같으시니, 임금님께서 보시기에 좋으실 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29  제 아버지의 온 집안은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는데, 임금님께서는 이 종을 임금님의 식탁에서 먹는 사람들과 함께 먹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 이상 제가 무슨 권리를 더 임금님께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30  임금이 그에게 말하였다. “왜 그 일을 다시 꺼내 이야기하느냐? 내가 한번 결정했으니 너와 치바가 그 땅을 나누어 가져라.” 
 31  그러나 므피보셋은 임금에게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무사히 궁으로 돌아오셨으니, 그가 다 가져도 좋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다윗과 바르질라이 
 32  길앗 사람 바르질라이도 로글림에서 내려와, 임금을 도와 요르단을 건너게 하려고 요르단까지 그를 따라갔다. 
 33  바르질라이는 나이가 아주 많았는데 여든 살이나 되었다. 그는 큰 부자였으므로, 임금이 마하나임에 머무르는 동안 임금에게 양식을 대 주었다. 
 34  임금이 바르질라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나와 함께 갑시다. 내가 예루살렘에서 그대에게 양식을 대 주겠소.” 
 35  그러나 바르질라이는 임금에게, “제가 몇 해나 더 산다고 임금님과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겠습니까? 
 36  제 나이 지금 여든인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이 종이 먹고 마시기는 하지만 그 맛을 알 수 있겠습니까? 노래하는 남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종이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 또 다른 짐이 되어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37  이 종은 임금님을 모시고 요르단을 건너 몇 걸음만 더 가겠습니다. 저에게 그런 상을 내리시는 것은 당치 않습니다. 
 38  부디 이 종이 고향 성읍으로 돌아가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덤 곁에서 죽게 해 주십시오. 다만 여기 임금님의 종 킴함이 있으니, 그가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과 함께 건너가게 해 주시고, 임금님 보시기에 좋을 대로 그에게 무엇이나 베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39  그러자 임금이 말하였다. “킴함은 나와 함께 갈 것이오. 그리고 그대 보기에 좋은 대로 그에게 베풀어 주겠소. 또한 그대가 내게서 바라는 대로 모두 그대에게 해 주겠소.” 
 40  마침내 온 백성이 요르단을 건너고 임금도 건넜다. 임금이 바르질라이에게 입을 맞추고 축복하자, 그는 제고장으로 돌아갔다.  

유다와 이스라엘 
 41  임금이 길갈로 건너갈 때 킴함도 그와 함께 건너갔다. 온 유다 백성과 이스라엘 백성 절반도 임금을 모시고 건너갔다. 
 42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임금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저희 형제 유다 사람들이 임금님을 빼돌려, 임금님과 임금님 집안 사람들을 모시고 요르단을 건너다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때 다윗의 모든 부하는 그와 함께 있었다. 
 43  유다 사람들이 모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 우리와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일로 너희가 화낼 까닭이 무엇이냐? 우리가 임금님께 무엇을 얻어먹기라도 했단 말이냐? 우리가 임금님께 무슨 선물을 받기라도 했단 말이냐?” 
 44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다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이 왕국의 몫을 열이나 가지고 있으니, 다윗 임금님에 대해서도 우리가 너희보다 더 가져야 한다. 그런데 왜 너희는 우리를 업신여기느냐? 임금님을 모시고 돌아가자고 먼저 말한 것은 우리가 아니냐?” 그러나 유다 사람들의 말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말보다 더 거셌다.  

제20장 세바가 반란을 일으키다 
 1  그즈음 어떤 무뢰한이 그곳에 나타났는데, 그의 이름은 벤야민 사람 비크리의 아들 세바였다. 그가 나팔을 불며 말하였다. “우리가 다윗에게서 얻을 몫도 없고, 이사이의 아들에게서 물려받을 유산도 없다. 그러니 이스라엘아, 저마다 제집으로 돌아가라.” 
 2  그리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다윗을 버리고, 비크리의 아들 세바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유다 사람들은 요르단에서 예루살렘에 이르기까지 자기들의 임금을 충실히 따랐다. 
 3  다윗은 예루살렘에 있는 자기 궁으로 들어갔다. 임금은 자신이 궁을 지키라고 남겨 둔 후궁 열 명을 데려다가, 감시병이 지키는 집에 가두었다. 다윗은 그들에게 먹을 것은 대 주었으나 그들에게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죽는 날까지 생과부로 갇혀 지냈다. 
 4  임금이 아마사에게 일렀다. “그대는 사흘 안에 유다 사람들을 동원하여 나에게 데려오고, 그대도 여기 대령하시오.” 
 5  아마사는 유다인들을 동원하러 나갔으나 정해진 기일을 넘겼다. 
 6  그러자 다윗이 아비사이에게 일렀다. “이제는 비크리의 아들 세바가 압살롬보다 우리에게 더 해로울 터이니, 그대 주군의 부하들을 데리고 그를 뒤쫓으시오. 그러지 않으면 그가 요새 성읍들을 찾아내어 우리 눈을 피하게 될 것이오.” 
 7  요압의 부하들과 크렛족과 펠렛족과 모든 용사가 세바의 뒤를 쫓아 나섰다.  그들은 예루살렘을 나서서 비크리의 아들 세바를 뒤쫓았다. 
 8  그들이 기브온에 있는 큰 바위 곁에 이르렀을 때, 아마사가 그들 앞으로 나아왔다. 요압은 군복을 입고, 허리에 띠를 매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칼이 든 칼집이 달려 있었다. 요압이 나아갈 때에 칼이 빠져나왔다. 
 9  요압은 아마사에게 “장군, 평안하시오?” 하면서, 오른손으로 아마사의 수염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10  그런데 아마사는 요압의 손에 있는 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요압이 칼로 그의 배를 찔러 그의 창자를 땅에 쏟아지게 하니, 그는 두 번 찌를 것도 없이 죽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요압과 그 동생 아비사이는 비크리의 아들 세바를 뒤쫓았다. 
 11  그때에 요압의 부하 하나가 아마사 곁에 서서 말하였다. “요압을 좋아하는 자와 다윗을 위하는 자는 요압의 뒤를 따르라.” 
 12  그런데 아마사는 피투성이가 되어 큰길 한가운데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그 부하는 온 백성이 멈추어 선 것을 보았다. 그는 아마사 곁을 지나는 사람마다 멈추어 서는 것을 보고 아마사를 큰길에서 들판으로 옮겨 놓은 뒤, 그 위에 옷을 던져 덮었다.
 13  이렇게 아마사를 큰길에서 치우자, 모든 사람이 요압의 뒤를 따라 비크리의 아들 세바를 뒤쫓았다. 
 14  세바가 모든 이스라엘 지파를 두루 거쳐 아벨 벳 마아카에 이르자, 비크리인들이 모두 모여 그의 뒤를 따랐다. 
 15  요압을 따르는 군사들이 그곳에 이르러 아벨 벳 마아카에 있는 그를 포위하고, 그 성읍을 치려고 공격 축대를 쌓아 바깥 성벽만큼 올렸다. 군사들이 모두 그 성벽을 무너뜨리려고 헐기 시작하였다. 
 16  그때에 어떤 지혜로운 여인이 성읍 안에서 외쳤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제가 요압 장군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 이리 가까이 와 주시라고 제발 전해 주세요.” 
 17  요압이 그 여인에게 가까이 가자, 그 여인이 “요압 장군님이십니까?” 하고 물었다. 요압이 “그렇소.” 하고 대답하니, 그 여인이 “이 여종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요압이 “내가 듣고 있소.” 하고 대답하자, 
 18  그 여인이 이렇게 말하였다. “옛적에 사람들은 ‘아벨에 물어보아야 한다.’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19  저는 이스라엘의 평화롭고 성실한 이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지금 이스라엘에서 어머니 같은 성읍을 멸망시키려고 하십니다. 어찌하여 주님의 상속 재산을 삼키려고 하십니까?” 
 20  요압이 대답하였다.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오. 나는 맹세코 이곳을 삼키거나 파괴하지 않을 것이오. 
 21  사정은 그런 것이 아니오. 에프라임 산악 지방 출신으로 비크리의 아들 세바라는 사람이 다윗 임금님께 반기를 들었소. 여러분이 그자만 넘겨주면 나는 이 성읍에서 물러가겠소.” 그 여인이 요압에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의 머리를 성벽 너머로 장군님께 던지겠습니다.” 
 22  그 여인이 가서 온 백성을 지혜롭게 설득하니, 그들이 비크리의 아들 세바의 머리를 잘라서 요압에게 던졌다. 요압이 나팔을 불자 군사들은 성읍을 나와 흩어져, 저마다 제집으로 돌아갔다. 요압도 예루살렘으로 임금에게 돌아갔다.  

다윗의 대신들 
 23  요압은 이스라엘의 모든 군대를 지휘하고,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는 크렛족과 펠렛족을 지휘하였다. 
 24  아도람은 부역 감독이고, 아힐룻의 아들 여호사팟은 기록관이었다. 
 25  스와는 서기관이고 차독과 에브야타르는 사제였다. 
 26  야이르 사람 이라도 다윗의 사제였다. 

제21장 부록  
기근과 사울 후손들의 처형 
 1  다윗 시대에 연이어 세 해 동안 기근이 들었다. 다윗이 주님께 곡절을 물으니, 주님께서 “사울이 기브온 사람들을 죽인 탓으로, 그 피가 사울과 그의 집안에 머물러 있다.”고 대답하셨다. 
 2  임금이 기브온 사람들을 불러다가 물어보았다.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 자손이 아니라 아모리족 가운데에서 살아남은자 들이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들을 살려 주기로 약속했는데도, 사울은 이스라엘 자손들과 유다에 대한 열정에서 그들을 다 쳐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3  다윗이 기브온 사람들에게 물었다. “내가 그대들에게 무엇을 해 주면 좋겠소? 내가 어떻게 보상해야 그대들이 주님의 상속 재산을 축복해 주겠소?” 
 4  기브온 사람들이 다윗에게 대답하였다. “사울이나 그 집안과 저희 사이는 은이나 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저희는 이스라엘에서 어느 누구도 죽일 생각이 없습니다.” 다윗이 “그대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오? 내가 그대들에게 해 주겠소.” 하고 말하자, 
 5  그들이 임금에게 청하였다. “이스라엘의 모든 땅에서 저희가 살아남지 못하도록 저희를 없애 버리고 멸망시키려 한 그 사람, 
 6  그 사람의 자손 가운데 일곱 명을 저희에게 넘겨주십시오. 그러면 주님의 선택자 사울이 살던 기브아에서, 저희가 그들을 주님 앞에서 나무에 매달겠습니다.” 임금은 “내가 그들을 넘겨주겠소.” 하고 약속하였다. 
 7  그러나 임금은 자기와 사울의 아들 요나탄이 했던 주님의 맹세 때문에, 사울의 손자이며 요나탄의 아들인 므피보셋은 살려 두었다. 
 8  임금은 아야의 딸 리츠파가 사울에게 낳아 준 두 아들, 곧 아르모니와 므피보셋, 그리고 사울의 딸 미칼이 므홀라 사람 바르질라이의 아들 아드리엘에게 낳아 준 아들 다섯을 붙들어다가, 
 9  기브온 사람들의 손에 넘겨주었다. 그러자 기브온 사람들은 산 위에 올라가 그들을 주님 앞에서 나무에 매달았다. 그렇게 그들 일곱은 함께 죽었다. 그들이 처형당한 것은 수확 철이 시작될 때, 곧 처음으로 보리를 거두어들일 때였다. 
 10  아야의 딸 리츠파는 자루옷을 가져다가 바위 위에 펼쳐 놓고 앉아, 처음으로 보리를 거두어들일 때부터 그 주검 위로 비가 쏟아질 때까지, 낮에는 하늘의 새가 밤에는 들짐승이 그 주검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였다.

(죽음을 무릅쓴 리스바의 호의)

 11  다윗은 사울의 후궁, 아야의 딸 리츠파가 한 일을 전해 듣고, 
 12  야베스 길앗의 주민들에게 가서 사울의 뼈와 그 아들 요나탄의 뼈를 가져왔다. 그들은 필리스티아인들이 길보아에서 사울을 죽이던 날, 벳 산 광장에 매달아 둔 사울과 요나탄의 주검을 그곳에서 몰래 거두어 간 이들이다. 
 13  다윗이 그곳에서 사울의 뼈와 그 아들 요나탄의 뼈를 가지고 올라오자, 사람들은 매달렸던 자들의 뼈도 거두었다. 
 14  그러고 나서 그들은 사울과 그 아들 요나탄의 뼈를, 벤야민 땅 첼라에 있는 사울의 아버지 키스의 무덤에 묻었다. 이렇게 그들은 임금이 명령한 대로 다 하였다. 그런 다음에야 하느님께서는 그 땅을 위한 간청을 들어주셨다.

(전염병으로 죽은 이스라엘 백성)

필리스티아의 전사들과 다윗의 용사들 
 15  필리스티아인들과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다시 싸움이 일어났다. 다윗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내려가 필리스티아인들과 싸우다가 지치게 되었다. 
 16  그때 라파의 후손 이스비 브놉이라는 자가 청동 삼백 세켈이나 되는 창을 들고 허리에 새 칼을 차고는, 다윗을 죽이겠다며 나섰다.

(아비사이가 다윗의 생명을 구하다)

  17  그러나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다윗을 도우러 와서, 그 필리스티아 사람을 내리쳐 죽였다. 그 뒤 다윗의 부하들은 “임금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다시는 싸움터에 나가지 마십시오. 그러면 임금님께서 이스라엘의 등불을 꺼 버리시게 될 것입니다.” 하며 다짐을 받았다. 
 18  그다음에도 곱에서 필리스티아인들과 다시 싸움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후사 사람 시브카이가 라파의 후손들 가운데 하나인 삽을 쳐 죽였다. 
 19  곱에서 필리스티아인들과 다시 싸움이 일어났다. 베들레헴 사람 야아레 오르김의 아들 엘하난이 갓 사람 골리앗을 쳐 죽였는데, 골리앗의 창대는 베틀의 용두머리만큼이나 굵었다. 
 20  갓에서도 싸움이 또 일어났다. 그때 어떤 거인이 나타났는데, 손가락과 발가락 수가 여섯 개씩 스물넷이었다. 그도 라파의 후손이었다. 
 21  그가 이스라엘인들에게 욕을 퍼붓자, 다윗의 형 시므이의 아들 요나탄이 그를 쳐 죽였다. 
 22  이 네 사람은 갓에 살던 라파의 후손이었다. 그들은 다윗과 그 부하들의 손에 쓰러졌다. 

제22장 다윗의 승전가 
 1  주님께서 다윗을 그의 모든 원수들과 사울의 손아귀에서 건져주신 날, 다윗은 이 노래로 주님께 아뢰었다. 
 2  그는 말하였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3  저의 하느님, 이 몸 피신하는 저의 바위 저의 방패, 제 구원의 뿔, 저의 성채 저의 피난처, 저를 구원하시는 분. 당신께서는 저를 폭력에서 구원하셨습니다. 
 4  찬양받으실 주님을 불렀을 때 나는 원수들에게서 구원되었네. 
 5  죽음의 파도가 나를 둘러싸고 멸망의 급류가 나를 들이쳤으며 
 6  저승의 오랏줄이 나를 휘감고 죽음의 올가미가 나를 덮쳤네. 
 7  이 곤경 중에 내가 주님을 부르고 내 하느님을 불렀더니 당신 궁전에서 내 목소리 들으셨네. 내 부르짖음 그분 귀에 다다랐네. 
 8  이에 땅이 흔들리며 떨고 하늘의 기초도 뒤틀리며 흔들렸으니 그분께서 진노하신 까닭이네. 
 9  그분 코에서는 연기가 오르고 입에서는 삼킬 듯 불길이 치솟았으며 그분에게서 숯불이 타올랐네. 
 10  그분께서 하늘을 기울여 내려오시니 먹구름이 그분 발밑을 뒤덮었네. 
 11  커룹 위에 올라 날아가시고 바람 날개 타고 나타나셨네. 
 12  어둠을 당신 주위에 둘러치시고 시커먼 비구름과 짙은 구름을 덮개로 삼으셨네. 
 13  그분 앞의 빛에서 뿜어 나오는 것 불타는 숯덩이들이었네. 
 14  주님께서 하늘에 우렛소리 내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당신 소리 울려 퍼지게 하셨네. 
 15  화살들을 쏘시어 그들을 흩으시고 번개로 그들을 어쩔 줄 모르게 하셨네. 
 16  바다의 밑바닥이 보이고 땅의 기초가 드러났네. 주님의 질타로, 그분 노호의 숨결로 그리되었네. 
 17  그분께서 높은 데에서 손을 뻗쳐 나를 붙잡으시고 깊은 물에서 나를 끌어내셨네. 
 18  나의 힘센 원수에게서, 나보다 강한 적들에게서 나를 구하셨네. 
 19  환난의 날에 그들이 나를 덮쳤지만 주님께서 나에게 의지가 되어 주셨네. 
 20  넓은 곳으로 이끌어 내시어 나를 구하셨으니 내가 그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네. 
 21  주님께서 내 의로움에 따라 나에게 행하시고 내 손의 결백함에 따라 나에게 갚아 주셨으니 
 22  내가 주님의 길을 지키고 나의 하느님을 배반하지 않았으며 
 23  그분의 모든 법규를 내 앞에 두고 그분의 규범을 내게서 물리치지 않았기 때문이네. 
 24  나 그분께 결백하게 지내 왔고 죄에 떨어질까 조심하였네. 
 25  주님께서 내 의로움에 따라 나에게 갚아 주셨네. 그분 앞에서 지켜 온 내 결백함에 따라 갚아 주셨네. 
 26  당신께서는 충실한 이에게는 충실하신 분으로 결백한 용사에게는 결백하신 분으로 당신을 나타내시고 
 27  깨끗한 이에게는 깨끗하신 분으로 대하시지만 그릇된 자에게는 비뚤어지신 분으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28  가련한 백성은 구원하시지만 거만한 자들은 끌어내리시려고 지켜보십니다. 
 29  주님, 정녕 당신은 저의 등불이십니다. 주님께서는 저의 어둠을 밝혀 주십니다. 
 30  정녕 당신의 도우심으로 제가 무리 속에 뛰어들고 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성벽을 뛰어넘습니다. 
 31  하느님의 길은 결백하고 주님의 말씀은 순수하며 그분께서는 당신께 피신하는 모든 이에게 방패가 되신다. 
 32  정녕 주님 말고 그 누가 하느님이며 우리 하느님 말고 그 누가 반석이 되어 주겠는가? 
 33  하느님은 나의 견고한 요새이시며 나의 길을 온전하게 놓아 주셨네. 
 34  내 발을 암사슴 같게 하시고 높은 곳에 나를 세워 주셨으며 
 35  내 손에 전투를 익혀 주시고 내 팔이 청동 활을 당기게 하셨네. 
 36  당신께서는 구원의 방패를 제게 주시고 손수 보살피시어 저를 크게 만드셨습니다. 
 37  제 발걸음 닿는 곳을 넓히시어 제 발목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38  저는 제 원수들을 뒤쫓아 멸망시키고 그들을 무찌르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39  제가 그들을 무찌르고 내리치자 그들은 일어서지 못하고 제 발아래 쓰러졌습니다. 
 40  당신께서는 저에게 싸울 힘을 매어 주시어 저에게 맞서 일어선 자들을 무릎 꿇게 하셨습니다. 
 41  제 원수들을 달아나게 하시고 저를 미워하는 자들을 제가 멸망시키게 하셨습니다. 
 42  그들은 바라보았으나 도와주는 이 없었고 주님께 청하였으나 그들에게는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43  저는 그들을 땅의 먼지처럼 갈아 부수고 거리의 오물처럼 부수고 짓밟았습니다. 
 44  당신께서 저를 백성의 다툼에서 구하시어 민족들의 우두머리로 지켜 주셨으니 제가 알지 못하던 백성이 저를 섬기고 
 45  이방인들이 저에게 아양 부리며 제 말을 듣자마자 저에게 복종하였습니다. 
 46  이방인들이 기진맥진하여 그들의 성곽에서 허리에 띠를 매고 나왔습니다. 
 47  주님께서는 살아 계시다! 나의 반석께서는 찬미받으시리니 내 구원의 반석이신 하느님께서는 드높으시다. 
 48  하느님께서 내 원수를 갚아 주시고 백성들을 내 발아래 굴복시키셨다. 
 49  당신께서는 제 원수들에게서 저를 빼내시고 저를 거슬러 일어선 자들에게서 들어 높이셨으며 포악한 자에게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50  그러기에 주님, 제가 민족들 앞에서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 이름에 찬미 노래 바칩니다. 
 51  그분께서는 당신 임금에게 큰 구원을 베푸시고 당신의 기름부음받은이 다윗과 그 후손에게 영원토록 자애를 베푸신다.” 

제23장 다윗의 마지막 말 
 1  이것은 다윗의 마지막 말이다. 이사이의 아들 다윗의 신탁이며 높이 일으켜 세워진 사람의 말이다. 그는 야곱의 하느님의 기름부음받은이며 이스라엘의 노래들을 지은 이다. 
 2  주님의 영이 나를 통하여 말씀하시니 그분의 말씀이 내 혀에 담겨 있다. 
 3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으며 이스라엘의 반석께서 나에게 이르셨다. “사람을 정의롭게 다스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며 다스리는 이는 
 4  구름 끼지 않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그 아침의 햇살 같고 비 온 뒤의 찬란함,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과 같다.” 
 5  나의 집안이 하느님 앞에서 그와 같지 않은가! 그분께서는 나와 영원한 계약을 맺으시어 모든 것을 갖추어 주시고 굳건히 하셨다. 그분께서는 나의 구원과 소망을 모두 이루어 주시지 않는가! 
 6  그러나 무뢰한들은 모두 버려진 가시덤불 같다. 아무도 그들을 손으로 쥘 수 없지 않은가! 
 7  그들을 만지려는 사람은 쇠 막대나 창 자루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니 그들은 그 자리에서 불타 없어지리라.  

다윗의 용사들 
 8  다윗이 거느린 용사들의 이름은 이러하다. 하크모니 사람 요셉 바쎄벳은 세 용사 가운데 우두머리였다. 그는 한 전투에서 팔백 명에게 창을 휘둘러 그들을 모조리 죽인 사람이다. 
 9  그다음으로 아호아 사람 도도의 아들 엘아자르가 있었는데, 그도 세 용사 가운데 하나다. 그가 다윗과 함께, 싸움터에 집결해 있는 필리스티아인들에게 욕을 퍼부으며 맞서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이 후퇴한 적이 있었다. 
 10  그러나 엘아자르는 버티고 서서 필리스티아인들을 쳐 죽였다. 나중에는 그의 손이 굳어져 칼에서 풀리지 않을 정도였다. 주님께서 그날 큰 승리를 이루어 주셨다. 그제야 다른 군사들도 그에게 돌아왔지만, 죽은 자들을 터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11  그다음으로 하라르 사람 아게의 아들 삼마가 있었다. 필리스티아인들이 르히에 집결해 있을 때, 그곳에는 팥을 가득 심은 밭이 있었는데, 이스라엘 군대가 필리스티아 군대를 보고 달아났다. 
 12  삼마는 밭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서, 그것을 지키며 필리스티아인들을 쳐 죽였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큰 승리를 이루어 주셨다.
 13  수확 철에, 삼십 인의 우두머리 가운데 세 사람이 아둘람 동굴에 있는 다윗에게 내려갔는데, 필리스티아인들 한 무리가 르파임 골짜기에 진을 치고 있었다. 
 14  그때 다윗은 산성에 있었고 필리스티아인들의 수비대는 베들레헴에 있었다. 
 15  다윗이 간절하게 말하였다. “누가 베들레헴 성문 곁에 있는 저수 동굴에서 물을 가져다가 나에게 마시도록 해 주었으면!” 
 16  그러자 그 세 용사들이 필리스티아인들의 진영을 뚫고, 베들레헴 성문 곁에 있는 저수 동굴에서 물을 길어 다윗에게 가져왔다. 그러나 그는 그 물을 마시기를 마다하고 주님께 부어 바치며 
 17  말하였다. “이 물을 마셨다가는 주님께서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다. 이것은 목숨을 걸고 가져온 부하들의 피가 아닌가!” 그러면서 다윗은 그 물을 마시기를 마다하였다. 그 세 용사가 바로 그런 일을 하였다. 
 18  츠루야의 아들 요압의 아우 아비사이는 삼십 인 부대의 우두머리였다. 바로 그가 창을 휘둘러서 삼백 명을 찔러 죽여 그 세 사람과 함께 이름을 날렸다. 
 19  그는 삼십 인 가운데에서 큰 명성을 떨쳐 그들의 장수가 되었지만, 그 세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였다. 
 20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는 캅츠엘 출신으로 큰 공을 세운 용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모압의 두 전사를 쳐 죽이고, 또 눈 오는 날 저수 동굴 속으로 내려가 사자를 쳐 죽였다. 
 21  그리고 그는 풍채 좋은 이집트인 하나를 쳐 죽였다. 그 이집트인은 손에 창을 들고 있었으나 브나야는 막대기만 가지고 내려가, 이집트인의 손에서 창을 빼앗아 그 창으로 그를 찔러 죽였다. 
 22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가 이런 일들을 하여 세 용사와 함께 이름을 날렸다. 
 23  그는 삼십 인 가운데에서 큰 명성을 떨쳤지만, 그 세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였다. 다윗은 그를 호위대장으로 삼았다. 
 24  삼십 인 부대원은 요압의 아우 아사엘, 베들레헴 사람 도도의 아들 엘하난, 
 25  하롯 사람 삼마와 하롯 사람 엘리카, 
 26  펠렛 사람 헬레츠, 트코아 사람 이케스의 아들 이라, 
 27  아나톳 사람 아비에제르, 후사 사람 므부나이, 
 28  아호아 사람 찰몬, 느토파 사람 마하라이, 
 29  느토파 사람 바아나의 아들 헬렙, 벤야민의 자손들에게 속한 기브아 출신 리바이의 아들 이타이, 
 30  피르아톤 사람 브나야, 가아스 계곡 출신 히따이, 
 31  아라바 사람 아비 알본, 바후림 사람 아즈마, 
 32  사알본 사람 엘야흐바, 야센의 아들들과 요나탄, 
 33  하라르 사람 삼마, 하라르 사람 사라르의 아들 아히암, 
 34  마아카 사람 아하스바이의 아들 엘리펠렛, 길로 사람 아히토펠의 아들 엘리암, 
 35  카르멜 사람 헤츠로, 아라브 사람 파아라이, 
 36  초바 출신 나탄의 아들 이그알, 가드 사람 바니, 
 37  암몬 사람 첼렉, 츠루야의 아들 요압의 무기병인 브에롯 사람 나하라이, 
 38  야티르 사람 이라, 야티르 사람 가렙, 
 39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 이렇게 모두 서른일곱 명이었다. 

제24장 인구 조사와 흑사병 
 1  주님께서 다시 이스라엘인들에게 진노하셔서, 그들을 치시려고 다윗을 부추기시며 말씀하셨다. “가서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구를 조사하여라.” 
 2  그리하여 임금은 자기가 데리고 있는 군대의 장수 요압에게 말하였다. “단에서 브에르 세바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를 두루 다니며 인구를 조사하시오. 내가 백성의 수를 알고자 하오.” 
 3  그러나 요압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 백성을 지금보다 백 배나 불어나게 하시어,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친히 그것을 보시게 되기를 바랍니다만,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려고 하십니까?” 
 4  그러나 임금의 말이 요압과 군대의 장수들을 위압하였다. 그리하여 요압과 군대의 장수들은 임금 앞에서 물러 나와, 이스라엘의 인구를 조사하러 떠났다. 
 5  그들은 요르단을 건너 아로에르에 진을 치고, 갓 골짜기 한가운데에 있는 성읍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야제르까지 조사하였다. 
 6  그러고 나서 그들은 길앗을 거쳐 타흐팀 홋시의 땅에 이르고, 그다음 단 야안을 거쳐 시돈을 돌았다. 
 7  거기에서 그들은 티로 요새와 히위족과 가나안족의 모든 성읍으로 들어섰다가, 유다의 네겝 지방 브에르 세바 쪽으로 나아갔다. 
 8  그들은 이렇게 온 땅을 두루 다닌 다음, 아홉 달 스무 날 만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9  요압이 조사한 백성의 수를 임금에게 보고하였는데, 이스라엘에서 칼을 다룰 수 있는 장정이 팔십만 명, 유다에서 오십만 명이었다. 
 10  다윗은 이렇게 인구 조사를 한 다음, 양심에 가책을 느껴 주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이런 짓으로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제 당신 종의 죄악을 없애 주십시오. 제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습니다.” 
 11  이튿날 아침 다윗이 일어났을 때, 주님의 말씀이 다윗의 환시가인 가드 예언자에게 내렸다. 
 12  “다윗에게 가서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면서 일러라. ‘내가 너에게 세 가지를 내놓을 터이니, 그 가운데에서 하나를 골라라. 그러면 내가 너에게 그대로 해 주겠다.’” 
 13  가드가 다윗에게 가서 이렇게 알렸다. “임금님 나라에 일곱 해 동안 기근이 드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임금님을 뒤쫓는 적들을 피하여 석 달 동안 도망다니시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임금님 나라에 사흘 동안 흑사병이 퍼지는 것이 좋습니까? 저를 보내신 분께 무엇이라고 회답해야 할지 지금 잘 생각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14  그러자 다윗이 가드에게 말하였다. “괴롭기 그지없구려. 그러나 주님의 자비는 크시니, 사람 손에 당하는 것보다 주님 손에 당하는 것이 낫겠소.” 
 15  그리하여 주님께서 그날 아침부터 정해진 날까지 이스라엘에 흑사병을 내리시니, 단에서 브에르 세바까지 백성 가운데에서 칠만 명이 죽었다. 
 16  천사가 예루살렘을 파멸시키려고 그쪽으로 손을 뻗치자, 주님께서 재앙을 내리신 것을 후회하시고 백성을 파멸시키는 천사에게 이르셨다. “이제 됐다. 손을 거두어라.” 그때에 주님의 천사는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 있었다. 
 17  백성을 치는 천사를 보고, 다윗이 주님께 아뢰었다. “제가 바로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못된 짓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양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그러니 제발 당신 손으로 저와 제 아버지의 집안을 쳐 주십시오.” 
 18  가드가 그날 다윗에게 와서 말하였다.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 올라가시어 주님을 위한 제단을 세우십시오.” 
 19  다윗은 가드의 말에 따라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그곳에 올라갔다. 
 20  아라우나가 내려다보니, 임금과 그 신하들이 자기에게 건너오고 있었다. 아라우나는 곧 임금 앞에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였다. 
 21  그러고 나서 아라우나는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무슨 일로 이 종에게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다윗이 대답하였다. “그대에게 타작마당을 사서 주님을 위한 제단을 쌓아 드리려고 하오. 그러면 재난이 백성에게서 돌아설 것이오.” 
 22  그러자 아라우나가 다윗에게 말하였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것은 무엇이나 가져다가 바치십시오. 여기 번제물로 바칠 소도 있고, 땔감으로 쓸 탈곡기와 소 멍에도 있습니다. 
 23  임금님, 아라우나가 이 모든 것을 임금님께 드립니다.” 그리고 아라우나는 임금에게 이렇게 덧붙여 말하였다.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 임금님을 기꺼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24  그러나 임금은 아라우나에게 “아니오. 당신에게 값을 주고 그것을 사야겠소. 나는 거저 얻은 것을 주 나의 하느님께 바치지는 않겠소.” 하고 말하였다. 다윗은 은 쉰 세켈을 주고 타작마당과 소를 샀다. 
 25  그러고 나서 다윗은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바쳤다. 주님께서 나라를 위하여 바치는 그의 간청을 들어주시니, 이스라엘에 내리던 재난이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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