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머리글
1 토빗의 이야기를 적은 책. 토빗은 납탈리 지파에 속한 아시엘의 후손으로서 토비엘의 아들이고, 토비엘은 하난엘의 아들,
하난엘은 아두엘의 아들, 아두엘은 가바엘의 아들, 가바엘은 라파엘의 아들, 라파엘은 라구엘의 아들이다.
2 토빗은 아시리아인들의 임금 살만에세르 시대에 티스베에서 포로로 끌려갔다. 티스베는 갈릴래아 고지대 납탈리 지방의
케데스 남쪽, 곧 하초르 위 해 지는 쪽에, 그리고 포고르에서는 북쪽에 자리 잡은 곳이다.
고향에서 살 때의 토빗
3 나 토빗은 평생토록 진리와 선행의 길을 걸어왔다. 나는 나와 함께 아시리아인들의 땅 니네베로 유배 온 친척들과 내 민족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었다.
4 내가 아직 젊은 나이로 이스라엘 땅 내 고향에 살 때, 나의 조상 납탈리의 온 지파가 다윗 집안과 예루살렘에서 떨어져 나갔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모든 지파의 성읍 가운데에서 선택되어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제물을 바치는 곳이다. 거기에는 하느님의 거처로 봉헌된 성전이 모든 세대를 위하여 영원히 세워져 있었다.
5 나의 친척들은 모두 내 조상 납탈리 집안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임금 예로보암이 단에 만들어 세운 송아지 에게 제물을 바치고, 갈릴래아의 모든 산 위에서도 제물을 바치곤 하였다.
6 그러나 나만은 축제 때에, 온 이스라엘을 위하여 영원한 규정에 쓰인 대로 자주 예루살렘으로 갔다. 나는 그때마다 맏물과 맏배와 가축의 십분의 일과 그해에 처음 깎은 양털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서둘러 가서,
7 아론의 자손 사제들에게 주어 제단에 바치게 하였다. 또 밀과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과 석류와 무화과와 다른 과일들의 십분의 일을 예루살렘에서 봉직하는 레위의 자손들에게 주었다. 그리고 여섯 해 동안 해마다 또 다른 십분의 일을 돈으로 환산하여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가서 썼다.
8 세 번째 십분의 일은 고아들과 과부들,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곁에 사는 이방인들에게 주었다. 나는 세 해마다 그 십분의 일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고, 그것과 관련하여 모세의 법에 쓰인 규정에 따라, 또 우리 아버지 토비엘의 어머니신 드보라께서 내리신 지시에 따라 그들과 함께 먹었다. 아버지께서는 나를 고아로 남겨 두신 채 일찍 돌아가셨던 것이다.
9 어른이 되자 나는 우리 일가에서 아내를 맞아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토비야라고 하였다.
유배지의 토빗
10 나는 포로가 되어 아시리아로 왔다. 포로가 되어 니네베로 끌려온 것이다. 이곳에서 내 친척과 동족들은 모두 이민족들의 음식을 먹었다.
11 그러나 나는 스스로 조심하여 이민족들의 음식을 먹지 않았다.
12 내가 이렇게 마음을 다하여 나의 하느님을 잊지 않았으므로,
13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는 내가 살만에세르에게서 호의와 귀염을 받도록 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임금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을 사들이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14 임금이 죽을 때까지, 나는 메디아로 가서 임금을 위한 물품을 사 오곤 하였다. 그때에 나는 메디아 땅에서 가브리의 동기 가바엘에게 은 열 탈렌트가 든 자루들을 맡겨 두었다.
15 그런데 살만에세르가 죽고 그의 아들 산헤립이 뒤를 이어 임금이 되자 메디아로 가는 길들이 가로막혀, 나는 더 이상 메디아로 갈 수가 없었다.
16 살만에세르 시대에 나는 내 친척과 동족들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었다.
17 배고픈 이들에게는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이들에게는 입을 것을 주었으며, 내 백성 가운데 누가 죽어서 니네베 성 밖에 던져져 있는 것을 보면 그를 묻어 주었다.
18 산헤립이 저지른 신성 모독 때문에 하늘의 임금님께서 심판을 내리실 적에, 그가 유다에서 도망쳐 나와 죽인 이들도 나는 묻어 주었다. 산헤립이 분노를 터뜨리며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내가 그들의 주검을 훔쳐 내어 묻어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주검들을 산헤립이 찾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였다.
19 그때에 니네베 주민들 가운데 한 사람이 임금에게 가서 내가 죽은 이들을 묻고 있다고 알렸다. 그래서 나는 몸을 숨겼다. 임금이 내 일을 알뿐더러 나를 죽이려고 찾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두려운 나머지 달아난 것이다.
20 그러자 나의 모든 재산이 몰수되었다. 내 아내 안나와 아들 토비야 외에는 하나도 남지 않고 모조리 임금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21 그러나 마흔 날도 지나지 않아 산헤립의 아들 둘이 그를 죽이고 아라랏 산으로 달아났다. 그의 다른 아들 에사르 하똔이 뒤를 이어 임금이 되었는데, 그가 나의 동기 하나엘의 아들 아키카르에게 나라의 모든 재정을 맡겼다. 그래서 아키카르가 모든 행정에 관한 권한을 쥐게 되었다.
22 그러자 아키카르가 나를 위하여 간청을 드려 나는 니네베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사실 아키카르는 아시리아인들의 임금 산헤립의 헌작 시종장이고 옥새 책임관이었으며 행정관이고 재정관이었다. 에사르 하똔이 아키카르를 다시 임명한 것이다. 아키카르는 나의 조카로서 가까운 친족이었다.
제2장 눈이 멀게 된 토빗
1 에사르 하똔 시대에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내 아내 안나와 아들 토비야를 되찾게 되었다. 우리의 축제인 오순절 곧 주간절에 나를 위하여 잔치가 벌어져, 나는 음식을 먹으려고 자리에 앉았다.
2 내 앞에 상이 놓이고 요리가 풍성하게 차려졌다. 그때에 내가 아들 토비야에게 말하였다. “얘야, 가서 니네베로 끌려온 우리 동포들 가운데에서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잊지 않는 가난한 이들을 보는 대로 데려오너라. 내가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려고 그런다. 얘야, 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마.”
3 그래서 토비야가 우리 동포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을 찾으러 나갔다. 그가 돌아와서 “아버지!” 하고 불렀다. 내가 “얘야, 나 여기 있다.” 하고 대답하자 그가 계속 말하였다. “아버지, 누가 우리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을 살해하여 장터에 던져 버렸습니다. 목 졸려 죽은 채 지금도 그대로 있습니다.”
4 나는 잔치 음식을 맛보지도 않고 그대로 둔 채 벌떡 일어나 그 주검을 광장에서 날라다가, 해가 진 다음에 묻으려고 어떤 방에 놓아두었다.
5 그런 다음 집에 돌아와서 몸을 씻고 슬픔에 싸인 채 음식을 먹었다.
6 그때에 아모스 예언자가 베텔을 두고 한 말씀이 생각났다. “너희의 축제들은 슬픔으로, 너희의 모든 노래는 애가로 바뀌리라.”
7 나는 울었다. 그리고 해가 진 다음에 나가서 땅을 파고 그를 묻어 주었다.
8 이웃들은 나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이제는 두렵지가 않은 모양이지? 전에도 저런 일 때문에 사형감으로 수배되어 달아난 적이 있는데, 또 저렇게 죽은 이들을 묻는구먼.”
9 그날 밤 나는 몸을 씻고 내 집 마당에 들어가 담 옆에서 잠을 잤는데, 무더워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10 내 머리 위 담에 참새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하였다. 그때에 뜨거운 참새 똥이 내 두 눈에 떨어지더니 하얀 막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치료를 받으려고 여러 의사에게 가 보았지만, 그들이 약을 바르면 바를수록 그 하얀 막 때문에 눈이 더 멀어졌다. 그러더니 마침내는 아주 멀어 버렸다. 나는 네 해 동안 시력을 잃은 채 지냈다. 내 친척들이 모두 나 때문에 슬퍼하고, 아키카르는 엘리마이스로 갈 때까지 나를 두 해 동안 돌보아 주었다.
11 그때에 내 아내 안나는 여자들이 하는 일에 품을 팔았다.
12 아내가 물건을 만들어 주인들에게 보내면 주인들이 품삯을 주곤 하였다. 디스트로스 달 초이렛날에 아내는 자기가 짜던 옷감을 잘라서 주인들에게 보냈다. 그러자 그들은 품삯을 다 줄 뿐만 아니라 집에서 쓰라고 새끼 염소 한 마리도 주었다.
13 내가 있는 곳으로 아내가 들어올 때에 그 새끼 염소가 울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내가 아내를 불러 말하였다. “그 새끼 염소는 어디서 난 거요? 혹시 훔친 것 아니오? 주인들한테 돌려주시오. 우리에게는 훔친 것을 먹을 권리가 없소.”
14 아내가 나에게 “이것은 품삯 외에 선물로 받은 것이에요.” 하고 말하였지만, 나는 아내를 믿지 못하여 그 새끼 염소를 주인들에게 돌려주라고 다시 말하면서, 그 일로 아내에게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아내가 말하였다.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그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다들 알고 있어요.”
제3장 토빗의 기도
1 나는 마음이 몹시 괴로워 탄식하며 울었다. 그리고 탄식 속에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2 “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십니다. 당신께서 하신 일은 모두 의롭고 당신의 길은 다 자비와 진리입니다. 당신은 이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3 이제 주님, 저를 기억하시고 저를 살펴보아 주소서. 저의 죄로, 저와 제 조상들이 알지 못하고 저지른 잘못으로 저를 벌하지 마소서. 그들은 당신께 죄를 짓고
4 당신의 계명들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신께서는 저희를 약탈과 유배와 죽음에 넘기시고 당신께서 저희를 흩으신 모든 민족들에게 이야깃거리와 조롱거리와 우셋거리로 넘기셨습니다.
5 저의 죄에 따라 저를 다루실 적에 내리신 당신의 그 많은 판결들은 다 참되십니다. 저희는 당신의 계명들을 지키지 않고 당신 앞에서 참되게 걷지 않았습니다.
6 이제 당신께서 좋으실 대로 저를 다루시고 명령을 내리시어 제 목숨을 앗아 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가 이 땅에서 벗어나 흙이 되게 하소서. 저에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습니다. 제가 당치 않은 모욕의 말을 들어야 하고 슬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주님, 명령을 내리시어 제가 이 곤궁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제가 이곳에서 벗어나 영원한 곳으로 들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서 당신의 얼굴을 돌리지 마소서. 살아서 많은 곤궁을 겪고 모욕의 말을 듣는 것보다 죽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낫습니다.”
불운한 사라
7 바로 그날, 메디아의 엑바타나에 사는 라구엘의 딸 사라도 자기 아버지의 여종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서 모욕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8 사라는 일곱 남자에게 시집을 갔지만, 신부와 관련된 관습에 따라 신랑이 사라와 한 몸이 되기도 전에, 아스모대오스라는 악귀가 그 남편들을 죽여 버렸다. 그래서 그 여종이 사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당신 남편들을 죽이는 자는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은 이미 일곱 남자에게 시집을 갔지만 그들 가운데에서 누구의 이름도 받지 못했어요.
9 그런데 당신 남편들이 죽었으면 죽었지 우리는 왜 때려요? 남편들이나 따라가시지. 그래야 우리가 당신의 아들이나 딸을 영영 보지 않게 되죠.”
10 그날 사라는 마음에 슬픔이 가득하여 울면서, 자기 아버지 집의 위층 방으로 올라가 목을 매려고 하였다. 그러나 생각을 다시 하고서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사람들이 ‘당신에게는 사랑하는 외동딸밖에 없었는데 그 애가 불행을 못 이겨 목을 매고 말았구려.’ 하면서, 내 아버지를 모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만일 그렇게 되면 늙으신 아버지께서 나 때문에 슬퍼하시며 저승으로 내려가시게 되겠지. 목을 매는 것보다는, 평생 모욕하는 말을 듣지 않도록 죽게 해 주십사고 주님께 기도하는 것이 낫겠다.”
사라의 기도
11 그러면서 사라는 창 쪽으로 양팔을 벌리고 기도하였다. “자비하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당신께서 하신 모든 일이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게 하소서.
12 이제 저는 당신께 제 얼굴과 눈을 들어 올립니다.
13 분부를 내리시어 제가 이 땅에서 벗어나 다시는 모욕하는 말을 듣지 않게 하소서.
14 주님, 당신께서는 아십니다, 제가 남자에게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고 깨끗함을,
15 제가 이 유배의 땅에서 제 이름이나 제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힌 적이 없음을. 저는 제 아버지에게 하나뿐인 자식입니다. 제 아버지에게는 대를 이을 다른 아이가 없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저를 아내로 맞아들일 가까운 친족도 일가붙이도 없습니다. 저는 이미 남편을 일곱이나 잃었습니다. 제가 더 살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주님, 제 목숨을 거두는 것이 당신의 뜻이 아니라면 저를 모욕하는 저 말이라도 들어 보소서.”
기도의 응답
16 바로 그때에 그 두 사람의 기도가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 다다랐다.
17 그래서 라파엘이 두 사람을 고쳐 주도록 파견되었다. 곧 토빗에게는 그의 눈에서 하얀 막을 벗겨 그 눈으로 하느님의 빛을 보게 해 주는 것이고, 라구엘의 딸 사라에게는 토빗의 아들 토비야의 아내가 되게 해 주고 또 아스모대오스라는 악귀를 내쫓아 주는 것이었다. 사라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하는 그 누구보다도 토비야가 사라를 차지할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에 토빗이 마당에서 집으로 들어가고, 라구엘의 딸 사라도 위층 방에서 내려갔다.
제4장 토빗의 유언
1 그날 토빗은 전에 메디아의 라게스에 사는 가바엘에게 맡겨 둔 돈이 생각나서,
2 ‘자, 내가 죽음을 간청하였으니, 죽기 전에 내 아들 토비야를 불러 이 돈 이야기를 어찌 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하고 마음속으로 말하였다.
3 그리하여 자기 아들 토비야를 불렀다. 그가 오자 이렇게 말하였다. “나를 잘 묻어 다오. 그리고 네 어머니를 공경하고 어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내내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네 어머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 드리고 무슨 일로든 어머니 마음을 슬프게 하지 마라.
4 얘야, 네가 배 속에 있을 때에 네 어머니가 너 때문에 겪은 그 많은 위험을 생각해 보아라. 그리고 네 어머니가 죽거든 나와 나란히 같은 무덤에 묻어 다오.
5 얘야, 평생토록 늘 주님을 생각하고, 죄를 짓거나 주님의 계명을 어기려는 뜻을 품지 마라. 평생토록 선행을 하고 불의한 길은 걷지 마라.
6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무슨 일을 하든지 성공을 거둔다. 의로운 일을 하는 모든 이에게
7 네가 가진 것에서 자선을 베풀어라. 그리고 자선을 베풀 때에는 아까워하지 마라.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실 것이다.
8 네가 가진 만큼, 많으면 많은 대로 자선을 베풀어라. 네가 가진 것이 적으면 적은 대로 자선을 베풀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9 네가 곤궁에 빠지게 되는 날을 위하여 좋은 보물을 쌓아 두는 것이다.
10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암흑에 빠져 들지 않게 해 준다.
11 사실 자선을 베푸는 모든 이에게는 그 자선이 지극히 높으신 분 앞에 바치는 훌륭한 예물이 된다.
12 얘야, 어떠한 간음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무엇보다 먼저 네 조상의 후손들 가운데에서 아내를 맞아들이고, 네 아버지 부족 밖의 낯선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우리는 예언자들의 자손이다. 얘야, 우리의 옛 조상 노아,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을 생각해 보아라. 그분들은 모두 자기 친족 가운데에서 부인을 맞아들여, 자녀들로 복을 받으셨다. 이제 그 후손들이 땅을 차지할 것이다.
13 그러니 이제 얘야, 네 동포들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동포들에 대하여, 네 겨레의 아들딸들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교만한 생각을 품고서는, 그들 가운데에서 네 아내를 맞아들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교만은 파멸과 큰 혼란을 가져온다. 또 나태는 손실과 큰 곤궁을 가져온다. 나태는 굶주림의 어머니다.
14 누가 네 일을 해 주었든지 그의 품삯을 다음 날까지 쥐고 있지 말고 바로 내주어라. 네가 하느님을 섬기면 보상을 받는다. 얘야, 무슨 일이든 조심해서 하고, 어떠한 행동이든 교육을 받은 사람답게 하여라.
15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하지 마라. 술은 취하도록 마시지 말고, 취한 채 너의 길을 걷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16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나누어 주어라. 너에게 남는 것은 다 자선으로 베풀고, 자선을 베풀 때에는 아까워하지 마라.
17 의인들의 무덤에는 빵을 풍성하게 내놓되 죄인들에게는 주지 마라.
18 현명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조언을 구하고, 유익한 것이면 무슨 조언이든지 소홀히 여기지 마라.
19 언제나 주 너의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그리고 너의 길을 올바르게 해 주십사고, 너의 길과 뜻이 성공을 거두게 해 주십사고 그분께 간청하여라. 어떠한 민족도 스스로 제 뜻을 이루지는 못한다. 모든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그분께서는 또한 달리 원하시면 저승 밑바닥으로 내던지기도 하신다. 그러니 이제 얘야, 이 분부를 늘 기억하고 네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하여라.
20 얘야, 이제 내가 전에 메디아의 라게스에 사는 가브리의 아들 가바엘에게 은 열 탈렌트를 맡겨 둔 일이 있음을 알려 준다.
21 그러니 얘야, 우리가 가난하게 되었다고 해서 두려운 생각을 품지 마라.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고 모든 죄악을 피하며 주 너의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면, 큰 재산을 얻을 것이다.”
제5장 토비야의 길잡이 라파엘 천사
1 그러자 토비야가 자기 아버지 토빗에게 대답하였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분부하신 대로 다 하겠습니다.
2 그렇지만 그분이 저를 모르고 저도 그분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그분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분이 저를 알아보고 저를 믿고서는 그 돈을 저에게 줄 수 있게, 제가 무슨 증표라도 그분에게 내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메디아로 가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도 저는 모릅니다.”
3 토빗이 자기 아들 토비야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각각 증서에 서명을 하고, 그 증서를 둘로 나누어 하나는 내가 갖고, 하나는 내가 돈과 함께 두었다. 내가 그 돈을 맡겨 둔 지가 벌써 스무 해나 되었다. 그러니 이제 얘야, 믿을 만한 사람을 하나 구해서 같이 가거라. 품삯은 네가 돌아올 때에 주도록 하자. 가서 그에게 돈을 받아 오너라.”
4 그리하여 토비야는 자기와 함께 메디아로 갈 사람, 길을 익히 아는 사람을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토비야는 바로 자기 앞에 서 있는 라파엘 천사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가 하느님의 천사인 줄은 알지 못하였다.
5 토비야가 “젊은이, 어디에서 오셨소?” 하고 묻자, 라파엘이 “나는 당신의 동포, 이스라엘 자손인데 여기에서 일하러 왔소.” 하고 대답하였다. 토비야가 다시 “메디아로 가는 길을 잘 아시오?” 하고 묻자,
6 그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소. 나는 거기에 많이 가 보았소. 그래서 모든 길을 익히 잘 알고 있다오. 메디아에 자주 갔는데, 그때마다 메디아의 라게스에 사는 우리 동포 가바엘의 집에서 묵곤 하였소. 엑바타나에서 라게스까지는 꼬박 이틀 길이라오. 라게스는 산악 지방에 있고 엑바타나는 평야 지대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오.
7 토비야가 라파엘에게 말하였다. “젊은이, 내가 집으로 들어가서 아버지에게 사정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꼭 나와 함께 가 주시오. 물론 품삯을 드리겠소.”
8 라파엘은 “좋소. 기다리지요. 오래 걸리지만 마시오.” 하고 말하였다.
9 토비야는 집으로 들어가서 아버지 토빗에게, “우리의 동포, 이스라엘 자손 한 사람을 발견하였습니다.” 하며 사정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토빗이 말하였다. “얘야, 그 사람을 불러오너라. 그의 집안이 어떠하고 그가 무슨 지파 출신이며, 너와 함께 갈 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아야겠다.”
10 토비야는 밖으로 나가 라파엘을 불러, “젊은이, 아버지께서 당신을 부르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라파엘이 토빗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자, 토빗이 먼저 그에게 인사하였다. 그리고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하고 답례하는 라파엘에게 다시 말하였다. “나에게 무슨 기뻐할 일이 남아 있겠소? 나는 두 눈이 먼 사람으로 하늘의 빛을 볼 수도 없다오. 더 이상 빛을 바라보지 못하는 죽은 이들처럼 암흑에 잠겨 있을 뿐이오.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이들 사이에 있는 것이라오. 사람들의 소리는 듣지만 그들을 보지는 못한다오.” 라파엘이 말하였다. “용기를 내십시오. 머지않아 하느님께서 고쳐 주실 것입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토빗이 라파엘에게 “내 아들 토비야가 메디아 로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면서 그를 인도해 줄 수 있겠소? 형제여, 품삯은 물론 주겠소.” 하자,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저는 길을 모두 잘 압니다. 메디아에 많이 가 보았고 그곳의 온 평야 지대를 가로질러 다녀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산악 지방과 길도 다 알고 있습니다.”
11 토빗이 “형제여, 그대는 어느 가문에 속하오? 어느 지파 출신이오? 형제여, 나에게 말해 보시오.” 하자,
12 라파엘이 “지파는 알아서 무엇 하시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토빗이 다시 “형제여, 나는 그대가 누구의 아들이고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다오.” 하니,
13 라파엘이 “저는 어르신의 동포로서 대하난야의 아들 아자르야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4 이에 토빗이 말하였다. “잘 오셨소. 형제여, 하느님의 구원을 받기 바라오. 그리고 형제여, 내가 그대의 가문에 관하여 사실대로 알고 싶어 하였다고 해서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알고 보니 그대는 동포일 뿐만 아니라 훌륭하고 좋은 집안 출신이구려. 나는 대세멜리아의 두 아들 하난야와 나탄을 전부터 알고 있소. 그들은 나와 같이 예루살렘에 가서 함께 예배를 드리곤 하였소. 그들은 빗나간 적이 없는 이들이었소. 그대의 친족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그대는 근본이 좋은 사람이오. 잘 오셨소.”
15 토빗이 계속해서 말하였다. “나는 그대에게 하루 품삯으로 한 드라크마를 주고, 그대와 내 아들이 쓰는 경비도 대겠소. 그러니 내 아들과 함께 가 주시오.
16 품삯에다 더 얹어 주겠소.” 그러자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그와 함께 가겠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떠나갔다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올 터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여행길은 안전합니다.”
17 토빗은 라파엘에게 “형제여, 복을 받으시오.” 하고 말한 다음, 자기 아들을 불러 말하였다. “얘야, 길 떠날 채비를 하고 너의 동포인 이 사람과 함께 가거라.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너희를 그곳까지 무사히 인도하시고, 너희를 건강한 몸으로 나에게 데려다 주시기를 빈다. 얘야, 또 그분의 천사께서 너희가 안전하도록 동행해 주시기를 빈다.” 토비야는 길을 떠나려고 집을 나서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었다. 토빗은 그에게 “건강한 몸으로 다녀오너라.” 하고 말하였다.
18 그때에 그의 어머니가 울면서 토빗에게 말하였다. “어쩌자고 내 아이를 보내십니까? 우리 앞에서 들고 나고 하는 이 아이는 우리 손에 들린 지팡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19 돈에 돈을 쌓지 마십시오. 그 돈일랑 우리 아이의 몸값으로 여겨 버립시다.
20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살림, 우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21 그러자 토빗이 대답하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아이는 건강한 몸으로 갔다가 건강한 몸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오. 이 아이가 건강한 몸으로 당신에게 돌아오는 날을 당신 눈으로 볼 것이오. 그러니 여보, 걱정하지 말고 이 사람들 때문에 염려도 하지 마시오.
22 선하신 천사께서 토비야와 함께 가실 터이니, 이 아이는 여행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올 것이오.
제6장
1 그러자 그 여자는 울음을 그쳤다.
이상한 물고기를 잡다
2 그리하여 그 청년 토비야는 천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 집 개도 청년을 따라 집을 나서서 그들과 함께 떠났다. 그 두 사람은 길을 가다가 첫째 날 밤이 되자, 티그리스 강 가에서 야영하기로 하였다.
3 청년은 발을 씻으려고 티그리스 강으로 내려갔다. 그때에 커다란 물고기가 물에서 뛰어올라 청년의 발을 삼키려고 하였다. 청년이 소리를 지르자,
4 천사가 그에게 “그 물고기를 붙잡고 놓치지 마시오.” 하고 말하였다. 청년은 물고기를 붙들어 뭍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5 그러자 천사가 말하였다. “물고기의 배를 갈라 쓸개와 염통과 간을 빼내어 잘 간수하고 내장은 버리시오. 그 쓸개와 염통과 간은 효험이 좋은 약이라오.”
6 청년은 물고기의 배를 갈라 쓸개와 염통과 간을 따로 모아 놓고 나서, 고기의 일부는 구워 먹고 나머지는 소금에 절여 두었다. 그 두 사람은 함께 길을 걸어 마침내 메디아에 가까이 이르렀다.
7 그때에 청년이 천사에게 “아자르야 형제, 그 물고기의 염통과 간, 그리고 쓸개가 도대체 무슨 약이 된다는 말이오?” 하고 묻자,
8 천사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물고기의 염통과 간은 마귀나 악령에 시달리는 남자나 여자 앞에서 태워 연기를 피우면, 그 시달림이 깨끗이 사라져서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오.
9 쓸개는 하얀 막이 생긴 사람 눈에 바르고 그 눈 위로, 하얀 막 위로 입김을 불면 눈이 좋아진다오.”
라파엘이 토비야에게 사라와 혼인하라고 권유하다
10 토비야가 메디아에 들어서서 이미 엑바타나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11 라파엘이 “토비야 형제!” 하고 청년을 부르자 그가 “왜 그러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라파엘이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밤을 라구엘의 집에서 묵어야 하는데, 그 사람은 그대의 친족이오. 그리고 그에게는 사라라는 딸이 있소.
12 이 사라 말고는 그에게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그대는 사라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니 만큼 다른 모든 사람에 앞서 그 여자를 차지할 자격이 있고, 그 아버지의 재산도 물려받을 권리가 있소. 그 처녀는 현명하고 용감하며 대단히 아름답소. 그 아버지도 훌륭한 분이오.”
13 라파엘이 계속 말하였다. “그대는 사라를 아내로 맞아들일 권리가 있소. 그러니 형제여, 내 말을 들으시오. 사라를 그대의 신부로 맞아들일 수 있도록, 내가 오늘 밤에 그 처녀의 일을 그 아버지와 상의하겠소. 우리가 라게스에서 돌아오는 대로 혼인식을 올립시다. 라구엘이 사라를 그대에게 주기를 마다하거나 결코 다른 남자와 약혼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소. 만일 그러했다가는 모세의 책에 있는 법령에 따라 사형을 당할 것이오. 사실 라구엘도 그대가 다른 모든 사람에 앞서 자기 딸을 아내로 맞아들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러니 이제 형제여, 내 말을 들으시오. 오늘 밤에 그 처녀의 일을 상의하여 그대와 그 처녀의 약혼식을 올리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라게스에서 돌아오면, 그 여자를 그대의 집으로 데려갑시다.”
14 그때에 토비야가 라파엘에게 대답하였다. “아자르야 형제, 내가 듣기로 그 여자는 이미 일곱 남자와 혼인하였는데 그들이 다 신방에서 죽었소. 그들이 그 여자 방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그 밤으로 죽는 것이오. 그리고 마귀가 그들을 죽였다는 말도 들었소.
15 마귀가 그 여자는 해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려는 남자만 죽이는 것이오. 그러니 아버지께는 자식이 나밖에 없는데 내가 죽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 때문에 괴로워하며 무덤으로 내려가시게 되지나 않을까 두렵소. 게다가 그분들을 묻어 드릴 다른 아들도 없소.”
16 그러나 라파엘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의 아버지께서 당신의 집안에서 아내를 맞아들이라고 그대에게 분부하셨는데, 그대는 아버지의 그 분부를 기억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이제 형제여, 내 말을 들으시오. 마귀는 걱정하지 말고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시오. 나는 그 여자가 오늘 밤으로 그대의 아내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소.
17 그대가 신방에 들어가면 그 물고기의 간과 염통을 조금 꺼내어 향의 잿불에다가 올려놓으시오. 그러면 냄새가 퍼질 것이오.
18 마귀는 그 냄새를 맡고 달아나서 다시는 결코 그 여자 곁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그대는 그 여자와 동침하려고 할 때, 먼저 둘이서 함께 일어나 하늘의 주님께 기도하며 그대들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십사고 간청하시오.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 여자는 세상이 생기기 전부터 그대의 아내로 정해졌소. 그대가 이렇게 그 여자를 구해 내면 그 여자는 그대를 따라나설 것이오. 그대가 그 여자에게서 자녀들을 얻고 그들이 그대에게 동기들처럼 되리라고 나는 생각하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오.” 토비야는 라파엘의 말을 듣고 사라가 자기 아버지 집안의 후손으로 자기에게 친족 누이가 된다는 것을 알자, 그 여자를 매우 사랑하게 되고 그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제7장 라구엘이 토비야를 맞아들이다
1 엑바타나에 들어서자 토비야가 라파엘에게, “아자르야 형제, 나를 곧장 우리 친족 라구엘에게 데려다 주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그는 토비야를 라구엘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들은 마당 문 곁에 앉아 있는 라구엘을 보고 먼저 인사 하였다. 라구엘은 “형제들, 기쁨이 충만하기를 비오! 건강히들 잘 오셨소.” 하고 답례한 다음, 그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2 그리고 자기 아내 아드나에게 “저 젊은이가 어쩌면 저렇게 내 친족 토빗과 닮았을까?” 하고 말하였다.
3 그래서 아드나가 그들에게 “형제들, 어디에서 오셨지요?” 하고 묻자, “저희는 니네베로 유배 온 납탈리 자손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였다.
4 아드나가 다시 “그러면 우리 친족 토빗을 아세요?” 하고 물으니, 그들이 “그분을 압니다.” 하였다. “그분 건강하세요?” 라는 아드나의 물음에,
5 그들은 “건강히 살아 계십니다.” 하고 다시 대답하였다. 이어서 토비야가 “그분은 제 아버지십니다.” 하자,
6 라구엘이 벌떡 일어나 토비야에게 입을 맞추고 울었다.
7 그러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얘야, 너에게 복이 내리기를 빈다. 네 아버지는 훌륭하고 선하신 분이다. 그렇게 의롭고 자선을 많이 하는 이가 눈이 멀다니, 정말 끔찍한 불행이로구나!” 그러고 나서 자기 친족 토비야의 목을 껴안고 울었다.
8 그의 아내 아드나도 토빗을 생각하며 울고 그들의 딸 사라도 울었다.
토비야와 사라가 혼인하다
9 라구엘은 양 떼 가운데에서 숫양 한 마리를 잡고, 그들을 따뜻이 맞아들였다. 그들이 몸과 손을 씻고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앉았을 때에 토비야가 라파엘에게, “아자르야 형제, 내 친족 누이 사라를 나에게 주라고 라구엘에게 말씀드리시오.” 하고 말하였다.
10 라구엘이 우연히 이 말을 듣고 청년에게 말하였다. “오늘 밤은 먹고 마시며 즐겁게 지내라. 형제야, 내 딸 사라를 아내로 맞아들일 자격이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나도 사라를 너 말고 다른 남자에게 줄 권리가 없다. 네가 나에게 가장 가까운 친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얘야, 너에게 사실을 알려 주어야겠다.
11 나는 벌써 사라를 우리 동포 일곱 남자에게 차례로 주었지만, 사라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그 밤으로 다 죽어 버렸다. 그러니 얘야, 지금은 그냥 먹고 마셔라. 주님께서 너희를 돌보아 주실 것이다.” 그러나 토비야는 말하였다. “제 일을 결정지어 주시기 전에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습니다.” 그러자 라구엘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마. 모세의 책에 있는 규정에 따라 사라는 네 사람이다. 하늘에서도 사라는 네 사람이라고 이미 판결이 내려졌다. 너의 이 친족 누이를 아내로 맞이하여라. 이제부터 너는 사라의 오라비고 사라는 너의 누이다. 오늘부터 사라는 영원히 네 사람이다. 그리고 얘야, 오늘 밤에 하늘의 주님께서 너희를 잘 보살피시고, 너희에게 자비와 평화를 베풀어 주시기를 빈다.”
12 그러고 나서 라구엘은 자기 딸 사라를 불렀다. 사라가 오자 라구엘은 그 손을 잡고 토비야에게 넘겨주며 말하였다. “율법에 따라 사라를 아내로 맞이하여라. 모세의 책에 쓰인 규정에 따라 사라는 네 아내다. 그러니 네가 맡아서 네 아버지께 잘 데려가거라. 하늘의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번영과 평화를 베풀어 주시기를 빈다.”
13 라구엘은 다시 사라의 어머니를 불러서 쓸 것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라를 토비야에게 아내로 준다는 혼인 계약서를 썼다.
14 그러고 나서 그들은 먹고 마시기 시작하였다.
15 라구엘은 자기 아내 아드나를 불러, “여보, 다른 방을 준비해서 사라를 그리로 데려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16 아드나는 가서 라구엘이 말한 대로 그 방에 잠자리를 차려 놓은 다음, 사라를 그리로 데려갔다. 그리고 사라 때문에 울다가 눈물을 닦고 그에게 말하였다.
17 “얘야, 용기를 내어라. 하늘의 주님께서 너의 그 슬픔 대신에 이제는 기쁨을 주실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그러고 나서 아드나는 방을 나갔다.
제8장 마귀를 물리치다
1 그들은 다 먹고 마시고 나서 잠자리에 들려고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젊은이를 데리고 가서 그 방으로 들여보냈다.
2 그때에 토비야는 라파엘의 말을 기억하고,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자루에서 물고기의 간과 염통을 꺼내어 향의 잿불에 올려 놓았다.
3 그러자 물고기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였던지 마귀는 이집트 끝 지방까지 도망쳐 갔다. 그러나 라파엘은 쫓아가서 곧바로 그의 손과 발을 묶어 버렸다.
4 부모가 방에서 나가 문을 닫자 토비야는 침상에서 일어나 사라에게 말하였다. “여보, 일어나구려. 우리 주님께 기도하며 우리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십사고 간청합시다.”
5 사라가 일어나자 그들은 기도하며 자기들에게 구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청하였다. 토비야는 이렇게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당신의 이름은 대대로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하늘과 당신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게 하소서.
6 당신께서는 아담을 만드시고 그의 협력자며 협조자로 아내 하와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둘에게서 인류가 나왔습니다. 당신께서는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와 닮은 협력자를 우리가 만들어 주자.’ 하셨습니다.
7 이제 저는 욕정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저의 이 친족 누이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저와 이 여자가 자비를 얻어 함께 해로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8 그들은 “아멘, 아멘.” 하고 함께 말하였다.
9 그러고 나서 그날 밤 잠을 잤다. 라구엘은 밤중에 일어나 하인들을 불러 함께 나가서 무덤을 팠다.
10 ‘신랑은 죽고 우리는 또 비웃음 거리와 우셋거리가 되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11 무덤을 다 파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 라구엘은 자기 아내를 불러
12 이렇게 말하였다. “하녀 하나를 들여보내어 신랑이 살아 있는지 보라고 하구려. 그가 죽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그를 묻어 버립시다.”
13 그들은 하녀를 들여보내면서 등불을 켜고 방문을 열었다. 하녀가 들어가 보니 둘은 함께 깊이 잠들어 있었다.
14 하녀는 밖으로 나와서 신랑이 살아 있을뿐더러 잘못된 일이 하나도 없다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15 그러자 그들은 하늘의 하느님을 찬미하며 말하였다. “하느님, 온갖 순수한 찬미로 찬미받으소서. 모두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게 하소서.
16 저를 기쁘게 해 주셨으니 찬미받으소서. 제가 염려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그 크신 자비로 저희에게 해 주신 것입니다.
17 저 두 외자식을 가엾이 여기셨으니 찬미받으소서. 주님, 저들에게 계속 자비와 구원을 베푸시고 저들이 기쁨과 자비를 누리며 일생을 마치게 해 주소서.”
18 그러고 나서 라구엘은 하인들에게 동이 트기 전에 무덤을 메우라고 분부하였다.
혼인 잔치를 벌이다
19 라구엘은 아내에게 빵을 많이 장만하라고 이른 다음, 가축 떼가 있는 곳으로 가서 황소 두 마리와 숫양 네 마리를 끌고 와서는, 그것들을 잡으라고 분부하였다. 그리하여 잔치 준비가 시작되었다.
20 라구엘은 또 토비야를 불러 말하였다. “너는 열나흘 동안 이곳을 뜨지 말고 여기에 머무르면서 나와 함께 먹고 마셔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괴로움에 시달려 온 내 딸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어야 한다.
21 내가 가진 것에서 먼저 절반을 받고 네 아버지께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거라. 나머지 절반은 나와 내 아내가 죽은 다음에 너희 차지가 될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나는 네 아버지고 아드나는 네 어머니다. 우리는 너와 네 아내 곁에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제9장 라파엘이 돈을 찾아오다
1 그때에 토비야가 라파엘을 불러 말하였다.
2 “아자르야 형제, 낙타 두 마리와 함께 하인 네 사람을 데리고 라게스로 가시오. 가바엘의 집으로 가서 그에게 이 증서를 내주고 돈을 받으시오.
3 그리고 그분을 이 혼인 잔치에 모시고 오시오.
4 그대가 알다시피 아버지께서는 날수를 세고 계실 것이오. 내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아버지는 몹시 근심하실 것이오. 그대도 라구엘께서 맹세하시는 것을 보지 않았소. 나는 그분의 맹세를 깰 수가 없다오.”
5 그리하여 라파엘은 낙타 두 마리와 함께 하인 네 사람을 데리고, 메디아의 라게스로 가 가바엘의 집에서 묵었다. 라파엘은 가바엘에게 그 증서를 내주고, 토빗의 아들 토비야가 아내를 맞아들인 이야기며 그가 가바엘을 혼인 잔치에 초대한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가바엘은 일어나, 봉인된 돈주머니들을 라파엘 앞에서 헤아린 다음 낙타에 실었다.
6 이튿날 아침 그 두 사람은 일찍 일어나 혼인 잔치에 갔다. 그들이 라구엘의 집에 들어가 보니 토비야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토비야가 벌떡 일어나 가바엘에게 인사하자, 가바엘은 눈물을 흘리며 토비야를 이렇게 축복하였다. “훌륭하고 선하며 의롭고 자선을 많이 하는 네 아버지처럼 훌륭하고 선한 아들아! 주님께서 너와 너의 아내, 그리고 네 장인과 장모에게 하늘의 복을 내리시기를 빈다. 내 사촌 토빗과 똑같은 아들을 보게 해 주신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제10장 토빗과 안나가 아들 때문에 근심하다
1 한편 토빗은 토비야가 가는 데에 며칠이 걸리고 오는 데에 며칠이 걸리는지 날마다 헤아리고 있었다. 그런데 날수가 다 차도 토비야가 돌아오지 않자,
2 토빗은 “혹시 얘가 그곳에 붙들려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가바엘이 이미 죽어서 돈을 돌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3 근심하기 시작하였다.
4 그의 아내 안나는 “내 아이는 벌써 죽어서 이 세상에 없어요.”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자기 아들 때문에 울고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5 “아이고 얘야, 내가 어쩌자고 너를 떠나보냈단 말이냐? 내 눈에 빛인 너를!”
6 그러자 토빗이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여보, 조용히 하고 걱정하지 말아요. 그 애는 잘 있소. 아마도 그곳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나 보오. 토비야와 함께 간 그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인 데다가 우리 동포 가운데 한 사람이오. 그러니 여보, 그 애 때문에 근심하지 말아요. 곧 돌아올 거요.”
토비야가 엑바타나에서 출발하다
7 그러나 안나는 “당신이나 조용히 하고 나를 속이지 말아요. 내 아이는 죽었어요.” 하고 대꾸하였다. 안나는 날마다 밖으로 달려 나가 아들이 떠나간 길을 살펴보며,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지면 집으로 들어와 밤새도록 통곡하며 우느라고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라구엘이 자기 딸을 위하여 베풀겠다고 맹세한 열나흘 동안의 잔치가 끝나자, 토비야가 라구엘에게 가서 말하였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계실 줄을 제가 잘 압니다. 그러니 이제 아버님, 부디 저를 보내 주십시오. 저의 아버지께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제가 아버지를 두고 떠나올 때의 사정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8 라구엘이 토비야에게, “조금 더 머물러라, 얘야. 나와 함께 조금 더 머물러라. 네 아버지 토빗께는 심부름꾼들을 보내어 네 소식을 전하게 하마.” 하고 말하였다.
9 그러나 토비야는 “정말 안 됩니다. 부디 저를 바로 제 아버지께 보내 주십시오.” 하였다.
10 그러자 라구엘은 곧바로 토비야에게 그의 아내 사라와 함께 남종과 여종, 소와 양, 나귀와 낙타, 옷과 돈과 기물 등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의 절반을 내주었다.
11 그리고 건강히 지낸 토비야 일행을 떠나보내면서 그를 껴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건강하여라. 건강히 잘 가거라. 하늘의 주님께서 너희를, 네 아내 사라를 잘 보살펴 주시어, 내가 죽기 전에 너희 자녀들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12 이어서 자기 딸 사라에게도 말하였다. “네 시아버지께 가거라. 이제 그분들은 너를 낳은 우리처럼 네 부모님이시다. 얘야, 평안히 가거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너에 관하여 좋은 평판을 듣기를 바란다.” 그는 이렇게 작별하고 그들을 떠나보냈다. 그때에 아드나도 토비야에게 말하였다. “내 자식이며 내가 사랑하는 친족아, 주님께서 너를 무사히 돌아가게 해 주시기를 빈다. 그리고 내가 오래 살아서 죽기 전에 너와 내 딸 사라의 자녀들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주님 앞에서 내 딸을 너에게 맡긴다.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내내 사라를 슬프게 하지 마라. 얘야, 평안히 가거라. 이제부터 나는 네 어머니고 사라는 누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내내 그분 안에서 모두 잘되기를 빈다.” 그러고 나서 아드나는 그 둘에게 입을 맞추고 건강을 빌며 떠나보냈다.
13 토비야는 건강한 몸과 기쁜 마음으로 라구엘에게서 떠나가며, 자기 여행을 잘 이끌어 주신 하늘과 땅의 주님, 만물의 임금님 을 찬미하였다. 라구엘은 또 토비야에게 이 말도 하였다. “네가 주님의 인도를 받아 너의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내내 그분들을 공경하기 바란다.
제11장 토빗이 시력을 되찾다
1 그들이 니네베 맞은쪽에 있는 카세린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2 라파엘이 말하였다. “우리가 그대 아버지를 두고 떠날 때의 사정을 그대는 잘 알고 있소.
3 우리가 그대의 아내보다 먼저 달려가서 그가 뒤따라오는 동안에 집을 정돈합시다.”
4 그렇게 하여 그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갈 때에 라파엘이 토비야에게, “쓸개를 가지고 가시오.” 하였다. 그들 뒤에는 개도 따라가고 있었다.
5 한편 안나는 자리를 잡고서 자기 아들이 돌아올 길을 살펴보고 있었다.
6 그러다가 토비야가 오는 것을 알아보고 토비야의 아버지에게, “봐요. 당신 아들이 와요. 함께 갔던 사람도 오네요.” 하고 말하였다.
7 토비야가 아버지에게 가까이 이르기 전에 라파엘이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잘 알고 있소. 저분은 꼭 눈을 뜨실 것이오.
8 물고기 쓸개를 저분 눈에 발라 드리시오. 그 약은 눈의 하얀 막이 오그라들다가 벗겨지게 할 것이오. 그러면 그대의 아버지께서 시력을 되찾아 빛을 보게 될 것이오.”
9 안나는 달려가서 아들의 목을 껴안고, “얘야, 내가 너를 다시 보게 되다니! 이제는 죽어도 괜찮다.” 하면서 울었다.
10 토빗도 일어서서 다리를 비틀거리며 마당 문을 나섰다. 토비야가 그에게 마주 갔다.
11 물고기 쓸개를 손에 든 토비야는 아버지를 붙들고 그 눈에 입김을 불고 나서, “아버지, 용기를 내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어서 그 약을 아버지에게 바르고서는 잠시 그대로 두었다.
12-13 이윽고 토비야는 양손으로 아버지의 눈가에서부터 하얀 막을 벗겨 내었다. 그러자 토빗이 아들의 목을 껴안고
14 울면서 “얘야, 네가 보이는구나, 내 눈에 빛인 네가!”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의 위대한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그분의 거룩한 천사들 모두 찬미받으소서. 그분의 위대한 이름 언제나 우리 위에 머무르소서. 그분의 천사들 모두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그분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셨지만 내가 이제는 내 아들 토비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15 기쁨에 넘친 토비야는 소리 높여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여행을 잘 마치고 돈을 가져온 것과 라구엘의 딸 사라를 어떻게 아내로 맞아들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또 그 사라도 오고 있는데 니네베 성문 가까이 왔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16 기쁨에 넘친 토빗은 하느님을 찬미하며 며느리를 맞으러 니네베 성문으로 갔다. 니네베 사람들은 토빗이 오는데 손을 붙잡고 인도해 주는 사람 없이 힘차게 걸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7 그때에 토빗은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눈을 뜨게 해 주셨다는 사실을 그들 앞에서 밝혔다. 이어서 자기 아들 토비야의 아내인 사라에게 다가가 그를 축복하며 말하였다. “얘야, 잘 왔다. 얘야, 너를 우리에게 인도하여 주신 너의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빈다. 너의 아버지께서 복을 받으시고 내 아들 토비야도 복을 받고, 그리고 얘야, 너도 복을 받기를 빈다. 축복 속에 기뻐하며 네 집으로 어서 들어가거라. 얘야, 들어가거라.” 그날 니네베에 사는 유다인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18 토빗의 조카들인 아키카르와 나답도 기뻐하며 토빗에게 왔다.
제12장 라파엘이 정체를 밝히다
1 혼인 잔치가 끝나자 토빗은 자기 아들 토비야를 불러 말하였다. “얘야, 너와 함께 갔던 사람에게 품삯을 주고 또 품삯 외에 더 얹어 주도록 배려하여라.”
2 토비야가 물었다. “아버지, 그 사람에게 품삯을 얼마나 주면 되겠습니까? 그가 저와 함께 가져온 재물의 절반을 주어도 저는 아깝지 않습니다.
3 저를 건강한 몸으로 다시 데려오고 제 아내를 고쳐 주었으며, 저와 함께 돈을 가져오고 또 아버지를 고쳐 주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그에게 품삯을 얼마나 더 주어야 하겠습니까?”
4 그러자 토빗이 아들에게 “얘야, 그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온 모든 것의 절반을 받아 마땅하다.” 하고 대답하였다.
5 그리하여 토비야는 라파엘을 불러, “그대가 가지고 온 모든 것의 절반을 품삯으로 받고 안녕히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6 그때에 라파엘이 그 두 사람을 은밀히 불러 말하였다.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잘해 주셨으니, 살아 있는 모든 이 앞에서 그분을 찬미하고 찬양하여라. 그리고 그분의 이름을 찬미하고 찬송하여라.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그분을 찬양하기를 게을리 하지 마라.
7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고, 하느님의 업적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드러내어 밝히는 것이 좋다. 선을 행하여라. 그러면 악이 너희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다.
8 진실한 기도와 의로운 자선은 부정한 재물보다 낫다. 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
9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준다.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
10 그러나 죄와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은 바로 저희 자신에게 원수가 된다.
11 나는 이제 너희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진실을 모두 밝히겠다. 나는 이미 너희에게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고, 하느님의 업적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드러내는 것이 좋다.’ 하고 분명히 밝혔다.
12 자 이제 보라, 너와 사라가 기도할 때에 너희의 기도를 영광스러운 주님 앞으로 전해 드린 이가 바로 나다. 네가 죽은 이들을 묻어 줄 때에도 그러하였다.
13 그리고 네가 주저하지 않고 잔치 음식을 놓아둔 채 일어나 가서 죽은 이를 매장해 줄 때,
14 너를 시험하도록 파견된 자도 나였다. 또 하느님께서는 나를 파견하시어 너와 네 며느리 사라를 고쳐 주게 하셨다.
15 나는 영광스러운 주님 앞에서 대기하고 또 그분 앞으로 들어가는 일곱 천사 가운데 하나인 라파엘이다.”
16 그러자 충격을 받은 그 두 사람은 얼굴을 땅에 대고 두려워하였다.
17 라파엘이 그들에게 계속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느님을 영원히 찬미하여라.
18 내가 너희와 함께 있었는데, 그것은 내 호의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니 날마다 그분을 찬미하고 찬송하여라.
19 너희가 본 대로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너희는 환시를 보았을 뿐이다.
20 이제 이 세상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자, 나는 나를 파견하신 분께 올라간다. 너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해 두어라.” 그러고 나서 라파엘은 올라갔다.
21 그제야 일어선 그들은 더 이상 라파엘을 보지 못하였다.
22 그들은 하느님의 천사가 자기들에게 나타난 동안에 하느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들을 두고 그분을 찬미하고 찬송하였으며 또 찬양하였다.
제13장 토빗의 찬미가
1 그때에 토빗이 말하였다. “영원히 살아 계신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의 나라도 찬미받으소서.
2 그분께서는 벌을 내리기도 하시지만 자비를 베풀기도 하시고 땅속 가장 깊은 곳 저승으로 내려가게도 하시지만 그 무서운 파멸에서 올라오게도 하신다. 그분의 손을 벗어날 자 아무도 없다.
3 이스라엘 자손들아 민족들 앞에서 그분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너희를 그들 사이에 흩으셨지만
4 바로 그곳에서 당신의 위대함을 너희에게 드러내셨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앞에서 그분을 높이 받들어라. 그분께서 우리의 주님이시며 우리의 하느님이시고 영원히 우리의 아버지시며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5 그분께서는 너희의 불의 때문에 벌을 내리시지만 너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너희가 흩어져 사는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를 모아들이시리라.
6 너희가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께 돌아와 그분 앞에서 진리를 실천하면 그분께서도 너희에게 돌아오시어 다시는 너희에게서 당신 얼굴을 감추지 않으시리라. 이제 그분께서 너희에게 해 주신 것들을 보고 소리 높여 그분을 찬양하여라. 의로우신 주님을 찬미하고 영원하신 임금님을 높이 받들어라. 나는 이 유배의 땅에서 그분을 찬양하고 죄 많은 민족에게 그분의 권능과 위대함을 드러낸다. 죄인들아, 돌아와 그분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여라. 그분께서 너희를 받아들이시어 너희에게 자비를 베푸실지 누가 알겠느냐?
7 나는 내 하느님을, 나의 영혼은 하늘의 임금님을 높이 받들며 그분의 위대함을 즐거이 알린다.
8 사람들은 모두 예루살렘에서 그분께 말씀을 올리고 그분을 찬양하여라.
9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아 그분께서는 네 자녀들의 행실 때문에 벌을 내리시지만 다시 의인들의 자녀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리라.
10 예루살렘아, 주님을 올바로 찬양하여라. 영원하신 임금님을 찬미하여라. 네 성소가 다시 기쁨 속에 지어지리라. 그리하여 그분께서 대대로 영원히 모든 유배자를 네 안에서 기쁘게 하시고 고통 받는 모든 이를 네 안에서 사랑하시기를 빈다.
11 밝은 빛 하나가 세상 끝 모든 곳까지 비추리니 저마다 하늘의 임금님께 바칠 예물을 손에 들고 멀리서 많은 민족이 너에게, 세상 끝 모든 주민이 너의 거룩한 이름을 향하여 오리라. 모든 세대 사람들이 네 안에서 흥겨운 찬미를 바치리라. 선택받은 도성의 이름은 대대로 영원하리라.
12 너를 두고 가혹한 말을 하는 자들은 모두 저주를 받으리라. 너를 파괴하고 네 성벽을 허무는 자들, 네 탑들을 무너뜨리고 네 집들을 불사르는 자들은 모두 저주를 받으리라. 그러나 너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모두 영원히 복을 받으리라.
13 예루살렘아, 가서 의인들의 자녀들을 두고 기뻐하여라. 그들이 모두 한데 모여서 영원하신 주님을 찬미하리라.
14 행복하여라, 너를 사랑하는 이들! 행복하여라, 너의 평화를 기뻐하는 이들! 행복하여라, 네가 받은 온갖 징벌 때문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 그들은 네 안에서 기뻐하며 영원히 너의 모든 기쁨을 보리라.
15 내 영혼아, 주님을, 위대하신 임금님을 찬미하여라.
16 예루살렘이 다시 세워지고 그 도성에 그분의 집이 다시 세워져 영원히 서 있으리라. 내 후손 가운데 살아남은 자들이 너의 영광을 보고 하늘의 임금님을 찬양할 수 있다면 나 얼마나 행복하리오? 예루살렘의 성문들은 청옥과 취옥으로, 성벽은 모두 보석으로 만들어지고 예루살렘의 탑들은 금으로, 그 성가퀴들은 순금으로 만들어지며
17 예루살렘의 거리들은 홍옥과 오피르의 돌로 포장되리라.
18 또 예루살렘의 성문들은 기쁨의 찬가를 부르고 그곳의 집들은 모두 ‘할렐루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하고 말하리라. 또 복을 받은 이들은 거룩한 그 이름을 영원토록 찬미하리라.
제14장 토빗의 유언과 죽음
1 토빗의 찬양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토빗은 백열두 살에 평화로이 죽어 장엄한 장례식과 함께 니네베에 묻혔다.
2 그가 시력을 잃은 것은 예순두 살 때였는데, 시력을 되찾은 뒤에도 그는 자선을 베풀었다. 또 줄곧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분의 위대함을 찬양하며 부유하게 살았다.
3 토빗은 죽을 때가 되자 자기 아들 토비야를 불러 이렇게 분부하였다. “얘야, 네 자식들을 데리고
4 서둘러 메디아로 피신하여라. 나훔이 니네베를 두고 선포한 하느님의 말씀을 나는 믿는다. 그 모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져서 아시리아와 니네베에 그대로 실현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한 말씀이 모두 실현될 것이다. 그 말씀들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제때에 성취될 것이다. 그러니 아시리아나 바빌론보다 메디아가 더 안전하다.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은 모두 그대로 실행되고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는 알고 또 믿는다. 그 말씀들은 하나도 어김이 없다. 그리고 이스라엘 땅에 사는 우리의 동포들은 모두 그 좋은 땅에서 쫓겨나 흩어지고 유배를 갈 것이다. 이스라엘의 온 땅이 황무지가 될뿐더러 사마리아와 예루살렘까지 황무지가 되고, 하느님의 집은 불에 탄 채 얼마 동안 슬픔에 잠겨 있을 것이다.
5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다시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게 하실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하느님의 집을 다시 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집은 정해진 때가 다 찰 때까지 첫 번째 집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 뒤에 모두 유배에서 돌아가 예루살렘을 화려하게 재건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말한 대로 하느님의 집도 세워질 것이다.
6 온 세상에 사는 민족들도 모두 마음을 돌이켜 하느님을 진심으로 경외할 것이다. 그리고 모두 자기들을 속여 잘못된 길로 이끈 우상들을 버리고,
7 의로운 일을 하며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미할 것이다. 그날에 구원을 받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 한데 모여 예루살렘으로 가서, 자기들에게 주어진 아브라함의 땅에서 영원히 안심하고 살 것이다. 하느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은 기뻐하고, 죄와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은 온 세상에서 없어질 것이다.
8-9 이제 얘들아,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다.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하여라. 너희 자식들도 잘 타일러서, 의로운 일을 하고 자선을 베풀게 하여라. 언제나 진심으로, 그리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생각하며 그분의 이름을 찬미하게 하여라. 얘야, 이제 너는 니네베에 머무르지 말고 이곳을 떠나라.
10 언제가 되든 너의 어머니를 내 곁에 묻게 되면, 그날 밤도 이 성읍의 경계 안에서는 지내지 마라. 내가 보니 이곳에는 온갖 불의와 온갖 사기가 판을 치는데도, 사람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구나. 얘야, 나답이 자기를 키워 준 아키카르에게 한 짓을 보아라. 아키카르가 산 채로 땅속에 들어가야 하지 않았더냐?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파렴치한 행위를 나답에게 직접 되갚으셨다. 그리하여 아키카르는 빛을 보고, 나답은 아키카르를 죽이려고 꾀하였기 때문에 영원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아키카르는 자선을 베푼 덕분에 나답이 쳐 놓은 죽음의 올무에서 빠져나오고, 오히려 나답이 그 죽음의 올무에 걸려 파멸하였다.
11 그러니 얘들아, 자선이 무엇을 가져오는지 보아라. 그리고 불의가 무엇을 가져오는지 보아라. 죽음뿐이다. 이제 내 숨이 끊어지려고 하는구나.” 사람들이 토빗을 침상에 눕히자 그가 죽었다. 그리고 장엄한 장례식과 함께 묻혔다.
12 그 뒤에 어머니가 죽자 토비야는 어머니를 아버지 곁에 묻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메디아로 가 엑바타나에서 장인 라구엘과 살았다.
맺음말
13 그는 늙은 처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모시다가, 메디아의 엑바타나에 그들을 묻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아버지 토빗만이 아니라 라구엘의 재산까지 물려받았다.
14 토비야는 영예롭게 살다가 백열일곱 살에 죽었다.
15 그는 죽기 전에 니네베가 멸망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고, 또 메디아 임금 키아카레스가 니네베에서 포로로 잡은 자들이 메디아로 끌려오는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니네베와 아시리아 사람들에게 하신 모든 일을 두고 하느님을 찬미 하였다. 이렇게 토비야는 죽기 전에 니네베를 두고 기뻐하며 영원무궁하신 주 하느님을 찬미하였다.